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이택광, 이후, 2002, (180620).

바람과 술 2018. 6. 20. 12:26

머리말


보수주의의 기만에 맞선다는 노선에 동의만 한다면, 나는 서로 다른 입장이 모여 화이부동하는 것은 리얼리티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강화해주는 '연대'라고 보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특정 지식인의 사상적 입장은 결국 특정 리얼리티의 효과일 뿐이라는 관점을 취하고자 한다. 


프롤로그 - 서사의 무덤에 새겨진 묘사라는 비문 ...17

한마디로 서사가 현실에 '동참'하는 수단이라면, 묘사는 단순하게 현실의 사건을 '관찰'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루카치가 볼 때, 묘사로 객관을 그려낸다는 것은 결국 작가의 내면을 객관이라고 착각하는 일에 불과한 것이었다. 


스펙터클은 유사 사용의 종속을 넘어서서 이미 삶의 유사 사용 자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기본적으로 자연에서 인간이 완전히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낭만주의는 인간의 절대적 자율성을 신봉하고 초월적 이성을 신뢰한다.


라캉은 도식은 이른바 발화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문화 형식이 어떻게 경제적 문제를 감추기 위한 '핑계거리'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도록 해준다. 이 원리를 문화 형식의 분석으로 확장한다면, 우리는 문화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현실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핑계거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나의 입장에서 문화는 주체가 현실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상상적 판타지이다. 


자본주의적 체제의 본성 자체가 아무리 비인간적이라고 해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문화적 본성 자체를 말소시킬 수 없다는 믿음을 나는 가지고 있다.   


제1장 서사는 초월의 욕망이다 ...60 


1. '재현의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2. 리얼리즘의 적들, 루카치를 욕보이다


루카치가 말하는 재현의 문제는 거울처럼 명징한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총체적 매개를 의미하는 복잡한 서사의 구성에 있었다. 존재가 '임(being)'이 아니라 '됨(becoming)'의 과정임을 지칭한다. 


결론적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리얼리티란 예술가의 의지와 무관하며, 서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제대로 드러내는 것'만이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리얼리즘의 원칙을 폐기시킴으로써 문화비평을 곧 사상 검증으로 전락시키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루카치의 리얼리즘론은 우리가 사실을 사실 그대로, 즉 사물을 사물 그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다. 


사르트르가 지적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집단의 행동에 매료되어 그 자체를 변화로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변화란 그 집단이 소멸한 뒤에 나타나는 것이기에, 오직 집단의 형성만을 행동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상당한 경직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3. 게으른 앵무새들 문화비평가가 되다


문화는 경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닐,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매개'되어 있다는 말이다 루카치의 물화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이전의 이상향을 전제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사르트르의 '존재론적 소외'는 물화 자체를 존재의 보편성으로 파악함으로써 모든 존재를 해석적 지평으로 끌어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4. 제임스 본드, 오우삼을 만나다


5. 멜로드라마 영화의 노스탤지어


벤야민의 말처럼 새로운 형식은 언제나 낡은 형식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2장 스펙터클과 서사의 위기 ...128


6. 시놉티콘의 '용감한 신세계'


7. 성냥팔이 소녀가 재림한 진짜 이유


8. 유토피아 또는 포르노그라피


제3장 아버지의 이름으로 ...158

9.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민족 로망스와 네버-네버 랜드


10. 친일 문학의 미학


11. 축구는 독립운동이다


서구인들에게 민족이란 개념은 한국의 경우처럼 '단일 종족'을 뜻하는 것이라기보다, 세금 내는 '국민'이 더 가깝다. 


12. 이문열과 이인화, 두 보수주의자의 초상


13. 유승준과 황석영, 유령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찾아오는가?


제4장 문화는 적대이다 ...218

14. <친구>, 현실을 우회하는 한 가지 방법


15. 지극히 해피하지 않은 <해피엔드>


16. <텔미썸딩>,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17.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버지의 이름이 계급을 만날 때


18. 리얼리티는 상징적 표면을 가지고 있다


제5장 우리가 섹슈얼리티와 `그짓`을 하는 몇 가지 방법 ...250


19. 섹슈얼리티와의 음란한 탱고


20. 황수정, 억압된 것은 어떻게 귀환하는가?


21. 정양과 김승주의 누드


제6장 한국 문화의 새로운 지형도 ...280

22. 386세대의 불행


23. 김영민, 잡된 글쓰기의 모티브


24. 강준만은 옳은가?


25. 김영건, 어느 분석철학자의 형이상학


26. 김용옥이 텔레리전으로 간 까닭은?


27. 김지하를 위한 변명


28. 이진경, 진중권, 김규항


에필로그 - 보수주의에 맞선 지도 그리기 ...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