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일본 키워드 99], 조양욱, 다락원, 2002, (220509)

바람과 술 2022. 5. 9. 22:57

들머리에, 아흔아홉 굽이의 고개를 넘으며 ···

 

가부키

 

말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이것이 에도 시대에 생겨나 민중의 연극으로 자리를 굳힌 가부키의 총체이다. 남녀간의 인연을 맺어 주는 신을 모셨다는 이즈모 다이샤의 무녀 오쿠니가 교토에서 마치 승무와 같은 춤을 추며 흥행을 했다는 기록이 가부키의 시초로 꼽히기도 한다. 가부키의 외형상의 큰 특징은 배우가 몽땅 남자라는 사실이다. 양념 삼아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가 흔히 여흥 자리에서 '18번'이라 일컫는 왜색 표현의 어원도 가부키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이다. 가부키의 명가 이치카와 단주로 집안의 18가지 특기를 가리켰는데, 이제는 일본에서도 '아무개의 주하치반(18번)'이라고 쓰는 보통 명사가 되었다. 

 

넨가조

 

태평양 전쟁 다시 일본 군인들의 지급품 중에는 일기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쟁터에서 일기를 쓴다는 게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로되 사실이 그랬다. 미군 정보 기관에서는 이 점에 착안, 한바탕 전투를 치른 다음이면 일본군의 유류품 중 일기장을 뒤져 군사 정보를 얻고자 했다. 

 

단카이

 

정확하게는 2차 대전 직후인 1947년부터 1948년 사이에 태어났다. 남정네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와 이뤄진 베이비 붐, 그래서 베이비 붐 세대라고도 불린다. 그 수효가 자그마치 710만여 명 정도이다. 

 

돈부리

 

한국의 덧밥은 회덧밥처럼 비벼서 먹지만, 일본의 돈부리는 기본적으로 비비지 않는다. 

 

부쓰단

 

에도의 큰불은 여차하면 긴요한 물건을 들어낼 수 있도로 온갖 가구들을 포터블로 만들었다. 

 

슌토

 

일본이 최고의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1970년대, 정확하게는 1974년부터 슌토의 명칭이 '국민 슌토'로 바뀌었다. 성장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바라는 국민적 요청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32.9%라는 경이적인 임금 인상 기록이 이때 세워졌다. 그 후 저성장기에 접어들자 임금 인상률이 5% 전후로 뚝 떨어짐과 더불어 1987년에는 춘계생활투쟁으로 이름이 또 바뀌었다. 생활이란 단어가 삽입된 것은 노조측이 투쟁 목표에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시켜 구미와 같은 생활 수준을 요구한 탓이었다. 

 

우에사마

 

메이지 이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자 애당초 성씨 없이 살아온 서민들도 성을 갖게끔 1875년 명자필칭령이 내려졌다. 과세와 징병 등 효율적인 국민 관리가 목적이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창씨를 하려다 보니 우왕좌왕, 얼렁뚱땅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성을 갖지 않는 유일한 집안은 진짜 우에사마라 할 왕족들뿐이라는 사실이 흥미롭기만 하다. 

 

우요쿠

 

연세대학교가 일본의 어느 단체로부터 10억 엔의 자금을 지원받아 학내에 한일협력기금이라는 기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1995년의 일이었다. 그러자 연세대 교수평의회가 나서서 기구 설립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자금의 출처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