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허버트 J. 갠스, 강현두, 삼영사, 1998, (220220)

바람과 술 2022. 2. 20. 12:20

역자의 말

 

저자 서문

 

이 연구의 개념들은 사회학적인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가치적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① 대중문화는 다수의 사람들의 미감과 기타 욕구를 반영하고 표현한다(그렇기 때문에 대중문화는 단순한 상업적인 조작물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② 모든 사람은 그것이 고급한 문화든, 대중적인 문화든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문화를 가질 권리가 있다.

 

부분적인 비교연구를 통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차이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과장되어 왔고, 반면에 그 유사성은 또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어 왔음을 규명하여 본다. 즉 대중문화는 고급문화의 애용자가 같이 경제적·교육적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 많은 사람들에 의해 즐겨 선택된 취향문화의 하나라는 점에서 고급문화의 다를 것이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서 현대사회란, 특히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많은 취향문화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취향문화는 문학, 음악 등 스스로 고유한 예술형태를 갖고 잇고, 각기 고유한 심미적 기준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연구의 평가원칙을 따라서 다음의 택일할 두 가지 문화정책적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① '상향적 문화이동정책'으로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고급문화를 수용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교육적 조건을 갖춰주도록 하는 안이다. ② '하위문화 편성정책'으로 고급하건 저급하건 모든 취향문화들을 권장하여 모든 종류의 취향문화들이 다 같이 발전하게 된다. 특히 현재의 편성으로서는 매스미디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층의 취향문화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다.  

 

001. [대중문화와 취향문화]

 

002. -대중문화 비판론의 전망

 

대중문화 비판론의 재등장을 일으키게 한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실상 비판론의 존재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내용의 변화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지식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특히 지식인들이 사회에서 '기존질서의 지도적 위치'에 속하거나 속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들의 의식과 관련된다. 지금까지 대중문화 비판론의 등장을 보면, 지식인들이 권력이나 그 권력을 표현해 줄 수 있는 그들의 신분이 상실될 때 나타났으며, 그 권력이나 신분을 획득했을 때에는 점차적으로 사라졌다. 

 

003. -대중문화론의 주요 개념 정의

 

취향문화의 개념범위를 한정시키기 위해서 취향문화의 개념이 갖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뜻을 정리한다. 첫째, 취향문화를 여가문화 또는 자유시간의 문화로 국한시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문화의 여가적 가치란 비여가적 가치와 따로 떼어서 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너무 좁은 으미로 사용되는 결과가 된다. 둘째, 취향문화를 심미적 문화로서 국한시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심미적 가치와 실용가치의 구분에다 너무 그 뜻을 고착시키고 있는 감이 있다. 셋째, 취향문화를 선택문화의 뜻으로 규정짓는 것이다. 이를테면, 취향문화란 사람들이 골라서 선택하게 되는 여러 가치나 제도(문화)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화이다. 그렇지만, 정치적 태도나 활동 같은 것은 취향문화라고 하기 어렵다. 물론 취향이 정치적인 측면에 어떤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치행위가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취향문화로 볼 수 없다. 사람들의 정치적 가치가 경제적 입장이나 그 사람의 직업, 혹은 종교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한, 선택은 주어진 조건하의 상황에서 이미 제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사람들의 가치를 표현해 주는 구체적인 가시적 '산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선택이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넷째, 취향문화를 부분문화로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취향문화는 생활의 일부분에 필요한 가치와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고급문화 혹은 대중문화의 중독자들이나 일부 전문적인 문화창조자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취향문화는 생활전반에 걸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비록 취향문화가 부분성을 띤 문화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문화의 여타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취향문화의 가치가 그 문화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른 가치, 예컨대, 작업이나 가정생활에 대한 가치 등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부분문화로서 여러 가지 종류의 취향문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실은 미국과 같은 사회가 문화적으로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취향문화는 대부분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행문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실제 삶으로부터 표출된 실제생활문화가 아니고 오락물 속의 가공적 인물들이나 뉴스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의 행동방식을 그려주는 그런 문화를 보는 것이다. 대행문화와 생활문화의 관계, 예술과 생활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하다. 어떤 대는 이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모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양자가 서로 여러 가지로 영향을 주고받으로면서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004. [대중문화의 비판론]

 

현대의 대중문화 현상에 대한 현대적 비판론은 다음 네 가지 주제의 주장들이다. ① 대중문화 생산의 부정적 측면. 대중문화는 고급문화와는 달리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대중문화는 수용자에게 쾌락만을 주기 위해서 영리추구에만 마음을 두고 있는 기업인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② 고급문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대중문화는 고급문화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이로 인해 고급문화가 저속해진다. 또한 고급문화를 창조할 많은 재능있는 사람을 빼내감으로써 고급문화의 재능있는 자원을 고갈시킨다. ③ 대준문화 수용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대중문화 내용물의 수용이 가져오는 결가는 가장 좋은 의미라 하더라도 피상적인 만족을 가져다주는 정도이며, 가장 좋지 않은 의미는 수용자의 정서에 대단히 유해한 결과를 일으킨다. ④ 전체 사회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대중문화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파급되면, 문화, 문명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수동성을 조장하면 전체주의에 이르게 될 위험성을 가중시킨다. 수동적인 수용자는 독재자의 선동을 위한 대중설득 기술에 쉽게 말려들게 된다. 

 

005. -대중문화의 상업적 특성

 

대중문화가 생성되는 과정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이 상호관련이 있는 세 가지 점이 지적된다. 즉 대중문화는 영리추구를 위하여 조직된 기업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 또 이러한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대중에게 영합하는 동질적이고 규격화된 제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창작자를 대량생산 공정의 한 노동자로 전락시켜, 창작자 자신의 고유한 가치나 기량을 표현하는 것을 포기하게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점이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전체 수용자의 크기와 그 이질성에 있다 하겠다.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은 창작자 지향적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 비판론에 따르면 문화사용자들은 창작자들의 뜻에 따라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와 그 사용자 사이의 견해차는 있을 수 없으며, 문화를 창작자의 견해에 따라 다루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사용자들도 문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질 권리가 있는가, 또 이같은 문화사용자들의 견해가 문화창조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은 하나의 가치적 문제이다. 더 나아가서, 대중문화 창작자들이 수용자의 견해를 외면할 수 있는 자유가 그렇게 제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고급문화 창작자들의 자유도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한한 것만은 아니다.  

 

006. -대중문화가 고급문화에 주는 위협

 

문화의 저속화에 대한 비난을 옳게 이해하려면, 창작자 개인에 미치는 영향과 전체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구별해야만 한다. 고급문화 창작자들은 그들의 작품이 변질되는 것을 보면 분명히 고통스럽겠지만, 그 점은 대중문화 창작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고급문화 창작자들만이 그들 문화의 변질을 문화의 저속화라고 부르고 있을 뿐 대중문화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다. 문화의 차용이 반드시 고급문화 자체의 저속화를 가져오게 된다든지, 그 생명력을 감소시킨다든지 하는 데 대한 실증적 증거는 아직 없다. 여전히 고급문화는 계속해서 창조되고 잇으며, 이전에 만든 그의 창작품이 대중문화에 의해 취해졌다 해도 그 때문에 고급문화의 창조자들이 자신의 창조작업을 그만두게 되리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007. -대중문화가 수용자에 미치는 영향

 

광고의 호소력이 강한 효과를 일으킨 것은 사람들이 본래 그 광고의 상품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 광고 자체가 전적으로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008. -대중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해독

 

009. -대중문화 비판론의 근거와 편견

 

010.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비교분석]

 

011. -취향문화와 공중

 

012. -취향공중의 구분과 그 문화

 

013. -청년문화, 인종문화

 

014. _취향공중과 취향문화의 사회구조

 

015. [취향문화와 그 공중의 평가론]

 

취향문화에 대한 평가행위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사적 평가는 자신의 사생활을 위한 개인적 선택하고 공적 평가는 사회의 공공복리를 고려해서 내리는 공적인 선택이며, 더 나아가서 이것은 국가의 공공정책의 입안을 목표로 내리는 선택인 것이다. 때문에 이 두 가지의 평가행위는 자연히 서로 다른 별개의 평가작업이라 하겠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대중문화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바로 그런 오류를 범해 왔다. 즉, 비판론자들은 자신의 사적인 평가를 공적인 정책주장으로 그래로 옮겨놓았으며,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사적 평가들을 아예 외면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취향문화를 몰아내고자 했다. 그리하여 비판론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수준에서 생활할 것을, 그리고 그들의 고급문화를 수용할 것을 요구하여 왔다.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이제 모든 문화의 취향수준들을 동시에 고려해 넣는 새로운 문화의 공적 평가의 이론을 정립하고자 한다. 이같은 문화의 공적 평가이론은 다음의 두 가지 문제를 밝히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시 말해서, 좋은 취향문화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취향문화란 어떤 문화인가 하는 문제와, 좋은 공중이라든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공중이란 어떤 공중인가 하는 두 가지 문제를 우선 검토하면서, 새로운 평가이론을 전개하고자 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취향문화라면 최소한 다음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첫째, 그 취향문화는 그 문화수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그들의 요구가 표현되는 내용의 문화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용자가 희구하는 심미적 만족, 정보, 오락 등의 내용을 제공하는 문화이어야만 바람직한 취향문화인 것이다. 둘째, 바람직한 취향문화는 그 문화의 창조자들에게 물질적으로나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창조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창조자들은 한 문화의 창조에 기여해 보겠다는 동기를 갖고 문화창조에 기여할 것을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하며, 문화창조에 기여할 창작이 또한 창조자로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내용과도 부합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문화를 수용하는 사람이 바라는 문화내용이어야 한다. 셋째로 좋은 취향문화는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해로운 것이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문화의 사용자나 창조자에게, 또는 사회의 여타 부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문화이어야 한다. 

 

016. -취향문화와 공중에 대한 두 가지 가치적 판단

 

사람들의 문화적 선택에 대한 평가는 선택하는 문화내용만을 가지고는 올바르게 내릴 수 없으며, 그 선택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이른바 심미적 보상의 증가분과 비교해야 한다. 이 심미적 보상의 증가분이란, 사람들이 어떤 문화내용을 선택, 수용함으로써 이 문화가 그들의 기존 경험에 얼마만큼 새롭게 더 보탬이 되고 있는가, 또 그들이 자기실현을 하고자 기울였던 노력에 얼마만큼 새로운 보탬이 되고 있는가 하는 '보탬의 증가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연구가 공공정책으로서 제시하고자 하는 두 가지의 대안적 정책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적 상향이동의 정책이다. 즉 모든 사람들이 (국민 모두가) 더 고급한 취향문화를 선택, 수용하도록 하는 안인데, 이를 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더 높은 교육·사회·경제적 수준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가 이와 같은 향상을 위한 기회를 줌으로써 문화적으로 상향이동을 가능케 하는 공공 정책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둘째, 문화적 다원정책이다. 이것은 사회에 현존하는 모든 취향공중문화들이 바라는 문화적 요구와 그들 수준에 맞는 여러 층의 문화내용들을 균형있게 창조,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다. 

 

017. _문화적 상향이동 정책

 

문화적 상향이동 정책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그대로는 채택되기 어려운 정책이라 하겠다. 첫째, 모든 사람들의 경제 및 교육 수준을 중상급계층의 것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확실히 불가능한 것이다. 둘째, 상향적 문화이동 정책은 수입구조나 교육기회 구조에 대한 상당한 사회적 재개편이 필요하다. 결국 문화의 상향이동보다는 경제적 평등주의에 보다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 공공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018. -문화적 다원주의와 하위문화의 편성정책

 

문화적 상향이동 정책의 대안으로 미적 감각의 상대주의적 개념과 문화적 다원주의의 일반론에 근거한, 또 하나의 바람직한 문화정책을 제의한다. 이 정책은 각 취향공중들의 상이한 구체적인 문화기준들을 모두 표현해 주고 만족시키는 문화내용을 창조한다. 이러한 문화정책을 하위문화 편성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하위문화 편성정책이 시행될 때 문화수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문화내용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정책은 사람들의 심미적 만족감이나 기타의 만족감을 더욱 증가시켜 줄 수 있는 문화정책이 될 것이다. 더욱이 하위문화 편성정책은 문화적 다원성을 더욱 높여주어, 그 사회의 전체문화를, 그것이 고급하든 저급하든 간에 더욱 발전시키고 풍부하게 해줄 수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을 통해서 현재 매스미디어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는 소외된 일부 취향공중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어디 있는 가를 알아내어, 이들에게 자신들의 취향문화를 좀더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주며 문화혜택을 균등하게 누릴 수 있게 한다. 

 

하위문화 편성정책은 창작자와 수용자 간에 있었던 기존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현재의 편성의 경우 창작자는 여러 취향문화들을 다 같이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내용을 창작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하위 문화 편성정책에에 따르게 되면 모든 창작자들은 좀더 세분화된 취향문화 중에서 별도의 구체적인 한 문화만을 위해서, 또 그 취향문화를 통해서 창작해서 창작을 하게 된다. 이때 이 작품의 공중은 그 창작자와 심미적 기준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 창작자들이 갖고 있었던 소외감 같은 것은 크게 줄어든다. 

 

019. -하위문화 편성정책의 찬반론

 

하위문화 편성의 정책론을 좀더 발전시키기 위해 이 이론에 대한 반론으로 예상되는 일곱 가지 문제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하위문화 편성론은 국민들에게 고급문화를 수용하도록 권장하지 않고 오히려 열등한 문화내용만 공급해 주는 문화정책론으로 될 수 있다고 보는 반대주장이다. 둘째, 하위문화 편성론은 국민이 문화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필요'에 따른 문화내용을 공급하기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것'에 영합하는 문화내용만 공급해 주는 문화정책이며, 따라서 현재의 매스미디어가 저지르고 있는 수용자에게 영합하는 행위를 정당화시켜 주는 이론이라고 비판하는 반론을 생각할 수 있다. 셋째, 하위문화 편성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내용물이나 모든 사람들이 문화를 통해 보편적으로 추구하거나 개인적으로 이룩하려고 하는 목표달성을 저해하는 내용물을 만들어내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넷째, 하위문화 편성은 각 취향공중 자신들의 심미적 기준에 맞는 문화를 선택케 하는 수용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서 창작지향의 문화보다 사용지향의 문화의 정당성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그 결과 창작자 지향 문화의 중요성을 부차적으로 보게 되는 정책이라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다섯째, 하위문화 편성이 전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서 다루지 않고 구체적인 여러 취향공중들로 나누어 개별문화와 궁중들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회계층에 따르는 사회적 위계와 인종적 차별을 문화에까지 확산시키게 되며, 또 취향위계를 고착화시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들어 비판할 수 있다. 여섯째, 문화편성 매스미디어가 갖는 사회결합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일곱번째, 하위문화 편성은 각 취향공중의 수준에 적용되는 정보나 여타 정보내용을 제공하는 것이며, 그 결과 현재의 하급 취향공중에게 흔히 공급되는 피상적인 정보내용을 더 많이 양산하여 이를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것이다. 

 

020. -하위문화 편성론의 실제

 

이론적으로 하위문화 편성정책을 시행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① 모든 중요한 취향공중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심미적 기준들이 우선 밝혀져야 한다. ② 현재 취향기준에 맞는 문화내용을 잘 공급받지 못하고 있어 소외된 취향공중이 이 중에 어떤 사람들인지가 밝혀져야 한다. ③ 이에 필요한 문화내용이 창조되어야 한다. 

 

021. -문화적 다원주의를 향한 전망

 

문화적 다원주의를 더 강력히 실현시키도록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문화의 사용자들로부터 나온다고 하겠다. 그래서 여러 소수인종이나 민족집단, 여성, 청소년, 노동자집단, 기타 사회적으로 소외받았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신분이나 주체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또한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그 문화의 창조를 강력히 밀고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이들은 경제적으로 너무나 박탈되어 온 계층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로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더 좋은 직업과 더 좋은 보수가 문화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 빈민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하위문화 편성을 실현시키도록 구매력을 통한 상업적 압력이나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하위 문화 편성을 실행에 옮겨야 할 만큼 다른 어떤 것보다도 '문화'가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는 시간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