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미디어 삼국지],김영환,삼성경제연구소,2007,(080919).

바람과 술 2008. 9. 19. 11:41

프롤로그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역설적으로 '기자'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기성 언론의 한계를 비판하며 대안언론의 깃발을 든 그들이야말로 '기자'의 일과 사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부각되고 있는 블로그나 동영상 UCC에서는 기자와 언론에 대한 동경이나 관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성 언론을 비판하며 성장한 오마이뉴스는 이제 포털이 주도하는 UCC라는 새로운 강적을 만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시민언론과 풀뿌리 저널리즘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블로그를 비롯해 편리한 디지털미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모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 이는 '대안언론'의 차원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대변혁인 것이다. 새로운 두 개의 흐름을 전통 언론 진영과 대비해서 살펴본 결과, 새 미디어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를 세 개의 세력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전통 언론,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 그리고 개인 미디어 진영이다.

 

1. 미디어 세상의 새로운 지형도

 

01 미디어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읽을까? 

 

기술과 콘텐트, 비즈니스라는 3대 요소에다가 국가 정책, 그리고 개인들의 생활문화까지 포함된 총체적인 뒤얽힘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세상의 변화무쌍한 흐름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미디어는 여러 방법으로 정의될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미디어는 콘텐트와 네트워크의 결합체'라는 점에 무족하려고 한다. 콘텐트는 '내용'이고 네트워크는 콘텐트가 유통되는 '망'이다. 내용과 유통망이 결합해야 비로소 미디어가 성립되기 때문에 현실에 있는 미디어 주체들은 이 결합체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변화무쌍한 미디어 세상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콘텐트와 네트워크 결합체를 만들고 키우고 장악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여러 주체가 발견되는데, 이를 크게 세 개의 세력으로 무리 지을 수 있다. 첫 번째 세력은 기존 미디어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했던 전통 언론, 즉 매스 미디어 세력이다. 매스 미디어의 공통된 특징은 스스로 콘텐트를 생산하여 자체 내트워크를 통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매스 미디어의 독과점 황금시대는 인터넷을 필두로 한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급속히 막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DMB와 IPTV 같은 방송.통신.융합형 미디어들을 앞세운 거대 통신업체들의 미디어 산업 진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과 통신업체들은 '사회적 공기' 또는 제4부'로서 존립해온 전통 언론과 달리 '비즈니스'를 기본 성격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으로 규정해 볼 수 있다. 현재 미디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이 매스 미디어 세력과 비즈니스 세력의 협력과 경쟁이라는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세 번째 세력은 최근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개인'이다. 개별적인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개인 미디어 세력'은 그 성장의 속도와 잠재력을 고려해볼 때 양대 세력과 곧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복잡다기한 현재의 미디어 상황은 이렇게 매스 미디어와 비즈니스 세력, 그리고 개인 미디어라는 세 개의 축으로 설명될 수 있다.

 

02 '콘텐트-네크워크 결합체'의 추구

 

미디어 세상에서는 콘텐트와 네트워크라는 두 요소가 경쟁의 목표물이 된다. 미디어라는 것은 콘텐트와 네트워크의 결합쳉디며, 이 두 가지 요소를 차지한다는 것은 곧 미디어 세상을 지배함을 의미한다.

콘텐트, 네트워크, 플랫폼

: 콘텐츠가 상품이라면 네트워크는 시장이다. 플랫폼은 보통 기차역의 승강장을 의미하지만, 기술의 영역에서는 '서비스 또는 응용프로그램을 얹기 위한 기술적 기반'을 뜻한다.

'콘텐트-네트워크'와 미디어 3국

: 매스 미디어 진영은 스스로 콘텐츠와 네트워크 양쪽을 독점적으로 장악한 미디어 세상의 패권자였다. 즉 매시 미디어는 고도의 전문적이고 숙련된 조직을 보유하여 콘텐트를 생산하고, 이를 독점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유지시켜왔다.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통 언론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이로써 전통 언론이 장악하고 있는 구네트워크의 비중은 하락하고 인터넷 포털과 통신 사업자들의 신네트워크가 빠른 속도록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통 언론의 생존 전략과 관련해 '콘텐트냐 네트워크냐"라는 이슈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네트워크의 희소성 때문에 이를 장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으나,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풍부해진 지금은 콘텐트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분명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미디어 현실의 한쪽 면만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콘텐트와 네트워크가 개념상으로는 구분되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결합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네트워크 없는 콘텐트는 무의미하다

: 미디어는 콘텐트와 네트워크의 결합체다 따라서 매스 미디어든 뉴미디어든 개인 미디어든 간에 미디어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콘텐트와 네트워크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개인 콘텐트와 신네트워크와 연합전선

: 방송 프로그램의 신문 기사들을 사들인 포털들은 이제 UCC라는 이름으로 개인 콘텐트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개인은 자신들의 콘텐트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를 널리 퍼뜨릴 수 있는 편리한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이로써 개인과 비즈니스 세력은 공조를 통해 서로의 미디어 파워를 확장했다. 전통적인 매스 미딩 패자에 대항하는 두 신흥 세력의 연합전선이 이뤄진 셈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초조해진 것은 매스 미디어다.

 

03 미디어 3국의 경쟁과 협력

 

각국의 고유 영역과 특성

: 매스미디어는 단순한 비즈니스의 영역을 넘어선 사회의 '공적 기구'인 것이다.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은 이름 그대로 비즈니스가 그 존립의 기반이고 목적이다. 개인 미디어의 경우 주된 동기는 개인의 욕구 충족이다. 이렇듯 미디어 3국은 자신만의 고유한 목적과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느 제휴와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3국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 구도에 들어서기도 한다.

영역의 확장과 투쟁

: 매스 미디어는 사회적 공기이기도 하지만 기업이기도 하다.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 면에서도 성공하지 않으면 존립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비즈니스 세력은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개인 미디어는 개인의 욕구 충족을 출발점으로 하지만, 콘텐트와 네트워크가 막강해질 경우 사회적 영향력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3국 관계의 초기에는 경쟁보다 협력의 측면이 더 강했다. 왜냐하면 서로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각자의 고유 영역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은 강력한 미디어로 성장했고 통신업체들은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에 무서운 기세로 진입하고 있다. 개인들도 무시 못할 미디어 파워를 지니게 됐다. 여기에 질세라 전통 언론 역시 신규 네트워크 사업에 나서기도 한다. 이제 이웃 간 협력 관계만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해졌다. 서로를 날카롭게 경계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2. 급부상하는 개인 미디어

 

개인 미디어 개념을 "개인이 콘텐트를 만들고, 그 유통 채널인 네트워크를 개인이 상당 부분 통제하는 미디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개인 콘텐트와 개인 네트워크의 결합체가 개인 미디어인 것이다.

 

01 개인 콘텐트의 탄생과 1인 미디어 열풍

 

미디어 프로슈머가 되다

: 인터넷과 IT의 발전은 개인이 미디어 콘텐트를 소비할 뿐 아니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콘텐트 생산에 재료가 되는 정보와 가공 장비, 전달 방법 등이 개발된 것이다. 개인이 미디어 프로슈머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엄청난 양의 개인 콘텐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인의 콘텐트 생산력은 놀랍다.

블로거 개미군단

: 블로그의 힘은 숫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블로그를 정성 들여 관리하고 타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것을 즐기는 열성 네트즌들에게 우수한 블로그는 기성 언론을 능가하는 신뢰성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블로그 역시 상업주의와 로비, 정치적 편파성에서 자유로운 공간이 될 수는 없다. 블로그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 많은 현실 세계의 강자들이 이를 장악하기 위해 뛰어들 것이 뻔하다. 블로그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구현하려는 순순한 블로거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UCC와 웹 2.0

: UCC의 의미는 협의와 광의로 나눌 수 있는데, 협의로는 네티즌들이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동영상을 말한다. 광의로는 말뜻 그대로 인터넷 이용자(user)들이 만드는 모든 콘텐트가 UCC다. 광의의 UCC는 인터넷의 버전을 1.0과 2.0으로 구분해주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터넷 초기(버전 1.0)에는 전문 인터넷업체나 정부기관, 기업 등이 웹사이트에 정보를 올려놓으면 이용자들이 이를 방문해 정보를 얻는 것이 일반적인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블로그나 동영상 UCC, 미니홈피 등에 담긴 개인 콘텐트가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채우고 있다. 개인들은 더 이상 정보의 이용자에 머물지 않고 콘텐트 생산자이자 유통자가 되었다. 이로써 웹은 참여와 개방, 공유를 기본 개념으로 하는 2.0 버전으로 진화했다. 즉 광의의 UCC는 웹 2.0의 핵심인 것이다. 어떤 개념이나 단어를 사용하든 간에, 그리고 과장되었거나 부정적인 측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만드는 콘텐트는 그 양과 질적 측면 모두에서 분명 광속으로 진화하고 있다.

워키피디아와 집단 지성

: 워키피디아는 이용자의 자율적인 집단 활동이 자정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이런 자정 기능은 완벽한 것이 아니고 오류의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02 개인 네트워크의 빅뱅

 

콘텐트를 제고하고 네트워크를 확보한다

: 인터넷과 IT의발달, 치프 혁명 등에 힘입어 개인은 강력한 콘텐트 생산자가 되었다. 개인 콘텐트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파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개인 콘텐트가 강력해질수록 네트워크를 부르는 힘이 강해진다.

1인 미디어의 네트워크 파워

: 1인 미디어를 통해 개인은 다양한 동기를 충족시킨다.

시민기자 네트워크

: 개인 콘텐트에서 주목되는 영역의 하나가 '언론' 콘텐트다. 개인들은 전통 언론의 카메라가 미치지 못하는 뉴스와 현장 사진을 촬영하거나 다른 시각의 기사를 작성해 전통 언론에 정면 도전하기도 한다. 시민기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성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시민기자 조직에 가입하는 부류고, 다른 하나는 대안언론을 추구하는 독립적인 시민기자 조직에 참여하는 부류다. 오마이뉴스가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가 주인공이 되는 '중심부 모델'을 실천했다는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또 다른 성공 원인으로 한국의 최근 역사와 특수한 정치 및 언론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오마이뉴스 패러독스

: 2007년에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의 주목도가 상당히 낮아진 느낌이다. 왜 그럴까? 시민의 콘텐트 생산 능려과 참여 의식은 이전보다 휠씬 더 높아졌지만, 이들의 참여를 흡수할 경쟁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독립형 시민언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기성 언론이 아니라 포털이나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 세력이다. 반면 시민언론에는 일정한 조직과 편집자들이 있다. 시민언론이 성공하여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전통 언론의 발목을 잡는 '신뢰성'의 시험에 들게 되고, 순수한 시민언론으로서의 색채가 흐려지면서 시민기자들의 참여도가 낮아져 영향력은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린다. 이를 '시민언론의 패러독스'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포털이나 UCC 전문 사이트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런 불만 요인이 없다. 1인 미디어는 비록 자유롭기는 해도 콘텐트와 네트워크의 영향력 면에서 조직적인 시민언론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한국 인터넷 공간의 강렬한 '정치성'을 볼 때 조직적 시민언론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언론이 조직의 장점들을 유지할 수 있는 한, 그리고 인터넷 공간의 정치성이 계속되는 한 시민언론은 1인 미디어 열풍에도 불구하고 그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03 진정한 개인미디어를 기다리며  

  

1인 미디어의 등장은 개인에게 미디어의 주체로서의 힘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그 힘을 제대로 향유하는 개인과 그렇지 못한 개인의 격차는 개인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IT 산업의 발전이 가져온 정보 격차가 1인 미디어로 인해 증폭되는 것이다. 1인 미디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콘텐트를 개인이 생산하고 개인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개인 미디어의 눈분신 성장으로 보였던 현상의 실체는 진정한 개인 콘텐트를 담는 미디어가 아니라 개인이 소비하면서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상품이었던 것이다. 개인 미디어의 힘은 현재 UCC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다양한 콘텐트 가운데 개인이 진정으로 창작하거나 생산한 콘텐트의 성장 속도에 따라서 확대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숫자는 작지만 직접 생산한 고품격 콘텐트를 지향하는 PCC가 더 강력한 개인 미디어 형식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3.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의 침공

 

매스 미디어 패권 시대에 매스 미디어는 곧 미디어 일반을 의미했다.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매스 미디어가 발신하고 수용자가 수신하는 일방적인 일대다의 방식이었다. 이 시기에 통신은 개인과 개인의 사적인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으로서 미디어의 영역 밖에 머물러 있었다. 포털의 출발점인 '검색'은 웹에 있는 수많은 콘텐트를 찾아내어 검색 주체에게 연결시켜준다는 점에서 네트워크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메일 서비스 역시 발신자와 수신자를 '연결'시켜주는 통신 서비스의 하나다. 이를 통해 포털은 인터넷 접속자들이 처음 들어오는 관문(portal)이 되었으며, 수많은 이용자가 모이는 '네트워크'로서 영향력을 넓혀왔다.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은 자신이 가진 신네트워크에 풍부한 콘텐트를 결합함으로써 강력한 미디어를 건설하려 한다. 그것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01 포털, 트로이의 목마였나?

 

인터넷 서비스업체로만 취급되던 포털은 이제 한국 언론계에서 최강자의 하나로 성장했다.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위해 언론사들에 기사 공급을 요청하기 시작했던 1999~2000년 초만 하더라도 포털 뉴스가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리라고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언론사들에게 포털은 자사의 뉴스를 인터넷상에서 널리 전파할 효과적인 통로였을 뿐 경쟁 상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학계의 논의는 대체로 포털 뉴스가 저널리즘의 새로운 양식을 개발하고 이용자 생산 콘텐츠(UCC)의 확산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해온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전문적이고 선정적인 편집으로 뉴스의 가치를 왜곡하고 기존 언론사를 단순히 콘텐츠 공급자로 축소시키는 부정적 기능도 심각하다고 비판하고 잇다. 포털의 네티즌 독점이 심화될수록 개별 언론사 사이트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언론사와 신생인터넷 언론사는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것을 좀더 긍정적으로 본다. 처음부터 자체 네트워크는 포기한 채 포털에 대한 기사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인터넷 전문 언론사도 많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자사 인터넷 사이트의 자생력도 중요시하고 있는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포털과의 관계가 좀더 고민스럽다. 계속 기사를 공급하다 보면 앞서 설명한 대로 신문 구독률과 방송 시청률을 떨어뜨리고 자사 사이트의 방문자도 빼앗긴다. 그렇다고 포털에 대한 뉴스 공급을 당장 중단하기도 어렵다. 포털 뉴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언론으로서의 책임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포털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역풍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포털은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한 '언론' 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설령 오프라인 언론사의 뉴스를 제공받아 유통하는 일을 중단하더라도 포털은 중요한 언론으로 남을 것이다. 네티즌이 블로거나 시민기자, 또는 익명의 게시판 저자로서 정보와 의견을 포털에 올리는 한 포털은 정보 유통과 의제 설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광의의 언론의 하나로 규정될 것이다. 포털 뉴스에 대한 수많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포털 뉴스를 선호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포털은 뉴스 콘텐츠의 소비에 대한 통제권을 전통 언론에서 소비자로 옮기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용자가 콘텐츠 소비를 통제한다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의 특성이기도 한데, 포털이 그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해낸 것이다. 상생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언론사는 포털 뉴스로 인해 수익성과 영향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포털 뉴스의 약화와 네티즌에 대한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언론사들이 포털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무력화하지는 못할 것이다.

 

02 통신 사업자, 나도 미디어다

 

포털과 통신사업자는 성격이 다르다.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한 이후 점차 미디어를 지향해온 인터넷 포털과 달리 통신 사업자는 아직도 철저히 비즈니스 중심이다. 통신 사업자가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필두로 미디어 영역에 진출하려는 것은 오직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통신 사업자의 미디어 영역 진출은 처음부터 전통 언론, 특히 방송계를 긴장시키며 첨예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작은 벤처였던 포털과 달리 통신 사업자는 이미 전통 언론을 압도하는 자금력과 규모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통신과 방송은 그 영역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다. 방송은 통해서 하나의 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간다. 그래서 공익성이 중요하고 메시지의 내용은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반면 통신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다. 메시지의 내용은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서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통신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융합 서비스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 통신 서비스 모델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망한 기회의 영역이다.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려면 콘텐트가 필요하다. 융합 서비스들은 다양한 콘텐트, 특히 영상 콘텐트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거대 통신 사업자의 접근을 바라보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통신 사업자에 대한 견제, 특히 콘텐트 제공의 제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경우는 새로운 네트워크에 대한 콘텐트 공급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사들은 또 IPTV 영역에서도 단순한 프로그램 공급자가 아니라 직접 플랫폼 사업자가 되려고 한다. 지상파가 IPTV나 DMB를 놓고 통신업체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한편 케이블 TV업계에서도 IPTV를 견제하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또 인터넷 포털들은 네트워크 사용의 공정성과 가격 정책을 놓고 통신업체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방송.통신 융합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통신업체들의 적극적인 콘텐트 확보 움직임이다. 네트워크가 콘텐트를 확보하면 미디어가 된다. 통신업체는 더 이상 과거의 전화 사업자, 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니다. 통신업체들은 인수.합병, 지분 참여,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전문 콘텐트 제조업체즐을 엮어 미디어 그룹을 구성하려고 한다. 이렇게 미디어로 변신하는 통신업체와 방송의 경쟁 구도는 단순히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부문에 한정되지 않고 콘텐트 영역까지 확대되는 전면전이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4. 광야의 전투에 나선 전통 언론

 

급성장하고 있는 개인 미디어 세력과 막대한 자금력 및 기술력을 보유한 미디어 비지니스 세력은 새로운 콘텐트와 미디어 영역을 개발함으로써 전통 미디어의 소비자들을 배내가고 있는 측면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전통 미디어는 그 동안 법적.제도적인 보호막 소에서 내부 경쟁에만 골몰해왔으나, 이제 그 보호막이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01 신문.방송, 이대로 무너질까?

 

전통 언론의 뉴스 소비가 줄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총 뉴스 소비량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과 케이블TV, 모바일 등 새로운 매체들을 통한 뉴스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눈에 띄는 통계는 인터넷 뉴스의 '편식 인구'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다. 전통 언론이 키워온 능력은 독과점의 보호막 속에서 내부적으로 벌였던 콘텐트 경쟁력뿐이다. 미디어의 영역에 진출한 비지니스 세력은 전통 언론의 내부 경쟁에 끼어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은 그들의 장점인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유감없이 동원한다. 전통 언론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앞서 살펴본 대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전통 언론 자체가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많다. 이제 언론은 한 단계 진화하지 않고서는 신뢰성과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02 전통 언론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전통 미디어의 생존 전략은 "핵심을 강화하고 새로운 매체로 진찰한다"는 공수 양면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랜 연마 속에서 축적되어온 전통 언론의 핵심역량은 비즈니스 세력이 자금력과 기획력을 발휘해도 쉽게 사들일 수 없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은 기사의 생산, 그리고 높은 비용과 든든한 조직의 뒷받침이 필요한 탐사 보도는 오직 매스 미디어만이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익성과 신뢰성으로 요약되는 전통 언론의 핵심은 전통 언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영역이다. 정보의 홍수, 정보의 과잉이 애기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정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 가운데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제시하는 영역은 검색 엔진에 의해 급격히 잠식되는 추세다. 그러나 내가 알 필요가 있는 것, 우리가 함께 알아야 할 의제를 제시하는 역할은 아직 전통 언론의 영역에 굳건히 남아 있다. 포털 뉴스는 전통 언론이 생산해낸 기사들을 모아서 유통하는 뉴스 애그리게이터(news aggregator) 역할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찾고 있으며, 기사를 직접 생산하는 데는 앞으로 소극적일 것이다. 즉 전통 언론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지만, 그 존재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미디어의 공익성과 사회적 의제 설정을 주도하는 것은 아직까지 전통 언론의 몫이다. 전통 언론의 뉴미디어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첫걸음은 미디어 융합 환경에 맞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콘텐트의 생산과 확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주력으로 삼았던 콘텐트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새로운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구그이 언론들은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멀티미디어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각자의 영역을 지켜온 전통 미디어들이 매체 장벽을 뛰어넘은 콘텐트의 생산과 유통자, 즉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서의 새로운 위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언론 기업이 TV와 신문, 인터넷, 잡지 등 다양한 매체를 운영하고 있을 경우 각 매체별로 필요한 뉴스를 생산하는 조직(뉴스룸)을 별개로 둘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로 합쳐서 원소스멀팅즈를 구현하자는 아이디어가 통합뉴스룸이다. 통합뉴스룸의 기본 아이디어에 따르면, 기자는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이른바 '벌티미디어 기자'로서 활동하게 된다. 콘텐트가 모두 디지털화되어 다매체 활용이 용이해졌다는 점은 통합뉴스룸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적 기반이 된다. 통합뉴스룸 도입의 어려움은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들이 '멀티미디어 기자'로 변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어렵고도 본질적인 문제는 대규모 인적.물적.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통합뉴스룸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기자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기존 주력 매체와 인터넷의 통합이 제1주제인 우리나라 통합뉴스룸의 경우 확실한 인터넷 매체 전략이 없으면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로선 언론사 뉴스 사이트를 활성화할 뾰족한 전략과 수익 모델을 쉽게 찾을 수 없다. 결국 현재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통합뉴스룸 모델들은 본격적 시동 단계에 들어서기 전의 조심스런 탐색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된다. 통합뉴스룸 주창자들이 말하는 다매체 운영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독자 또는 시청자)들이 그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의 빠른 발전에 따라 오프라인 기사를 단순히 온라인에 옮기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됐다. 언론사 뉴스 사이트가 살아남으려면 온라인의 특성에 맞는 독자적이고 차별적인 콘텐트를 생산해내야 한다. 온라인을 강화하지 않으면 오프라인도 강해질 수 없다. 비즈니스 세력과의 제휴나 결합은 언론의 사회적 책무와 공익적 역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비지니스 게력은 저널리즘과 관련해서 두 가지 모순되는 측면을 보여준다. 하나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와는 무관하게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다른 한편으로 비즈니스 세력은 기성 언론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대안적인 언론상을 추구하기도 한다. 개인 미디어에 대한 흡수가 가능하다면 전통 언론은 풍부하고 다양한 콘텐트를 지극히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언론이 개인 콘텐트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제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 콘텐트의 증가가 언론사에 대한 제보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사는 풍부한 개인 콘텐트를 다른 네트워크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전통 언론이 명실상부한 종합 미디어 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 콘텐트를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03 직업기자의 새로운 비전

 

 

5. 미디어 3국의 미래

 

미디어 3국은 각기 내적 모순을 안고 있다. 매스 미디어는 전통적으로 수행해온 공적인 기능가 새로운 상황이 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 세력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 사이의 모순에 직면하게 되었다. 개인 미디어 역시 본래의 개인적 욕구 충족과 새롭게 획득한 사회적 네트워크 책임 사이의 모순을 품고 있다. 3국은 내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접근하게 된다.

 

01 거대 융합 미디어의 탄생

 

사회와 개인의 삶에서 미디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미디어 종류의 증가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미디어는 말 그대로 '매개'다. 미디어 빅뱅 상황에서 개인은 현실과 직접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매개한 또는 해석해낸 현실을 만나는 시간이 많아진다. '멀티 플랫폼, 크로스 콘텐트'로 요약되는 이러한 움직임이 최종 지향점은 역시 융합 미디어, 유비쿼터스 미디어가 아닐까?

 

02 누가 융합을 주도할 것인가?

 

시나리오 1. 현존하는 복합 미디어 그룹의 진화. 시나리오 2. 새로운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 주도의 융합. 시나리오 3. 뉴욕타임스, 구글에게 패배하다.

 

03 융합 미디어와 개인의 삶

 

막대한 양의 정보를 인간 대신 정리해주는 거대 전산망에 의해 의제와 진실이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 진정한 개인 콘텐트를 생산하고 개인 미디어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 개인들에게 융합 미디어는 열린 기회의 장이다. 융합 미디어 기업은 개인에 관한 상세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여 각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먼저 제시해준다. 이른바 개인화 서비스다.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개인의 행동을 모니터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의 선택적 주체가 실종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