문화

[도시, 소통과 교류의 장(場)], 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2007, (090910).

바람과 술 2009. 9. 10. 22:22

프롤로그

 

도시는 사람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장소로 발전해왔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기 전, 교류의 주요 장소는 도시의 거리와 시장, 그리고 광장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거리 극복 능력 때문에 지금과 같은 도시 집중 현상은 완화될 것이며, 결국 도시는 해체의 경로를 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다수 도시 연구자들은 도시가 단시간 내에 해체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안는다.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대면 접촉의 중요성이다. 특히 사람들의 신뢰 관계는 인터넷만으로 형성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모인 도시의 매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본질적으로 정보 전달과 소통에 있어서 거리 마찰 효과(distance friction effect)를 감소시킨다. 정보통신의 발달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1 교류와 소통의 장소로서 도시의 발전

 

01 도시의 기원

 

인간의 몸짓이나 육성 외에 다른 소통 수단이 없던 시절에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면 직접 만나냐 했다. 지금과 같이 발달된 통신 수단이 없었으므로 만나기 위해서는 직접 이동해야 했고,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역시 도보가 전부였다. 이러한 상황이 도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준다.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사람과 시설, 기능이 한데 집중됨으로써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면서도 교류를 최대화할 수 있었다. 도시는 사람들의 교류에 가장 효율적인 장소로 성장.발전해 온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과 도시의 발전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멈포드는 교통과 통신이 도시의 규모와 범위, 생산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진단했다. 도시의 존재 의의 자체가 교류의 촉진에 있으므로, 도시는 교통의 요지에 발전할 수밖에 없다. 교통.통신이 발달하면서 도시가 지배하는 배후 영역의 범위와 도시의 물리적 영역이 확장되었다. 다시 말해 당대의 교통.통신 체계의 수준으로 포섭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를 넘어서면 도시가 더 팽찰할 수 없었다. 

 

02 교통.통신의 발달과 도시의 진화 

 

새로운 교통.통신 수단을 통해 외곽으로 팽창하면서 도시는 새로운 발전 단계로 접어들곤 했다. 특히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진행된 급격한 도시화 과정과 철도와 자동차의 보급은 현대 도시의 모습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철도로 인한 도시의 팽창 패턴과 자동차로 인한 도시의 팽창 패턴은 다르다. 철도는 일정한 간격의 철도역을 따라 그곳에서 보행 가능한 거리에 소도시들이 줄지어 형성되는 형태로 도시가 팽창하는 반면, 자동차는 주요 간선도로 축을 따라 도시가 팽창하지만 철도역과 같은 거점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무정형의 팽창이 이루어졌다. 철도와 자동차의 보급이 중세 도시와 구분되는 현대 도시와 물리적 형태를 변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과 마찬가지고, 전기와 전화의 보급 역시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 데 기여를 했다. 19세기 말부터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전화 역시 도시가 커지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화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이 가능해지자, 소통하기 위해 모여 있어야 했던 기능들이 외곽으로 흩어지는 것도 가능해졌다. 도시의 중심부가 고층 건물로 가득 찬 것은 전화가 발명된 덕분이다. 이른바 '공간 분업(spatial division of labour)'이 가능해진 것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 덕분이다. 

 

03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소통 공간의 탄생

 

디지털 기술의 적용 분야는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 속도와 사회적 영향력을 증폭시킨 또 하나의 계기가 네트워크화다. 나아가 컴퓨터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하여 컴퓨터 네트워크가 매개하는 사이버공간을 탄생시켰다. 사이버공간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현실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이버공간은 소통의 장으로서 현실 공간을 기능적으로 대체 혹은 보완하기도 하지만, 감각적으로 현실 공간을 제현하기도 한다. 

 

04 디지털 기술의 도시 공간 침투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사이버공간과 물리적 공간을 하나로 통합한 이른바 유비쿼터스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주변의 사물과 공간 자체를 '지능화'함과 동시에 물리적 공간에 펼쳐진 각종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유비쿼터스 공간의 다양한 서비스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케 하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사물에 전파식별(Radio Freguency IDentification, RFID) 태크 센서 칩 같은 지능적 요소가 내장되어야 하며, 이는 임베디드(embedded) 관련 기술의 발달이 필요하다. 또 사물에 내장된 지능적 요소가 작동되고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도록 이들이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사물에 센서나 칩을 내장하고, 이를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공간은 처음에는 좁은 공간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으며, 점차 작동 공간 범위를 확장해나갈 것이다.

 

05 디지털 기술과 도시의 미래

 

도시의 구조를 이해하고자 할 때나 도시의 시설을 계획하고 설계할 때 지금까지 우리는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그리고 접근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바로 거리였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 수단의 발달은 정보 전달과 소통에 있어서 거리 마찰 효과를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디지털 기술은 앞으로도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이 도시에 미칠 영향은 산업혁명이나 자동차의 보급이 도시에 미친 영향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2 디지털 기술과 소통 방식의 변화

 

01 소통 매체의 발달 과정

 

02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소통 매체

 

인터넷이 획기적인 까닭은 다른 소통 매체와 구별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1. 인터넷은 소통 당사자들 사이에 동시적 소통과 비동시적 소통을 모두 가능하게 해준다. 2. 인터넷은 쌍방향의 다대다 소통을 가능케 해준다. 3. 인터넷은 실명성과 익명성이 동시에 가능한 매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터넷과 함께 가장 널리 보급된 또 하나의 소통 매체가 휴대전화다.

 

03 소통의 시공간적 맥락과 소통 매체의 선택

 

각 정보는 서로 다른 시공간적 맥락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도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특성에 따라 그 효용이 달라진다.

 

3 디지털 기술가 도시 경험의 변화

 

01 디지털 기술과 시간 지리의 확장

 

시간지리학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한 사람이 특정 시간에는 어느 한 장소에만 머물 수 있으며, 다른 두 공간을 동시에 점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지리학에서는 개인 활동의 특정 장소를 정거장(station)이라고 한다. 개인은 접근 가능한 여러 정거장을 연속적으로 거치며 일과를 수행하는데, 그 궤적을 '시공간 경로(path)'라고 한다. 그리고 개인에게 접근이 허용되는 시공간적 영역을 '시공간 프리즘(prism)'이라고 한다. 시간지리학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다음 3가지 시공간적 제약을 받는다. 1. 능력 제약(capability constraints)으로 개인의 수면 시간이나 교통수단의 활용 능력과 관련된다. 2. 결합 제약(coupling constraints)으로 개인의 사회 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밖에 없는 제약을 의미한다. 3. 권위 제약(authority constraints)으로 법이나 규칙, 관습 등에 따라 개인의 시공간 활동에 가해지는 제약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신체적 접촉'이 라닌 '전자적 접속'을 통해 우리 몸이 머무는 장소 이외의 다른 장소와 동시간대에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살펴본 3가지 유형의 시공간적 제약 역시 디지털 시대에는 새롭게 개념이 확장되어 적용될 수 있다. 능력 제약과 관련하여 휴대전화나 인터넷 접속 수단의 보유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합 제약의 경우에는 변화가 나타난다. 개인의 교류가 반드시 물리적 공간에서 대면 접촉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유가 확장되었다. 권위 제약에도 변화를 초래한다. 인터넷을 통한 접속은 시공간에 대한 권위 제약에서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다.

 

02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시공간 경험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소통 매체의 등장으로 우리의 사회적 경험과 의식 형성, 교류와 행동 양식 등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거리의 제약에서 점점 자유로워진다는 점과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이 점점 늘어난다는 점이다. 동일한 장소에 함게 있는 사람들이라도 교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새로운 소통 매체의 발달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공간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카스텔의 논의에 따르면 정보화를 매개로 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일상생활의 시간 기준이 되던 기계적 시간(clock time) 개념을 대체하여 컴퓨터로 매개되는 네트워크에서 의미를 갖는 찰나적.유동적 시간(instant time) 개념이 중시된다고 한다. 또 '장소의 공간(space of places)'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공간과 대비되는 '흐름의 공간(space of flows)'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시공간적 경험이 달라짐에 따라 이론적인 측면에서 시공간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던 절대적인 시공간의 개념보다 상대적이고 관계적인 시공간의 개념이 우리의 시공간적 경험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시공간의 개념은 '객관적' 시간과 '외부적.물리적.데카르트적인' 공간이다. 공간은 인간의 삶이 영위되는 절대적인 객체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공간이 바로 유클리드 공간 개념이다. 유클리드 공간 개념은 근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공간은 이제 유클리드 공간이 아니며, 거리는 접근성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아니다. 특히 '터널 효과(tunnel effect)'로 일컬어지는 도로나 통신망 같은 네트워크가 초래하는 불균등한 거리 극복 능력으로 인해 네트워크의 결절점은 입지적 이점을 얻지만, 네트워크가 우회하는 곳은 네트워크가 근접해도 아무런 혜택을 얻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근접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혜택이 가장 많은 곳은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결절점, 즉 허브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공간의 개념이 달라지면 도시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도시는 물리적 집중을 통해 사람들의 교류를 더욱 쉽게 만들기 위해 발전되었다. 다시 말해 도시는 공간적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거리를 근접시키려는 의도로 발전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공간적 제약이 극복되다 보니 도시가 기능하기 위해서 굳이 물리적으로 집적될 필요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도시의 개념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도시는 소통의 장소라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도시는 사람들의 다양한 소통 흐름, 대면 접촉, 이메일 등이 다른 곳에 비해 밀집적으로 이뤄지는 장소다. 

 

03 도시 인지의 변화 - 마음속 지도에서 확장 현실로

 

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식별성(legibility)에 기여하는 다섯 가지 물리적 요소로 길(path), 모서리(edge), 교차로(node), 구역(district), 랜드마크(landmark)를 꼽았다. 

 

04 도시의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변화

 

삶의 공간은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가느로 구분된다. 도시가 소통의 장소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도시 공적 공간의 대표적인 기능도 시민들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도 달라지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조금식 다르다. 디지털 시대의 도시 공간에서는 근대 도시 공간의 특징인 엄격한 구획화가 사라진다. 근대사회에서 인간 활동은 장소에 따라 규정되며, 이로 인해 장소의 논리가 인간 활동의 본질을 규정하는 '공간적으로 고착된 시간(spatialized time)'이 사회생활의 주도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역으로 인간 활동의 본질이 장소를 규정하는 '일시적으로 형성된 공간(temporalized space)'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그렇지만 물리적 출석과 전자적 출석을 동시에 하다 보면, 즉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에 동시에 참석하다 보면 두 공간의 충돌이 발생한다. 우리의 삶에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동시에 필요하다. 공적 공간이 제 역할을 하려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하며,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질서가 지켜져야 한다. 좋은 도시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적절히 배치되고, 필요에 따라 양쪽 모두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4 디지털 기술과 도시 형태의 변화

 

01 도시의 해체?

 

도시의 분산화나 해체를 예측하는 학자들의 주장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가? 도시 해체 주장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1. 기존 도시 공간 구조의 관성과 그곳에 역사적으로 축적된 도시 시설의 존재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 2. 도시는 교통과 통신의 중심지지만 동시에 통제의 중심지이자 지식 생산의 중심지 기능도 수행해왔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쉽게 전송될 수 있지만, 모든 정보가 전송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속성과 그 생산과 이용 주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보통신 네트워크는 현실 공간에 뿔리내려야 하는 고정된 하부 시설이다. 정보통신 네트워크는 결코 균질적인 것이 아니며, 허브와 노드가 존재한다. 즉 정보통신 네트워크는 결절성과 계층성을 띤다. 다시 말해 정보통신 네트워크는 수요가 많고, 그로 인해 이익이 많이 생기는 곳에 설치된다. 그곳은 상당한 집적이 진행된 종전의 대도시 지역이다.

 

02 제조.사무 업무 입지의 변화

 

연구.개발에 있어서 주요한 입지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능력을 갖춘 노동력과 이 노동력이 그들의 창조적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 환경이다. 반면 물질적 생산을 담당하는 직접 생산 과정의 입지는 이와 다르다. 직접 생산 과정이 점점 단순화.표준화.자동화되면서 이를 담당하는 노동력에 별다른 숙련이나 훈련이 불필요해짐에 따라 이 과저은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지역이나 노동운동, 환경 규제 등이 미약한 곳을 찾아 입지한다. 사무 업무 활동의 입지도 변하고 있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단순하고 표준적인 사무 활동(이른바 'Back Office' 기능)이 비싼 토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까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사무 업무 중 핵심이 되는 업무는 정보통신망으로 대체될 수 없는 비공시적 대면 접촉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여전히 도시 중심부에 있다. 대도시 도심에는 각종 비공식적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인간관계망이 집접되어 정보의 일상적 교환이 가능하다. 또 대도시 도심은 새로운 물리적 하부구조인 디지털 정보통신망의 결절지기 때문에 세계 각지와 접속하는 것이 다른 곳에 비해 휠씬 용이하다. 결국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표준화.자동화된 직접 생산 기능이나 단순한 정보를 취급하는 사무 활동은 비용 절감을 위해 도시를 떠나 멀리 분산시키는 반면, 디지털화되지 않고 대면 접촉을 통해 정보를 교류할 필요가 있는 핵심 업무 기능은 여전히 대도시 도심에 집중된다.

 

03 유통.상업 입지와 형태의 변화

 

인간 교류의 중심지였던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서 물자와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시장이 반드시 물리적 장소를 의미할 필요가 없어졌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나타나는 두드러진 경향 가운데 하나는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들이 점점 무형화.탈물질화된다는 것이다. 무형화되지 않는 상품의 유통 방식도 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원격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도시의 유통.상업 공간의 입지와 그 형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종전의 상가도 나름의 변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교환이 사이버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나 똑같은 물건을 파는 곳은 온라인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맛있는 음식점이나 고급 옷가게 등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체험이 필요한 것은 여전히 전통적인 상가에 의존한다.

 

04 주거 입지와 형태의 변화

 

카스텔은 도시가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한 도시 안에서 사회적.문화적.공간적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을 '이중도시(sual city)'라는 개념으로 포착하면서 정보 기술의 발달이 이러한 이중도시를 촉직하는 붕정적 영향에 대해 경고한다.

 

5 디지털 시대 소통의 단절과 극복

 

01 농촌 공동체의 붕괴와 도시 공동체의 모색

 

도시는 그 본질 자체가 다수의 이질적인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다. 따라서 도시 공동체는 소수의 동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농촌의 공동체와 그 성격이 같을 수가 없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도시가 수행해온 역할의 중요성을 독특한 시각으로 강조해온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이들의 잦은 접촉이 도시 활력의 원천이라고 여겼다. 이질적인 시민들의 빈번한 접촉을 통한 인간적 유대의 강화가 도시에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가져오고, 이것이 사회적 자본이 되어 도시의 활력을 증대한다는 것이다.

 

02 가상 공동체의 가능성과 한계

 

우리의 사고와 경험에 지역성의 의미가 점차 탈색되는 것을 목격한 일부 학자들은 이로 인한 부정적 측면, 특히 장소성이나 장소감의 상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학자들이 있다. 바로 사이버공간에서 가상 공동체의 기능성을 주창하는 학자들이다. 가상 공동체 옹호자들은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범죄의 증가와 이에 비례하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의 증가, 인간 소외, 감시와 통제의 증가 등 현대 도시의 각종 사회병이 상황에서 가상 공동체가 이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즉 이들은 가상 공동체가 현실 세계에서 급속히 붕괴되는 지역에 기반한 공동체를 대체하는 민주적.참여적.개방적인 새로운 인간 교류와 소통의 영역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 대한 접근성의 차별, 참여자들의 익명성에 따른 무책임성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가상 공동체를 허구라고 보거나, 공동체의 외관만 갖춘 의사공동체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비판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이들은 사이버공간이 공동체보다 개인주의를 촉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보다는 종전 공동체가 해체되는 데 기여하며, 설령 공동체를 형성한다 해도 전통적인 공동체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이해관계의 공동체, 원자화된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람들이 사이버공간의 소통에 몰입할수록 대면 접촉에 대한 욕구와 현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도 가상 공동체 회의론자들이 주목하는 점이다.

 

03 디지털 분단과 도시의 분단

 

펀백과 톰슨은 누구나 자유롭게 가상 공동체에 참여하는 데는 3가지 장벽이 있다고 한다. 1. 컴퓨터를 구입하고 통신망에 가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2. 컴퓨터 통신망을 자율롭게 활용할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3. 컴퓨터 통신을 이용할 '여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인류 문명 이래 가장 빠르고 손쉽게 정보가 소통될 수 있는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의 시간 축에서, 사람들의 자유로운 교류와 문화적 개방성 등을 그 특징이자 존재 의의로 삼는 도시라는 공간 축에서 나타나는 소통의 단절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04 디지털 의존과 디지털 재앙

 

05 사회적 감시의 필요성과 사생활 침해

 

디지털 시대의 감시와 통제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06 디지털 시대 도시 공동체 회복의 과제

 

솔로몬은 바람직한 교통 체계는 다음과 같은 4A 를 갖춰야 한다고 한다. 즉 적당한 가격으로(Affordable),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Available),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Accessible), 이용자의 조건과 부합해야(acceptable) 한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