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레비 스트로스/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강주헌, 아르테, 2015, (161025).

바람과 술 2016. 10. 25. 12:01

서문 _ 모리스 올랑데

산타클로스의 처형, 1952년

우리가 산타클로스와 관련된 문제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린아이들이 산타클로스를 좋아하는 이유보다는, 어른들이 산타클로스를 만들어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확산 이외에, 이런 현상을 가장 먼저 인지한 미국의 인류학자 엘프리드 크로버가 '자극에 의한 확산'으로 명명한 중요한 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 전래된 풍습은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래된 풍습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환경에서 잠재적 상태로 이미 존재하던 유사한 풍습의 출현을 자극한다는 뜻이다. 


로마의 사투르누스 축제처럼 중세의 크리스마스에서도 두 가지 융합적이고 대립적인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는 모임과 교감이다. 계급과 신분이 잠시 사라진다. 노예와 하인의 주인의 자리에 앉고, 주인은 그들의 하인이 된다. 풍요롭게 차려진 식탁이 모두에게 개방되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옷을 바꿔 입는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집단이 둘로 갈라진다. 젊은 층이 자치 조직으로 형성되어 자체의 군주, 젊음의 지도자를 선출한다. 이런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젊은 층은 무분별하게 행동한다. 이런 행동은 다른 집단들에게 해를 끼치는 악습으로 여겨졌고,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까지 신성모독, 절도와 강간, 심지어 살인이란 형태를 띠기도 했다. 사투르누스 축제 동안에도 그랬듯이,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사회는 '연대성의 확대'와 '적대감의 고조'라는 이중적 리듬에 따라 움직이고, 이 두 가지 특징은 상관적 대립쌍이 주어진다.


결국 죽은 사람을 위한 축제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위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다면

어떤 시스템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엄격해야 한다. 


발전에는 하나의 유형만이 존재하는 것일까?

여성 할례와 대리출산

『스라소니 이야기』

신화들에서 안개의 기원은 가볍게라도 언급되고 바람은 신화 이야기가 시작될 때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두 기원은 대비된다. 안개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 공간의 중재자라고 한다면, 바람은 주기적으로 변하고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기 때문에 시간의 중재자에 가깝다. 두 기상 현상, 즉 안개와 바람에 관련된 신화들은 동일한 사건들과 동일한 등장인물들이 귀속되는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에 속한다. 


민족학자의 보석

예술가의 초상

수천 년이란 척도에서 보면 인간의 열정은 뒤섞인다. 시간이 흐른다고 인간이 경험한 사랑과 증오, 인간들 간의 약속, 인간의 투쟁과 욕망 등에 덧붙여지는 것도 없고 제외되는 것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열정은 똑같다. 


몽테뉴와 아메리카 대륙

몽테뉴의 철학적 사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계몽시대의 철학이 인류의 역사에 존재한 모든 사회를 비판하며 합리적 사회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다면, 상대주의는 하나의 문화가 권위를 앞세워 다른 문화를 재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을 거부했다. 


신화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

얄궃게도 과학이 발달할수록 과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더욱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닐스 보어는 40년 전에 학회를 위해 모인 민족학자들에게 "인간 문화들 간의 전통적인 차이는 물리적 실험이 서술될 수 있는 많은 방법, 즉 다르지만 등가에 있는 방법들과 유사하다."라고 인정했었다. 파동의 이미지와 입자의 이미지는 동시에 사용되어야 어떤 물체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신앙과 풍습과 제도가 서로 모순되고 그 자체로도 모순되더라도 민족학자가 신앙과 풍습과 제도를 통해서만 인간 사회의 보편적 현상인 문화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수년 전까지도 효과적이라고 여겨졌던 처치법이 유해하지는 않더라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현대 의학은 그런 처치법을 금지한다. 달리 말하면, 미신적 풍습과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행위 간의 경계는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다. 


장 자크 루소는 우리를 타인과 동일시하려는 감정에서 사회적 삶의 기원을 찾았다. 


오귀스트 콩트와 이탈리아 


푸생의 그림에 담긴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

여성과 사회의 기원

신화의 주된 기능은 어떤 현상이 지금처럼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현상이 옛날에는 달랐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신화의 추론 방식은, 19세기 인류학자들이 진화론에 매료되어 세상에 존재하는 제도와 관습을 단선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려던 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 문명이 가장 복잡했고 가장 진화했을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해, 진화론에 매몰된 인류학자들은 원시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종족의 제도에서 초기 인류 사회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제도를 상상해냈다. 


민족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한때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모권제의 환상에 종지부가 찍어졌다. 부권제 아래에서는 당연하지만 모권제 아래에서도 권력은 남성의 몫이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모권제에서는 어머니의 남자 형제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부권제에서는 남편이 권력을 행사한다는 게 유일한 차이였다. 


‘미친 소’ 파동의 교훈

외삼촌의 귀환

사회의 기능을 떠받치는 어떤 근원적인 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이나 공간에서 우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사회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멀리 떨어진 것이 가까운 것을 밝혀주지만, 가까운 것도 멀리 떨어진 것을 밝혀줄 수 있다. 


새로운 신화를 통한 증명

순환론 : 비코의 뒤를 쫓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