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몸], 박선준/유초하/조광제/이정원/박치완, 산해, 2001, (220307)

바람과 술 2022. 3. 7. 01:40

작은철학총서를 펴내며

 

한의학의 몸 - 박선준

 

한의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인간과 분리된 어떤 외부의 물질이 아니라 그것에 의해 초래된 내 몸의 상태다. 그러므로 내 몸의 정·기·신이 가장 중요하다. 

 

하늘과 땅이 우주라면 사람이 소우주라고 하는 말은 바로 이런 관계를 전제로 한다. 우주가 기라고 한다면 사람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기이다. 이러한 기의 일체성이 바로 사람이 소우주라는 말의 첫 번째 전제이지만 이 일체성은 서로 의식적으로 구분되는 독립된 실체로서의 각 대상들의 일체성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은 다만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장자가 똥과 같이 하찮은 것에도 도가 있다고 할 때의 의미도 바로 이런 의미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기로 이루어진 것이며 다만 이런 기의 운동에 따라 이런저런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전체가 없이는 한학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이런저런 모양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을 각각 독립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한다면 역시 한의학은 존재할 수 없다. 

 

<내경>을 통해 도가 초월적인 어떤 것, 이념적인 것으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왕빙의 해석처럼 도를 얻는 것은 곧 온전한 몸을 얻는 것에 불과하다. 덕이란 도를 바른 마음으로 행해서 얻음이 있는 것이다. 온전히 얻었으므로 건강하다. 

 

<내경>의 예방은 백신을 맞는다든지 방역을 하여 면역을 높이고 외인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병을 막거나 정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리 피하는 것이다. 특정한 어떤 병원균을 막는 것이 아니고 그런 병원균이 침범할 수 있는 조건을 피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한 병원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내 몸의 기운을 강하게 하여 병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며 침범하더라도 깊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상식과 철학의 지위바꿈, 또는 동서 발상법의 엇물림 - 유초하

 

포스트모던 육체 담론들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거나 않고 있는 주류 유럽 철학적 잔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인식 주관의 존재는 자명한 것으로 상정하면서 인식 대상의 존재에 대해서는 직접 긍정하지 않거나 유보하는 태도이다. 대상 세계 사물들은 철학에서는 감각 자료의 수준 또는 양태로만 긍정되며, 과학에서는 이론적 단위로서만 긍정되는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다음, 인식 주관에 의해 확인될 수 없는 대상은 되지 않는 존재로서도 긍정될 수 없다는 발상이다. 감각주의=경험론이건 이성주의=합리론이건 인식론의 통제 안에 들어오지 않는 영역은 객관적으로 승인될 수 없다. 이러한 인간 중심주의의 내용은 정신주의이고, 더 좁게는 지성주의이다. 육체를 논의하는 담론들 또한 물심이원론/심신이원론의 사유틀 속에 있고, 그에 따라 육체를 주체로 승인하기를 명백히 거부한다. 여기서 그들은 일종의 양가적 논리를 펼친하고 나는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이성=정신에 대립하는 육체를 강하게 긍정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그 육체를 의식 일반의 확장 통로로 상정하는 것이다. 

 

몸과 말 - 조광제

 

영화와 신체 - 이정원

 

베르그송의 간-신체와 사이 존재론 - 박치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