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도시는 미디어다], 김찬호, 책세상, 2002, (071205).

바람과 술 2008. 6. 15. 06:16

들어가는 말

 

제1장 왜 공간을 말하는가

 

1. 지역을 다시 보니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인구가 한꺼번에 모여 살게 되었고, 주거 공간 확보가 매우 절박하고도 어려운 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집의 의미가 삶터가 아니라 재산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생계 활동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수렵되는 왜곡 현상이 빚어졌다. 파편화된 공간들 안에서 안온한 사생활을 디자인하는 동안 우리의 도시는 형편없이 방치되었다. 당장 자기와의 이해관계가 없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 공간은 황량하고 위험하며 더러운 장소로 전락한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역 공간을 풍요로운 삶터로 가꿔가는 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역 개발에 나서게 되면서 우리의 도시는 더욱 삭막해지고 있다.

 

2. 공간의 사회성, 사회의 공간성

 

근대 도시 체계는 전통적인 장소성(場所性)의 고유한 맥락들을 해체하면서 공간을 균질화시켜왔다. 그와 함께 삶의 다양한 영역들을 분해하여 대규모로 집적시켜 재배치하는 기능주의적 계획이 추진되어왔다. 21세기의 도시를 구상하는 작업에서 핵심은 공간의 사회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은 단지 대상의 객관적 질서나 인간의 주관적인 체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면서 동시에 사회를 구성하는 실천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공간이라는 것은 인간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의미가 생성되고 공유되는 장으로 이해된다.

 

3. 토털 디자인의 대두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러한 생산 및 소비의 패턴은 궤도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 맥락은 다음의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1. 인공물과 자연 사이에서 생기는 모순, 즉 생태학적 한계이다 2. 인공물과 인공물 사이의 모순이다 3. 인공물과 생활 사이의 모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시장에서 구입한다. 거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가격에 의해 '합리적'으로 매개된다. 그러나 그러한 개별적 관계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를 빚어낸다. 토털 디자인은 '컨셉(concept)'에 초점을 맞추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그것이 놓여 있는 '컨텍스트(context)'를 설정하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안으로는 내용의 충실을 기하면서 바깥으로는 타자(자연, 다른 사물, 사회, 삶)와의 관계까지 시야에 넣으면서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는 개체의 완성을 추구하던 디자인에서 장(場)의 조화를 투구하는 디자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한 장은 여러 상황과 차원에서 상정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커뮤니티'가 구체적인 하나의 대상이 된다. 커뮤니티 디자인이 기존의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력적이고 일방적(단선적)이고 폐쇄적인 디자인에서, 연역-귀납적이고 상호 작용적이며 개방적인 디자인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셈이다. 이러한 디자인 양식은 커뮤니티 디자인의 핵심으로서 주민 참여의 논리이기도 하다.

 

4. 지역 활성화 방향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모순을 일으켰던 경제적 이윤과 생활의 질이 이제 수렴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역을 매개로 이뤄지는 의사소통과 그것을 통해 형성하는 공동의 의미 세계를 얼마나 폭넓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경제와 생활이 좌우되는 것이다.

 

제2장 도시의 질적 전환을 위하여

 

1. 근대 도시 문제

 

산업화 이전 사회는 도시 인구가 적었으며, 도시 경제가 농촌에 기생하는 농경 사회였다. 그리고 도시의 모순에서 생거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근교 농촌이 일정하게 흡수해주었다. 그러나 고도 산업 성장과 함께 더욱 진척된 도시화는 농촌이 해체되어 도시의 모순을 흡수할 수 있는 여백이 사라졌다. 미야모토 교수는 도시 문제를 정의하기를, "도시에 집중적으로 투하된 자본이 자아내는 집적 불이익으로서 사회적 손실과, 시민 특히 노동자 계급에게 필요한 사회적 소비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생활 곤란이라고 한다. 지역 공간의 이용 방식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생산 수단으로서의 이용, 사회적 공동 소비 수단으로서의 이용, 그리고 사적 소유에 기초한 개인적 소비 수단으로서의 이용. 이 세 가지 사이에 경합, 대립, 보완 관계가 성립하는데, 이러한 가운데 자본에 의한 지역 공간 이용이 다른 소비적 이용을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도시 근로 주민의 공동 사회적 생활 조건은 점점 악화되어간다. 독점 자본하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생활 기반 시설마저 독점 자본이 장악하고 그것을 자기의 생산과 유통 수단으로 변화시킨다. 근대 도시 계획은 성장 위주 정책을 추구했는데, 구체적으로 도로, 철도 등의 인프라 정비에 수반되는 도심부의 거점 재개발, 교외 주택지나 신도시 개발, 불량 주택지나 저질 시가지의 개량과 재개발 등 각종 물적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2. 행정의 비대화와 생활 세계의 개별화

 

근대 도시의 문제를 분석하면서 산업화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것은 바로 행정 체계이다. 현대 사회에서 행정이 관리하는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시민들의 삶은 점점 개별화되어간다. 그럴수록 지역이라는 공간은 의미 있는 사회 영역으로서 의식되거나 체험하기가 어렵게 된다. 사회가 점점 빨리 변화하고 생활의 범위 또한 넓어지면서 도시인의 삶 속에서 지역 공간이 지니는 비중과 의미는 점점 줄어든다. 사람들은 주민으로서가 아니라 어떤 공식 조직에 우선적인 소속감을 갖는 존제로서 거기에서 성취에 전력투구한다. 따라서 사회의 제 영역들이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됨에 따라 영역들 사이의 이질성이 그대로 지역 사회 안에도 투영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삶이 개별화되수록 그전까지 지역 커뮤니티나 가족에 의해 충족되어오던 생활 관련 기능들이 점점 더 많이 사회화되고, 상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공공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 부문의 과제가 늘어날수록 그것을 매개로 한 지역 주민들 사이의 상호 연관성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면에 주민들 사이의 인간 관계는 빈약해진다. 현대 사회의 모든 영역은 그 관련 범위가 점점 광역화되면서 각 영역들 사이에 상호 의존성이 점점 높아진다. 그 속에서 도시 주민들의 일상 세계는 날로 세분화되고 고립화되어간다. 그런데 그들의 지역 생활을 떠받치는 사회적 공동 소비 수단, 그리고 그것을 제어하는 행정 체계가 점점 복잡해지고 비대해지는 가운데, 조직 내부의 업무 역시 세분화, 전문화된다. 그러한 관료 기구는 주민들에게 갈수록 낯선 대상으로 변화고, 의사소통으로서의 기반이 취약해진다. 현대 도시에서는 한편으로 그렇게 행정 체계와 주민 생활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과 주민 사이의 마찰이 증가한다. 이렇게 사회 상활과 그 안에서의 행정 체계가 변화하면서 공공 사업 추진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야기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 물리적 공간의 부족 2. 자연 자원 및 재원의 한계 3. 공간에 대한 욕구의 증대 및 다양화 4. 주민 의식의 변화. 도시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사물은 부분적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런데 공간의 용량과 자원 및 재원이 임계치에 이르면서 그러한 도구적 행위는 한계에 부딪혔다. 업무의 내용들 사이에, 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필요 사이에, 그리고 행정과 주민의 사고방식 사이에 모순이 생겨나고 충돌하는 부분이 돌출된다. 그래서 그들 사이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면서 관계를 맺고 소통, 조정하여 합의를 이루어내지 않으면 일을 추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3. 도시 계획 : 관료 기술적 행위에서 문화 정치적 행위로  

 

비일상적이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차원에서 도시 계획과 주민은 어떤 접점을 갖고 있는 것인가? 도시의 질적 전환은 곧 도시 계획의 본질을 되묻는 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도시 계획은 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관계의 디자인'이다. 이를 크게 나누자면 사물 또는 과제들 사이의 관계, 삶과 인공 환경 사이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생각해볼 수 있다. 1. 사물 또는 과제들 사이의 관계:전체적 목표상의 포착-커뮤니티 디자인은 대개 장기적으로 기획하여 실행해가는 만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원래의 미완성 상태의 계획에서 바로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디자인의 대상은 구체적인 사물이나 형태가 아니라 커다란 방향,곧 목표상이다. 그 목표를 정하는 것부터가 디자인에 포함된다. 그 가운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경제의 발전과 삶의 질 사이의 균형이다. 2. 생활과 인공물 사이의 관계:하드웨어에 맞물리는 생활양식 선택-지역을 둘러싼 조건 그리고 그것에 밀접하게 연관된 주민들의 생활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그러한 조건이 자아내는 공간적 결과 또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3. 사람들 사이의 관계:주민 참여 시스템과 시민 문화 구축-디자인은 주민들 사이의 네트워크, 그리고 주민과 행정 사이의 파트너십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 디자인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 그 자체도 디자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참여를 통해 형성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인공 환경을 이용할 때 서로 지켜야 하는 규칙을 만들어가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디자인 행위를 통해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종합하는 것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것이 커뮤니티 디자인의 핵심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시민사회이 공동성(communality)을 구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도시 계획은 공간적인 통제나 시설 정비를 통하여 도시를 체계적으로 제어해가는 작업이다.

 

제3장 마을 만들기의 발생과 전개 : 일본을 중심으로

 

1. 산업화 단계의 중앙 집권과 도시 자치

 

1960년대 도시 문제의 악화와 주민 운동의 출현

: 1950년대에 시작된, 당시까지 유래가 없는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 일본은 전 국토가 개조되면서 도시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그것은 농업과 공업, 농촌과 도시 사이의 불균등한 발전을 심화시켰다. 그 결과 농촌과 산촌에서는 인구 급감, 교육, 의료, 교통, 소방 등 사회적 생활 조건의 붕괴가 야기되었고, 대도시권 주변에서는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의 급증, 도시의 주택난, 통근난, 교통, 재해, 탁아소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여기에서 지자체를 상대로 한 주민들의 '생활 요구'가 출현한다. 일반적으로 주민 운동은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일상생활 기반을 유지(방위) 또는 확충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조직하여 정부, 지자체, 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집합 행동을 뜻한다. 주민 운동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의의는 주민들이 지역의 기존 정치 질서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참가 세력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문제제기나 조직화의 주체성을 일상생활의 차원에서부터 확립하고, 생활자로서 새로운 가치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지역을 매개로 한 공동성의 관념이 깔려 있다.

혁신 자치체의 성립과 퇴조

: 1960년대는 국가와 기업에 의한 외래형 지역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자체는 그 하청 기관이던 시기였다. 따라서 아무리 지자체 행정부를 상대로 반대나 요구를 한다 해도, 그 뒤에 중앙 정부가 막강하게 군림하여 지자체 행정을 지배하고 있었고, 그 기조는 주민의 생활과 복지보다는 국가 차원의 경제 개발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주민 운동은 쉽게 전개되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주민 운동,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에 선 공무원 노조와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조합 운동, 그리고 거기에 힘을 합쳐 참여한 혁신 정당(공산당과 사회당), 이 3자가 유연하게 연대함으로써 지역 통일 전선이 성립되었다. 그 결집된 힘은 선거 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것이 일본 현대 정치 및 사회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혁신 자치체'의 탄생이다. 이는 고도 경제 성장의 성과를 주민의 삶에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이론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렇듯 주민 생활 우선의 정책을 표방한 지자체의 성립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혁신 자치체가 이렇듯 주민들의 요구에 충실한 정책을 펴왔음에도 불구하고 70년대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혁신 자치체는 사회 변동과 전반적 도시화에 걸맞은 산업 정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둘째, 혁신 자치체는 행정과 주민이 각각의 입장과 역할을 정해 협동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미숙했다. 결국, 주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탄생한 지방 정부 정권은 역설적으로 주민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지역 경제와 재정의 위기가 닥쳤을 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혁신 세력의 반격을 받은 보수당 정권이 복지 우선으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표면상 차별성이 사라진 것도 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렇게 볼 때 일본에서 근대 시민 의식의 각성은 서구와는 다른 맥락에서 이뤄진 셈이다. 일본에서 근대 사회의 모델로서의 시민 사회는 구체적인 지역 생활 차원에서 발견되고 심화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공동성이나 연대성이 아니고, 또한 계몽적인 가치 의식이나 관념도 아닌, 현실적인 생활과 교차하는 가치와 행동이 구체적으로 형성되어온 것이다.

 

2. 후기산업사회에서 도시의 변화

 

1980년대 이후

: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도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혁신 자치체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신보수주의적 재민영화로서의 '도시 경영론'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이것의 목적은 자립과 자조, 수익자 부담, 행정의 효율화 등을 강조하는 지방 자치체의 감량 경영이었다. 이제 지자체의 상황은 도시 경영 스타일의 실무형을 지향했고, 때문에 주민이 자치와 생활 개선을 요구하며 거세게 들고 일어났던 1960, 1970년대의 지자체와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 공간을 자율적으로 조성해가지 않으면 풀 수 없는 근원적인 과제들이 점점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러한 위기감을 공유하면서 부상한 마을 만들기는 도시 산업 기반을 재국축하면서 동시에 공공 서비스를 억제하는 데서 오는 생활 공간의 빈곤을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지역, 곧 생활의 장이 그처럼 중요해진 것은 후기산업사회의 특징으로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만들기란 무엇인가

: '마치츠쿠리'라는 말은 그 의미가 계속 변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는 '주민이 지역의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자원의 공동 관리를 지향하는 운동', 또는 '거주 환경을 정비하기 위하여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여 계획에 주민 참여를 도모하는 것 등으로 풀이된다.

도심지 재생을 위한 포괄적인 마을 만들기

: 일본의 도시에서 마을 만들기가 심각하게 거론된 배경에는 내부 시가지의 쇠퇴라는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도심에 상업적인 용도가 집중되면서 원래 그것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악화되는 환경을 견디다 못해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심의 소규모 상점, 목조 저층 주택 등이 하나둘씩 재개발되어 높은 빌딩으로 바뀌어갔다. 그러한 상황에서 기동성은 아무래도 젊은 세대에게 있다. 젊은 세대가 더 좋은 주거지를 찾아 교외로 빠져나가고 노인들이 도시에 남게 되는데, 노인들은 환경 개선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도시 공간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다. 지자체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상업 문제라고 여겨 상공과 소관으로 맡겨두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상업 문제만 따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사회적 약자들이 안심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 도심지를 재생해내는 작업이 지금 마을 만들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3. 주민 참여의 논리와 실제

 

지역 공간을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낼 것인가는 단순히 물리적인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생활양식과 시민 의식이 함께 맞물려야 하기에 주민들의 발의와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 참여'가 요청된다.

주민 참여의 세 가지 수준

: 1. 제도적 참여:시민의 당연한 권리와 의무로서의 참여이다 2. 목적적 참여:지역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연루되어 당장의 어떤 이익 또는 손해 발생을 계기로 참여하는 것으로 반대 또는 요구형 주민 운동이다 3. 가치적 참여: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자기가 속한 지역을 더욱 풍요롭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참여하는 것으로 '마을 만들기'가 여기에 속한다.

의사소통과 합의의 기틀:마을 만들기 협의회

: 지역 공간을 조성하는 데서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는 일은 매우 복잡하다. 마을 만들기 협의회는 해당 지자체의 조례 속에서 공식적인 위치를 부여받는다. 실제로 대표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조직의 결성 자체라기보다는, 그 조직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이다. 의사 결정 과정은 어떤가? 어떤 사업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협의회 운영의 핵심이고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사례들을 보면, 다수결 원칙의 규정은 일부러 만들어놓지 않는다. 대신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서로 노력한다'는 식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행정의 새로운 역할:지원

: 일본의 여러 지역들을 대상으로 마을 만들기 현황과 문제점을 조사하고 분석한 건설성 자료에 따르면, 주민 조직이 부딪히는 가장 크고 일반적인 어려움은 역시 처음의 동기에 있다. 초기 단계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때 주민들의 공동 기반을 단단하게 닦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초기 단계에서 주민 리더십을 충실하게 다지는 것이 시간상 경제적이다.

 

4. 마을 만들기의 패러다임 

 

1980년대에 등장한 마을 만들기는 1960년대의 주민 운동과는 원리와 목표가 다르다. 그 차이는 다음과 같고 그들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1. 주민 운동의 경우 가능하면 생산 고간을 배제하면서 거주 환경의 쾌적함만을 지향했던 데 반해, 마을 만들기는 지역 안에 산업과 생활 기능의 병존을 지향한다 2. 주민 운동이 특정한 문제(어떤 시설물을 반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진 데 반해, 마을 만들기에서는 매우 다양하고 종합적인 과제를 끌어안으면서 그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3. 주민 운동이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일시적으로 집중하는 데 반해, 마을 만들기는 장기적인 목표와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설정한다 4. 구성원의 측면에서, 주민 운동의 경우 주택지에 사는 신거주자 중심으로 비교적 동질적인 성향을 띠었던 것에 반해, 마을 만들기의 경우에는 다양한 직업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 마을 만들기는 다양한 주민들이 모여 지역의 장래상을 그리면서 생산 및 생활 공간을 사회적으로 조성해가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구상을 실현할 담당 주체를 육성하고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행정 체계와의 연계를 요구한다. 행정 정책에서도 이제 주민은 단지 주거 서비스의 수혜자가 아니라, 주거 문제 해결의 주체로 다시 자리 매김하는 전환이 요구된다. 그래서 지역 사회 전체를 만들어가는 작업에 관한 자기 결정력을 제고(empowerment)하고, 그를 위하여 정치력, 경제력, 문화력 등의 상황 변혁 능력을 배양해가는 과제가 대두된다.

 

제4장 녹색도시로 가는 길

 

1. 에너지 위기와 생활양식의 지역화

 

1.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사회적, 개인적 활동들은 가까운 거리 내에서 충족되도록 함으로써 이동과 수송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2. 내부 순환적인 경제 및 시스템 구축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3. 적정한 규모에서는 사회 시스템이 좀더 명확하게 가시화되고 주민들의 참여가 원활해진다. 그 결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 지역 사정에 맞는 에너지 체계를 수립할 수 있다 4. 대체 에너지는 기존의 재생 불능 에너지처럼 농축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채 흐르는 에너지를 채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로 집중화된 산업 생활양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2. 시민이 나서는 에너지 자급 프로젝트

 

3. 중범위 수준의 소비 구조 : 소유에서 공동 이용으로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은 에너지가 많이 소비하게끔 구조화되어 있다. 한편 도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행동 반경이 넓어지고 생활이 광역화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광역화, 개별화된 생활 체계를 극복해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 오히려 여가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잇는 방법은 많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포함되는데, 하나는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다. 특히 도시 내 또는 도시 근교 농업은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4. 정보 시스템의 구축과 시민 자주 학습

 

제5장 커뮤니티 디자인의 문화 전략

 

1. 마음이 머무는 풍경을 위하여

 

사람과 마을 그리고 나무

:

공동의 기억이 축적되는 저장고

:

다시 골목길을 보면

:

 

2. 소음 과잉 사회와 문화의 여백

 

높아지는 볼륨의 악순환

:

소리에 관한 시민의 권리

:

소리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

:

소통과 반응의 문화를 위하여

:

 

3.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 도시, 꾸리찌바

 

4. 스포츠, 몸으로 소통하는 축제

 

인라인 스케이팅의 도시 문화적 의미

:

스포츠 이벤트와 도시 문화

: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는 목적이나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대외적인 이미지의 제고:미디어를 통해 지구촌 시민들에게 도시를 홍보한다 2. 경제적인 이익:입장료 수입, 관광객의 증가, 시설 건설을 통한 고용의 증진한다 3. 사회 간접 자본의 확충:경기장, 숙박, 교통 시설 등 도시 기반을 정비한다 4. 시민 참여의 활성화:자원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잠재적인 자원을 발굴하고 개발한다 5. 시민들의 정체성 강화:공동의 경험을 통해 일체감과 자부심을 증대한다 6. 지역의 스포츠 문화 향상:시민들의 생활체육 발전의 계기로서의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