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감금의 정치], 최정기, 책세상, 2005년, (061205).

바람과 술 2008. 6. 15. 05:09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강제로 사람을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행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금이라는 행위 양식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 시기는 근대 이후이다(왜?). 즉 감옥이나 정신병원, 각종 수용소 등이 사회제도로 자리를 잡고 수많은 사람들을 감금하기 시작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신분제와 같은 봉건적인 구속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근대적 개인이 탄생한 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당한 이유 없이 교도소를 무서운 곳, 죄지은 나쁜 사람들이 갇혀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감금 시설들은 흔히 사회에서 이른바 '혐오 시설'로 분류되며,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감금 시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항상 냉담한 것은 아니다(종교 기관, 사회복지 시설 등). 감금 시설을 공포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나 종교 기관이 이것을 통해 자신들의 자애로움을 증명하는 것은 모두 감금 시설이 지닌 상징이 실제 생활에서 발휘하는 다양한 효과를 드러낸다. 여러 종류의 감금시설들은 기능적으로는 우리 사회 질서의 유지와 재생산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제1장 감금의 정치란 무엇인가

 

현 사회의 인식체계에 근거하는 한 나환자와 범죄자, 그리고 정신 질환자는 서로 다른 계열에 속하는 존재다. 이렇게 보면 하나의 장에서 논의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 오늘날 이들은 모두 독특한 형태의 편견과 오해, 낙인의 대상이라는 점이며 2.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이 모두 강제력에 의해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공통점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시기는 바로 근대 이후부터이며, 사회 구성에서 비정상인 존재로 규정되어 타자화되면서 감금이 사회통합과 질서 유지를 위한 하나의 코드로 작동하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드러진 저항이 없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들이 지배 권력의 통제에 순응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저항은 기존의 저항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감금의 정치란 한편으로는 감금 시설 내에서 형성되는 힘 관계와 감금을 통해 이루어지는 지배, 다른 한편으로는 감금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지배 권력의 통제에 대응하는 그래서 스스로의 사람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의미한다. 또한, 이에 더 나아가 이러한 감금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효과, 즉 사회적 약자의 감금을 통한 통제와 사회적 통합 역시 감금의 정치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가 된다. 따라서 감금의 정치란 감금 시설 내에서 이루어지는 지배 및 저항의 관계와, 그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효과를 망라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장 이론적 검토

 

1. 근대와 전체주의, 그리고 감금시설

 

(1) 근대사회와 통제 장치의 변화 

 

처음 사회학을 주창한 학자들은 사회의 질서와 변동이라는 문제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사회통제는 그들의 중심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사회통제라는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무력 또는 법적.초법적인 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암시하는 강제적 통제 2. 강제의 영역 밖에서 작동하는 특정 집단의 자기 조절(self-regulation) 그리고 사회화나 구조 및 문화의 효과 등 사회학적 차원의 사회적 통제이다. 고전 사회학자들은 대부분 사회통제 개념을 이 두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사용한다. 근대국가는 이전까지 사회 체제의 수많은 영역에 분산되어 있었으며 사회의 질서 유지를 담당했던 사회통제 장치를 대부분 국가 장치의 일부로 제도화했다. 따라서 근대 민족국가(Nation-State)는 사실 그 자체를 사회통제의 집중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와 권력, 나아가 권력 자체에 관심을 갖고 그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면 단순하게 답하기 어렵다. 푸코의 권력론의 특징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권력을 하나의 전략으로 인식한다. 즉 권력은 다양한 전략적 위치의 총체적인 효과라는 것이다 2. 분산적인 미시 권력망을 상정한다. 국가란 그 자체가 어떤 전체의 효과로서, 다양성의 결과로서 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3. 권력은 어떤 본질이나 속성으로 보지 않고 관계로 본다. 푸코는 권력은 한편으로는 억압적이고 부정적이며 배제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작동한다 4. 권력은 현실에서 폭력과 이데올로기라는 모습으로 작동하지만, 이것이 양자택일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 근대적인 사회통제와 전체주의

 

오늘날에는 행위자로서의 국가와 국가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국가의 행위가 합리적인지, 그리고 국가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의 철학자 알튀세는 앞서 말한 바대로 국가를 국가권력과 국가 장치로 구별하고, 국가 장치에는 억압적 국가 장치와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국가의 억압적 역할'이다. 플란차스에 따르면 "억압은 - 우선 무엇보다도 조직화된 물리적 폭력, 즉 신체에 대한 폭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권력의 성립과 유지에 있어서 본질적인 조건 중 하나는 신체에 대한 강제와 폭력의 위협 또는 죽음의 위협이다 - 모든 국가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