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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책에서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인가 - 최영준/전미선, 2017

바람과 술 2021. 1. 15. 21:25

1. 서론

 

공공정책은 증거기반정책 패러다임과 함께 더욱 정교해지고 발전하고 있다. 증거의 양과 질이 대폭 향상되면서 정책의 정당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국가적 정책이슈에 대한 갈등 역시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의 공과를 분석하면서 성공적인 숙의 및 합의과정을 도출하는 조건을 찾기 위해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될 것이다. 우선 합의 및 숙의와 관련된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기존의 숙의를 통한 합의의 도출 조건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하고자 한다. 이후 본 연구에서는 서로 대립되는 멘탈모델이 어떻게 합의에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하여 참여하는 이들의 대표성과 평등하고 공개되는 숙의 절차, 그리고 증거의 공동생산과 해석 및 채택과 환류의 중요성의 기반으로 하는 분석틀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숙의과정의 내적/외적 환류를 통해 숙의적 과정에 참여한 대표자와 소속 집단 및 일반 시민들 사이의 증거들이 소통하는 긍정적 선순환을 통해 합의의 결과에 대한 정당성과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논의

 

공공정책에서의 합의 및 숙의의 중요성과 관련 연구

 

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해당 사회 구성원들에게 정당성을 얼마나 획득하는지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실증주의적 관점에서는 파레토 효율성의 경제학적 접근으로 사회 후생 전체의 증가분에 따라 이러한 정책의 정당성을 산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증가로 여러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주의적 시각에서 간주관적 합의(intersubjective consensus)에 의한 정당성 확보는 정책의 성공을 위한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합의는 강제력에 의존하지 않는 갈등의 해소과정 또는 그 결과물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숙의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정책 수단의 찬/반의 이유에 대한 토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숙의는 이성적 논증(reason giving)을 수반하고 그 과정에서 행위자들이 자신의 선호나 의견을 전환하는 행태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숙의는 참여자 개인의 가치나 생각이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선호 전환적(perference transformative)인 특징이 존재하므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축소시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숙의와 합의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숙의는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충분조건의 하나로 상정할 수 있다. 

 

숙의의 개념적 특징을 공공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 적용한다면, 갈등 해결의 민주성과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높여 합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토론의 과정은 참여자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형성한다.  

 

숙의의 개념적 특징을 공공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 적용한다면, 갈등 해결의 민주성과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높여 합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토론의 과정은 참여자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형성한다는 숙의 과정이 복잡한 문제에 대하여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으며, 개별 선호가 보다 정제되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숙의를 통한 공공정책 결정은 행위자들 사이의 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숙의를 통한 합의'의 조건 검토

 

숙의적 과정을 통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째, 숙의적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대표성을 적절하게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째, 숙의적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대표성을 적절하게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안에 관련된 주체들을 포괄적이고 균형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정당한 위임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숙의적 과정은 평등하고 공개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숙의적 과정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은 참여자들의 권력관계에 취약하는 점이다. 숙의적 과정은 모든 권력이 동등하게 분배되어 있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권력이 더 있는 이에 의해서 최종 합의 내용이 결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여기서 권력은 실제 권력이 될 수도 있으며, 지식이나 전문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참여자들 간의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와 논쟁이 가능한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즉, 서로 논쟁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보가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분석틀로 사용하기에는 여전히 아래와 같은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참여자들의 인식이나 태도와 관련된 요인은 숙의를 위한 조건인지 결과인지에 대한 혼란이 존재한다. 둘째, 관련 요인들과 조건들이 다분히 나열적으로 제시된 경우가 많았다. 기존의 조건들은 다양한 이슈에 적용되는 설명의 도구로 활용되기보다는 단편적인 체크 리스트의 역할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므로 어떠한 제도적 틀 내에서 숙의적 과정을 통한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절차와 과정이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상대적으로 증거의 역할과 증거생산의 논의가 부족했다. 증거(evidence)는 어떤 믿음이나 명제가 사실인지 또는 타당한지를 보여주는 이용 가능한 정보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논의는 정보의 유무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증거의 질의 정도에 대한 탐색이 부족하였다. 마지막으로 국가적 차원의 합의절차를 고려할 때는 숙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의 내용과 결정이 어떻게 국가적으로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   

 

연구의 분석틀

 

숙의의 장은 행위자들이 조화롭게 공통된 이해관계를 도출해가는 화합의 공간이기 보다는 서로 다른 멘탈모델을 고수하는 행위자들이 경쟁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3. 숙의과정 분석

 

숙의적 과정의 구성 : 멘탈모델

 

일반적으로 연금개혁은 '재정 안전성'이라는 자유주의적 멘탈모델과 '노후소득보장론'이라는 멘탈모델 사이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두 멘탈모델은 문제의 해법을 넘어 문제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배적 멘탈모델에서는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가 문제의 핵심이었지만, 대항적 멘탈모델에서는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전체 공적연금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문제인식을 다른 주체들과 공유하면서 대항적 멘탈모델도 그 힘을 키워갔다.  

 

숙의적 과정의 진행

 

숙의적 과정의 내적/외적 환류

 

4. 결론

 

민주적 거버넌스의 중요성이나 증거의 공동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증거에 대한 강조가 없이 민주적 거버넌스에만 의존하거나 민주적 거버넌스 없이 증거에만 의존하는 전문가주의는 바람직한 사회적 합의를 생산하기 어렵다. 

 

본 사례가 설명한 바와 같이 숙의는 지난한 과정이며,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