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후 예고된 재앙], 알마, 2009, (110212).

바람과 술 2011. 2. 1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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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_과학, 세계관의 중심에 서다


지구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은 전보 덕분이다. 1854년 크림전쟁 와중에 프랑스 함대가 폭풍우를 만나 침몰하자 사람들은 기상 예측이 중요함을 비로소 이해했다. 더군다나 이때 프랑스 함대를 덮친 폭풍우는 예측할 수 있었다는 사실마저 밝혀졌다. 결국 나폴레옹 3세는 기상 관측 네트워크를 설립할 것을 명령했고, 천문학 위르벵 르 베링가 주도하여 세운 이 네트워크는 세계기상기구(WMO)의 지도 아래 전 세계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과학 지식이 전진하는 것과 인간이 환경에 점점 더 큰 영향을 가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1장_기후 모니터링: 미래 기후에 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지구를 본격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측정방법이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으며 많은 관측 시스템이 도입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이제 막 해당 연구소에 전달되었을 뿐인 그 엄청난 양의 정보를 분석하는 것은 두 가지 요소의 제한을 받는다. 첫째, 시간적 거리 두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그 같은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후 시스템을 이끄는 것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지구 중심에서 나오는 지열은 대체로 부차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대양저나 대형 빙하의 바닥에서만 그 존재가 느껴질 뿐이다. 지구 전체의 열평형이 유지되려면 지구의 유지-대양-대기 시스템이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의 양과 정확히 동일한 양의 복사에너지를 배출해야 한다. 이 같은 지구복사는 적외선 영역에서 배출된다. 평균적으로 남위 30도와 북위 30도 사이의 저위도 지방은 태양복사의 흡수량이 지구 적외선 복사의 배출량보다 많아 에너지 과잉 상태며 고위도 지방에서는 반대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 불균형은 대기와 해양이 적도에서 양극지방을 향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운반함으로써 상쇄된다. 이러한 에너지 제약 말고도 대기 순환과 해양 순환의 조건이 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이 순환들이 회전하는 구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지구 자전은 해양에도 본질저긴 과정들을 초래한다. 


대기 순환 수치 모델화의 선구자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영국의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을 거론한다. 리처드슨은 1920년에서 1922년경, 몇 시간 후나 며칠 후의 대기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유체역학 방정식과 일련의 대기 측정 결과를 처음으로 사용한 학자다. 그의 접근은 현재 수치 모델의 선구로서, 지구 표면의 모든 지점에서 타당한 대기운동방정식의 정확한 수학적 해를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지구 위에 가로 방향으로 수백 킬로미터마다 점을 하나씩 찍고, 세로 방향으로 보통 십여 개의 층마다 하나씩 점을 찍은 다음 점들을 연결해 만든 그물망의 각 마디에서 근사치를 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초 애니악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 미국의 줄리어스 차니를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났다. 에드워드 로렌츠가 방정식의 카오스적 성질을 발견하는 등 이 시도들은 새로운 문제들을 명시했다. 대기 순환 수치 모델링의 당시 목표는 두 가지였다. 첫번째 목표는 며칠 후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두번째 목표는 몇 달이나 몇 년의 기간에 해당하는, 따라서 결정주의적 기상예보의 최대 기간인 열흘을 휠씬 넘어서는 기후통계 데이터의 결정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야 최초의 대기 순환 모델이 기후의 재구성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UCLA의 예일 민츠와 아키오 아라카와의 모델 프린스턴 대학의 슈쿠로 마나베와 조지프 스마고린스키의 모델이 그것이다. 신종 계산기기가 등장하여 대기-해양 접합 모델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겨우 10년 전 일이다. 사실 대기-해양 접합 모델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 측면에서는 놀라움의 대상일 수 있지만 수치 시뮬레이션은 모델이 잘 작동한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지구의 완전 복사판은 아닌 인위적인 수치 행성들을 만들 수 있다. 모델을 통해 만들어낸 가상 행성이 점차 놀라운 리얼리티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몇몇 모델의 결과에 여전히 존재하던 불확실성이 설명된 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러한 연구 덕택이었다.


우리는 에너지 순환이 기후 시스템을 결정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이 순환을 교란하는 두 가지 요소를 단순한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다. 첫 번째 요소는 에너지 순환에서 태양으로부터 받는 부분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며, 두 번째 요소는 지구가 배출하는 부분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2장_과거의 기후: 과거 기후의 자료는 현재와 미래 기후의 거울이다


인간 활동과 관련된 기후 온난화 가능성으 둘러싼 논쟁은 1970년대 말 이미 전면에 등장했다. 미래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기후 모델을 사용하고, 20세기 동안 발생한 기후변동을 분석하면서 기후 온난화 논쟁이 펼쳐졌다. 지구 기후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에서 과거 자료를 확보하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과거의 기후 자료들은 자연적으로 일어난 온실효과 변도의 폭과 온실효과가 기후에 미친 영향이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온실효과 가운데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부분을 평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준이다.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인 과거 기후는 점차 단일한 과학 분야, 다시 말해 현대 물리기후학의 구성 요소가 되었다. 현대 물리기후학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환경 속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 더욱 잘 이해하는 것이다.


지구는 46억 년 전에 탄생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자료들은 천만 년 정도를 커버할 뿐이다. 기후 자료가 천만 년밖에 커버하지 못하는 이유는 판구조론에 따른 지각 내 운동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서브덕션(지각판들이 상호 충돌로 한쪽 판이 위로 겹쳐 올라가거나 아래로 끌려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해 지각이 사라지는데, 이와 동시에 지각에 조금씩 축적되었던 기후지수들도 사라지는 것이다. 기후 자료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지구 위에 형성된 모든 것은 그것이 동식물로 대표되는 생물권에서 형성된 것이든 광물계든 또는 물의 순환 중에 형성된 것이든, 형성되는 순간을 지배한 기후 조건에 따라 그 특징이 상당 부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자료들이 층층이 쌓여 중요한 퇴적물의 시간적 시퀀스를 보존한 채 축적된다면 이 층 전체는 기후 자료가 되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 이 기후 자료가 물리적으로 접근 가능해야 하고 연대를 추정할 수 있으며 그 속성 중 어떤 것은 양적 파라미터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1860년은 지구의 평균 온도를 처음으로 분석한 해다.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온실효과는 비교적 조사가 잘 이루어진 현상이다. 이른바 '복사전달' 현상의 전문가들은 온실효과 과정에 개입하는 두 기체인 이산화탄소나 메탄을 비롯한 여러 분자들이 복사를 흡수하는 성질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첫째, 온실효과는 정말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현재 인간 활동이 초래하는 대기 조성 변화는 전례가 있는 현상인가? 공전궤도의 이심률은 10만 년, 자전축의 경사는 4만 년, 세차운동은 2만 년을 주기로 변한다. 해양 침적물과 극지방 얼음을 분석한 결과, 이 세 개의 궤도 파라미터가 빙하기와 간빙기 동안 기후 변화의 상당 부분을 규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천문학적 강제력이 전부는 아니다. 많은 지표들은 더욱 복잡한 현실을 증명한다. 


3장_인류세, 새로운 지질시대 : 인간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다


대기의 99.9%는 질소, 산소, 아르곤 및 기타 기체들에 의해 좌우된다. 그중에서도 수증기, 이산화단소, 메탄, 아산화질소, 오존은 온실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기체들의 대기 중 함량은 매우 낮다. 그런데 그 미량의 존재가 지구의 에너지 평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불안정한 이유는 몇몇 특정 화합물이 기후 변화에서 과도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 성분들은 대기 중에 매우 적은 양으로 존재하므로 인간 활동으로 말미암아 대기 중 농도가 쉽게 변할 수 있다. 


대류권 광화학적 작용의 간접 효과를 지구 전체 수준에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중탄화수소처럼 대기 중 잔류기간이 몇 시간이나 며칠 또는 몇달 정도로 비교적 짧은 구성물질의 경우, 대류권 광화학적 작용을 통한 간접적인 복사강제력은 상당한 시공간적 이질성을 나타낸다. 


에어로졸은 자연 발생했든 인위적으로 발생했든 대기의 복사 평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입자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가 되는 에어로졸은 입사된 태양복사를 반사하는데, 이는 에어로졸 아래에 위치한 대기 기둥을 냉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대기 중 에어로졸의 잔류기간은 며칠 정도다. 만약 배출이 중단된다면 에어로졸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에어로졸이 기후에 미치는 간접 효과는 두 개의 구별되는 과정에 따라 물의 순환과 에어로졸의 상호작용과 연결된다. 첫 번째 과정은 구름의 물방울을 응축시키는 핵으로 작용하는 에어로졸이 구름의 원자물리학, 광학적 성질, 수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과 구름의 반사력 변화와 관련이 있다. 물의 양이 동일할 때 구름 물방울의 크기는 입자로의 응축이 증가할 경우 감소한다. 따라서 구름에 의한 복사의 발산과 구름의 반사력은 증가한다. 두 번째 간접 효과는 구름 물방울의 크기가 작아질 때 물방울의 구름 속 수명은 증가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변하는 것은 구름이 수명 자체다. 


태양 활동 주기의 어떤 시기 동안에는 자외선 복사 파장이 6% 이상 변할 수 있다. 화산 폭발은 에어로졸의 산발적인 분출을 야기하는데, 화산이 폭발할 때 엄청난 복사강제력이 발생할 수 있다. 화산 폭발로 분출된 입자들은 대기권 상층부에서 1년 또는 그 이상 부요할 수 있으며 태양 복사를 우조로 재발산함으로써 기후 시스템의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4장_20세기에서 21세기, 그리고 그 후 : 기후 서프라이즈의 위험


21세기의 기후는 하나의 지배적인 효과, 즉 온실효과에 크게 영향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사실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온실효과 안정화라는 목표는 무척 야심 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온실효과 안정화 목표가 달성된다 하더라도 해양의 관성 때문에 온도는 몇 십 년 동안 계속 올라가고, 해수며는 몇 백년 동안 게속 상승할 것이다. 더구나 미래의 기후가 현재의 기후 조건에서 멀어짐에 따라 '기후 서프라이즈'의 위험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것은 최대한 엄격하고 엄밀한 모델링에 기초한다. 첫째, 대기 중 온실가스 함량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지구 대기 조성의 변화가 기후에 비치는 영향을 모델링한다. 대기 조성의 변화는 무척 복잡하므로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인간이 대기 조성 변화에 참여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미래 흐름을 크게 바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기 조성 변화 모델링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개념은 '시나리오' 개념이다. 


기후효과의 폭은 대기의 피드백 전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또한 기후효과의 분포도 어느 정도는 대기 피드백의 영향을 받는다. 대기의 피드백 중 첫 번째는 온난화와 연관된 수증기의 증가다. 수증기는 지표 온도의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온실 가스다. 따라서 수증기의 증가는 양의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의 중요한 두 번째 효과는 눈이나 바다얼음이 녹는 것이다. 수증기 증가 효과와 마찬가지로 이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는 데는 거의 이론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눈이나 바다얼음이 녹으면 알베도, 즉 토지의 빛 반사율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효과의 규모 역시 관련된 과정의 다양성과 복잡성 때문에 불확실하다. 우리는 그 밖의 다른 피드백 효과에 대해서는 그것이 양의 효과인지 음의 효과인지, 다시 말해 온난화를 강화하는지 아니면 약화하는지 알지 못한다. 


결론: 기후, 과학과 사회 사이


지구의 기후는 빠르게 변화고 있고 이는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더 이상 주요 행위자가 되지 못하며 행위자여서도 안 된다. 의사결정은 정치적 또는 시민적 수준에서 내려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과학과 과학적 논쟁은 어떤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우리는 이 역할을 다음과 같이 상반되는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과학은 상황을 되도록 정확히 분석하고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갑자기 발생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 많은 문제들에 대처하도록 돕는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과학자는 시민이나 정치가를 대신해 어떤 문제가 심각한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 단독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장은 절대적으로 모호하며 커다란 주의를 요한다. 즉 원자력의 국제적 보급 같은 위험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는 것은 기후학자의 역할이 아니다. 반면에 기후학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모든 요소를 기후 변화 논쟁에 어떻게 제공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