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지의 실패], 마쓰모토 미와오, 김경원, 전방욱 감수, 이상북스, 2018, (220330)

바람과 술 2022. 3. 30. 14:18

저자 서문

 

한국어판 저자 서문

 

첫 번째 메시지는 과학기술을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는 의미에 관한 것이다. 사회학자는 모든 일을 사회현상으로 보라고 하지만 사실상 과학기술은 사회현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다. 다른 한편 과학자와 기술자에게도 다른 종류의 금기가 존재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사회상을 상정해 과학기술을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그렇게 분리된 과학기술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고양식과 행동양식이 지배적이다. 결국 사회학과 과학기술 각각에 상대 분야에 대한 시야가 막힌 사고양식과 행동양식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 상태를 변화시키려면 지와 사회가 서로 상대를 열린계로 상정하고 출발하는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메시지는 과학기술을 대상으로 다루는 사회과학의 다른 분야와 이 책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STS(Science, Technology & Society /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는 하나의 학문분야라기보다는 1980년대부터 서구에서 과학기술의 사회연구자와 과학기술의 사회문제에 관한 운동가 및 실무자 등을 중심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다. 사회 쪽에 발을 디딤으로써 이해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명암 양면을 다분야횡단적·문제지향적으로 제시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의 총칭이다. 

 

사회문제의 해결에는 운동을 개재한 상향식이냐, 정책을 개재한 하향식이나 등의 이분법을 상정하기가 쉬웠다. 반면에 운동과 정책이 역동적으로 연관되는 경우는 문제해결에 필요한 복수의 자원이나 담당자를 동원할 수 있는 연대를 갖추고 있다. 한편 연대 양상에 따라서는 상향식을 가장하고 하향식으로 무언가를 추진하려는 약삭빠른 여론 조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제1장 사고는 왜 없어지지 않을까

 

0 들어가는 말

 

1 과학기술은 선일까? 악일까?

 

과학기술 선용론-악용론의 근거 원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편주의 원리로, 이는 과학기술이 어떤 목표에 대해서도 중립이라는 논점에 대응한다. 보편주의 원리는 사회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과학기술에 의존한다는 상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학기술 선용론-악용론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원리는 사용자 책임의 원리다.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느냐 불이익을 가져다주느냐는 그 이용 방식에 달렸다는 것이다. 

 

2 ‘지知의 실패’란 무엇인가

 

3 ‘지知의 실패’를 계속 산출하는 시스템

 

4 리스크론 비판

 

리스크에 대한 사전의 실효성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과학·기술·사회의 경계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은 반드시 줄어들어야 하는데, 불확실성은 과학에 의해 충분히 줄어들지 않는다. 이 상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리스크 현상의 특성에 내재하는 한계라고 보는 관점을 글자 그대로 엄격하게 받아들인다면, 여기에서 도출되는 의사결정을 위한 지침은 하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과학에 의해 충분히 줄어들지 않는 시점에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면, 불확실성을 껴안은 채 의사결정의 실마리를 과학의 바깥에서 구한다는 방향이다. 이것은 가능한 만큼 과학에 의해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그럼에도 남는 불확실성은 과학을 넘어선 다른 것을 통해 사전에 리스크에 관한 실효성 있는 의사를 결정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원래 과학을 넘어선 분야는 반드시 일괄적이지 않다. 새로운 사고방식에 입각한다면 적어도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첫째, 과학적 증거나 계산 결과가 이외의 조치를 통해 납득함으로써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의사 결정할 때 과학자나 기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첫째 기준은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공하는 지적 절차로서, 둘째 기준은 의사 결정에 참가하는 인간 유형으로서, 둘 다 사회를 향해 과학기술을 개방하는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전문가(집단)의 지식과 전문가(집단)를 넘어선 지혜 양쪽에 의한 리스크에 관한 사전 의사결정을 지향한다는 지침이다.  

 

5 맺음말

제2장 과학기술 정책의 딜레마

 

0 들어가는 말

 

1 지知의 빈틈을 어떻게 볼까?

 

2 과학기술 정책을 만드는 담론

 

3 과학기술결정론과 사회결정론의 순환

 

4 과학기술 복합체와 문제의 전체상

 

우리가 자명하게 여기는 과학기술 복합체의 운용을 해석할 때 두 가지 중요한 실마리를 던져 준다. 첫째, 과학기술 복합체는 첨단기술과 상용기술의 상호작용에서 그 출현이 발단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복합체의 초기 상태는 첨단기술과 상용기술의 상호작용이라는 단서를 준다. 둘째, 출현한 과학기술 복합체의 상태가 과학기술 복합체의 자율성 획득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복합체의 자율성을 드러내는 극단적인 경우가 과학기술 복합체의 종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단서를 준다. 그러나 고전적 선례에 나타난 과학기술 복합체의 자율성이란 과학기술 복합체로 사람·사물·돈·정보가 흘러들어 사회에 대한 보답이 제로에 가까운 상태를 허용하는 독특한 여유를 갖는 과학·기술·사회 계에 가깝다. 그런 상태는 사회의 존속을 위한 필요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허용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기술 복합체의 자율성이 사회 질서의 일탈 또는 규칙 위반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회가 과학기술 복합체에 거는 거대한 신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신탁의 근거는 이른바 만기 배당금이 없는 보험일지도 모른다. 첨단기술과 상호기술의 상호작용에서 시작해 과학기술 복합체의 자율성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가 교섭이라는 말로 표현한 대칭적 상호작용이 사회적 신탁을 매개로 비대칭적 상호작용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다. 

 

5 맺음말

이과와 문과, 비실학과 실학에 걸친 지적 틀이나 제도적 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의 틈새가 생기고, 사회의 구성원이 각자의 입장에 적합한 방식으로 지()의 틈새를 이해하는 자유재량의 여지가 크게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사회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공통 이해가 성립하는 과정은 관···민 부문의 전형적인 입장에 상응한 이해의 차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립, 교섭, 타협 등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

 

과학기술 정책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조사해 보면, 현실에는 합의형성의 전제가 충족되어 있지 못하다. ···민 부문을 불문하고 과학기술결정론과 사회결정론이 거의 균등하게 공존한다면 판단 구조를 통해 다양한 사건을 단일하게 이해하는 상태가 지()의 틈새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경계 문제의 발생).

 

경계 문제는 과학기술결정론과 사회결정론 사이의 순환론 구조를 안고 있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투입 가능한 자원이나 시간의 제약을 생각하면 국가 차원의 실제 의사결정 장면에서 어느 쪽인가의 판단 구조가 고정관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과학·기술·사회의 경계에 개재하는 불확실성에 의해 과학기술 정책의 유효성과 정당성이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훼손당할 가능성이 있다.

 

과학기술결정론과 사회결정론에 의거해 한없이 이어지는 논의에 종지부를 찍고, 과학·기술·사회가 상호작용하는 전체의 특성에 입각한 논의로 교체해야 한다.

 

상이한 입장의 자기언급과 그에 따른 복수의 기술을 종합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만약 구조재가 발생했을 때 가능하면 여러 입장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가장 걱정스러운 문제를 수합하고, 문제들의 윤곽과 초점을 사전에 최대한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될수록 다양한 입장의 자기언급을 종합하면, 입장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납득할 수 있는 예방 절차를 제공할 수 있다. 비록 사전에 구축한 문제의 전체상이나 초점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말이다.

 

바꾸어 말해, 역전달의 원칙을 사전 예방의 장면까지 확장함으로써 예방의 대상인 문제(이 경우는 구조재)의 전체상과 초점 책정에 대한 입장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에게 참여를 개방하는 것(개방형 지침의 채용), 여기에는 ()의 실패를 회피한다는 함의가 들었다. 물론 그런 절차에 의해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결정해 버리면, 앞에서 지적한 무한책임의 문제가 예상된다. 바로 의사결정을 위한 선택지를 경계 문제의 회피책에 의해 담보되는 의사결정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문가에 의한 기술 예측은 있지만, 비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에 의한 리스크 예측의 시도는 아직 없다. 비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에 의한 리스크 예측을 과학기술 정책 입장의 일환으로 포섭한다는 구상은 ()의 실패를 회피하는 전망의 하나이기도 하다.

 

제3장 과학기술 복합체에 대한 기대와 성과의 사회적 의미

 

0 들어가는 말

 

1 신에너지 기술의 등장

 

2 일본의 OTEC 개발 과정

 

3 불확실성과 의사결정

 

4 나아가야 할까, 멈춰야 할까

 

5 맺음말

제4장 ‘지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0 들어가는 말

 

1 학제간 연구의 통념에 들러붙는 환상

 

학제간 연구의 통념이란 다음과 같은 굳은 신념을 가리킨다. 어떤 의미에서 지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은 경계가 나뉘어 있는 상이한 지에 좋은 작용을 한다. 교섭은 상이한 지를 서로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 풍요화란 복수의 상이한 지가 교섭함으로써 힘이 커지는 현상을 가리키지 않는다. 복수의 상이한 지 각각의 힘이 서로 더해져 지의 위력이 복합적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기존의 지에 없는 새로운 내용이 결실을 맺는 것을 융합이라 하는데, 이는 가장 행복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기본 전체가 늘 확보된다는 보증은 없다. 현실적으로 교섭이 상호볼모화를 낳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호볼모화란 복수의 상이한 지가 지닌 결함이 더해져 복합적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2 닫힌 엘리트 노선

 

3 닫힌 대중 노선

 

4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합작 조건

 

5 맺음말

과학·기술·사회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의 현상 해명과 문제 해결에는 상이한 지()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종교배의 이념이 요구된다. 부정적 자기언급은 학제간 연구의 통념과 이종교배의 이념을 구별하는 결정적 특징이다. 부정적 자기 언급은 상호불모화(복수의 상이한 지()가 지닌 결함이 더해져 복합적으로 증폭되는 현상) 피하기 위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학제간 연구의 통념에 의해 등한시되었다.

 

비전문가가 전문지식을 신뢰할 만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부정적 자기언급을 통해 이종교배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최초의 방책이 된다. 메타 입장에 서고자 하는 이과 문과 사이의 학제간 연구도 예외일 수 없다. 말하자면 사람 눈에 띄기 어려운 전문지식의 품질 저하를 방지해야 한다. 만일 전문지식의 품질이 낮아질 경우 그 사실을 전문지식의 발전으로 포장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야(감추지 않아야) 한다. 또 비전문가가 허용할 수 있는 한도의 불이익을 통해 전문지식이 발전할 싹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이종교배의 이념에 의해 ()의 실패를 극복하는 행위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합작이다.

 

이제까지 좋은 전문가의 조건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좋은 비전문가의 조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전문가와의 합작을 성립시키는 좋은 비전문가의 조건이 적어도 두 가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하나는 전문지식의 품질 저하로 인해 일어난 불이익에 대해 전문가에게 제대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비전문가도 일상지식에 대해 부정적 지가언급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비전문가의 전문가에 대한 태도 및 행동을, 후자는 비전문가 스스로에 대한 태도 및 행동을 기술하고 있다. 각각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 등한시해 왔다.

 

바꾸어 말하면 비전문가가 전문지식의 품질 저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때 그것이 이종교배의 이념에 의한 ()의 실패를 극복하려는 전문가의 시도만큼 가치 있다고 간주한 적이 없었다. 물론 비전문가의 이의 제기만으로 이종교배의 이념을 실현하고 ()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파트너인 비전문가에게는 그에 합당한 태도 및 행동의 원칙이 있다. 전문가가 전문지식에 대해 부정적 자기언급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전문가도 일상지식에 대해 부정적 자기언급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종래와 같이 비전문가갖 전문지식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이의 제기만 하는 사고회로와 행동회로에 머문다면, 개방형 지침이 보급되고 정착할수록 비전문가는 좋든 싫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둘러싼 의사결정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상태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이 리스크 같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이종교배에 의해 ()의 실패를 극복하는 파트너라는 사고회로와 행동회로를 채용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지식에 대한 이의 제기와는 독립적으로 필요에 따라 일상지식에 대한 부정적 자기언급도 함으로써 집합적 지식을 키워야 한다.

 

제5장 자기언급ㆍ자기조직형 제언

 

0 들어가는 말

 

1 기술관료주의와 거리를 둔다

 

2 기술다중민주주의와 거리를 둔다

 

3 밑바탕부터 제도를 재설계하자

 

지의 실패를 회피하고 극복하는 행위와 기술관료주의를 구별하는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유토피아로 흘러갈지 모르는 변혁의 장대한 청사진 제시를 조금 절제하고, 보통 사람의 상상력에 호소해 가능한 변혁의 전략과 논리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또하나는 기존 구조를 전제로 한 지위향상 운동이 아니라 이른바 일반인들에게 은폐된 사안을 비판하는 비판자의 지위를 확립한다는 점이다.

 

4 원자력과 GMO 문제에 대한 제언

 

5 맺음말

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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