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근대세계에서 질병이 왜 중요한가
인류 역사상 최소 2,0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평가되는 4대 전염병 사건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는 1348~1361년 사이에 발생한 중세기의 흑사병인 페스트이다. 둘째는 1520년 스페인함대가 신대륙에 전파한 두창(천연두)이다. 셋째는 1918~1919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및 동아시아 등 전세계로 확산된 스페인독감(조류독감)이다. 넷째는 1981년 환자발생이 처음 보고된 이래, 현재까지 최소 2,5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에이즈이다. 전염병이 근대세계에 끼친 역설적 면모는 엄청난 인명을 앗아갔다는 파괴적인 면보다는 인구관리를 위한 체계적 국가 경영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는 건설적인 면일 것이다.
윌리엄 맥닐이 이미 '미시기생'과 '거시기생'이라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병원체는 인간을 숙주로 미시기생하고, 인간은 동물 혹은 다른 인간집단과 지배와 피지배관계를 형성하면서 거시기생 관계를 형성한다.
호흡기질환과 흡연의 사회사
조공무역병과 중개무역병
동아시아에서 전염병은 대부분 무역경로를 통해 확산되었고, 각종 전염병은 일종의 무역병이라고 할 수 있다. '조공무역병'과 '중개무역병'은 각각 조공무역과 중개무역을 통해 확산된 질병이라는 뜻이 아니라, 질병의 생태가 주공무역 혹은 중개무역과 같은 양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즉, 조공무역병이 일방적이며 폐쇄적인 반면, 중개무역병은 쌍방향이고 개방적이라고 뜻이다.
만성전염병과 성병의 사회사
근대 위생의료체제
'위생'이라는 개념은 1874년 일본 서양의학의 선구자이며, 메이지정부의 내무성 초대 위생국장을 지낸 바 있는 나가요 센사이에 의해 창안되었다.
동아시아 근대세계의 위생의료체제는 운영주체에 따라 국가·제국주의(식민당국)·지역 위생의료체제 등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위생의료체제가 상호경쟁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위생의료체제가 형성되었다. 국가 위생의료체제는 역사상 독립적 주권을 가진 모든 근대국가가 추구했던 위생의료체제이다. 그런데 근대국가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던 것과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것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필자는 그것을 국가의료와 국가 주도적 위생의료체제와 구분하고자 한다.
국가의료는 "개인의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예방 및 치료의학의 모든 가능성을 공동체의 모든 성원에게 부여하는 것, 즉 국가가 사회적 예방의학과 임상적 치료의학·의료인·모든 형태의 설비 제공 등 모든 의료업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국가의료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모든 것(인력·재정·시설)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료는 19세기 서양에서 지방분권적인 위생행정을 타파하고, 위생행정에 예방과 치료에 관한 전문적인 의료행정을 접목시키는 것에서 기원한 것이었다. 위생행정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평가받는 국가의료는 대체로 네 가지 분야로 구성된다. 생사통제·질병통제·환경위생·위생교육 등이 그것이다. 생사통제는 출생통제와 사망통제를 가리키고, 질병통제는 주로 전염병통제를 의미한다. 환경위생에는 상하수도 관리·쓰레기 처리·분뇨 처리·식품 관리·도로 청결·공공시설 관리 등이, 위생교육에는 학교위생·공장위생·위생운동대회·위생진열실·대중위생강연 등이 포함된다. 국가 주도적 위생의료체제는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국가의료와 같은 강력한 형태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가 개입을 실현하지는 못하지만, 의료영역에 대한 국가개입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였다.
제국주의 혹은 식민지 위생의료체제는 제국주의 각국이 식민지에서 실천했던 위생·의료 방면의 지식 및 제도를 가리킨다. 제국주의 위생의료체제는 직접적으로는 식민당국이 운영하는 위생의료체제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선교의료와 록펠러재단 등의 의료활동도 포함한다. 식민당국의 위생의료체제가 일차적 식민지배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었다면, 선교의료와 록펠러재단 등의 의료활동은 선교와 박애주의적 활동이 우선적 목표였다.
전통적으로 각 지방에서 지역엘리트에 의해 주도된 위생의료체제를 가리킨다. 동아시아 각국의 지역사회에서는 혼란을 수급하고 사회적 안정을 도모했다. 국가권력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엘리트들은 국가의 역할을 보완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서의 구제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권위를 더욱 높이게 된다. 정부차원의 의료구제활동이 유명무실할수록 개인차원의 의료구제 활동은 중요성을 더하게 되었다.
에필로그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국의 탄생과 몰락], CCTV<제국의 흥망성쇠>, 김원동 편저, 퍼플카우, 2013, (160423) (0) | 2016.04.23 |
|---|---|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조현욱, 김영사, 2015, (16046). (0) | 2016.04.06 |
| [고대 로마를 찾아서], 클로드 모아티, 김윤, 시공사, 1996, (160401). (0) | 2016.04.01 |
| [암호이야기], 박영수, 북로드, 2006, (160325). (0) | 2016.03.25 |
| [불평등의 창조], 켄트 플래너리/조이스 마커스, 하윤숙, 미지북스, 2015, (160324). (0) | 201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