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 -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제프리 버튼 러셀, 김영범, 르네상스, 2006, (070825).
서문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신학이 아니라 역사이다. 이 책은, 악이 의인화된 '악마(Devil)'의 역사를 다룬다. 역사적 증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있었던 일이라고 믿었던 증거는 상대적으로 분명하다. 개념-사람들이 있었던 일이라고 믿었던 것-이야말로 실제로 있었던 일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진실이라고 믿는 바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악마, 그는 오래된 존재이다. - 괴테
꽃을 꺾는 사람은 가장 멀리 있는 별들을 불안하게 한다. - 토머스 트리헌
1. 악의 문제
하늘은 방관하고 그들의 편을 들지 않았는가? - 맥더프
악의 본질은 감정을 가진 존재,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를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고통이다. 악은 정신을 통해 즉각 파악되고, 감정에 의해 곧바로 감지되며, 고의로 가해진 고통(상처)으로 느껴진다. 악이 존재한다는 데 더 이상의 증거가 필요치 않다. 악은 절대로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악은 항상 개인의 경험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경험의 영역으로부터 구성하고 개념화하는 의식의 영역으로 옮아가듯이, 개개인들이 지각하게 되는 악을 통해서 악의 보편성을 추론하게 된다. 악의 보편성을 의식하게 되면 악을 또 다른 차원을 이해하게 된다. 악은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경험 속 어디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함은 인류가 갖게 되는 다른 개념만큼이나 널리 퍼져 있다. 이 세상은 어떻게 결함(어쩌면 치유할 수 없는)을 갖게 되는가라고 의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악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는 셈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개인의 문제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지금껏 나는 악을 우리에게 행해진 어떤 것으로 다루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악을 행하기도 한다.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위험 가운데 하나는 우리 자신의 악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다. 인간이 가지고 잇는 동기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신이 가진 동기를 분별하기란 불가능하다. 자연발생적 악과 도덕적 악은 동일한 문제에서 연유하는 두 가지 양상이다. 모든 악 가운데 은밀하고 제도화된 악이야말로 가장 나쁜 것이다. 악은 왜, 어떻게 인격화되는가? 가장 기본적인 답은 이렇다. 즉, 악을 외부로부터 우리에게로 침입해 들어오는 고의적인 악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격화된다는 설명이다. 악마를 초자연적인 존재로 여기든, 무의식에서 솟아오르는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여기든, 아니면 인간 본성의 절대적인 측면으로 여기든 그 본질을 포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낯설고 호전적인 힘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마란 호전적인 힘이 인간적으로 또는 신적으로 구체화된 것이고, 이러한 호전적인 힘이 우리 의식의 밖에서 지각된 것이다. 이러한 힘-우리 스스로는 이러한 힘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듯하다-은 외경, 불안, 두려움, 공포와 같은 종교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악마는 신들만큼이나 종교적인 의미를 상당히 드러낸다. 그러므로 악마란 기묘하고 한물간 존재가 아니라 인간 정신 안에, 또는 인간 정신을 압도하는, 거대하고 영원한 힘이 표출된 것이다. 이러한 악의 저변에 놓인 원리를 이해하고 악마를 충분하게 이해하게 될수록, 우리들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부딪히는 악을 더 잘 이해하고 싸울 수 있게 된다.
2. 악마를 찾아서
그러나 나는 아직도 과학적인 가설과 여호와가 내 앞에 놓은 공허 사이를 연결하지 못 했다. - 액셀 룬드
악마는 인격화된 악이다. 이해란 외부의 정보를 늘리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각자의 경험 안으로 지식을 동화시키고 통합하는 것이다. 진리에 대한 이러한 입장은 모든 환원주의(지난친 단순화)를 거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많은 진리체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그 각각에 적합한 수많은 방법론이 있다. 방법론이란 진리체계 내에서 사태를 이해하는 수단이다. 역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1. 역사는 개인이나 사건이 갖는 개별적인 사실의 의미나, 개인이나 사건을 있는(있었던) 그래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역사는 집단이나 시대의 추이에 관한 연구를 배재하지 않지만(실제로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끌어들여 이용한다), 항상 역사 연구의 목표는 개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2. 역사는 정적인 체계가 아니라 동적인 체계를 만들어낸다. 역사는 시간을 경과하면서 변화하는 것들을 다룬다 3. 역사는 인간의 조건, 그리고 역사가들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제를 던지는 인간적인 학문이다 4. 역사는 반어적(ironic)이다 5. 역사는 도덕적이다. 개념의 역사는 이중의 목적을 갖는다. 개념이 발전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개념 자체를 이해(또는 정의)하는 것이다. 이 방법론에서 개념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실적이고 중요하다고 전제한다. 에픽테토스(Epictetus)가 진술했듯이, 사람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사건들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다. 이 방법론은 전통적인 관념의 역사와 유사하지만 두 가지 면에서 다르다. 1. 만하임이 지식이란 항상 특정한 입장을 근거로 해서 주장된다고 한 진술의 진실성을 인정하면서, 개념의 역사는 사회적 역사를 근거로 한다. 개념은 사회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 편향적인 노선에 따라 발전한다 2. 더 중요한 것은 '고급한' 사유의 연구와 '저급한' 사유의 연구를 통합하려하고, 신학과 철학을 신화 및 예술과 통합하려 하며, 무의식의 산물과 의식의 산물을 통합하려는 시도다. 그러므로 개념은 사회적.문화적으로 더 광범위하게 기반되었다는 점에서, 이성보다 더 심층에 있는 심리적 수준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관념과는 다르다. 개념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단위는 개별적인 사건에 대한 개별적인 지각이다. 악에 대한 지각은 종종 악에 어떤 패턴이나 통일성이 있다는 생각을 초래하기도 하면서, 악의 인격화라는 생각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형식의 배열은 하나의 전통이 된다. 그러나 모든 배열이 전통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배열이 기본적인 지각에 들어맞는 한 본질적으로 유효하다. 그러나 그 배열이 전통의 테두리를 넘어가면 고립되어 잊혀진다. 하나의 전통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고 확장된다. 전통은 이해를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그 전통의 한계는 일관성 있게 제한된다. 전통을 너무 편협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개념의 전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1. 그것은 전형을 유지한다 2. 전통은 시대에 맞게 발전한다 3. 처음에 전통은 폭넓게 다양한 생각들을 끌어안으면서 경계를 늘려나간다 4. 그러다가 전통의 경계가 제한되면서 하나의 중심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5. 궁극적으로 중심은 다음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어느 하나로 귀결된다. 전통은 전체적으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인식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 한다. 또는 전통은 '주권'이나 '서사시'라는 개념처럼 현재의 논의의 중심에 통합되어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단순한 개념이 사회적 기능 때문이 아니라 개념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고 개념의 역사는 강조한다. 개념의 역사는 합리적으로 만들어지는 개념뿐만 아니라 신화적으로 형성되는 개념에도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관념의 역사와는 다르다. 신화는 의식에 다듬어지고 수정된 무의식의 산물이다. 무의식이 표출하는 모든 것을 의식이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 경험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신화적이다. 신화는 추상적인 사유를 가리려는 신중하게 고른 외투에 불과하다.
3. 동서양의 악마
보거나 들으면서 존재자를 더럽힌다. - 키케로, [필리피가(Philippicae)], ii 63
우주는 인간에게 때로는 자리롭고 때로는 무자비하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의 본성 역시 그 자체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신의 원리라는 관념을 수용하는 대부분의 사회에서도 그 원리가 양면성을 갖는다고 여긴다. 신에게는 선과 악이라는 대립되는 성질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태는 필연적이라고 인식되었다. 선과 악처럼 모든 것들이 신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기본적인 전제다. 그러나 사람들이 신이 선하다고 생각하고 악이 신에게서 기인하지 않기를 원하는 한, 사람들은 신성 안에 대립되는 힘이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대립되는 성질이 공존한다는 관념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표현되곤 한다.
4. 고전 세계에서의 악
5. 히브리적인 악의 인격화
야훼의 날에 그들에게 화가 있으리라! 너희는 야훼의 날에 무엇을 구하겠는냐? 그것은 빛이 아니라 어둠일 것이다 - [아모스] 5:18
6. 신약성서에 나타난 악마
이 모든 타락을 자신의 손 안에 부드럽게 그리고 끝도 없이 쥐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 릴케
7. 악마의 얼굴
악을 선하다 하며 선을 악하다 한다. - [이사야] 5:20
신을 섬기지 않는 사람이 사탄을 저주하면, 그는 자시 자신의 영혼을 저주하는 것이다. - [집회서] 21:27
*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신학이 아니라 역사이다"라는 말로 책은 시작된다. 그러나 결국은 신학의 역사로 글은 전개되고 마무리 된다.
* 개인적으로 강박증이나 편집증적인 '악마'에 대한 집착이 느껴진다. 신의 부재에 대한 위안이 필요한가?
*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론을 내리기 위해 결국은 도덕적이라는 애매모호한 지점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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