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난, 삽질 반대일세!!!)

용산참사 추모시 : 당신은 누군가 - 시인 손세실리아

바람과 술 2009. 3. 10. 16:31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운동권 근처에 얼씬거린 적 없고

정치권 주변을 기웃거린 적 없는

안일하고 겁 많은 소시민이며

여도 야도

진보도 우파도 아닌

나는 그냥 나다

한 푼의 세금도 체납한 적 없는 성실한 납세자이며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다

굳이 편을 가르자면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살고 싶은 중도온건파이며

상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사고하는

보통 사람이다

 

이렇듯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를

광장으로 불러내는 당신은 누군가

일상의 소소한 평화와 자유와 정의의 근간을

수시로 뒤흔들어놓는 당신은 누군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불태워 제물삼고도

국민의 안녕과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함이다

궤변으로 일관하는 당신은 대체 누군가

성난 민심을 불온세력으로

생존을 내건 합당한 저항을 테러로 간주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군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을 뻔뻔하게 지껄이는

당신은 누군가

존경은

타인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한다는 뜻이다

존경은 간사한 혓바닥에 있지 않고

심장에 있다 눈빛에 있다

그리하여 존경은 느낌인 거다

말이 필요치 않은 이심전심인 거다

당신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을 힘주어 외쳐댈 때마다

불행히도 나는 자꾸만 사기당한 기분이 든다

하여, 이는 진정한 존경이 아닌 거다

생존의 터전을 지키려다 불타 죽은 이웃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며

아비를 아들을 남편을 형제를 이웃을

동료를 친구를 지켜주지 못해 통곡하는 이들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다

말끝마다 모리배처럼 존경을 팔아먹는

당신은 누군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다수의 민주시민을

범법자로 규정 짓는 당신은 누군가

잘못을 잘못으로 시인하지 않고 발뺌만 하려드는

당신은 대관절 누군가

 

이제 그만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앞에

당신의 저의를 이실직고해야하지 않겠는가

무릎 꿇고 참회해야 하지 않겠는가

 

존경한다면

진실로 존경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