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최혜실,삼성경제연구소,2006,(080904).

바람과 술 2008. 9. 5. 00:29

프롤로그

 

'이야기의 생활화'는 정보통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근대 이후에 분리되었던 예술과 상품은 탈근대의 디지털 시대에 다시 조화로운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야기는 문학의 내러티브(narrative)와 동의어가 아니다. 문학의 서사구조는 다양한 매체에 따라 날렵하게 몸을 바꾸는 이야기의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이야기'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발화하는 중요한 방식이며 그 범위는 대단히 넓다. 그러나 근대 이후 이야기학에 가장 집중적이고 고난도의 이론이 쌓여 있는 분야가 문학이라는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근대 대부분의지식이 생산, 소비되는 매체가 인쇄 매체였기 때문이다. 이제 이야기학을 이 수준에서 더욱 발전, 확대시켜야 할 시점이다. 특히 지금까지 장르별로 각기 발전되어온 이야기학을 소통시키고 공통분모를 도출하여 연관성을 살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졌다. 왜냐하면 디지털 매체의 컨버전스 현상으로 지금까지 다른 장르로 여겼던 것들이 디지털 매체로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르 사이의 연계와 소통은 훨씬 빈번해졌고 문화산업에서 한 장르가 성공했을 때, 다른 장르로의 이동이 필연적이 되었다. 이 책의 출발점은 바로 매체서사학의 가능성이다. 이야기의 본질을 밝히며 매체에 따라 다르게 변모하는 이야기의 법칙을 도출하는 것이다.

 

1. 현대인과 스토리텔링

 

01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야기에 대한 편견들

: 실제 이야기의 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넓다. '이야기'의 특성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된 정의들을 포괄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이야기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근본적인 한 가지 방식이다. 우리는 이야기 형태로 꿈을 꾸며 그것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근본적인 한 가지 방식인 것이다. 둘째, 이야기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표현된다. 세상에는 무수한 형식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이 무수한 형식을 통해서 이야기는 시대, 장소, 사회를 초월하여 존재한다. 셋째,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넷째, 이야기는 이중으로 된 시간적인 시퀀스(sequence)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두 종류의 시간성이 있는데 하나는 이야기된 것의 시간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 행위 자체에 걸리는 시간성(문학에서는 독서시간, 영화에서는 상영시간)이다. 다섯째, 모든 서술행위는 담론이다. 현실세계는 그 누구에 의해서도 발화된 것이 아닌 반면, 서술행위는 발화행위의 주체가 반드시 관계되는 일련의 발화체이다.

 

이야기, 서사, 스토리, 스토리텔링, 놀이

: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야기'라는 과거의 속성과 일방적인 특성을 지닌 방식보다는 이야기하기란 현재성, 상호작용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야기'는 구비전승의 의미를 많이 띤다. 즉 구술 문화의 소산으로 이야기꾼의 입담과 같은 성격이 강한다. '서사(徐事)'는 문학의 이야기 구조라는 의미가 강하다. 이야기 구조에 대한 연구는 소설의 분석에서 주로 나오게 되었고, 서사학이란 학문적 영역은 문학을 중심 범주로 하고 있다. '스토리'는 허구로 구조화되기 전의 전체 줄거리한 의미로 서사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논의 되어왔다.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하는 이야기 장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야기하기' 즉, 이야기에 참여하는 현재성.현장성을 강조한 말이다. '놀이'는 '내가 참여하여 만드는 이야기'이다. 결국 놀이는 상호작용성을 지닌 이이갸인 것이다.

 

02 현대인과 이야기

 

천재적인 이야기꾼 : 빈 라덴과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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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만들어낸 허구 : 황우석 교수와 미디어 스토리텔링

: 꿈을 만들어주었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미디어였다. 미디어의 스토리텔링은 전 국토를 꿈의 공간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야기로 전해지는 신의 말씀 : 성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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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약한 자의 무기 : 노예 이솝의 이야기

: 상상력은 그리고 소망은 현실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모시킨다. 광대의 거짓말은 억압된 자들의 꿈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에 없는 거짓말(허구)을 통해 구현된다. 이야기는 약한 자의 의지였고 무기였다.

 

현대인을 변화시키는 이야기

: 컴퓨터 매개 의사소통에 익숙한 사람들은 당연히 현실 속에서도 그 방식으로 관계하고 싶어 한다.

 

2.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문화적 지각변동

 

01 디지털 문화환경과 새로운 인간형의 탄생

 

월드컵, 놀이형 인간의 기원

: 월드컵은 이성과 감성, 놀이 공간과 생활공간이 모호해져버린 이 시대의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인데, 여기에 정보통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감성의 발달과 인터넷

: 미셸 마페졸린은 현 사회가 사회적으로 선언된 것이 상실된, 즉 거대다론이 상실되는 시대이면서도 어느 순간 명백히 대중적인 결집력을 드러내는 데 대해 신부족주의(Neo-Tribalism)란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했다. 부족들은 자신들의 소수 가치에 기초하여 응집된 집단을 만든다. 이들은 고착된 가치관이나 이해관계 없이 순수한 감성으로 구경거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힘은 무한하며 매력적인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감성의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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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세대의 감성발달

: 대뇌는 우반구와 좌반구로 나뉘어져 있다. 우뇌는 시각중추와 연결되어 있어서 시각적 판별 작용을 주로 한다. 따라서 실제 사물의 객관적 해석에 대한 형태적 분별력과 관련된 해독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뇌의 인식은 시각적.본능적.즉각적.감성적.직관적.총체적으로 열정과 연결되어 있는 더운 의사소통(hot communication)과 관련된다. 반면 좌뇌는 시각적 정보처리의 비형태적인 부분을 판별한다. 예를 들면 문자의 해독이 여기에 해당한다. 느린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단점은 있으나 이성적.분석적.논리적.개념적.추상적인 영역을 담당하여 차가운 의사소통(cold communication)과 관련되어 있다. 문자와 영상의 차이는 다양하다. 1. 문자인식은 일반적으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해독하는 강제성이 있으나 영상인식은 제한 없이 자의적으로 선택하여 해독할 수 있다 2. 문자의 경우 순서를 따라 정리된 정보를 축적해가면서 독해가 이루어지나 영상은 1/3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체적인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 3. 문자언어는 크기나 형태의 변화도가 낮고 색채언어의 사용도 단순하다. 그러나 영상은 크기나 형태의 변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색채는 1만여 가지에 이른다. 때문에 문자는 이해하기 위해 작은 편차도 식별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영상은 그렇지 않다 4. 문자는 언어 코드가 다를 때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나 영상은 형태적 언어와 내용이 일치한다 5. 문자언어를 해독할 때는 부동의 자세가 필요하다. 영상언어의 경우 자유로운 자세로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문자인식은 지시적이고 표현의 유연성이 없으며 고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문자는 추상적인 사유를 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현실을 세세히 전달해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자신의 생체험을 바탕으로 보충한다. 즉 문자는 어떤 경우에는 정보전달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문자로 의사전달을 할 경우 대부분 발신자와 수신자가 같은 맥락 속에 들어 있지 않다. 오해가 있거나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에도 피드백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튼 문자는 읽고 쓰기가 까다로운 의사소통 방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글이 근대의 가장 보편적이면서 신뢰감 있는 지식전달 방식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문자가 지닌 전달력과 보존력 때문이다. 인쇄술의 발달로 값싸게 책을 발간하고, 그 책에 지식을 담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통신의 발달로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영상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영상자료가 휠씬 효율적인 때가 있다. 앞으로 영상물은 점차 대표적인 지식전달의 수단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다.

 

02 전자 공간과 현실 공간의 중첩현상

 

게임의 현실화, 현실의 게임화

: 게임의 몰입성은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미 세계관의 수준에 이른 느낌이다.

 

현대사회의 시뮬라크르 현상

: 시뮬라크르(simulacre)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시뮬라크르는 흉내낼 대상이 없는 이미지이며 이 원본 없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서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 이미지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 시뮬라크르의 개념은 가상의 세계와 놀이의 세계, 그리고 일의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이 만들어낸 중요한 사회 문화적 현상이다.

 

유비쿼터스의 세계- 언제, 어디서나

: 특히 이동전화는 단순히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대화수단에 그치고 있지 않다. 음성, 텍스트, 그래픽, 데이터, 심지어 동화상까지 전송, 배포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와 유사한 다목적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가상공가은 무선통신에 의해 단순히 컴퓨터 앞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공간 전체가 되어버렷다.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공공의 장이 되었으며, 그 공공의 장이 주로 놀이의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비쿼터스 통신, 또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쉽게 말해서 컵이나 자동차, 안경, 신발과 같은 일상적인 사물에 각각의 역할에 부합되는 컴퓨터를 집어넣어 사물끼리도 서로 의사소통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03 중첩현상으로서 '놀이성'의 증대

 

현대사회와 오락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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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공간의 확산

: 호이징하는 '놀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그러므로 형식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놀이는 허구적인 것으로서 일상생활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하는 자를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자유로운 행위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떠한 물질적 효용도 없는 행위로서 명백하게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행해지며 주어진 규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진행되는데 기꺼이 자신을 신비로 둘러싸거나 아니면 가장을 통하여 평상시의 세계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집단관계를 생활 속에 생기게 한다." 그런데 호이징하의 오류는 놀이를 현실과 분리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최근의 현상을 살펴보면 후자가 전자의 영역을 넘나들고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앞에서도 밝혀듯이 가성성의 증대에 있다. 바흐친의 다성성(polyphony) 이론처럼 축구는 해설자, 선수, 관람석의 관객, 관람석 밖의 관객이라는 다중적인 등장인물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연출하는 하나의 이야기라 할 수 잇다. 더구나 이 스토리텔링은 발달된 정보통신에 의해 전 세계로 확산된다. 미디어의 위력에 몰입된 사람들이 일상 공간에 축구라는 놀이의 법칙을 적용시킨 것이다.

 

시뮬라크르의 세계와 가상인간, 가상놀이인간

: 네트워크에서의 소통이 증가할수록 현실세계의 소통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가상세계의 몰입이 심화되면 될수록 현실세계에 가상세계의 논리를 구축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영상 매체 특히 디지털 매체는 그 상호작용성, 시청각성 때문에 대단히 몰입성을 지니고 있다. 현실감각이 없다는 것은 게임중독자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실 대응을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모두가 조금씩 중독자, 오타구인지도 모른다. 매체의 변화 등으로 매체를 통하여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이 그 매체에 몰입하는 정도가 과거보다 휠씬 심해져기 때문이다. 이 성향이 일반적이 되면 될수록 점차 가상공간의 놀이적 속성을 생활공간에 적용시키려는 경향이 증대된다. 가상세계의 소통 방식은 현실에 비해 현저히 놀이성을 띤다. 가상인간은 놀이성을 띤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모두 조금씩은 가상놀이인간이다.

 

3. 가상놀이인간의 탄생의 징후

 

01 디지털 게마인샤프트의 출현

 

고독한 군중에서 영리한 군중으로 : 플래시 몹

: 근대 도시 성립 이후 군중의 등장은 게미인샤프트(Gemeinschaft:공동사회)를 넘어서 게젤샤프트(Geselschaft:이익사회)의 도래를 예고했다. 이익을 위해 형성된 거대도시 공간에서 군중은 익명성을 띤다. 그런데 무선통신은 사이버 공동체를 현실세계로 끌고 나왔다. 무선성은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묶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의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대도시의 한 장소에 동시에 모일 수 있었고 놀이로써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군중들은 익명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일의 공간에서 '놀이'를 함으로써 근대 도시의 규칙을 일시적으로 교란시킨다. 이 교라과 야유는 오락의 요소 등 새로운 삶의 방식의 신호로 작동한다.

 

사이버 국가 공동체 : 외계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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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 놀러 오세요 :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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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구술성의 재등장과 가상놀이인간

 

구술성과 문자성의 상호작용, 그 역사적 과정

: 지금까지 학자들의 언어관은 문자언어와 구술언어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적인 과정에서의 구술성(orality)과 문자성(literacy)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술은 쓰기와 무관하게 이루어져왔지만 쓰이는 목소리로서의 말의 성격 없이는 성립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글이 발명되고 나서 구술성은 문자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쓰기는 말을 사물과 동일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텍스트가 정착되면서 종래 구술적 언행과는 다른 의사소통 상황이 나타난다. 텍스트 안에 저장된 정보들은 종래 행위나 말을 통해 전달되던 방식과 다르게 활성화된다. 입말이나 몸을 통한 기억은 메타행위가 거의 불가능했지만 텍스트에서는 뜻을 풀어 설명하고 용약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은 비판과 해석의 대상이 된다. 텍스트가 랑그적 속성이라면 몸을 통한 기억은 파롤에 해당한다. 텍스트는 기능적 기억을 저장기억으로 바꾸면서, 대신 구술성이 지니는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잠재적으로 무한히 팽창할 수 있다. 텍스트 해독행위가 음성이나 몸짓이 아닌 문법에 의해 추상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말보다 글이 복잡하고 길며 추상적이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독도 청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호의 규칙에 의존한다.

 

구술성의 정신역학

: 옹(Walter J. ong)에 의하면 문자가 발생하기 전의 구술 문화에서의 사고와 표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말은 종속적이라기보다 첨가적이다. 구술 문화에서 말은 '그래서, 그리고'와 같이 문장에 문장을 덧붙여나가는 첨가적 방식을 지닌다. 둘째, 분석적이라기보다 집합적이다. 단어 하나하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덩어리가 되는 구절들을 쓰는 경향이 있다. 셋째, 장황하거나 다변적이다. 직전에 말해진 것을 되풀이하여 화자와 청자 양쪽을 이야기의 본 줄거이레서 벗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비끄러매어둔다. 넷째, 보수적이거나 전통적이다. 다섯째, 인간의 생활세계에 밀착하게 된다. 여섯째, 쓰기는 추상을 기르는데, 추상은 사람들이 서로 논쟁하는 곳으로부터 지식을 분리해낸다. 반면 구술성은 지식을 인간 생활세계에 파묻어 놓음으로써 지식을 사람들의 투쟁상황에 놓아둔다. 일곱째, 객관적으로 거리를 유지하기보다는 감정이입을 하거나 참여한다. 여덟째, 항상성이 있다. 아홉째, 추상적이라기보다는 상황의존적이다. 구술성과 문자성의 이분법은 역사적 과정을 통해 존재해왔다. 최근 디지털 세대들의 언어변화는 구술성의 정신구조를 참 많이 닮아 있다. 물론 여기에 다른 점이 있다. 구술 사회에서는 지식이 보존되지 않았지만 디지털 사회에서 지식은 축적되고 보존된다. 이런 지식 축적의 방식은 가상놀이인간으로 하여금 구술, 문화, 문자 문화와는 다른 정신 역학을 낳게 할 것이다.

 

03 가상놀이인간의 모습들

 

인형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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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국립중앙박물관

: 가상세계의 현실감을 증강시킴으로써 가성성이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영상성이 증대될수록 현대인들은 가상과 영상세계의 감각적 속성, 놀이적 속성을 공간에 적용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현대산업에 오락의 요소가 증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 놀이성은 우리가 사는 문화 공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예술고연 및 감상방식과 상품판매 및 구매방식이 일치한다. 시장의 공연장화, 공연장의 시장화, 그리고 공연장과 시장의 개념이 해체, 통합되면서 제3의 마케팅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4. 디지털 매체외 스토리텔링

 

01 예술과 상품, 그 경계의 와해

 

예술과 상품, 그 경계

: 자본주의의 요소들, 즉 1. 지불능력이 상품과 서비스 공급을 결정하는 중요기술이라는 점 2. 공급은 사적공급에 더 기초한다는 점 3. 손익이 사용가능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 4. 경쟁 중시 5. 인간관계를 가격평가에 종속시키는 '활동의 상품화' 6. 재산의 사유화 7. 임노동 중시 등이 '전 지구적 네트워크 사회'를 통해 한층 강화된다. 자본주의는 의식산업에 더 깊이 침투하고 정보는 이윤을 낳는 상품이 되어버렸다. 물질을 산출하는 생산방식보다 기호를 산출하는 생산방식이 휠씬 많아지면서 상품에 미학적 요소가 휠씬 강조되고 있다. 상품은 현저하게 미적 성향을 띠게 되며 그 방식은 공간에서도 이루어진다.

 

근대예술의 개념쇠퇴와 문화산업의 대두

: 초기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이 있었던 시대에나 예술의 특성이 그것의 복사본과 대립되어 두드러지는 것이지 디지털 매체가 중심인 상황에서 일회성은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상품으로 간주되던 것에 기호, 상징의 요소가 중시되면서 상품과 예술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었다. 또 디지털 매체에는 작품의 감상보다 참여와 행위의 과정이 중시된다. 이로써 예술의 보존가치는 사라지고 소비되는 한바탕의 행위로 변한다.

 

02 문화예술과 산업, 기술의 결합

 

문화기술의 등장과 초기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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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의 전개과정과 문화산업, 문화 콘텐츠

: 문화산업은 협의의 개념으로서는 오락적 요소가 상품의 부가가치 형성에 역할을 하는 산업을 의미하며, 광의의 개념으로는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창작되거나 상품화되어 유통되는 모든 단계의 산업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문화와 예술상품을 생산하고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을 문화산업의 주요활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콘텐츠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 문화 콘텐츠란 당연히 문화적 요소가 채화돠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를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문화 콘텐츠는 문화산업의 재화로 정의될 수 있다. 일반 이론으로 보면 CT는 단순한 디지털 기술이 아닌 문화산업 전반에 관련된 기술로 보인다. 문화산업이 무엇인가를 팔아서 이윤을 얻는 것인 만큼 상품의 유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CT의 문제점과 해결방법

: CT가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고도의 부가가치를 지닌 산업이란 사실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콘텐츠의 유통은 비약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산업환경은 지식, 문화 주도의 콘텐츠 산업 붕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문화예술은 자본과 반대되는 방향에 서왔다는 사실이다.

 

03 문화기술과 스토리텔링의 결합

 

컨버전스와 OSMU, 그 핵심기술로서의 스토리텔링

: 스토리텔링은 서사형식의 원질이다. 따라서 각각의 장르들은 스토리텔링이란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매체의 특성 때문에 형식상의 차이를 띠게 된다.

 

OSMU에서 이야기 방식의 중요성

: 한 장르가 성공하였을 때, 그 장르를 다른 장르로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컨버전스 시대의 특성으로서 엄청난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된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다매체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는 매체 장르에 맞게 각색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원 장르와 활용될 장르의 매체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재능 있는 시나리오 작가가 있을 때 OSMU의 활용은 성공하는 것이다. 이제 스토리텔링과 CT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문화 콘텐츠의 중요 요소인 스토리텔링은 CT에 의해 새로운 표현기법을 획득하고 새로운 형식의 창안은 새로운 기술개발로 연결되고 있다.

 

5. 문화 콘텐츠 산업과 스토리텔링

 

01 디자인의 스토리텔링

 

디자인 기획에 있어 시나리오의 역할

: 삶의 질이 높아지고 제품의 미학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사용자의 감성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경영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감성 마케팅, 체험 마케팅의 근원을 지금까지 주로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등의 오감인 감각의 측면에서만 고려해왔다. 여기에 다소 발전한 주체의 행동이나 관계가 강조되는 체험 영역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경영학자들이 강조하는 체험은 주로 감성적인 부분이라는 데 있다. 즉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체험이 마케팅의 주요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체험이 다 감성적인 것은 아니다. 참여하는 세계를 감도적으로 인식하고 느끼는 것,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놀이', 즉 내가 참여하여 만드는 이야기이다. 최근 디자인 분야에 시나리오 작성방식이 들어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전략적 디자인 분석 활동을 보면 다음과 같다. 상호작용 매트릭스의 창출, 템플릿의 활용, 플로차트의 제작, 상관망의 제작, 군집/분류의 창출, 공간적 또는 추상적 지도 제작, 개층의 창출, 패턴의 인식, 점수화, 측정, 우선순위 매김, 원칙의 인식 등.

 

'특수성'으로서 이야기의 힘

: 직관과 상상력의 이야기 만들기가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는 데 통계나 과학보다 오히려 더 유용하다는 논리는 리얼리즘 문학의 '특수성(die besonderheit)' 개념으로 더 잘 설명된다.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데 있어서 특수성의 개념은 중요하다. 현실에서 개별성.특수성.보편성의 범주는 객관적으로 끊임없이 변증법적인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데, 개별성에서 보편성으로 전환하는 양극단의 중간지점이 특수성이다. 그런데 이 특수성은 일상생활과 과학에서는 매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지나지 않으나 예술적 반영에서는 문자 그대로 중심(mitte)이 되며 운동의 포괄지점이 된다. 현실의 예술적 형상화는 보편성과 개별성의 특수성으로의 지양 추구를 의미한다. 개별성은 특수한 것 속에서 지양하면서 동시에 보존되어야 한다. 평균은 어디에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진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 이곳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감성이다. 이때 현실을 충실하게 관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나 관찰은 출발점, 중요한 원자재에 불과하다. 상상력과 예지력을 발휘하면서 구성되는 디자인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문자기반 시나리오는 인데, 말 그대로 텍스트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방법이다. 사용자(user), 사건(task), 사용맥락(context of use)이 세 요소이다. 들째, 이미지기반 시나리오인데, 디자인에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사진, 그림, 만화 같은 시각적 보조물이 사용된다. 셋째, 청각적 시나리오, 넷째, 동영상기반 시나리오가 있는데 모두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작품이 상품과 분리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었다. 이제 교환가치 중심의 시장생산의 사회는 기호가치 중심의 후기 산업사회로 진입했다.

 

02 광고의 스토리텔링

 

순수문학과 광고이야기의 공통점

: 같은 내용의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다른 컨텍스트(context)에서 사용되었을 때, 예술성이 상실된다는 논리의 배면에는 텍스트의 내용은 예술성과 관계가 없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 또 만약 그 컨텍스트가 정당하다면, 예술성이 있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 이 상대적인 의미에서 우리는 상품이 '기호가치'가 그 상품의 진실을 가리는 가짜인지, 그렇다면 그 상품의 '사용가치'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문학보다 더 문학적인,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광고

:

 

03 텔레비전 방송의 스토리텔링

 

4인 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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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전승의 이야기 장르

: 문자가 생기기 전 구술언어만 통요되던 부족사회는 사용되는 것만이 전승되고 동시에 전승되는 것만이 사용되는 재귀순환 구조를 이룬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식의 축적과 증가가 힘들었던 때문이다.

 

홈쇼핑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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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방송의 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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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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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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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만화의 스토리텔링

 

만화의 표현언어

: 만화에서 언어의 기본 요소는 칸(panel)이다. 한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처럼 칸들이 모여서 수평으로 이어진 띠(stip)을 이루어 연속만화가 된다. 만화의 독특한 표현언어로 말풍선(balloon)이 있다.

 

만화와 소설의 공통점과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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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의 스토리텔링 방식

: 만화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칸은 만화의 구성상 최소단위이자 만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둘째, 말풍선은 만화에 나타나는 모든 대화를 표시하는 만화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스토리 만화라도 초창기 만화에서는 말풍선을 사용하지 않았다. 화면의 상단부나 하단부에 등장인물의 대호를 수록했는데 차츰 만화가 발전하면서 대화가 칸 안으로 들어로기 시작했고 등장인물의 대화를 표시하는 말풍선이 등장했다. 결국 말풍선은 만화에서 그림과 글이 상호작용하며 융합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셋째, 등장인물은 영화나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만화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05 테마파크의 스토리텔링

 

테마파크의 정의와 스토리텔링

: 테마파크란 통상적으로 '주제라는 관념적 울타리를 갖는 공원'으로 규정할 수 있다. 테마파크는 놀이 공간이다. 놀이는 자유스러움을 지니며 탈일상의 성격, 무관심성의 요소를 지니는데 이것은 제한된 공간에서 다른 분위기를 창출해내는 테마파크와 일치한다. 그런데 놀이는 '내가 참여하여 만드는 이야기'이다. 테마파크에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속성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테마파크 스토리텔링의 특성

: 테마파크에서 관람객들은 건물과 다양한 이벤트의 배치를 공간체험하면서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 그 방식은 물론 소설을 읽는 것과 다르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