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예술개념의 역사], W 타타르키비츠, 김채현, 열화당, 1986, (220221)

바람과 술 2022. 2. 21. 10:24

도판 = 9

 

1. 초기의 예술개념 = 25

 

'예술(art)'이라는 말은 라틴어 '아르스(ars)'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아르스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e)'를 직역한 것이다. 하지만, 테크네와 아르스가 오늘날의 예술(아트)이 의미하는 것과 동일한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고대와 중세 때에 이해된 그대로의 예술은 오늘날 쓰이는 것보다 그 폭이 훨씬 너르다. 그러한 예술개념은 미술뿐만 아니라 수공예품까지도 포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림그리기는 양복짓기와 똑같은 정도로 예술이었던 것이다. 솜씨있는 제작품만 예술로 지칭된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도 제작 솜씨, 법식에 정통하는 일, 노련한 지식도 예술로 지칭되었다. 중세 때, 영역 규정이 가하여지지 않았던 보다 광범한 아르스는 엄정히 말해서 보다 완벽한 종류의 아트, 즉 자율적인 예술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자율적인 예술에 속하는 것은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학, 기하학, 천문학, 그리고 음악 등 오로지 과학에 해당되는 일곱 가지였다(여기서 음악은 화성이론, 음악학으로 통용되는 것을 말함). 오늘날 우리가 '예술'로 지칭하는 그런 아트가 옛날에는 기술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바로 그런 연유에서 기술학과의 명단에도 좀체로 수록될 수 없을이만큼 중요시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2. 근대에 있어 예술개념의 변천 = 30

 

고대에 성립된 예술개념들의 체계는 르네상스 때로 통용되면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어떤 변천의 역사가 개시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가장 널리 통용되는 옛날의 예술개념에 있어 두 가지 사태가 벌어졌다. 첫째로, 공예와 과학이 예술의 범위에서 삭제되면서 시가 예술의 범위에 들게 되었다. 둘째로, 공예와 과학이 떨어져나감에 따라 예술로 남게 된 것들은 긴밀한 단일체를 이룩함과 동시에 솜씨, 기능, 인간적, 산물로 이루어진 별도의 부류를 형성하게 된다. 

 

미술(앞에서 말한 훌륭한 기술, fine arts)을 공예와 분리시키는 일은 당시의 사회적 상황, 즉 자신들의 지위를 높이려는 미술가들의 경향으로 인해 촉진되었다. 르네상스 때에 미는 보다 높게 가치가 매겨지기 시작하였으며, 생활 내에서 고대에는 맡지도 못하였던 역할을 행사하기 시작하였고, 화가, 조각가, 건축가라는 미술제작자들은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다. 여하튼 간에 그들 미술제작자들은 공예가보다 더 우월한 사람으로 자처하였으며, 공예가들과 동등하다는 통념을 파기하고 싶어하였다. 그보다 한결 어려웠던 것은 미술을 과학에서 분리시키는 일이었다. 이런 일에 대한 장애물은 바로 화가와 조각가들이 야심이었다. 예술가냐 학자냐 어느 쪽으로 대우받을 것인가 하는 선택 문제에 직면하자 그들은 학자 쪽을 택하였다. 그 까닭은 당시 학자들의 사회적인 지위가 예술가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3. 파인아츠 = 35

 

예술개념이 진화하여 온 것을 돌이켜보면서 우리는 그러한 진화가 당연하며 필연적인 것이라고 지적할 것이다. 단지 우리는 예술개념이 오늘날의 형태로 되기까지에 그토록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였던가고 놀아와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동안에 다소간 기묘한 일이 일어났는데, 고대-중세적인 예술개념(진화의 출발점)은 투박하게 세련되지 않은 것이었지만, 명료하였기에 단순하며 정확한 정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던 반면에, 진화의 종착점인 오늘날의 예술개념은 고대-중세의 것보다 범위가 좁고, 보기에 따라서는 한결 잘 정의된 것이겠지만, 사실은 정의되지 않은 것이며 정의를 회피한다. 이 사실은 오늘날의 사전과 백과사전을 보면 수긍이 가는 일인데, 어느 사전이든 정의를 부여하길 회피하거나 옛날의 정의를 고수하고 있다. '어떤 생각을 실현시키려고 특수한 수단과 합리적인 인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라투스사전의 예술정의는 고대의 예술개념을 가리키는 것이지 오늘날의 예술 개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예술개념이 그 후에 진화해 온 것과 보조를 맞추어 좁혀 보면서 어느 사전이든 18세기적인 풍조에서 예술을 미의 보조물로 서술하고 있다. 

 

결국 1750년을 전후해서 옛 개념은 근대적인 개념에 자리를 내 주고 말았으니, 이제 예술은 미의 산물을 뜻하게 되었다. 고대의 개념이 획득하였던 것에 버금가는 보편적 대중성을 이 근대의 개념도 획득하였다. 

 

4. 예술의 범위에 대한 새로운 논점들 = 46

 

근대의 예술관념이 적용되는 테두리로서 서로 상이하면서도 때로는 모순되는 해석 영역을 다음과 같이 최소한 다섯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자유방임적인 예술해석의 경향(여기에는 바뜨가 열거한 일곱 가지 예술 이외에 사진과 영화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기계적, 실용적 예술과 응용예술이 포함된다)과 일정한 예술론이 ('순수 형식'에다 국한시키는데)이 양극단에서 자리잡고 있다. ② 몇몇 경우는 예술개념은, 시각예술은 물론 음악과 시 그리고 문학 일반까지 포함한다. 또다른 경우에 있어 예술개념은 시각예술에만 국한되고 있다. ③ 어떤 물품의 제작자의 목적이나 목적달성 그 어느 쪽이 고려되느냐에 따라 그 물품은 예술작품 아니면 비예술로 간주될 것이다. ④ 어떤 맥락에서 '아트'란 말은 특수한 솜씨를, 또다른 맥락에서는 숙달된 활동의 산물을 뜻한다. ⑤ '아트'란 말은 일반적인 의미와 많은 특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예술 전체를 뜻할 수도 있고, 수많은 형식이 개개의 예술을 뜻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회화, 조각, 음악 등과 같은 여느 특정 예술을 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영역은 애매모호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얼핏보아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골치아픈 영역들은 아니다.

 

오늘날의 예술개념은 추상화, 전자음악 그리고 반소설처럼 옛날 예술이 새로운 형식으로 된 것도 합류시키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예술개념은 저급한 문화와 의사소통 매체 속으로 흠뻑 젖어들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해서 내릴 예술정의는 이 광범하며 잡다하게 뒤섞인 영역 전체를 포괄하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5. 예술개념에 대한 논점들 = 52

 

예술은 미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하는 예술정의와 이 정의를 보충하여 예술은 자연을 모방한다는 보충적인 예술정의는 현대가 전수받은 유산이다. 그러나 그 어느 정의도 실질적으로는 적합하지 못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으며, 이런 사정으로 해서 보다 훌륭한 새로운 정의들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촉발되었다.

 

논쟁이 야기되는 지점은, 예술을 다른 종류의 의도적인 인간 활동과 구분짓는 것이 무엇인지, 달리 말해 예술이 다른 것과 구분되게 하는 종차가 무엇인지 하는 점이다.

① 예술을 다른 것과 차이나게 하는 예술 자체의 특징은 예술이 미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이런 고전적인 예술정의는 18세기에 확립되어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수되었다. 그러나 미라는 것은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② 예술을 다른 것과 차이나게 하는 예술 자체의 특징은 예술이 현실을 재현하거나 재생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이런 식의 예술정의는 통상적으로, 예술은 현실을 모방한다는 형태를 취하였다. 명백히 드러나지만 이런 정의는 모든 예술에 대해 적용될 수는 없고 오로지 회화, 조각 혹은 시 같은 모방적인 예술에만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앞서 미에서 드러났던 애매모호성은 모방개념에서도 드러난바, 숱하게 상이한 의미를 모방개념에서 짚어낼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아 이런 식의 예술정의가 아주 인기를 누리긴 했지만 역사적인 과거의 유물 이상으로 존재하기는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③ 예술을 다른 것과 차이나게 하는 예술 자체의 특징은 형식의 참조라는 점이다. 예술은 사물을 형태지우는 것이거나 달리 말해서 조성해내는 것이다. 예술은 물질과 정신에 형식을 부여한다. 가령 형식이 예술 특유의 특징이라면 그런 형식은 아무것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굳이 순수한 형식일 필요도 없다. 여느 형식이든 그에 의존하는 예술정의는 지나치게 너른 것으로 드러난다. 또한 순수 형식에 의존하는 예술정의는 지나치게 좁은 것으로 드러난다. 그 까닭은 예술작품만이 형식을 지닌 유일한 사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④ 예술을 다른 것과 차이나게 하는 예술 자체의 특징은 표현이다. 이 정의에 이르게 우리는 이제 작가의 활동에서 작가 활동의 동인에로 관심이 옮겨지며 예술가의 의도에 관심의 초점을 모으게 된다. 다른 정의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표현을 통한 정의에서도 해묵은 애매모호성이라는 난점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으나, 표현이라는 용어의 '가장 일반적인' 뜻을 적용한다 하여도 예술 정의는 여전히 '지나치게 협소할' 뿐이라는 차이는 있다. 왜냐하면 표현은 오로지 몇몇 예술 유파들의 목적하는 바이어서 모든 예술의 독자적인 특징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⑤ 예술을 다른 것과 차이나게 하는 예술 자체의 특징은 예술이 미적경험을 산출한다는 점이다. 이 정의는 미에서 예술 고유의 특성을 찾는 정의와 흡사하다. 그런데 이 정의 역시 앞서의 것들과 똑같은 난점을 지니고 있다. '미적경험'이라는 용어는 '미'라는 말보다 더 명료하지도 않으며 또 모호한 구석이 덜 한 것도 아니다. 이 정의가 나타내는 그대로, 이 정의는 명백히 지나치게 너른데, 왜냐하면 미적경험은 예술 이외의 여타의 사물에 의해서도 산출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⑥ 예술을 다른 것과 차이나게 하는 예술 자체의 특징은 예술이 충격을 낳는다는 점이다. 이 정의 역시 예술이 수용자에게 가하는 효과를 고려하지만, 그러나 그런 효과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앞의 정의에서 예술은 차분한 정서에서 황홀경에 이르기까지의 너른 범위의 경험을 산출하는 것인 반면에, 이 정의에서는 그러한 범위가 황홀경에서 충격에로까지 확장될 것이 요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의는 다른 부류의 몇몇 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으나, 특히 보통 고전적인 예술로 지칭되는 것들과는 심히 불화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6. 예술정의의 거부 = 63

 

예술정의는 거부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예술을 어떻게 정확하게 정의해 보려는 시도들을 모두 무시하는 용어들이 통용되고 있다고 일반적인 관찰 사실에서 연유하는 특별한 케이스로 부각되었다. 

 

7. 한 가지 대안(對案) - 예술정의 = 67

 

예술에는 서로 다른 기능들이 많이 있다. 

 

8. 대안적 예술정의와 관련 이론들 = 77

 

우리가 예술 현상을 따로 격리시키는 데 성공하였다면, 남은 과제는 그런 현상을 설명해내는 일이다.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비교적 간단한 해답들이 수세기 동안 내려져 왔으며 그 중에서 특히 다음의 세 가지가 눈에 뛴다. 첫째로, 이상의 모방, 조성, 표현은 각기 인간의 '자연스러 충동'이자 욕구이다. 그런 결과 예술이 갖는 이상의 기능들은 여타의 목표나 원인을 증거로 제시할 필요가 없다. 둘째로, 이상의 활동들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는데, 그 목표란 다음과 같이 아주 단순한 것이다. 세번째로 나오는 것은 '예술에 대한 무지'를 용인하는 해답이다. 다분히 회의주의적인 성격의 것이다.  

 

9. 오늘날의 상황 = 80

 

역자 후기 =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