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세계시민주의], 콰메 앤터니 애피아, 실천철학연구회, 바이북스, 2008.

바람과 술 2008. 6. 15. 04:20

2008년 4월 28일 읽음. 

 

머리말

 

조상들의 지식은 그 조상들의 조상이나 자신들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 지식이야말로 우리를 만들었던 세계이며, 그 세계 속에서 우리의 본성이 형성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는 개개인이 있다면 우리는 그에게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즉 이것은 바로 도덕 이념을 긍정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당면 과제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지역의 주민으로 살면서 형성된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세계 민족(global tribe)으로 살아가도록 해주는 관념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우린 이미 세계 민족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 '세계시민주의'의 의미도 마찬가지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이 용어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용어는 확실히 생명력이 있다. 세계시민주의의 기원은 적어도 기원적 4세기 키니코스(Cynicos)학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키니코스학파는 '세계시민(kosmopolites)'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표현은 역설적인 의미를 지녔으며, 관습과 전통에 대한 키니코스학파의 회의주의가 반영돼 있다. 폴리테스(polites), 즉 시민은 스스로 충성을 맹세한 특정한 폴리스(polis)에 속했다. 코스모스(kosmos)는 지구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주라는 의미에서 세계를 지칭했다. 따라서 세계시민주의는 본래 모든 시민들이 여러 공동체 중 한 공동체에 속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점을 거부했다. 세계시민주의는 기원전 3세기 초, 스토아(Stoa)학파에 의해 수용되고 발전된다. 이 사실은 이후의 지성사에서 비판적 중요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종교가 되면서, 키케로, 세네카,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우스 등과 같은 로마인들의 스토아주의가 수많은 기독교 지성인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세계시민주의의 발전은 이전과 구별되었다. 세계시민주의는 1789년의 '프랑스 인권선언'과 '국제연맹' 개념을 제안한 이마누엘 칸트의 글 등을 포함한 계몽주의의 위대한 성과를 수용했다. 세계시민주의 개념에는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얽혀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타인에 대한 의무, 즉 혈족의 유대나 심지어 더 형식적인 시민적 유대조차 넘어서는 더욱 확장된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보편적인 인간의 삶뿐 아니라 특수한 삶의 가치까지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이상들, 즉 보편적 관심과 정당한 차이에 대한 존중은 충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세계시민주의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일종의 문제제기다. 우리는 세계의 시민이라는 생각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까? 세계시민주의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즉 아무리 자신의 지역에 헌신한다고 해도 인간 각자가 서로에 대해,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는 생각 말이다. 확실히,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다. 세계시민주의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민족 공동체에서처럼, 인류 공동체 차원에서도 공존의 습성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공존의 습성은 함께 살아가기와 연대하기를 위한, 전통적 의미에서의 대화다. 마찬가지로 현대적인 의미에서도 대화가 중요하다. 세계시민주의는 모험이자 이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다양성을 모두 다 존중할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다 세계시민주의자가 되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분리와 격리의 방식은 영원히 항해하는 종(種)인 우리 인간에게는 언제나 예외적인 것이었다. 많은 가치들이 실제로 지역적이고 또한 지역적이어야 하듯이, 몇몇 가치들은 실제로 보편적이고 또한 보편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가치들을 어떻게 서열화하는가에 대해서 어떤 최종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랄수는 없다. 그 이유는 내가 의지하고자 하는 모델이 '대화'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대화다. 대화는 유쾌할 수도 있지만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대화는 불가피하다.  

 

1. 조각난 거울

 

어느 여행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