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법의학의 세계], 이윤성, 살림, 2003, (220313)

바람과 술 2022. 3. 13. 22:25

왜 법의학이 필요한가?

 

과학적인 판단은 객관성(조건이 같으면 누가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성질)이나 재편성(다시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성질)을 지녀야 한다. 

 

법의학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법률의 시행과 적용에 관련된 의학적 또는 과학적 사항을 연구하고 이를 적용하거나 감정하는 의학적 한 분야'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권을 옹호화고 공중의 건강과 안전을 증진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의학'이다.

 

법의학은 어떤 의학인가? 의학은 크게 기초의학과 응용의학으로 나눈다. 기초의학은 주로 이론적인 학문으로 의과대학 저학년에서 배우는 해부학·생리학·생화학·병리학·미생물학·약리학·기생충학 등이 이에 속한다. 응용의학은 다시 임상의학과 사회의학으로 나눌 수 있다. 임상의학은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대상으로 하므로 개인의학이라고 하거나 환자 치료가 목적이므로 치료이학이라고 한다. 이에 속하는 것이 일반인들이 잘 아는 내과학·외과학·산부인과학·소아과학·정신과학 등이다. 법의학은 사회나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의학·역학·의료관리학과 함께 사회의학에 속한다.

 

법의학은 법률의학과 법정의학으로 구분하는데, 법률의학은 의료 행위와 관련된 법률 문제, 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의학적 지식, 교통사고나 노동재해에서 생긴 장애나 후유증을 판정하는 일 따위가 주된 업무이어서 반드시 법의학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의학 전반이 참여하는 법의학이고, 법정의학은 재판과 관련된 부분, 예컨대 사망원인을 밝히거나 친자를 감정하거나 독극물을 검출하는 등의 일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법의학이라 할 수 있다.  

 

의학적 사법은 영미법계의 나라에서 검시를 담당하는 관리가 사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용어다. 우리 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를 구별하지 않고 그냥 '법의학'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법의학에는 여러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시체를 검시하는 벙의병리학, 혈액과 같은 인체에서 얻은 시료로 독극물을 검출하는 법의독물학, 혈액이나 정액 따위로 신원을 확인하는 법의유전학, 치흔 감정이나 치아로 개인을 식별하는 법치의학, 백골을 검사하여 개인을 식별하거나 사망의 원인을 알아내는 법인류학, 지문 검사나 탄도 검사와 같이 범죄수사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감식학 등이 있다. 한편, 의료과오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법학, 친자감정을 위한 법의유전학, 보상이나 배상의 기준을 정하는 배상의학은 민사 법의학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 모두를 법의학의 분야로 분류하였으나 최근에는 다른 과학이 발달하여 사람의 손상(상해)과 죽음에 직접 관련된 법의병리학만을 법의학이라 하고, 감식학이나 독물학, 인류학, 혈청학과 같은 분야는 법과학이라고도 한다. 

 

법의병리학은 법의학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실제로 '법의학'하면 으레 부검을 생각하는데 부검은 법의병리학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의학의 중요한 분야인 병리학은 질병이나 손상의 원인, 발생기전, 과정, 결과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질병과 손상으로 생긴 인체의 병변을 기술한다. 법의병리학은 병리학의 세부 전문 분야로 주로 손상을 다루며, 주요 대상은 범죄와 관련되었거나 그럴 의심이 있는 죽음이나, 급작스러운 죽음, 예상하지 못한 죽음 그리고 생존자의 손상(상해)이다. 

 

검시에서 의사가 하는 일은 ① 사망선고, ② 주검의 신원확인, ③ 사망시각 추정, ④ 사망원인 결정, ⑤ 사망의 종류 결정, ⑥ 증거물 확보 등이다. 요컨대 시체를 검사하여 손상이나 사망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다시 구성하는(재구성) 일이다.  

부검을 해야 하나?

 

부검의 필요 여부는 과학적인 판단을 근거로 해야 한다. 부검은 늦어질수록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적어지며, 한 번의 부검을 하고 나면 두 번째 부검에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어진다. 

사망시각 추정과 신원확인

 

부검은 주검을 해부하여 검사함으로써 사망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일반 의사들은 주로 산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주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소견을 관찰하여 필요한 것을 알아내는 현상이나 소견을 관찰하여 필요한 것을 알아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리하여 시체검사하면 으레 사망원인을 알아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사망원인이긴 하지만 시체검사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주검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일이나 주검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시체 검사에서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은 ① 주검의 신원확인(누가), ② 사망시각(언제) 추정, ③ 사망장소(어디서) 확인, ④ 사망원인(왜) 결정, ⑤ 사망의 종류(어떻게) 결정, 그리고 ⑥ 증거물 확보 등이다.    

사망의 원인과 종류

 

칼에 찌려 죽은 사람을 부검하고 나서 "사망원인이 복부 자창(배에 칼이 찔림)입니다"하면, "복부 자창에 의한 실혈사이군요"한다. 이 말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망원인과 사망기전을 혼동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TO)의 정의를 따르면 이 경우에 사망원인은 '복부 자창'이고, '실혈'이란 사망기전이다. 즉, 사망기전이란 사망원인이 작용하여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인데, 대부분은 사망원인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 사망원인이 전제된다면 사망기전을 사망원인으로 혼용하여도 상관없다. 

 

사망의 종류는 크게 병사와 외인사 둘로 나눈다. 외인사에는 자살·타살·사고사가 있는데, 외인사이긴 하지만 이 셋을 구별할 수 없거나, 병사인지 외인사인지조차 알 수 없으면 불상(알 수 없음)이 된다. 자살은 스스로 죽을 뜻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동으로 죽은 것이다. 타살은 다른 사람의 행위로 죽은 것인데, 행위를 한 사람이 죽일 의사가 있었는지는 상관없다. 행위자가 죽일 뜻을 가지고 있었으면 살인이고 죽일 뜻이 없었다면 '치사'에 해당된다. 물론 형 집행이나 전쟁행위 그리고 정당방위와 같은 '정당화되는 타살'도 있다. 사고사는 사람의 의사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우연한 죽음인데, 자연재해와 재해성 사고가 있고, 자연재해는 홍수, 해일, 낙뢰 따위로 사망한 것을 의미하며, 재해성 사고, 약해 그리고 자기 실수 따위가 있다.   


법의유전학

법의독물학

손상

교통사고 손상

질식사

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