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 이진경, 휴머니스트, 2013, (130629).

바람과 술 2013. 6. 29. 14:39

머리말 : 철학의 히치하이킹을 위하여 


프롤로그 물음, 철학의 유혹 

1장 복제된 생명의 도시-복제인간의 이성과 휴머니즘의 지옥 

히치하이커를 위한 약도 : 이성의 능력 

1 연옥, 혹은 갈림길에서 

2 누가 데카르트에게 ‘완전한 관념’을 주었나? 

'방법론적 회의', 참된 사유란 어디서든 확고불변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법률가들은 '방법론적 회의'가 불가능하다. 타당성을 떠나 이미 존재하는 법을 출발점으로 삼기에, 어떤 문제도 근본적으로 검토할 수 없다. 어떤 권위도, 어떤 관습도, 이미 주어져 있다는 이유로 정당화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 있어야, 그러고 나서 그 모든 의심을 견뎌낼 수 있는 것에 도달해야 비로소 제대로 시작했다 할 수 있다. 


3 스피노자, 신에 취한 눈으로 세상을 보다


신이란, 스스로 존재하는 자라고들 한다.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있다면 그건 반드시 존재를 포함하겠지만, 그렇게 없다면 그 정의가 존재를 포함한다 해도 신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스스로 존재하는 자란 관념만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모든 것은 다른 것을 존재 원인으로 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어떤 무엇을 원인으로 한다는 말이다. 흔히 하는 말을 빌리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 경우 그 누군가를 찾아 나서야 한다. 즉 그 누군가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면이란 가정에 어긋난다. 따라서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즉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있다는 말이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을 원인으로 하는 것을 나는 실체라고 정의한다. 실은 반대다. 철학자들이 흔히 실체라고 하는 것은 자기를 원인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실체는 오직 자기만을 원인으로 하는데, 다른 실체가 있다고 하면 그 실체와 영향을 주고받을 거 아닌가? 그러면 자기만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라는 정의에 어긋난다. 따라서 실체는 오직 하나만 존재해야 한다. 


하나의 실체란 전체로서의 자연 그 자체이다. 신이란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연 그 자체롯 존재하는 것이다. 


원본과 복지의 위계, 그건 플라톤 이래 서구인들의 사고방식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집요한 관념 가운데 하나이다. 복제가 원본과 닮으려 하는 한, 복제가 원본보다 나을 리 없다. 복제는 원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가장 흔한 관념이다. 좀 더 불완전한 존재에서 좀 더 완전한 존재가 나올 수 없다는 말도, 복제에서 원본이 나올 수 없다는 말과 사실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최초의 원인, 완전한 존재에서 멀어질수록 더 불완전해진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각각은 언제나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에 자기에게 이르는 것은 선이라고 부르고, 자기에게 손해를 주는 것은 악이라고 부른다. 자기와 비슷한 것에서 더 완전한 것의 자리를 주고, 자기와 다른 것에는 덜 완전한 것의 자리를 준다. 이런 걸 목적론이라고 한다. 자신이 설정한 목적을 기준으로 어떤 존재의 완전성에 대해 판단하고 선악의 위치를 부여하는 태도 말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 흔히 인간중심주의라고 부르는 세계관도 그렇다. 


완전성이란 실재성과 동일한 것이다. 완전성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다면, 그건 실재성의 정도와 동일한 것이다. 가장 완전한 존재를 기준으로 그와 비슷한 정도를 뜻하지 않는다. 가장 완전한 존재든, 원본이든, 어떤 것을 목표로 삼아 완전성의 정도를 재려는 것은 목적론의 허구에 빠지고 만다. 실재성은 존재를 단지 있다, 없다로 표시되는 두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생성하고 지속할 능력으로 봐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실재성이란 주어진 조건에서 존재를 지속할 능력, 살아갈 능력이다. 그러나 실재성의 정도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다.


자신의 실재를 지속하려는 것이 코나투스이다. 의지나 충동, 욕망이 바로 그것의 다른 이름이다. 의지가 정신과 관계된 코나투스라면, 충동은 정신과 신체 모두에 관련된 코나투스이고, 욕망이란 의식을 동반하는 충동을 뜻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어떤 개체가 있는 것이고, 그 개체가 수많은 양태들을 거쳐 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양태에 대해서는 좋아하고 어떤 양태에 대해서는 싫어하면서 말이다. 


윤리학은 크게 둘로 나누어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하나의 양태의 관점에서 충실한 윤리학이고, 다른 하나는 신의 관점으로 비약하는 윤리학이다. 전자는 기쁨의 윤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면, 후자는 자유의 윤리학 혹은 지복의 윤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선/악이 도덕적 범주라면, 좋음/나쁨은 윤리의 범주라는 … 자연학에 기초한 윤리학을 하려고 했다는 말도 이런 의미이다. 


신체나 정신이 좋다는 건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신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능력이 증가하는 것을 뜻하고, 나쁘다는 것은 그 능력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능력이 증가할 때 느끼는 정서 내지 감응을 기쁨이라고 하고, 능력이 감소할 때 느끼는 정서나 감응을 슬픔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이런 두 가지 정서 내지 감응의 일종인 셈이다. 죽음은 더는 감소할 수 없는 지점까지 감소한 신체의 상태를 가리킨다. 능동적이라 함은 능력의 증감을 야기하는 적합안 원인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어떤 결과를 야기한 것을 알기에 충분한 원인을 적절한 원인이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를 이해하는 데 충분하지 못한 원인을 부적절한 원인, 혹은 부분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원인에 대해 알 때 우리는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게 없거나 부분적인 원인의 관념만 갖고 있을 때 우리는 작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전자가 능동적인 것이라면, 후자는 수동적인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흔히들 말하듯이 이런저런 가능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자기 맘대로 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자의적인 것과 자유로운 것을 혼동하는 있는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하고 있으려는 결과를 제대로 얻을 능력이 있음을 뜻한다. 그렇게 하려면 현재 상태를 야기한 적절한 원인을 충분히 알아야 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데 적절한 원인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도 모르는 원인의 인과 작용을 받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작용하고 행동하는 게 바로 자유이다. 그렇기에 엄밀한 의미에서의 자유란 오직 신만이 가능하다. 어떤 양태의 상태와 행동을 둘러싼 인과의 연쇄를 충분히 알고 그 인과에 따라 행동하는 건 오직 신만이 가능하다. 그러니 신의 관념을 갖고 있다면 신처럼 행동할 수 있다. 적합한 관념을 갖고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신의 관념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양태의 관점에서 선악이나 호오로 분별하는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일체의 선악이나 호오를 떠나 세상을 볼 수 있는 신의 관점으로 비약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한 양태로서는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보이지 않는 원인들의 인과 연쇄를 보게 된다. 그때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이게 자유의 윤리학이고 지복의 윤리학이다.     

 
4 라이프니츠와 창문 없는 단자들의 세계 
5 천국과 지옥 

2장 우화와 우상의 도시-백지의 경험주의와 우화의 불가능성 
히치하이커를 위한 약도: 경험의 한계 
6 우화는 어떻게 철학의 친구가 되는가? 
7 우상과 싸우는 베이컨, 비밀의 문 앞에 서다 
8 로크가 경험의 백지에 남겨 둔 것 
9 버클리, 지각의 경험론과 지각 불가능한 경험 
10 회의주의자 흄의 습관과 믿음 

3장 기계적 이성의 도시-생각하는 기계와 생각 바깥의 이성 
히치하이커를 위한 약도: 이성의 안과 밖 
11 칸트의 순수 이성은 어떻게 선을 넘는가? 
12 절대 이성의 목적론과 헤겔의 계략 
13 포이어바흐의 유물론과 소외된 로봇 
14 유물론자 마르크스는 관념 없는 로봇을 꿈꾸는가? 

4장 분열된 주체의 도시-주체의 분열과 긍정의 윤리학 
히치하이커를 위한 약도: 주체 이후의 주체 
15 다시 쓰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16 지킬 박사의 실험과 후설의 판단 중지 
17 프로이트는 지킬에게 ‘하이드를 올라타.’라고…… 
18 힘의 고양을 긍정하는 자에겐 니체의 축복이 있으리니 
19 피날레: 지킬 박사를 위한 파반 

에필로그 모험과 매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