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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제와 한국 영화산업(1998)-삼성경제연구소(김휴종)

바람과 술 2009. 4. 19. 20:00

* 자료의 전문은 삼성경제연구소 http://www.seri.org/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문화산업과 미국의 전략

 

21세기 문화산업의 의미

 

21세기는 소프트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소프트시대의 핵심은 문화. 20세기까지는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인하여 소프트 상품은 부수적으로 발전. 21세기에는 이와 같은 관계가 역전되어 소프트산업이 하드산업을 지배. 궁극적으로 정적문화에서 동적문화로 변함. 경제가 문화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시대에서 문화가 국부를 창출하는 시대로의 전환.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창의성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가 창출. 단선적인 유통경로를 가지고 있는 하드상품과는 달리 다양한 윈도우 기능이 접목되어 하류(downstream)로 갈수록 무한한 수요가 창출. 수요자가 원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함유.

 

문화전쟁

 

선진 국가의 경우 현재와 같은 문화산업 독점권을 다음 세기로 연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함. 세계 미디어업계는 미디어의 특정 영역 혹은 전 미디어 영역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편 중. 글로벌 기업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자국내 시장에서 전영역에 독점적 위치를 갖는 Local Major 기업이 되거나 혹은 특정영역에서 강점을 갖는 Local Minor로 존재.

 

미국의 전략

 

미국은 자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6대 글로벌 디미어(타임워너, 디즈니, 바이아컴, News Corp, 소니, 시그램)들을 중심으로 기존 문화상품 제작사들의 거대화, 혹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 전체를 각각의 네트워크 안으로 편성하려는 계획을 진행. 미디어 산업 전영역에 걸쳐 수직 계열화 구축. 6대 기업이 세계 엔터테인먼트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며 미디어산업의 변화를 주도. 영화산업의 경우 6대 메이저 그룹이 전세계 극장시장의 80%를 장악. 위성 등 다채널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전세계적인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을 추진.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 간에도 리스크 분산과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제휴가 활발함. 특히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위성방송, 블럭버스터 영화 등)이나 지역시장 개쳑에 있어서 합작.프로그램 상호 공급 등의 방법으로 제휴. 미국은 이와 같은 세계 시장 독점화 전략의 완성을 위해 문화상품의 국제간 자유무역을 지속적으로 추진. 

 

2.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

 

한국 영화산업의 시장상황

 

한국의 영화시장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그 규모가 감소해 1997년 현재 입장객수는 4천7백만 명을 약간 웃돌고 있음. 국민 1인당 평균 관람횟수는 1960년대의 5회 이상에서 급격히 감소하여 1997년 현재 1회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음. 입장수입은 1997년 현재 2,384억 원임. 입장인원수 기준 한국 영화시장 중에서 우리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현재 25.5%를 보이고 있으며 1993년 이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음. 특히 1987년 외국영화의 직배가 허용된 이후 이러한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져 1993년에는 우리 영화의 점유율이 15.9%까지 하락함. 1994년 이후 영상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다양한 접근. 영상산업에의 우수 인재 유입, 그리고 스크린쿼터감시단의 활동으로 우리영화의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임.1980년대 들어 우리 영화는 1989년, 90년, 91년에 계속 100편 이상의 제작이 이루어진 후 감소하는 추세이며 1997년에는 최초로 60편 미만인 59편이 제작되었음. 외국 영화의 수입편수는 1987년 직배가 허용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997년에는 431편이 수입되었음. 상영영화의 편당 평균 입장객수를 보면 한국영화의 경우 1997년 205,423명을 기록하여 123,345명의 외화 평균 편당 입장객수보다 높음. 직배가 허용된 1987년 이후 1992년까지는 우리 영화의 편당 평균 입장객수가 외화보다 작았으나 1993년부터 역전됨.특히 1997년에는 최초로 우리 영화의 편당 평균 입장객수가 20만 명을 돌파함. 외화의 경우 직배 허용 이후 상영편수의 급증으로 편당 평균 입장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으며 1997년에 완만한 회복세를 기록함. 

 

스크린쿼터제

 

실제적인 스크린쿼터제의 집행은 1993년 스크린쿼터감시단이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한 이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함. 1993년 이후 스크린쿼터감시단의 활동 시작으로 우리 영화 의무상영일수의 준수가 상당한 수준으로 제고됨. 

 

3. 외국의 사례와 시사점

 

스크린쿼터제와 국제교역

 

스크린쿼터제는 GATT 규정과 OECD 자유화 규약에서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있음. 최근 스크린쿼터제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미국도 캐나다와의 FTA에서는 광범위하게 문화산업을 협정적용대상으로부터 배제하고 있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의한 GATS 체결에 있어서도 스크린쿼터를 포함한 문화산업 보호장치의 철폐를 완벽하게 관철시키지 못한 미국은 개별국가와의 양자투자협정(BIT)을 통해 이의 철폐를 개별국가에게 요구함. 미국은 영화산업이 의미를 갖고 있는 다른 국가와의 교섭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그 첫 협정 대상인 한국에게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임. 

 

외국의 스크린쿼터제

 

현재 한국 외에 세계에서 명시적으로 스크린쿼터제가 존재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파키스탄, 중국 등 10여 개국 정도임.

 

멕시코의 사례와 시사점

 

1994년 1월 1일 미국과의 NAFTA 체결로 스크린쿼터제는 유명무실해졌으며 이로 인해 영화산업이 급격히 붕괴됨. 1998년 멕시코 영화 제작편수는 10편에 불과하여 사실상 영화산업이 붕괴 되었음. 영화산업의 사실상 몰락 위기에 직면한 멕시코 정부는 1998년 4월 23일 스크린쿼터제의 재도입을 골자로하는 연방 영화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 멕시코의 사례는 스크린쿼터제의 일방적인 폐지가 얼마만한 결과를 유발하는 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줌. 10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하던 멕시코의 영화산업이 10여년만에 붕괴 위기에 직면함.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후 스크린쿼터제를 재도입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으나 그 결과는 의문시되며 따라서 일단 붕괴된 영화산업을 다시 복고하는 것은 엄청난 어려움이 수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4. 스크린쿼터제 폐지/축소의 영향 예측

 

스크린쿼터제를 전면 폐지할 경우

 

현재 총 146일(실제적으로는 106일)인 스크린쿼터제를 전면 폐지할 경우 한국 영화는 배급의 어려움으로 5년 이내에 점유율 5% 미만으로 붕괴할 것이 예상됨. 스크린쿼터제의 폐지가 한국영화의 붕괴를 초래하는 과정에서의 키워드는 배급라인의 붕괴임. 이는 경제학적으로 극장주들의 반복게임(repeated game)하에서의 이윤극대화 행위로 설명되어질 수 있음. 즉 아주 흥행성이 뛰어난 한국영화를 상영하고 직배사의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는 경우 단기간에는 극장주의 이윤이 증가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즉 게임이 반복되는 경우) 직배사의 배급 거부로 극장주의 이윤은 급격히 감소함. 결국 흥행성이 뛰어난 우리 영화의지속적인 공급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하에서 대부분의 극장주들은 우리 영화에 등을 돌리고 직배사의 시장 장악력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음. 스크린쿼터제가 폐지된 상태에서 다른 우리 영화진흥책은 의미가 없어짐. 우리 영화산업이 붕괴하면 영화의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과 상영 모든 과정에서 미국 메이저 영화의 직배사들은 거의 독점적인 협상력(bargaining power)를 차지하게 됨. 배급라인을 장악당한 상태에서 극장주들도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영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됨. 특히 최근 대두되고 있는 미국의 5억불 멀티플렉스 투자건은 상영부문마저 장악함으로써 이러한 시장장악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임. 이렇게 되면 우리 극장들의 협상력은 더욱 악화되고 결국 상영부문까지 붕괴될 가능성이 있음. 결국 스크린쿼터제의 폐지는 단순히 우리 영하시장의 일부를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화산업 전체의 포기이며, 나아가 다음 세기 최대의 산업으로 부각되는 문화산업을 포기하는 것임.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할 경우

 

의무일수 단축은 우리 영화계의 제작의욕을 위축시켜 제작편수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지속적인 우리 영화 붕괴를 촉발시킬 것임. 의무상영일수 단축->제작편수 감소->의무상영일수 단축 추가 요구->의무상영일수 추가 단축->제작편수 추가 감소-> ... ->우리 영화의 붕괴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