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평론], 모리스 블랑쇼, 고재정, 2009, (140521).

바람과 술 2014. 5. 21. 15:46

『모리스 블랑쇼 선집』을 간행하며 


1장 공산주의와 반드골주의 1953~1959


진리, 가치, 목표를 상실해도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며, 살면서 욕구 충족의 노력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이 필수적인 충족과 연동된 운동을 당연히 지속시킨다. 또한 공산주의를 소통의 물질주의적 추구과정이라고도 말한다. 우리 현실에서 이 사물화된 관계는 제반 가치와 그 관계망의 개입으로 인해 일정 부분 은폐되거나 위자되어 있다. 사람들을 고용하는 행위는 사실상 그들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관념적으로는) 사람을 존중한다. 여기에서 어떤 혼선·위선·엄밀함의 결여가 야기되는데, 이것들이 모여 현재 우리들의 문명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공산주의의 숭고함은 역시, 그리고 우선적으로 바로 이것, 이 가혹함, 이 성급함, 모든 우회와 술수와 기다림의 거부, 요컨대 무한히 위태로운 자유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어떤 정치적 사건 앞에서 우리는 거부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거부는 절대적이며 단정적이다. 그것은 재론을 허락지 않으며 이유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남은 것, 그건 결코 뿌리 뽑히지 않는 거부, 그 확실하고, 확고하며, 엄정한 '동의하지 않음'의 우정은 그들을 단합시키고 연대하게 만든다. 우리가 거부하는 대상은 가치가 없는 것도 중요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거부가 필수적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독재란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투쟁하고, 그 권력을 고도로 개별화된 자기 자신에게로 집중시키는 한 인물에게 넘겨진 권력이다. 독재는 인간의 권력이고, 독재자는 가시적 인물이며, 독재체제란 권력의 무제한적인 행사이다. 물론 독재는 쉽사리 변질된다. 독재자들은 자신을 신비화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하며 군림한다. 그들은 여전히 인간이다. 독재자는 권력을 쟁취하려 하지 않고, 권력이 그에게 다가와서 바쳐지기를 원한다. 독재자의 언어는 외침의 폭력성, 즉 반복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드골도 나서긴 하지만 마지못해 의무감에서 그리한다. 모습을 드러낼 때조차도 마치 자신의 모습과는 무관한 듯하며, 자신 속에 고립되어 있다. 그리하여 그의 충직한 신민들은 애매모호한 독재자의 어록 해설에 의지해 살아간다. 요점은 정치적 권력을 구원의 권능으로 변질시켰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구원의 권능으로 변질되는 순간 독재는 필연적으로 다가옵니다.  


2장 알제리전쟁, 「121인 선언문」을 중심으로 1960


지식인으로서 나는 서명을 한 순간부터 이 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이를 선언합니다. 핵심은 서명을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서명은 내가 이 글에 동의함을 의미할 뿐 아니라, 이 글과 하나가 되며 바로 이 글 자체임을 의미합니다. 책임 소재를 나누는, 소위 책임의 경중을 가리려는 모든 시도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도인데, 집단 서명된 공동선언문의 진실을 모르고 하는 일입니다. 그 진실이란 "각자 자기 몫의 책임이 있는 동시에 전원이 전문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집단 텍스트의 의미인 이 단언에 반하여 당신이 내게 진술시키려는 것은 모두 허위이며 원천 무효입니다.  

3장 국제잡지 기획 1960~1964 

4장 5월 운동 168


강력히 표명하고자 하는 바는 기존의 체제에 맞서, 학생 운동이 어떤 약속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설익은 모든 긍정을 경계하면서 저항하고 미래를 열어 줄 열쇠로서-우리가 그렇게 믿고 있는-거부의 힘을 유지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결정적이라는 사실이다. 


트로츠키, "행동위원회는 정치 투쟁의 도구 그 자체이다." 

5장 활동적 은거 1970~2003


(참여적) 작가의 소명은 스스로를 예언자나 구세주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올 사람의 자리를 지키는 것, 그 자리가 늘 비어 있도록 모든 사칭행위로부터 지켜 내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노예였었다는 사실, 그래서 비록 해방되었어도, 다른 이들이 노예 상태에 있는 한 우리 역시 노예이고 노예로 남을 것이라는 것, 따라서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말이기는 하지만) 오로지 타인을 위한, 타인에 의한 자유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아주 오래된 기억을 수호하는 것이 작가의 소명입니다.  

옮긴이 해제_열림과 소통을 위한 거부와 혁명의 정치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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