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유한계급론 (축약본)],소스타인 베블런,한성안,지만지,2008,(081102).

바람과 술 2008. 11. 2. 14:11

해설

 

왜 베블런인가?

많은 이들은 베블런을 유한계급에 대한 통쾌하고 신랄한 비펑가로서 알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그는 그나마 경제학을 전공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머리에 아련하게 기억될 기회마저 얻게 된 것 같다. 이것은 꼭 우리만이 갖는 느낌은 아니다. 베블런이 활약한 미국에서도 이런 인상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제학 방법론 제시자로서 베블런

하지만 베블런을 단지 비평가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먼저, [유한계급론]을 통해 유한계급을 비판하는 중에, 사실 그는 새로운 소비자 이론을 구축하고자 했다. 즉, 한계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컴퓨터 모양의 괴상한 소비자 대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사유 습성과 관계, 곧 제도적 맥락 안에서 소비하는 소비자를 생각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다. 곧 베블런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학의 원리를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모든 경제학도들이 알고 있듯이 균형 분석은 주류 경제학에서 본질적이다. 성장 이론마저도 장기균형을 표현하는 균제 상태(steady-state equilibriium)의 측면에서 논의된다. 이 균제 상태에서 온갖 불균형과 불일치, 불평등, 갈등, 반복이 해소되므로 그야말로 평화롭고 안정된 유토피아, 곧 천년왕국이 도래한다.

 

경제는 동태적 불균형 상태로 이해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항상적 불균형은 물론 불일치와 불평등으로 가득 차 있다. 베블런이 지적한 바와 같이 "경제학자들이 제기해야 할 질문은 '정태적 상태'에서 사물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되는가보다 얼마나 끝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가"다. 경제의 가장 분명한 측면이 이처럼 항상적인 불균형과 격변, 다양성이라고 할 때, 경제학자들이 정태적 균형 분석에 그토록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이유는 무얼까? 신고전파 경제학은 '수학으로 위장된 신앙 체계'에 불과하다. 그런데,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하나의 '신앙 체계'로 희화화한 그의 이 답변에 실은 자신의 '진화 경제학적 방법론'이 내포되어 있다.

 

경제는 생물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은 물리학을 이용하여 경제 사회를 이해한다. 하지만 베블런은, 경제학은 아이작 뉴턴보다 찰스 다윈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하나는 '생물학'이 경제사회를 설명하는 자연과학적 기반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물학 가운데 '다윈적 진화론'이 그 변화를 설명하는 데 이용된다는 것이다.

 

진화 경제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과 발전은 진화적 과정이다. 정태 분석은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 경제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은 '변화 과정'에 초점을 두는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베블런은 "진화 경제학적" 경제학 방법론은 상상했다. 경제학은 현대 경제의 가장 명백한 측면인 변화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 경제학은 목적론을 부정한다

진화 경제학의 핵심 주장은 무엇인가? 베블런의 비전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경제의 진화가 '비목적론적인(non-teleological)'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체제가 어떤 예정된 목적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블런의 진화 경제학은 본능론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왜 진화적 결말을 예언할 수 없는가? 첫째, 죽은 물질로 구성된 물리학적 세계와 달리 생물학적 세계에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활동한다. 생명체는 외부 환경에 단순히 물리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환경에 '적응'한다. 아나가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하다. 또, 자연환경으로부터 진화한 인간은 '정신'을 소유하는 독특한 행위자다. 진화 과정에서 그는 본능(instinct)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러한 본능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굴성(tropism)'과 달리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본능은 크게 집단 고려 본능과 자기 고려 본능으로 구성된다. 집단 고려 본능과 자기 고려 본능 사이의 회색 지대에 질투와 비교를 유발하는 '모방본능(instinct of emulation)'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본능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상호 영향을 주면서 발휘된다. 베블런의 본능론은 베블런 진화 경제학의 출발점을 형성한다. 바로 이 본능론 때문에 그의 경제학이 진화 경제학으로 지칭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석하게도 이 측면은 크게 무시되고 있다.

 

진화된 행위자의 합리성은 제한되어 있다

베블런은 신고전학파의 '경제인(home economicus)'과 달리 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할 뿐 아니라 '적응'하는 것을 넘어 환경을 '변화'시키며 '창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적 존재로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과 이를 변화, 창조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특히, 각 인간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연환경과 제도의 차이 때문에 그 방법은 더욱 다를 것이다. 베블런이 염두에 두고 있는 행위자는 '외부적 주체'의 '생기'를 얻어 창조된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 과정에서 진화된 불완전한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인간의 합리성은 완전하지 않고 제한되어 있다. 자연은 어느 정도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사건으로 가득 차 있다. 베블런의 진화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 가정 위에 서 있다. 그래서 베블런은 목적론을 단호히 배격한다.

 

진화 경제학은 다원론과 상호 작용 방법론을 채택한다

진화 경제학은 환원주의(reductionism)를 거부한다. 베블런은 문화나 사유 습성 등 비형식적 제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특히 부각시킨다. 또, 경제는 지식의 발전으로 지대한 영향을 입고 있다. 곧, 경제와 지식은 상호 작용하면서 '공진화(co-evolution)'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진화 원리는 경제와 제도 사이에도 적용된다.

 

진화 경제학은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력과 진보적 경제학의 발전을 자극한다

베블런의 진화 경제학을 통해 현재 우리가 구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은 무엇인가? 첫째, 현대사회는 지식 기반 사회로 이행했다고 주장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인식은 지식을 중시하는 진화 경제학의 장점을 조명해 준다. 둘째, [유한계급론]에서 간파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 현상은 제도 요인과 상호 작용한다.

 

베블런은 분석을 위해 '사회공학'을 유보한다

셋째, 1980년대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후 마르크스 경제학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보적 경제학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베블런의 진화 경제학은 진보 경제학에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진화 경제학의 방법론은 완성되지 않았다

베블런의 저술에는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기술 관료 엘리트주의가 공존한다. 그러한 "주의'들은 서로 모순된다. 진화적 원리로 경제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베블런이 완전한 분석틀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아가 베블런의 진화 경제학에 대한 의의가 오늘날까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유한계급론]은 진화적 방법론이 체계적으로 적용된 저술이다

여기서는 전체 가운데 제4장 <과시적 소비>와 제8장 <생산 활동의 면제와 보수주의>에 집중했는데, 이 두 장이 베블런의 생각을 비교적 전체적으로 잘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 경제학 방법론은 신고전학파 겨제학의 방법론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다. 베블런에게 유한계급은 신고전학파 겨제학자와 같게 여겨질 정도이다. 예컨대 변화는 생산기술과 생활 방식의 변화로 그치지 않는다. '누가' 현대자본주의를 변화시키고 있고 누가 이를 저지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중요하겠지만, 특히 '진정한' 발전의 주체, 곧 변혁 주체와 관련되는 중요한 질문이다. 제8장은 이러한 질문과 대결하기 위해 선택되었다.

 

[유한계급론]은 '사회적' 소비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 활동에서 생물학적 욕구와 안락에 대한 소망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겠지만 전통적이며 사회적인 기대, 곧 사회적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유한계급은 물질적 안락이나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와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소비한다. 채워도 채워도 우리의 욕망은 왜 계속 높아만 가는가? 이유는 우리의 욕망이 타인의 소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에 맞추어 살고자 하는 소망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모든 것은 소비가 경제적 동기보다 사회적 동기에 의해 추동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한계급론]은 우리에게 이처럼 '사회적' 소비 이론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합리적' 소비 이론은 부정된다.

 

베블런에 대해

베블런은 미네소타의 노스필드에 있는 칼턴 칼리지에 입학하여 저명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인 클라크(John Bates Clark)의 지도 아래 경제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그 후 예일 대학교에서 포터(Noah Porter)로부터 그는 칸트 철학을 배웠으며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섬너(William Graham Sumner)로부터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 1891년 베블런은 코넬 대학교에서 로플린 교수(James Laughlin)의 관심을 얻었다. 새로 설립된 시카고 대학교로 옮겼을 때 그는 베블런을 동행시켰다. 거기서 베블런은 군집 생태학자 모건(Lloyd Morgan) 및 문화 인류학자 보애스(Franz Boas)와 지적 교류를 가졌다. 또, 거기서 베블런은 듀이(John Dewey)와의 교류를 통해 그의 프로그머티즘을 접했다. 그 과정에서 1899년 [유한계급론]을 출간하여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베블런는 거의 모든 저술을 통해 찰스 다윈의 진환론에 기초하여 경제를 이해하는 입장을 옹호했다.

 

제4장 과시적 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