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도올의 중국일기 1], 김용옥, 통나무, 2015, (161110).

바람과 술 2016. 11. 10. 13:03

두보 <곡강이수 제2수의 첫구절>


아침 조회를 끝내고 낮에 돌아갈 때면 매일 봄관복을 전당포에 맡겨두고, 

곡강의 강변술집에서 만취한 후에나 집으로 달아간다네


술외상값은 늘상 가는 집마다 쌓여있는데,

사람이 태어나서 일흔 살을 산다는 것도 고래부터 참 드문 일이지


꽃잎 사이를 뚫고 나는 나비는 깊고 깊은 곳에서 펄럭펄럭 그 자태를 드러내고

수면을 가볍게 때리는 잠자리는 화사한 하늘을 유유히 난다


곡강의 봄의 풍경, 그 아름답고 찬란한 빛, 이 모든 것이 일흔 살에도 이르지 못하고 무상히 스러져갈 내 몸과 더불어 시간의 흐름 속에 같이 구른다.


나는 곡강에게 말하여둔다.


그대의 아름다움과 이 늙어가는 두보가 잠시 간만이라도 이 순간 서로를 칭찬하며, 서로를 비난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