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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 (비정규직노동자권리선언기획단)

바람과 술 2009. 3. 4. 18:14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선언문

 

모든 이에게는 노동할 권리가 있고, 그 노동 속에서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오히려 목숨을 내놓고 투쟁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노동을 해도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권리를 박탈당한 불안정한 노동 속에는 고통만이 가득하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노동할 권리 자체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평등하고 건강한 일자리는커녕, 모든 이에게 부여되고 실현되어야 할 노동의 권리는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의 반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가 내놓았던 '비정규직법'은 보호는커녕, 자본이 비정규직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구조조정,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외주화의 확산으로 이어져,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키고,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 한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시혜적으로 접근했던 시각은 비정규직법을 잘 개정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여, 비정규직법의 본질적 성격을 감추고 이 악법에 '보호'의 외피를 덧씌워 주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법이 보호법이라는 기만을 거부한다. 또 불안정 노동자들이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 보호받아야하는 존재로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 일자리, 내일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는 기간제 노동, 이중 착취에 의해 최저의 임금을 또 다시 포기해야 하는 파견.용역 노동이 모두에게 보장된 미래하면 저항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을 통해 스스로의 삶과 노동의 주체로, 투쟁의 주체로 당당히 설 것이다.

이 선언은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을 반복해야 하는 불안정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켜내며, 그 권리를 실천적으로 제기하고,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의 연대와, 비정규직을 일반화하고 노동의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비정규악법 폐기를 위해 실천할 것을 결의한다. 우리의 선언은 모든 불안정 노동자를 움직일 것이며,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움직일 것이다.

 

1장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

 

하나, 분할당하고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

 

모든 노동자들은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은 정규직,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차별받는 상태가 굳어지게 만들었고, 비정규직 법 이후에 고용형태는 더욱 세분화하고 위계화 되었다. 자본은 차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차별로 판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직무에 따라, 직군에 따라 분리시키고, 더 나아가 외주화 시키고 있다. 우리는 정규직-비정규직, 또 직접고용-간접고용, 무기계약직-기간제 고용 등으로 나뉘고 차별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차별을 양상하기만 하는 비정규직법상의  차별시정체도는 폐기되어야 하며,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가 근로기분법상 원칙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하나, 비정규악법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해고되지 않을 권리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주기적 해고를 낳고 있다. 2년 후 고용보장이라는 기간제법 조항은 2년 이내에 해고될 것을 의미하는 조항이 되었고, 2년 후 직접고용이라는 파견법 조항은 업체에서 업체로 떠돌아다니는 노동자들을 만들어냈다. 또한 필요한 사업에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도급, 하청, 용역계약 등으로 사용하는 원청업체들에 의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은 하청계약의 존속 여부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2년 후 고용보장으로 위장된 주기적 해고에 반대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자 않을 권리는 노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일상적, 주기적 해고가 아니라 상시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하나, 비정규악법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이 일반화되는 사회를 거부할 권리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일반화되고 있고 노동의 불안정성이 강화되고 있다. 일자리를 양산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최저임금 수준의 불안정한 일자리일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실업이냐, 아니면 비정규직 일자리냐의 선택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 불안정한 일자리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거부하며, 건강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한다. 그를 위해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비정규악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하나, 불안정 노동 철폐와 비정규악법 폐기를 위해 '스스로' 나서서 투쟁하고 연대할 권리

 

지금까지는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과 같은 기구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양 행세했고, 이제는 더 나아가서 노사 '민' 정합의기구를 만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회적 합의 속에 진정한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의 목소리는 없었다. 불안정 노동자는 스스로 발언하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며, 그 투쟁의 의미를 밝히는 주체이다. 불안정 노동자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불안정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로 규정짓고 대리하려고 하는 각종 기구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투쟁할 권리를 갖는다. 또한 불안정 노동자는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같은 사항을 가진 다른 노동자의 투쟁에 함께 연대하며 투쟁할 권리를 갖는다. 이 권리는 어떤 제한도 없이 돈전히 관철되어야 할 모든 노동자의 권리이며, 또한 의무이다.

 

하나, 죽지 않고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일터는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전한 일터 확보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자본은 비정규직과 영세한 사업장으로 위험 작업을 이관하는 것으로 피해를 다만 전가시키고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화의 위협으로 더 높은 강도의 노동을 감수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병들어 가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해고의 불안으로 제때 쉬지도 못하고, 병든 몸을 치료받을 권리조차 빼앗기고 있을 뿐더러, 산재보험 조차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 산재보험료까지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그것마저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시행하고 있다. 모든 노동하는 자에게 건강한 일터가 확보되어야 한다. 위험한 작업은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으로 피해를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안전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모든 노동하는 자에게 산재보험이 완전히 적용되어야 한다.

 

하나, 초과노동 없이 생활 가능한 임금을 받을 권리

 

모든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최악의 생활을 겨우 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어야 우리는 비로소 생활 가능한 임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불안으로 단결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자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은 필연적으로 낮은 노동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 뿐 아리나 간접고용으로 이중착취를 당하고, 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노동의 가치 저평가 등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활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임금 수준을 정하는 최저임금제도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으며 그 마저 삭감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최저임금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한다. 또한 장시간 노동으로, 야간노동으로 병들어 가며 겨우 턱걸이 생활임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초과노동 없는 생활임금 확보를 요구한다.

 

하나, 실질적인 사용자가 노동법상 책임을!

 

노동자를 고용하여 이윤을 얻는 사용자들은 노동자에 대하여 노동법과 사회보험상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하여 원청업체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파견노동자나 하청노동자와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를 위해 투쟁하면 재계약을 거부당하거나, 원청이 하청과 계약을 파기해 거리로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이윤을 얻는 자는 직접 고용했든, 간접 고용했든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원청 사용자가 사용자로서 당연히 책임을 질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노동하는 모든 이들에게 근로기준법, 사회보험 적용!

 

자기 노동을 이용하여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노동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합을 정한 근로기준법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도 사업체가 소규모하는 이유로 5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 책임의 일부를 면하게 해주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제한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는 자의 입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노동법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당연히 근로기분법상 사회보험이 적용되어야 하며, 4인 이하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도 노동법이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하나, 노동 3권을 온전하게 보장받을 권리  

 

모든 이들에게는 단결하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 노동자의 단결하고 행동할 권리가 노동3권이다. 그러나 노동3권은 업무방해에 불법파업이라는 미명 하에 그 온전한 실현이 가로막혀 있으며, 더더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해고를 무기로 하여 거의 전면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하여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면 파견, 용역 계약을 해지하여 일자리 자체를 빼앗아 버린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어김없이 복수노조 시비에 걸려 노동조합을 만들 때부터 갖은 암초에 좌절을 겪게 된다. 비정규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3권은 필수적인 것이며, 단결권, 교섭권, 행동권은 나뉘어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일체의 권리이다. 3권을 마치 나눌 수 있는 것인 양 일부를 부여하는 방식은 결국 노동권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노동3권은 누구에게나 온전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소수의 노동권을 억압하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하나,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권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건은 정치적 자유조차 제한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선거일에 투표 참여권을 사실상 빼앗기거나 과도한 노동을 강제 받아 정치적, 사회적 활동을 할 여유도 보장받지 못한다. 모든 노동자와 함께 불안정 노동자에게도 선거일에 쉴 권리가 있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해서 다양하게 시간을 보장받고,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나, 노동하지 못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생계를 보장받을 권리

 

노동은 모든 자의 권리이므로 사회는 모든 이가 노동을 통해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노동의 기회를 순간 얻었더라도 곧 박탈당하는 상황을 반복하며, 때론 장기적으로 노동의 권리를 박탈당하기도 하며, 장해나 장애로 인해 영구히 노동의 권리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노동의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요구된다. 그러나 노동하지 못하는 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인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독소조항을 안고 있으며, 최저생계비 현실화, 그리고 불안정 노동자의 생계의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고용고험제도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

 

권리선언자 행동 수칙 - 권리선언자는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악법 폐기를 위해 이렇게 행동합시다!

 

하나, 더 많은 선언자를 조직하자

 

권리선언자는 그 각각이 주변의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선언에 동의하는 이들을 조직하는 최초의 1인이 된다. 권리선언 해설 소책자와 선전물을 배포하고 다른 선언자들을 조직하는 것에서부터 권리선언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 권리선언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는 주체가 되자

 

권리선언자는 스스로의 행동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내는 주체가 된다. 자신이 선언자임을 드러내기 위한 표시물(뱃지)을 달고, 다른 이들에게도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모임과 각종 언론매체에 글과 사진, 영상을 싣는다. 권리선언의 내용을 가능한 모든 곳에 널리 알리며, 다양한 실천을 자기 스스로 조직하고 실행한다.

 

하나, 월 1회 행동하자

 

권리선언자는 월 1회 직접행동을 통해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알리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비정규악법을 폐기하기 위한 흐름에 동참한다.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월 1회 교육 참여, 집회 참여, 문화제 참여, 선전전 참여 등 다양한 행동에 한 가지 이상 참여하여 함께 한다.

 

하나, 투쟁하는 비정규직에게 연대하자

 

권리선언자는 투쟁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을 스스로, 혹은 조직하여 집단적으로 전개한다.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사용자에게 항의편지 쓰기, 농성장에 지지 방문하기, 여론 매체에 사안을 알려내기, 항의 1인 시위 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한다.

 

하나, 선언자 대회에 모여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직법에 맞서 싸우자

 

권리선언자는 12월 6일 권리선언자 대회에 참여한다. 10월 26일 전국 비정규노동자대회, 11월 전국노동자대회 등에 선언자로서 비정규직 철폐와 비정규악법 폐기를 주장하는 표현물을 가지고 참여한다.

 

하나, 자기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하자

 

권리선언자는 다른 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투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현장에서 비정규직이라면 혹은 비정규직이 함께 있다면 조직하고 투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