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와 비전 1], 셸던 월린, 강정인/공진성/이지윤, 후마니타스, 2007, (140430).

바람과 술 2014. 4. 30. 04:14

증보판 서문 


2차대전 이후 많은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시민들을 단속하고, 처벌하고, 측정하고, 지시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능력이 증대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와 같은 통제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자유민주적 변화들, 예를 들어 인종, 젠더, 종족 또는 성적 취향에 근거한 차별적인 관행을 폐지하고자 하는 조치들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들 및 다른 개혁들이 시민들의 권력 강화를 가져오는 데 이바지했다면, 그것들은 또한 민주적인 반대 진영을 분열시키고 파편화시키는 데도 일조했고, 이로 말미암아 효과적인 다수를 형성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분할을 통해 통치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념형으로서 초강대국은 팽창적 권력 체계로서 스스로 자신에게 부과하기로 선택한 한계 이외에는 어떤 한계도 받아들이지 않는 체계로 규정될 수 있다. 그 체계는 '민주적' 국가의 정치적 권위, 곧 합법적 권력을 근대 과학 기술 및 기업 자본의 복합체로 대표되는 권력들과 결합시킨다. 이런 사실상의 권력이 초강대국에 이바지하는 독특한  요소는 동력, 곧 추진력이다. 그 권력은 누적적이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며, 자기 갱신적이다. 그 효과는 '본국'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근접한 또는 멀리 떨어진 사회에 있는 사람들의 삶까지도 의미심장하게 변화시킨다. 


초강대국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 가운데, 오직 국가만이 정치적 정당성, 곧 권위 또는 합법적인 권력을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국가만이 순수히 복종하는 시민에 의지할 수 있다. 근대 시기에 대중 선거는 국가가 법률과 규칙을 제정하고, 처벌·징집·과세할 수 있는 권위를 획득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고분고분한 순응을 보장하는 정치적 수단이다. 시민들의 정치 공동체와 국가 사이에 공식적인 연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으의 현존을 다소간 신빙성 있게 만드는 것은 초강대국을 형성하는 합법적인 정치적 귄위와 비정치적인 사실상의 권력들의 공생을 정당화하는 데 핵심이었다. 초강대국 아래에서 권력들 사이이 협력은 한편으로는 그런 권력들을 추동하는 전체성에 대한 열망과 다른 한편으로는 헌정적 한계와 민주적 책임 및 참여로 표상되는 제한된 권위라는 이상 사이에 긴장을 조성한다.


20세기는 근대 권력의 전성기로 특징지어질 법하다. 세계에서 지배적인 국가 체계들이 거대 권력에 대한 홉스적인 비전을 완성하고, 또 소진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구체화는 행정적 또는 관료적 국가이며, 그 도구는 정부 규제였다. 탈근대 권력은 거추장스러운 관료제를 '더욱 날렵한' 구조로 대체하려는 협력적 시도를 의미하며, 초강대국은 그 권력을 구현하고자 출현한 표상물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 구조의 장점은 변화하는 조건에 신속히 적응하도록 고안되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관료제는 '군살을 빼고', 더욱 많이 권위를 하급 단위에 이양하며, 그들의 서비스와 기능을 민영화하고, 예전부터 으레 존중받아 왔지만 시간 소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입법 과정보다는 될 수 있으면 행정 명령을 통해 통치하도록 권장된다. 이와 동시에 거대한 기업들은 오늘날의 신속한 통신 수단을 활용해 왔는데, 하급 부서들을 폐기하거나 재조직하고, 노동력을 감축하며, 공급자와의 계약을 제조정하고, 이른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비효율적인 경영진을 갑자기 해임하는 등 요동치는 금융 시장이나 유동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사실상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처럼 새로운 사태 전개의 결과, 사실상의 권력체들은 초강대국으로 하여금 그 핵심적 권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권한을 이전하거나 군살을 제거함으로써 그 행동반경을 확대할 수 있게 했다. 그리하여 초강대국은 더욱 많은 유연성을 확보하는 한편 효율성을 증대시키게 되었다. 탈근대 권력, 초강대국은 '제국'과 '정복'이라는 전통적인 경로를 기피한다. 이런 것들은 다른 사회를 흡수하여 영구적으로 차지하고 정복된 영토의 일상사에 대한 책임을 떠맡기 위해 침략하는 전략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탈근대 사회에서 권력의 강제성-곧 폭력이라는 전통적 위협-은 추상적인, 비물질적인 권력에 의해 무색해지고 있다. 탈근대 권력은 정보의 산출·통제·수집·저장과 그 정보의 사실상의 즉각적인 전송을 포함한다. 통신은 현존함이 없이도 가능한 집중화된 통제에 대한 유례없는 잠재력과 함께 비인격화된 관계, 상호 연계된 네트워크의 광대하지만 빈틈없이 통합된 팽창을 의미한다. '전 세계를 전산망으로 연결하는 것'은 탈근대적 '지구화'의 표현에 불과하며, 다른 영역인 '외교 문제'-이론적으로 국가가 담당하는-가 이제 기업과 공공연하게 제휴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탈근대적 조건은 권력의 역설을 품고 있다. 중앙 집중화된 권력의 잠재력이 커짐에 따라, 중앙 집중화의 가장 악명 높은 실천자인 국가는 그 자신의 가장 독특한 요소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게 된 것이다. 탈근대 국가들 가운데서 부와 권력은 급속하게 상층에 있는 소수의 계급과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선진사회'에 집중되고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사회 내에서건 국가들 사이에서건, 점차 확대되는 한편, 그로 말미암아 초래되는 권력의 집중은 경제적·정치적·사회적·문화적 분산이라는 대조적인 현상을 수반하고 있다. 


서문 

제1장 정치철학과 철학 

1. 탐구 형식으로서 정치철학 

플라톤이 개인의 선한 삶의 본선에 대한 탐구가 선한 공동체의 본성에 대한 탐구와 (평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렴하면서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처음 인지한 이래, 정치철학과 철학 일반 사이에는 긴밀하고 지속적인 연관이 존재해 왔다. 철학은 공개적으로 도달하고 공개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진리를 다룬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무엇이 정치적인가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속성 중의 하나, 곧 자신의 주제에 대한 정치 이론가의 견해를 강력하게 주조하는 것은 그것이 '공적인 것'에 대해 갖는 관계이다. 따라서 공적 사안에 대한 탐구가 공적 유형의 지식에 합당한 표준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지극히 적절한 것이다. 


2. 형식과 실질 
3. 정치적 사유와 정치적 제도 
4. 정치철학과 정치적인 것 
5. 정치철학의 용어 
6. 비전과 정치적 상상력 
7. 정치적 개념과 정치적 현상 
8. 담론의 전통 
9. 전통과 혁신 

제2장 플라톤: 정치철학 대 정치 
1. 정치철학의 발명 
2. 철학과 사회 
3. 정치와 지식 체계론 
4. 사심 없는 도구를 찾아서 
5. 권력의 문제 
6. 정치적 지식과 정치 참여 
7. 통일성의 한계 
8. 플라톤의 모호성 

제3장 제국의 시대: 공간과 공동체 
1. 정치적인 것의 위기 
2. 공간의 새로운 차원 
3. 시민됨과 이탈 
4. 정치와 로마 공화정 
5. 이익의 정치 
6. 정치적 결사에서 권력 조직으로 
7. 정치철학의 쇠퇴 

제4장 초기 기독교 시대: 시간과 공동체 
1. 초기 기독교에서 정치적 요소: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관념 
2. 정체政體로서의 교회: 정치 질서에 대한 도전 
3. 교회-사회에서 정치와 권력 
4. 정치화된 종교의 당혹스러움과 아우구스티누스의 과제 
5. 재강조된 교회-사회의 정체성: 시간과 운명 
6. 정치사회와 교회-사회 
7. 종교의 언어와 정치의 언어: 중세 기독교 사상에 대한 보충 설명 

제5장 루터: 신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1. 정치 신학 
2. 루터 사상의 정치적 요소 
3. 제도에 대한 불신 
4. 정치적 질서의 지위 
5. 균형추 없는 정치 질서 
6. 단순 소박함의 열매 

제6장 칼빈: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치적 교육 
1. 질서의 위기와 시민성의 위기 
2. 칼빈 사상의 정치적 특성 
3. 교회 정부의 정치 이론 
4. 정치적 질서의 복원 
5. 정치적 지식 
6. 정치적 직분 
7. 권력과 공동체 

옮기고 나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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