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복지)

건강보험 보장성의 쟁점과 과제 : '건강보험 하나로' 논의 등을 중심으로

바람과 술 2011. 2. 7. 12:30

국회입법조사처, 2010년 10월 자료입니다. 


Ⅰ. 서론


올해 초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둘러싼 건강보험 개혁 방안들이 최근 야3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정책안에 반영되고 있음.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료 11,000원 인상으로 보장성 90% 실현', '모든 병원비는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 등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건강보험 개혁을 제시하여 왔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관련한 논의들이 시민사회와 정치권 내에서 급물살을 타고 확산되는 이유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가계 과부담으로부터 보호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기능이 여전히 취약할 뿐만 아니라 '보장성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들이 빠져 있어 앞으로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임.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기준 국민의료비 지출 중 공적 재원 비율은 55.7%로 그리스, 멕시코, 미국과 더불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함.  


Ⅱ. 건강보험 보장성 관련 현황


1. 보장성 수준


각 국의 보건계정(Health Accounts)을 비교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을 2007년 기준 55.8%라고 평가하고 있음. 건강보험 보장률은 각 국의 보건의료제도가 다르므로 국가간 비교를 직접적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공공의료비 비중(건강보험, 의료급여, 산재보험 등 포함)을 간접 지표로 하여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보장률 수준은 낮은 편임.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지출 중 공공재원 비율은 55.3%(2008년 기준)로 OECD 주요 국가들의 평균 공공재원 비율 72.2%나 유럽 선진국의 80%를 상회하는 수준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편임. 


2.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 대상, 적용인구 320만명으로 의료보험제도가 시작되어 1989년에 전국민건강보험으로 적용인구를 확대한 바 제도도입부터 이 시기까지는 적용인구 확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중심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음. 건강보험통합도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바, 이전까지 수백 개로 나누어져 운영되던 의료보험조합들이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로 완전 통합되어 재정수지가 열악한 조합의 위험이 보정되는 효과를 얻고 조합 간 재정격차에 의해 하향평준화한 보험급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기 때문임. 보장성 강화 정책이 국가보건의료계획의 주요 주제로 등장한 것은 2005년 무렵임. 논의의 배경은 의료비가 많이 드는 중병(고액중증질환)에 걸릴 경우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으며,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되었음. 정부는 2008년까지 3조5,000억원을 투입하여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선진국 평균 수준인 70%로, 장기적으로는 8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정책목표로 설정한 「보장성 강화 방안」을 2005년 제시하였음. 


3. 건강보험 재정 현황 및 전망


건강보험 재정 현환을 살펴보면, 2010년 1~8월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2,96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함. 적자 발생의 주요인으로는 8월까지의 보장성강화 연 2,220억 원 및 보험급여비 상한제 사후정산 등의 영향(전년도 동기 대비 1,474억 원 상승)으로 총 지출은 계속 증가되는 반면, 총 수입은 국고지원금 등의 상반기 조기수납으로 7월 이후부터 월평균 약 1,600억 원씩 감소된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됨. 9~12월에는 추가적인 보장성강화(항암제 급여확대 등 4항목, 연 4,280억 원 소요예상) 등 지출증가에 따른 수지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매월 약 2~3천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연말에는 큰 폭의 재정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 


국민의료비는 2005년 48조 원에서 2015년 164조 원으로 10년 사이에 3.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에 대한 대응 수준, 의학기수릐 급속한 발전과 국민의 기대수준 상승으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은 더욱 증가할 수도 있음. 건강보험 보장률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보험재정 지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 증액이 불가피할 것임.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령화는 OECD가 추정하는 고령화 비율과 같이 진행되는 반면에 건강보험료율과 국고지원율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의 건강보험재정 적자 규모를 예측한 결과, 2030년에 재정적자가 66.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 


Ⅲ.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관련 문제점


1. 보장성 강화 정책의 한계


2005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보장성 강화계획은 OECD 평균 보장률 70%라는 수치상의 목표를 빠른 시간 내에 달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음. 법정 급여되는 항목들의 총진료비 중 보험재정으로 지원되는 의료비율로 부장률을 산출하는 경우, 현실에서 상당한 크기의 비급여 부문이 상존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창출되는 실정임을 고려할 때 보장률 70%를 달성했다하더라도 의료이용자가 체감하는 보장성 수준은 여전히 낮을 수 있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건강보험 제도가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으로부터의 보호기능이 약하다는 것이므로, 치료비 중 고액의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적절한 정책 수단일 것임. 


2005년 수립된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은 진료비 부담이 큰 질환을 선별하여 해당 질환자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바, 급여 확대 질환으로 선정된 환자 군 내의 의료비 편차와 선정되지 않은 질환자 중 고액진료비 부담자를 고려하지 않는 방식임. 보장성 강화정책의 근본 목적이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질환의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비 부담이 일정 수준 이상인지를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임. 


1, 2차 보장성 확대 계획에 포함된 급여 확대 항목들이 선정된 원칙이 무엇인지 설명되지 않고 있음. 급여 우선순위를 정하는 원칙이 없으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도 불분명함. 기존 비급여영역의 항목들을 급여영역으로 전환함에 있어 가장 필요한 기준인 '어디까지 공적으로 보장해야 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의료인지, 선택적 의료인지 여부를 고려하여 결정했어야 하메도 불구하고, 2005년 보장성 강화계획의 개별 조치들은 이러한 측면의 보편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음.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건강보험의 가입자인 의료소비자의 입장이 반영되거나 질병 이환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우선 되었다기보다는 건강보험재정 수준을 먼저 고려하고 재정형편에 따라 서비스 항목을 추가적으로 늘리는 등의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


보장성 강화 정책의 기본 방향 중 하나는 국민들이 이용하는 의료서비스 가운데 필수의료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지불능력이나 보험자의 재정상태와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서비스 항목들이 선별되어야 함. 우리나라는 한번 급여영역에 포함된 서비스가 비급여로 바뀐 예를 찾아 볼 수 없으며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와 대체가능한 기술들을 고려할 때, 이미 급여되고 있는 서비스라 하더라도 계속 급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가 필요함.


2. 수입 부족 관련 요인


2008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보험급여 적용을 받는 서비스 항목 총 진료비의 62.2%만을 충당하는 수준으로 이는 지출 규모에 비해 재원 총량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며, 재원의 절대적인 크기가 작다는 점이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 총 의료비 40.05조 원 중에서 25.55조 원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됨.


건강보험료율 5.33%는 OECD 회원국가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며, 이로 인해 '저부담 저급여' 체제가 유지되고 있음. 사회보험방식으로 건강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보험료율이 10% 내외임을 고려할 때, '적정부담 적정급여'를 목표로 보험료율 제고를 검토할 필요가 있음. 사회보험방식이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의 경우 국고 지원율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국가 주도로 사회보험이 발전한 사례 중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음. 보험료 부담에서 사용자와 보험가입자인 피용자의 분담 비율이 반드시 50:50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와 관련해서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음. 


3. 지출 확대 요인의 상존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는 민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병상이 과잉 공급되어 민간 의료기관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므로 의료기관이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급여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므로 보장성 지표는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움. 공공병상 점유율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며 미국, 일본 등 공공병상 비율이 낮은 국가와 비교할 때에도 1/3 수준임. 정신병원, 결핵병원, 나병원 등 특수목적 병상을 제외하면 일반병상 점유율은 8.4% 수준으로 더 낮아짐.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는 급성기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질병 중증도와 치료기술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도 요양기관 종별 가산율이 적용되고 급성기 병상을 이용하게 되므로 보험재정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그만큼 커진다고 할 수 있음. 


행위별수가제는 공급자가 진료량을 늘리도록 하는 유인이 있는 지불방식으로 건강보험재정 지출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음. 행위별수가제는 말 그대로 각종 검사와 의료행위 각각에 가격을 책정하여 진료비를 산정하는 방식이므로 제공되는 서비스 단위별로 수가(요금)가 책정되기 때문에 진료의 절대량이 늘어나는 구조임. 이로 인해 의사가 진료량을 늘릴수록 의사(의료기관)의 소득(수익)이 커기제 되어 불필요한 의료까지 과잉 제공하는 경향을 낳고, 이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함. 게다가 상당한 비중의 비급여 영역이 상존하는 현재의 급여구조 하에서 공급자들은 비급여 서비스를 개발하여 공급자 내에서 차별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수익을 높이고자 하게 됨. 노인인구의 증가와 소득증가에 따른 자연 증가분 외에도 민간 중심 공급체계와 행위별 수가제 등으로 인하여 국민의료비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보장성 항목이 늘어나더라도 보장률은 감소, 둔화 추세를 보이게 됨. 


의료 전달체계는 단순히 환자 의뢰 및 후송체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의료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자원을 조직하는 것임. 질병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적정 진료가 적시에 적정 전문가에 의하여 적소에서 제공되게 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임. 1차 의료는 의료전달체계의 관문으로 일상적인 건강문제로 의료 전문가와 최초의 접촉이 이루어지는 지점이며, 여기서 예방서비스와 조기진단 및 조기 치료가 제공되어야 함. 또한 질병 위중도에 따라 상급기관으로 의뢰하고 동시에 환자에 대한 정보가 전달체계 내에서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일차 의료부문은 '기능 실조(functional failure)' 상태에 있으며 2차, 3차 병원이 그들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동반 실조(double functional failure)'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음. 현행 의료전달체계는 공식적인 환자 의뢰제도가 있음에도 상당수 국민들이 대형의료기관을 선호하여 1차 의료기관에서 받아야할 진료를 2차, 3차 의료기관에서 받고 있음. 1차 의료 부문에서 이미 진료과목별로 전문화된 의료기관들을 환자가 판단하고 선택하여 이용함에 따라 진료 정보는 분절적이고 공유되지 않으며 총체적인 건강상태를 관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없음. 따라서 1차 의료가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면 예방 부문이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침. 문지기 기능을 하는 1차 의료 강화에 초점을 두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치의제 시행이 거론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임. 주치의제 도입을 위해서는 전달체계 내 합리적 구조조정이 요구되는바, 예컨대 2차, 3차 의료기관의 외래서비스를 제한하고, 1차 의료기관은 입원서비스를 제한하는 방식 등으로 의료전달체계 내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음. 우리나라의 경우 의원도 병원도 모두 입원 및 외래를 가지고 있어 기능이 상호보완적인 것이 아니라 중복적임. 


Ⅳ.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논의


1. 논의의 지형과 각 계의 입장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하여 시민사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1994년에 "의료보험통합일원화 및 보험적용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가 발족하면서부터임.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건강형평성 개선과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짐. 한편, 의약분업 이후로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관련된 의료정책에 대응하여 시장원리의 도입과 진료영역에서의 자율성 및 의료체계의 효율성에 대한 주장이 본격화 되었으며 의료계 내에 보수단체가 형성됨. 


진보 진영은 건강보험재정 통합과 의약분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간보험시장이 급성장하고 민간주도형 공급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등 근본적인 의료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아 건강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함. 새로운 돌파구로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체계 확충'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음. 보수 진영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건강보험제도 도입 때 제도 시행에 급급하여 '저수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였고 정부가 과도하게 관여해 온 결과, 의료 현장에서 과잉진료를 비롯한 갖가지 진료왜곡 현상이 파생되었다고 진단하고 있음. 따라서 의료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확대, 외국인 환자 유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료산업에 대한 지원 및 새로운 의료시장 개척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음. 


2. 보장성 강화 논의의 정치적 의제화


최근 건강보험 개혁 방안과 관련된 시민사회의 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야당에서 각자의 입장을 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3당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보장성 목표에 대해서는 '국민부담 의료비 상한 100만원'과 '건강보험 보장률 90%'라는 표현으로 수렴되어 이에 대한 전반적인 동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범위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으며, 진보신당의 경우 필수의료행위에 한하여 건강보험 전면 적용으로 제시함. 건강보험 수입구조 개혁 방안의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의 확대, 정부부담 확대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재원 확보 방안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함. 건강보험지출구조 개혁과 관련하여 서비스 양의 조절을 위하여 병상총량제 부활을 야3당이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음. 또한 총액예산제와 전국민 주치의제도 실행에 대해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음. 민간의료보험의 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 동의하고 있음. 이 점에서 정부와 야당 및 시민단체 간에 입장 차이가 확연한 바, 정부는 기왕에 있는 민간보험이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게 하자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음. 야3당 모두 보장성 강화를 중심으로 한 건강보험 대개혁의 방향이 '의료민영화 저지'와 연계되어 있다고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음. 


3. 한계점


보장성 강화를 둘러싼 논이는, 수많은 의료서비스들 중에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항목을 늘리는 '급여율 제고'를 위한 논쟁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진단하는데 있어서의 문제 인식의 틀과 관점, 가치들을 재확인하는 장을 만들어 냈음. 첫째,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담보되어야 하므로 현재보다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며,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이끌러내려고 하였음. 둘째,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하향조정하여 이용자 부담을 낮추고, 비급여 영역의 서비스들을 단계적으로 급여영역에 모두 포함시키는 방안을 실질적인 보장률 제고 달성 전략으로 제시함. 셋째, 현행의 행위별수가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보장성 강화가 어려울 것이라는데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지불보상방식 개혁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임을 제시하고 있음. 


가장 근본적인 보장성 강화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보험료 인상이냐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음. 현재 보장성 강화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는 보험료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행위별수가제에 의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것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 인해 보험재정 지출이 증가하는 구조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바, 보험료 인상만으로 보장성 강화를 이룰 수 없다는 반론이 가능할 것임. 


급여확대 영역에 지나치게 무게 중심을 둠에 따라 보험료 부담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의료급여 차상위계층 등 피보험자 자격 유지가 어려운 계층의 보장성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있어 이를 보환해야 할 것임.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향후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부담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논의로 진척되어야 할 것임.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과 더불로 국고지원의 현행 기준인 14%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지원의 합리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임. 인구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보험료 기여 계층과 급여 혜택 계층이 일치하지 않고 있어 사회보험 원리 중 하나인 '기여에 대한 대가로서의 급여' 원칙을 고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책임 부분을 높여야 함. 


건강보험의 보장성 취약으로 인해 급성장한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관리·감독과 규제의 논리적 근거가 보장성 강화 논의에서 결여되어 있으므로 이를 확보해야 함. 결론적으로 최근의 보장성 강화 논의는 공보험 기능 강화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건강보험 하나로'로 압축·표출된 것으로, 사회보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여 발생한 시스템 전체의 비효율을 줄이자는 여론으로 해석할 수 있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간보험정책연구원의 「건강보험 체납자 관리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의 55.3%가 민간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의무가입 방식의 건강보험료 체납이 있는 저소득가구임에도 불구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보험료에 대한 이중부담을 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음. 2009년 6~7월 체납세대 3천278가구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천813(55.3%)가구가 민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응답함. 민간보험에 가입한 체납가구들은 평균 2.5건에 가입해 월평균 민간보험료 19만원을 내는 것으로 조사됨.   


Ⅴ. 입법 및 정책 과제


1. 국고지원 확충의 근거 마련


먼저 2011년까지는 현행 법정 정부지원금 비율인 20%를 준수하여야 할 것임.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 수입의 3~4.6%를 차지했던 담배판매에 의한 기금(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보조되던 지원금이 2011년을 끝으로 소멸되므로 2011년 이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 보험재정 적자가 예측되고 있으며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국고지원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되고 있음. 


2. 비용 절감적 진료비 지불방식 설계


건강보험재정과 관련하여 제도 설계 당시부터 재정보호 요인과 악화 요인이 공존하고 있음.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과 정치권 내에서 의제화되고 있는 보장성 강화를 위한 논의들에는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의사의 진료에 대하여 보험자가 보상하는 방식(진료비보수지불방식)을 개혁하지 않는 한 건강보험재정은 안정화되기 어렵고, 따라서 보장성 수준을 높이는 것도 요원하다는 공통된 인식이 포함되어 있음. 노인인구의 증가, 만성질환 유병률의 증가, 평균수명의 증가, 의료기술의 발달 등 국민의료비 지출 확대 요인이 보험재정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압박이 향후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보험재정을 보호하고 보장성 확대를 위한 근본적 처방으로 행위별수가제를 폐지하는 개혁안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음. 포괄수가제 확대와 총액계약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는 바,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임. 포괄수가제는 치료행위 단위로 가격을 책정한 행위별수가제와는 달리 예컨대 진단명 등을 기준으로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의료비용의 사전예측이 가능하므로 장기입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거할 수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남용을 억제할 수 있음. 총액계약제는 보함자 측과 의사단체 간에 국민에게 제공되는 이료서비스에 대한 연간 진료비를 총액으로 계약하여 지급하는 방식임. 의료공급자의 입장에서는 행위별수가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낮은 수가로 인해 진료량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논리를 펴는 반면, 보험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도는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진료 행태에서의 왜곡이 초래되기 때문에 지불보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