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도덕에 관한 에세이], 크리스티랑 로슈/장 자크 바레르, 고수현, 동문선, 2002, (220702)

바람과 술 2022. 7. 2. 19:59

1.잉여의 것...9

 

도덕에 대한 진정한 성찰은, 기존의 규범에 한방 먹이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하는 도덕적 반대편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모럴리즘은 본질적으로 독선적인 것이다. 도덕에 대해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도덕을 가르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불가능하다. 플라톤은 자기 식으로 덕이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진정한 도덕은 말이나 담론 따위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의 실천을 통해서라고 갈파했다. 정의로움을 행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정의로움이 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 성찰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얻기 이전에 먼저 문제를 인식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도덕에 대해 성찰한다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행위의 상대성을 확인하는 일이자 가치들을 식별하는 일이며, 현 상황에서 문제시되는 가치들의 충돌을 분석하는 것이다. 도덕적 성찰만이 개인의 본능적 충동에 대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것은 내면의 대화를 향해 가는 첫걸음에 지니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올바르고 어떤 경우에 자제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선이라면, 스스로 선한 사람이 되고 타인과 더불어 그리고 타인을 위해 선행을 베풀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2.양심!양심!...19

 

의무의 성격을 규정짓는 강제성이 필연성의 차원은 아니다. 많은 경우 필연적인 것으로서 의무와 강제성을 띤 의무 사이에 혼도이 일어나는데, 그 이유는 의무란 명사 단어가 동사로 쓰일 때에는 의무를 나타내는 " ~해야 한다"와, 필연을 나타내는 "반드시 ~ 하게 되어 있다"라는 완전히 다른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자유 의지를 간직하고 있을 때만 의무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내가 완력에 의해 어떤 일에 굴복해야 한다면, 내가 의무 때문에 그것에 복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완력에 복종하는 것은 것은 필연성에서 비롯된 행동이지 자발적 의지에 의해 행해진 행동이 아니며,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신중을 기하는 태도일 뿐이다. 

 

그렇다면 도덕 의식은 사회적 의식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어떤 경우 우리 내부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는 사회적 규율의 내면적 메아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간이 천성적으로 도덕적인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이러한 철학적 견해는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더욱 확실시되었다. 도덕적 행동은 오히려 사회적 행동이다. 이처럼 사회 현실의 총체를 도덕 의식으로 귀결시키는 종교와는 관점을 달리하는 학문은, 개개의 도덕 의식은 그 의식이 일부를 이루는 사회적 현실의 총체라고 설명한다. 도덕 의식이 단지 개인이 사회 속에서 습득하고 발전시키는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일 뿐이라는 것에 수긍하면, 시간과 장소에 따라 선과 악의 개념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어떻게 한 개인이 처음에는 그에게 외부적이었던 규범들에게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가 그 규범들을 개인적 판단을 통해 인정하고 승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에게 사회란 그가 복종하기를 받아들인 신성한 권력을 표상한다고 생각지 않는 한은, 혹은 정상적이라는 감정을 만들어 내면서 반복이나 습관이 이성의 대체물로서 공헌한다고 여기지 않는 한, 그것이 관례이다가, 그것이 관례이어야 한다로 변해 간다.

 

인간이 처한 이중적 상황-감각 세계 안에서는 한정적인 존재이고, 지적 세계 안에서는 자유로운 존재-을 반영하는 도덕 의식의 이중적 상황이다. 밖으로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 본능은 내부로 방향을 돌린다. 본능의 억압에서 탄생된 의식은 나쁜 것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왜냐하면 죄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곧 삶을 부정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3.법이 멈추는 곳...37

 

오귀스트 콩트는 심지어 인간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부조리하고 비도덕이라고까지 하였다. 개인의 권리는 각자가 법적 의무를 완수했을 때 비롯되는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법은 적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를 준수할 규약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단수히 법을 준수하는 것만으로 평화로운 사회적 삶이 충족된다면 도덕이 굳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도덕 대신에 법이 인류를 치유할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법을 도덕의 사회적 표현으로, 혹은 도덕을 법적 요구의 표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법과 도덕을 분명하게 구별지을 필요가 있다. 때로는 법이 도덕보다 너그럽다. 때로는 도덕이 법보다 더 너그럽다. 

 

사실 법은 도덕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반면, 도덕은 법에 관련하여 '요구'를 분명하게 표명한다. 첫째, 한 개인이 체제 혹은 또 다른 개인과 맺는 관계는 법 규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도덕상의 명목이다. 둘째, 이번에는 법을 향한 타인의 움직임 속에서 법이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함을 요구하는 것은 도덕이다. 따라서 도덕이 법의 합법성을 보장해 준다. 이 두 표명은 스스로에게서 그 근거 토대를 찾을 수 없는 법에 대해 도덕이 논의의 여지없이 우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셋째, 법의 개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도덕이 그 요구를 표명한다. 법의 영역이 끝나는 곳에서 도덕적 한정 영역이 확장된다. 법은 오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해 관계에만 관여한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바른 행동인지 나쁜 행동인지에 대한 행동 주체의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위해 법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법에는 제약이 따른다. 법을 어겼을 때에는 처벌이 따른다. 하지만 결코 법은 강요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도덕은 개인에게 도덕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실 권리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의무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 그는 어떤 동기에서, 특히 경찰이나 처벌이 두려워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일 수 있다. 윤리 영역과 법의 영역이 다르다는 것은 자명하다. 결코 법이 의무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법에 대한 도덕의 우위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법 제정을 통해서만이 인간의 방종에 규제를 가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도덕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용이케 한다는 것은 틀림없다. 법 규정이 공정하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법적이라고 해서 항상 공정한 것은 아니다. 투쟁을 통한 쟁취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공공 의식 혹은 도덕 의식의 진보와 더불어 법은 점차 좀더 공정하고 좀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역으로 보다 공정한 법, 체제와 보다 평화로운 공공의 공간은 도덕성의 고양을 가능케 해준다. 

 

4.약간의 정치...45

 

도덕성에서부터 선량한 정치 체계를 기대하는 대신, 거꾸로 선량한 정치 체제로부터 훌륭한 시민 교육을 기대해야 한다. 정치의 도덕적 가치는 정치가 확립한 시민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그럼으로써 정치는 도덕적 행동이, 더 나아가 고결한 삶들이 펼쳐질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정치는 개인에게 시민으로서의 목표 의식을 가지도록 선도하고, 이들에게 개인 차원의 욕망을 초월한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정치는 종종 지나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부도덕한 행위를 조장하기도 한다. 사실 정치와 도덕은 결정이나 책임과 똑같은 단계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다. 도덕은 개인 혼자만의 선택이다. 이 선택이 그가 속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말이다. 반대로 정치적 결정은 집단의 명목으로 행해지며, 개인은 오직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만 이에 참여할 뿐이다. 따라서 집단의 삶을 지배하는 법적·정치적 규범과 도덕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결국 정치란 자유로운 존재들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하는 법의 실천이다. 따라서 각 개인에게 다른 사람의 자유와 모순되지 않은 자유를 부여하는 법만이 도덕적으로 합법적이다. 따라서 이론상으로 도덕과 정치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관대한 국가는 국민에게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런데 국가의 역할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이지 국민의 행복에 관여하는데 있지 않다.

 

5.모순은 있다, 하지만...57

 

행복과 덕이 어떤 대립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의무가 보편성을 요구하는 한편, 행복은 본질적으로 보편성을 거역하는 경험적 동기에 따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행복이라 일컫는 것은 흔히 우연적이고 덧없는 욕망의 대상물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확신을 가지고 분명히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인간은 결정이 불가능한 양자택일의 상황을 오랫동안 무시해 왔다. 따라서 행복이 최우선은 아니다 최우선에 놓여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행동함에 있어 우리를 도덕 규범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6.마음인가, 이성인가?...69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인간을 자기 안으로 침잠하게 만들고, 타인과 멀어지게 하거나 혹은 함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도록 만든다. 반대로 연민은 우리에게 타인을 향한 길을 열어 주고, 타인을 우리의 동포 우리의 형제로 인식하여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은 타인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타인을 보호하고 도와 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연민은 인류의 상호 생존을 지향한다. 

 

7.기묘한 토론...87

 

8.멀리 떨어져 보자...99

 

우리가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바로 정의로운 행동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109

 

.색인...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