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 최준식, 소나무, 2002, (180618).

바람과 술 2018. 6. 18. 10:30

글을 시작하면서 :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에 대한 두 가지 반성


Ⅰ. 한국의 미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17


1. 무교를 찾아서 - 종교.사상적 배경 ...19

종교를 일상의 속된 세계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성스럽고 거룩한 현상의 체험으로 해석한 것으로 유명하다. 종교는 형태와 형상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예술을 필요로 한다. 반면에 예술은 '그 속으로 흘러들어갈 더 넓고 더 깊은 강'으로서의 종교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예술은 치초에 종교가 드러내고자 하는 성스러운 모습을 표현했고, 점차 세속화되는 과정을 겪에 된다. 종교의 밑바닥에 깔린 정신은 그 종교를 세계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의 예술적 표현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 


신을 섬기는 많은 민족의 사원에서는 신을 대부분 어둠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표현해 왔다. 이때의 어둠은 어둠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나 지상적인 것의 부정. 그럼으로써 신의 본성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이때의 어둠은 역설적이게도 '접근 불가능한 광명' 속에 신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무교에서는 이른바  '고등 종교'에서처럼 신이 크거나 멀리 떨어져 잇는 존재 혹은 형이상학적인 존재로 드러나지 않는다. 무교의 신은 인간의 바로 곁에 있고 언제나 교섭이 가능한, 또 때에 따라서는 흥정도 가능한 작은 신들이다. 그래서인지 무교에서 신을 표현할 때는 어둠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무교에서는 신의 묘사가 대단히 원색적이다. 


콜만에 따르면, 예술과 종교는 자아 실현의 추구에 대한 상보적인 반응이다. 즉 인간은 누구나 자아의 실현을 위해 진력하는데 종교와 예술은 쿠마라스와미가 말한 것처럼 동일한 것은 아닐지라도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짝과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자아 실현은 다른 말로 하면 통합이고 일치이며 하나됨이다. 통합이란, 유신론적인 종교에서는 원래는 하나였다가 분리된 신과 인간이 통합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불교 같은 비유신론적인 종교에서는 표층적인 에고가 심층에 있는 진아와 하나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종교와 예술은 공통적으로 이 목표를 추구한다. 이때 예술이 갖는 중요한 역할은 매개체로서의 역할이다. 인간과 신을 매개하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또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있는 것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인간의 죽음 같은 종교적인 문제의 해결에 유달리 약한 유교가 암묵적인 파트너로서 무교(그리고 불교)를 묵인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것이 가장 모범 답안적인 해석이 될 것이다. 이런 종교적인 이유 외에 명징한 근거를 대지는 못하지만 무교가 우리 나라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종교였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성리학이 조선 사람들의 무교적인 종교심을 다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고 싶다. 


가령 2박자에 기초하고 있는 중국 음악이나 일본 음악과는 달리 우리 음악이 3박자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중·일이 같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음악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다. 


무교의 핵심은 바로 이 망아경 속에 들어가는 데 있다고 하겠다. 망아경에서 인간은 주객이 미분리되는 혹은 통합되는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른바 아직 질서가 잡혀지기 이전인 원초적인 카오스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숨막히는 질서가 거부되고 태초의 혼돈 상태가 된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상태로 혼연일체가 되어 섞이게 되는 것이다. 이를 조금 다른 표현으로 하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혹은 인간이나 자연이 본연의 모습대로 노출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본적 성향이 무교의 그것처럼 질서를 싫어하고 자유분방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우리 나라의 예술에 나타나는 미의식에는 대체로 무교적인 자유분방한 정신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2. 흔들리는 신분, 새로운 하부구조 - 사회.경제적인 배경 ...48

3. 조선 후기의 예술적 환경 ...57

4. 한국미의 시대별 전개 - 조선 후기를 중심으로 ...83

5. 작은 결론 하나 : 가장 한국적인 미, 조선 후기에 형성되다 ...93

Ⅱ. 한국미의 연구,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 - 각 장르에 따라서 ...97

|음악| ...103

1. 한국 음악미를 밝힌 연구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104

① 한국 전통 음악의 정신 : 화이부동. ② 한국 전통 음악의 마음 : 자연주의. ③ 한국 전통 음악의 개성 : 포괄성·여유. ④ 한국 전통 음악의 체질 : 중절·신명. ⑤ 한국 전통 음악의 얼굴 : 곡선·구수한 큰 맛·비정제성. 


2. 변화하는 조선 후기 음악 - 즉흥성을 중심으로 ...120

|춤| ...155

1. 한국 춤의 특성을 밝힌 연구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156

어떨게 절묘하게 동 속에서 정을 살려내느냐가 중요하게 된다. 


2. 음악 못지 않게 자유분방한 조선 후기의 춤 ...172

|미술.공예| ...201

1. 한국 미술의 특질을 밝힌 연구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202

2. 가장 조선적인, 조선 후기의 미술 ...227

3. 조선미의 정수, 도자기 ...270

|건축| ...297

1. 한국 건축미를 밝힌 연구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298

2. 더욱더 조선적인, 조선 후기 건축 ...321


글을 맺으면서


한국의 전예술사를 관통하는 미론을 목표로 하지 않고 지금 우리가 가장 한국적 이라고 생각하는 미론이 어느 시대에 형성된 것인가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