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프랑스 주거복지정책 100년의 교훈],김영태,삼성경제연구소,2006,(090924)

바람과 술 2009. 9. 24. 14:40

책을 내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계층 또는 집단 간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주거문제를 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정책추진방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consensus building)'이 반드시 필요하다.

 

프롤로그

 

제도적으로 누군가를 지원할 경우 도와주는 사람이 연대감을 인식하지 않고 자신이 기여하는 부분을 사회적으로 강요된 것으로 생각하거나, 도움을 받는 사람도 고마움을 느끼지 않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정책과 제도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갈등 요소를 제거하면서 프랑스혁명 정신의 하나인 우애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프랑스에서는 연대, 사회통합 등의 용어가 사회정책의 전면에서 수시로 사용되고 있다.

 

1. 프랑스 주거복지정책의 역사적 발전과정

 

01 프랑스혁명 이후 : 주거문제의 등장과 주요입법

 

프랑스혁명 이후의 사회현실과 주거문제의 대두

: 프랑스혁명은 절대왕정과 봉건적 특권계급 중심의 '구체체'를 타파하고 자유평등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부르주아 시민혁명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혁명의 주체세력은 농민도 노동자도 아닌 계몽사상으로 무장한 부르주아 계급이었다. 이는 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프랑스혁명 이후 자유주의가 확산되었으며, 산업혁명의 여파로 가내수공업은 점차 쇠퇴하고 공장이 위치한 산업도시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이농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자유경제와 산업사회를 신봉하는 부르주아 계급은 프랑스혁명 이후 국유화되었던 성직자 및 귀족 소유의 토지를 매입하면서 경제.정치적 기반을 더욱 확고히 했다. 도시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택소요(housing needs)도 증가하였으나, 주택의 공급은 신속히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과밀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고 비위생의 문제도 대두되었다. 또한 이들은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득권층으로 떠오른 부르주아 계급은 노동자의 주거문제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역할은 외적의 방어, 치안 유지 등에 국한되어야 하며, 경제적으로는 '자유방임주의'. 재정적으로는 '값싼 정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박애주의 운동과 노동자 주택

: 프랑스혁명 이후 주거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프랑스 사회가 '마지못해(?)' 주거문제를 공식적으로 정책의제로 다루게 된 계기는 콜레라의 유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위생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었으며 비위생주거의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비위생주거 정비법'은 주거에 관한 공공개입을 규정한 최초의 입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급진적인 조처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사회의 기득권층이었던 자유주의자들과의 타협이 불가피했으므로 비위생주거의 개념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으며 강행규정보다는 주로 권로규정이 채택되었다. 결국 19세기에는 국가보다 민간 박애주의자들이 노동자계급의 주거여건 개선에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1. '노동자가구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중 어디에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였고 2. '노동자계층이 주택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것보다 바람직한가'라는 문제였다. 오늘날 프랑스 공공주택정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당시에 공급된 노동자 주택의 대표적인 사례 4가지가 거론된다. 1. 빈곤척결의 의지를 지녔던 나폴레옹 3세의 개인적 지원에 힘입어 1849~1853년까지 파리9구에 건설된 '나폴레옹 주택'이 있다. 이곳은 공동주택으로서, 작은 정원을 둘러싼 형태로 건축된 건물 1층에 상점, 작업장, 빨래방, 초등학교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입주자들에게 의료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되었다. 2. 고댕(Codin)이 기즈(Guise)에 건설한 '파밀리스테르'이다. 층마다 동료의식을 복돋기 위해 만남의 장소로 활용될 수 있는 넓은 복도식 연결로(rue-galerie)가 설치되었으며, 주거용 건물 주변에는 학교, 수영장, 도서관 등 공공시설도 함께 건축되었다. 3. 프로테스탄트 박애주의자 돌퓌스가 프랑스 동부 국경지역의 뮐루즈에 건설한 노동자 주택이다. 가족단위로 기거할 수 있는 2층집 형태의 개인주택이 공급되었으며, 그 옆에 공동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건물이 별도로 건축되었다. 4. 세계 최초로 초콜릿 공장을 운영했고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던 므니에가 파리 동쪽 근교에 건설한 노동자 주택이 있다. 이는 전원 환경 속에 넓고 안락한 2층 형태로 건설되었는데, 소음 방지를 위해 주택의 입구는 대로 쪽을 햐아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뮐루즈의 노동자 주택과 마찬가지로 도서관, 초등학교 등 공동시설은 별도로 설치되었다. 사실 민간기업가들의 박애주의적 노력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오언, 푸리에 등 공상적사회주의자들의 역할이 컸다. 결국 민간부분은 사회의 통합 및 발전에 있어서 주거가 매우 중요하며, 향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관련 입법의 변천과 주요내용

: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 만국박람회에서 '사회주택(HBM)'의 공급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각국의 기업들이 공동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며, 프랑스에서는 그 이듬해 2월에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최초의 회사가 설립되었다. 이처럼 시대상황이 변화하는 가운데 주거문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서서히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민간부문의 노력으로 저소득층의 주거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는 가운데, 당시 시대를 위협하던 사회주의가 더욱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즉 혁명이념에 대한 '해독제(antidote)'와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주택 관련 입법 중 대표적인 4가지는 다음과 같다. 1894년에 공표된 '시그프리드(Siegfried)법'이다. 이 법의 가장 큰 의의는 사회주택을 건설하는 회사가 저축금고 또는 공탁국(CDC)의 자금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도마다 무주택 근로자를 위한 위생적이고 저렴한 주택의 공급을 독려하는 사회주택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은 이후에 추진되는 입법들의 기초가 되긴 하나, 기본적으로 민간의 자율적 노력으로 주거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보수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서민들의 주거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후 1906년에는 '시그프리드법'에 비해 공권력의 개입을 확대한 '스트로스(Strauss)법'이 공포되었다. 이 법에 의해 각 도에 사회주택후원회를 최소한 한 개 이상 설치해야 했으며, 시 또는 도가 토지기증, 자금융자 등을 통해 사회주택을 건설하는 회사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에는 '리보(Ribot)법'이 공포되었다. 이 법의 공포로 부동산신용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이 주택을 구입.건설하거나 자신이 개간할 목적으로 들이나 정원을 구입할 경우 소요경비의 80%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신용회사의 기금 조성에 사회지도층의 참여가 미비해 그 결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결국 법률 시행 후 2년간 단 3개의 부동산신용회사만 설립되었다. 마지막으로 1912년에 '본베이(Bonnevay)법'이 공포되었다. 이전의 법들은 공공부문의 개입을 선택적 사항으로 규정한 반면, 이 법은 민간부문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공공부문이 반드시 개입해야 함을 천명하였다. 기득권층도 점차 국가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듬해인 1913년에는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최초의 공공기관(OPHEM)이 설립되었다.

 

02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 국가의 역할 확대

 

임대료 통제의 배경과 효과

: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19년에는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 수준보다 낮게 임대료 상승률을 통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임대료를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세압자의 입장에서 볼 때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우선 자본이 주택부문에서 보다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빠져나감으로써 주택에 대한 신규투자가 감소하였으며, 민간이 주도하던 사회주택 공급계획들도 점차 중단되었다.

 

주거문제 해경을 위한 국가의 역할 강화

: 1919년에 전쟁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규정한 법이 공포되면서 정부의 개입은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법에 따라 1914년 8월 현재의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 피해액을 정부가 보상하였으며, 만일 주택의 소유자가 피해 발생 이전과 유사한 모습으로 피해주택을 복원하고자 할 경우 자금 지원을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은 일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국민통합과 국토정비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배상청구권을 대지주들에게 매각함에 따라 주택소유권의 집중화 현상이 초래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며, 피해발생 이전과 유사한 형태로 주택을 복원하는 것도 생활공간의 재정비, 지역개발 등의 수준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개개인에 대한 재정지원 위주의 정책이 추진됨으로써 사회주택의 대량공급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였다. 결국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주택의 대량공급계획이 수립되었다. 1928년 국회를 통과한 '루세르(Loucheur)'법은 전후 10년간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각종 논쟁, 기득권층의 반발 등에 종지부를 찍고, 역사상 최초로 국가가 대규모의 주택건설을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편 주택소유권의 취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도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법이 공포된지 1년 후에 발발한 세계 경제공황의 여파로 프랑스 경제도 어려움에 빠져 주택공급 5개년 계획은 당초 정부가 의도한 것처럼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었다.

 

건축의 현대화 및 실용주의적 접근

: 사회주택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고층아파트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왜  아파트가 사회주택의 대표적인 주거형태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건축현대화운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건축현대화운동의 대표적 사례는 독일에서 시작된 바우하우스 운동이다. 한편 1933년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4차 근대건축국제회의(CIAM)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아테네 헌장에도 위생과 기능을 강조한 현대 도시건축의 기본원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헌장은 1945년 이후 도시설계 및 정비부문의 주요 참고자료가 되었고, 1950년대 이후 대량으로 공급된 사회주택의 형태로 이러한 사조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03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 사회주택의 대량공급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

: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해는 프랑스 동북부에 집중되는 등 비교적 국지적이었던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에는 프랑스 전역에 걸쳐 피해가 발생하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전쟁 직후 자연부족분 200만 호와 전쟁 중 피해를 입은 200만 호를 합한 총 400만 호가 전쟁 직후 신축 또는 개량이 필요하다고 추정되는 주택의 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체 인구는 감소했으나 도시인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그런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시급히 요청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직후 프랑스 정부는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으나 1946년 인도차이나 식민지전쟁이 시작돼 식민주의자와 피지배국가의 독립옹호론자 간의 대립 등으로 국론은 분열되었다. 또한 1946년 공산당 출신의 비유 국토재건 및 도시부 장관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적용되었던 개별보상의 원칙을 고수한 '피해보상법'을 공포함에 따라 정부의 재정부담은 더욱 가중되어, 주택부문은 발전보다는 현상유지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주거정책의 발전을 향한 새로운 움직임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10년간은 주거문제의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제도가 새로 도입되는 등 향후 프랑스 주거정책 발전의 바탕이 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여기에서는 임대료 보조제도의 도입, 사회주택의 명칭과 지원대상 변경, 1953년에 발표된 쿠랑 계획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주택공급과 수요자에 대한 임대료 보조는 주거정책의 양대축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이 두 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한다. 초기에 도입된 주택수당은 '가족지원형 주택수당'이라고 명명되었던 만큼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즉 정부는 제도 도입 당시 두 자녀 이상을 둔 가구만을 지원대상으로 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이고자 했던 것이다. 한편 1971년에는 임대료 보조의 지원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ALF의 수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학생,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사회정책형 주택수당(ALS)'이 도입되었다. 세계대전 직후의 주택문제는 더 이상 특정계층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원대상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HBM은 1950년에 오늘날 프랑스의 공공임대 주택을 의미하는 HLM으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사람은 당시 국토재건 및 도시부 장관이었던 클로디우스 프티였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가세입의 1~2%만 주택건설에 할당되던 것을 10~15%까지 확대해야 하며, 주택을 피해 발생 이전과 유사하게 복원하는 것보다 대규모로 신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역할이 곧바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1953년 국토재건 및 도시부 장관에 쿠랑이 취임한 이후 매년 24만 호의 주택건설계획이 발표되고, 근로자의 수가 10인을 초과하는 기업에 적용되는 '1% 후원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는 의무적으로 연간 근로자 임금 총액의 1%를 주거복지기금으로 적립하도록 한 것으로, 기업이 근로자 주거문제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또한 중상층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건축과 연계된 금융상품도 개발되었다.

 

피에르 신부의 활약과 언론의 지원

 

사회주택의 대량공급 및 평가

: 1958년에 접어들면서 사회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이 구체적으로 조성되었다. 국토재건 및 도시부의 쉬드로 장관은 취임 직후 '어버니즘, 공공임대주택, 주택의 위기'라는 제목의 도시정비대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사회주택의 공급과 관련하여 '우선 도시화 지구(ZUP)'라는 새로운 개념이 포함되었다. ZUP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500호 이상의 주택공급사업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했으며, 기반시설정비와 함께 주택, 산업, 공공시설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공간이 배분되어야 했다. 특히 이곳에는 사회주택이 주로 고층아파트 형태로 건설되었는데, 이는 도시성과 현대성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고층아파트 형태의 임대주택단지가 늘어나면서 도시의 행태는 급격히 변화하였다. 또한 고층아파트는 기존의 주택과는 달리 중앙난방, 욕실, 실내 화장실, 엘레베이터 등 현대적 편의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번영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택에 산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행운처럼 여겨졌다. 또한 1950년에 사회주택의 명칭이 HBM에서 HLM으로 바뀌면서 그 지원대상도 저소득근로자에서 국민 전체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사회주택은 다양한 계층이 조화롭게 살면서 사회통합이 실현될 수 있는 기능적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HLM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중상층은 HLM을 도심 또는 개인주택에 정착하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HLM은 점차 취약계층의 집산지로 변모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한편 1967년에는 '협의정비지구(ZAC)'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이는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국가, 지방자치단체, 시공사, 토지소유권자 등이 협의하도록 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ZUP가 1970년대 초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식의 확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이는 기능주의의 종식과 함께 공동주택과 개인주택,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민간사업자와 공공사업자 간의 적절한 조화가 강조됨을 의미한다. 

 

04 1970년대 중반 이후 : 형평성 제고 및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

 

경제위기 및 주택건설 지원에서 수요자 지원으로

: 1950년대부터 추진되어온 다양한 정책으로 프랑스의 주거현실은 양적.질적으로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1973년 10월에 시작된 중동전쟁이 석유파동으로 이어지자 세계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그동안의 주거정책에 대한 평가 및 반성과 함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1976년에는 프랑스 주거정책의 전기를 마련한 보고서가 등장하였다. 당시의 국무총리 바르의 이름을 딴 '바르 보고서'는 주택건설 확대를 위한 재정지원은 국가에 큰 부담이 되고 가구별 경제상황에 부합하지도 않으므로, 주택건설 대신 수요자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주택공급이 상당히 확대되었으며, 석유파동 이후 악화된 경제현실 속에서 국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고 예산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배분해야 한다는 시각을 기초로 한다. 새로운 형태의 주택수당인 '차등적 주거비지원수당(APL)' 도입되면서 정부의 지원은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ALF 및 ALS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ALF와 ALS가 가구의 특성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반면, APL은 주택이 국가의 재정지원에 의해 건설되는지의 여부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이다. APL의 수혜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늘어났다. 이에 따라 당초 재정지출을 줄이고자 한 취지와 달리 국가의 부담은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주택건설을 위한 지원이 축소된 이후 신규주택의 건축실적도 점차 떨어졌다.

 

주택개량정책의 활성화

: 1977년 이후 APL이 주거정책수단으로 적극 활용됨에 따라 주택의 신규건설보다는 기존 주택의 개량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한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회주택(HLM)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면서 중상층이 점차 떠나가고 그 자리에 자소득층이 입주함에 따라 사회.공간적 분리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의 개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시각이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 1977년에 '주거와 사회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지역사회 활성화보다는 주택 내부의 물리적 편의성 증진에 치중되었으며, 주민의 참여도 생각보다 저조하였다. 결국 1982년에 '지역의 사회적 발전(DQS)'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여러 계획들이 동시에 추진됨으로써 집행 및 관리상의 효율성이 저하되었고, HVS의 경우처럼 입주자의 사회.경제,문화적 측면보다는 주택 자체의 개량에 투자가 집중되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단지의 커뮤니티 활성화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주택의 물리적 개량으로 편의성이 증진되었으며, 단지 내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건설, 공원 조성 등을 통해 생활환경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주거권 개념의 도입

:  프랑스의 사회주택은 긴 역사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임대료 지불능력이 극도로 미약한 최저소득계층은 입주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의 주거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1990년 5월, 당시 주택부 장관이었던 베송의 이름을 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는데, 이 법은 주거권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권리로 규정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새로운 주거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여기에서 주거권은 모든 사람이 적정수준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되는데, 적정수준의 주택이란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최저주거기준에 부합하되, 가구가 거주하면서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한편 이 법에 근거하여 주택연대기금(FSL)이 새로 도입되었다. 기금을 조성할 경우 도는 반드시 국가와 동일한 수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금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임대료에 대한 보증 제공, 체납임대료 지원 등을 통해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실현하고, 입주자에 대한 교육 및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주거와 사회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취약지구에 대한 지속적 정비 및 긴급구호주택의 공급

: 1993년 프랑스 정부는 기존에 추진되었던 주택개량 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한 후, 정부의 개입방식을 보다 단순화하기로 하였다. 이때 새로 도입된 것이 바로 '도시협약제도'이다. 이는 도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종의 중장기 계약을 하는 것으로, 주로 고용, 안전, 주거 등의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지구에 대한 특별지원 조치와 도시 전체에서 사회적 배제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 등이 포함된다. 기존에는 국가와 기타 관련 기관이 개별적으로 사업에 개입함으로써 여러 종류의 협약이 산재하였으나, 이제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종합계획을 확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한편 1990년에 공포된 '베송(Besson)법'은 저소득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근거법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으나, 지원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주거도 특수한 형태의 임시주거 등이 아닌 일반적인 주거를 의미한다. 또한 1995년에 주택부 장관으로 임명된 페리솔은 극도로 긴급한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주거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변화로 주택공급은 다변화되었으나, 주거정책은 점차 복잡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구호주거의 도입은 취약계층의 생활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배제의 극복과 조화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

: 199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는 일부 계층의 사회적 배제라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노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이 사회적 배제와 대칭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혼합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사회주택의 재고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이나, 도시 내 지역단위의 사회적 혼합보다는 도시 전체적 관점에서의 총량적 접근이라는 특징과 한계를 지닌다. 

 

2. 프랑스 국민들의 주거현실과 주거복지정책 수단

 

01 프랑스 국민들의 주거실태

 

주거실태 파악을 위한 제도적 장치

 

2002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

: 프랑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편의성이라고 하면 화장실, 목욕시설, 그리고 난방시설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인구주택통조사에서 주거의 편의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부엌, 화장실, 그리고 목욕시설이다.

 

유럽 이웃국가들과의 비교

 

02 점유형태별 지원수단 및 임대료 보조제도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주거정책은 기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최우선 관심사는 주택시장의 안정이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정부의 정책은 주택시장의 규제보다는 주택소유권 취득, 공공임대주택 입주 등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택소유권 취득 촉진을 위한 지원

: 정부는 주택소유권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도입하였다. 가장 먼저 1977년의 개혁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주택소유권 취득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융자제도(PAP)가 도입되었다. 융자금은 최대 20년 동안 상환할 수 있으며, 주택가격의 90%까지 지원되었다. 물론 이자율도 정부가 규제하였다. 특이한 것은, 이 융자를 활용해서 주택을 마련하는 자도 소득요건을 충족할 경우 같은 해에 도입된 '차등적 주거비지원수당(APL)'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1995년 주택소유권 촉진을 위해 획기적인 무이자 융자상품(PTZ)을 도입하였는데, 이는 점차 기존의 PAP를 대체해나갔다.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침체기에 빠진 프랑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수요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택구입을 위한 무이자 융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득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한편 무이자 융자보다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주택소유 촉진을 위해 저리로 제공되는 협약융자(PC)와 소유권취득 지원융자(PAS)도 있다. 이 두 융자의 기본적인 성격은 유사하나, PAS는 일정 소득환도를 넘지 않는 가구만 이용이 가능한데, 실제로 PC보다 이자율이 낮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 프랑스인들이 공공임대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한쪽은 공공임대주택이 국민적 연대 실현,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한쪽은 임대주택단지에 저소득층이 집단적으로 거주함에 따라 비위생과 범죄가 만연하는 등 임대주택이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임대주택단지에는 이민자가 많이 거주한다. 

 

민간임대주택 지원

: 민간임대주택은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하였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개입이 확대되면서 민간임대주택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였다. 그동안 주로 주택소유권 및 사회주택 확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임대료 통제 및 임차인의 법적 지위 향상 등으로 민간임대부문은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민간임대부문이 지나치게 침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당분간 이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임대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우선 건축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가 있다. 프랑스 사회주택은 반드시 공공부문에 의해서만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도 저렴한 임대형 사회주택을 건설.공급할 경우 법적으로 공공부문과 동일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회주택에 입주할 수준도 안 되고 일반 임대주택시장에서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계층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의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중간계층용 임대주택융자(PLI)는 수도권, 지방 대도시권, 국경지역 등 임대주택수요가 높은 곳에 위치한 주택을 임대목적으로 구입 또는 건축하는 경우에 한하여 지원된다. 사업자는 융자기간이 15년 이하일 경우 최소 6년, 융자기간이 15년을 넘을 경우 최소 12년 이상 당해 주택을 규정상 정해진 한도를 넘지 않는 임대료로 일정소득 수준 이하의 가구에게 임대하여야 한다. 주택개량 보조금으로서 대표적인 것은 국립주택개량지원사무소(ANAH)의 보조금이다. 이는 주택의 안전, 위생, 장애인을 위한 구조변경, 에너지 효율의 증진, 방음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사의 시행을 위해 지급된다.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좌파정부가 수립되었고, 그 이듬해에는 임차인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퀴요(Quillot)법'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임대료의 조정은 규제되었고, 임대의무기간과 임대차 계약의 해지조건이 명시되는 등 임대인이 임차인보다 약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1986년에 등장한 우파정부는 임대주택에 대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메헤네리법'을 제정하였다. 이제 신규주택의 경우와 기존 주택의 임차인이 변경될 경우 임대인은 임대료를 비교적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게 되었고, 입주 후 임대료도 매년 건축비 상승비율에 연동해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었다. 그러다가 1989년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하는 '메즈마즈-말라탱(Mermaz-Malandain)법'이 공포되었다. 이 법에는 임대료의 조정, 임대차계약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현재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는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에 비해 7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임차인 보호와 민간임대 활성화라는 문제는 정책목표상 상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임대료 보조제도 등을 통한 수요자 지원

: 프랑스 임대료 보조제도는 크게 주택수당(AL)과 차등적 주거비지원수당(APL)으로 구분되며, 주택수당(AL)은 다시 가족지원형(ALF)과 사회정책형(ALS)으로 구분된다. 1948년 ALF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2자녀 이상의 가구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현재는 요건이 대폭 완화되었다. AL과 APL의 지급액은 가족원의 수가 증가할수록 많아진다. 한편 임대료 보조의 지원대상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ALF의 수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계층을 위해 1971년에 도입된 ALS의 구체적 지원대상에는 직업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노인, 학생, 장애인 등이 포함된다. AL과 APL은 가구별 상황에 따라 주거비부담을 차등화하고, 임차인 외에 융자에 의한 주택소유권 취득자도 지원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두 제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구별된다. APL의 경우 거주자의 특성보다는 당해 주택의 소유자와 국가 간 협약이 체결되어 있는지의 여부가 지원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1차적인 기준이 되며, 그 이후 구체적인 지원액을 결정하고자 할 때 거주자의 소득소준이 고려된다. 이때 협약이란 주택을 건축하거나 개량할 때 주택 소유주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는 대신 일정한 의무를 부담한다는 협약을 의미한다. 즉 AL의 수혜대상이 가구 위주로 선정된다면, APL의 수혜 대상은 일차적으로 주택에 의해 결정되고 AL은 '사회보장법'상의 제도인 반면, APL은 '건축주거법' 상의 제도이다. 또한 임차인이 동의하거나 임차인이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임대인에게 직접 지불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AL은 임차인에게 지불되는 것은 원칙이지만, APL은 언제나 임대인에게 지불된다. 즉 APL의 수혜자(즉 임차인)가 실제로 부담하는 임대료는 임대인에게 직접 지불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로, 이는 정부의 지원금이 주택부문에 사용되는 것을 확실히 담보하는 효과를 지닌다. 한편 AL과 APL은 동일한 자에게 동시에 지급될 수 없다. 주택수당(ALF, ALS)과 APL은 지원대상, 지급방식 등에서는 차이를 보이나, 모두 다음과 같은 공식에 의해 지급액이 산정된다. 지급액은 기본적으로 가구의 주거비 지출 및 가구원 수와는 정(正)의 함수관계에 있으며, 가구의 소득수준과는 부(負)의 함수관계에 있다. 여기에 형평성 제고를 위한 기술적 측면에서 거주지역 등이 추가적 변수로 고려된다. 한편 주택소유권 취득을 위해 융자를 받은 경우에는 실질 월 임대료 대신 월 융자금 상환액이 변수로 고려된다. 프랑스의 임대료 보조제도에는 3가지 기본원칙이 적용된다. 1. '최소지출의 원칙'이다. 가구 스스로 일정부분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가구의 주거비를 100%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한계지출의 원칙'이다. 임대료 상승 등으로 주거비가 증가할 경우, 가구의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해도 새롭게 발생되는 주가비 지출 증가분 중 일부분만 정부지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3.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능력의 원칙'이다. 주거비 지출 중 가구가 스스로 부담해야 할 수준을 정책적으로 판단하여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03 주거복지정책에 관여하는 행동주체(actor)들의 역할

 

프랑스의 행정구역체계는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지방→도→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보통 우리의 시(市)라고 부르는 행정구역을 의미한다. 현재의 주거복지전달체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983년 1월에 공포된 '지방분권법'이다. 이전에는 국가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사회주택 공급.관리기관만 지도.감독하면 그만이었으나, 이 법으로 인해 자치단체 수준별로 역할이 구분되었다.

 

중앙정부

: 중앙정부는 주거복지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담당하며, 제도의 도입 및 운영과 관련된 일반원칙을 정한다. 특히 지역 내 저소득층의 주거복지향상을 위해 도에 설치된 주택연금기금(FSL)의 50%를 지원한다. 한편 지역의 구체적인 공간이용계획은 기초자치단체가 수립하나, 국가가 국통정비 및 도시계획의 기본원칙을 정함으로써 기초자치 단체의 공간활용 등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정부

: '지방분권법' 제76조는 '기초자치단체, 도, 지방은 각각 권한의 범위에서 주거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지방은 사회경제발전과 국토정비 차원에서 주거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고, 국가가 지원하는 자금을 하위 지방행정단위인 도로 배분하며 부족한 자금은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주택 공급.관리기관이 이용하는 융자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기도 한다. 도의 경우 '지방분권법'에 의해 주목할 만한 권한의 이양은 없었으나, 1990년 5월 '베송법'이 공포되면서 저소득층의 주거복지향상을 위한 역할이 부각되었다. 즉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우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주택연금기금(FSL) 운영자금의 50%를 출연해야 한다. 특히 국가사무를 담당하기 위해 설치된 도청에는 건설교통부문의 지방조직이라 할 수 있는 도시설국이 있는데, 이 기관은 지역의 주거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지방분권법'에 의해 단독으로 또는 인접 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우선추진과제, 사회적 혼합,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주거정책 등을 규정하는 지역주거프로그램(PHL) 등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사회주택 공급.관리기관에 대한 직.간접적인 재정지원도 담당한다. 또한 기초자치단체가 공공임대주택을 직접 건설할 수도 있으나 관리는 반드시 사회주택 관리기관에 위탁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관할지역에 대한 토지이용계획(POS)도 수립할 수 있다. 다만, 지역주거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을 경우 이를 감안해야 한다.

 

기타 기관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외에도 주거복지정책의 추진과정에는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한다. 먼저 공공임대주택은 사회주택 공급.관리기관, 복합경제회사(SEM), 기업주거위원회(CIL) 등에 의해 공급된다. 임대료 보조의 경우 CAF가 수혜자 선정과 보조금 지급업무 등을 담당한다. CAF는 사회보장을 담당하는 사법(私法) 상의 기관으로서, 법적으로는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사회보장 차원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업무범위와 관련하여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실상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주택의 구입과 개량에 관여하는 기관으로는 프랑스토지신용(CFF), 일반은행, 국립주택개량지원사무소(ANAH) 등이 있다. 일반은행은 자체 융자프로그램 외에 PC, PAS 등 국가가 운영하는 융자제도에 관한 위탁업무를 수행한다. 기타 주목할 만한 기관으로는 국립주택정보사무소(ANIL)가 있다. 이 기관은 주택에 관한 모든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준다. 지역의 주택정보를 제공하는 하부조직(ADIL)이 도 단위로 설치되어 있다. 한편 지역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비영리 민간단체들도 주거복지정책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에 직접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거나 보증을 제공할 수도 있다.

 

3. 프랑스의 공공임대주택 제도

 

01 공공임대주택의 개념

 

우리나라의 경우 복잡한 임대주택체계와 학문.법.실무적 용어의 혼재 등으로 개념이 더욱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임대주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이는 시대별로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이전 시기의 임대주택과는 구별되는 명칭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1988년 5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구적 의미의 임대형 사회주택이라 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이 도입되었으며, 영구임대주택의 공급이 중단된 1990년대 초에는 50년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었다. 지금은 국민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사회주택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고하기 때문에 보통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용어를 조금 넓은 의미로 사용하되, 공식문서 등에는 임대주택들을 법정용어로 정확히 구분하여 표기하고 있다.

 

02 공급.관리주체

 

프랑스 '건축주거법'에는 사회주택의 공급.관리주체로 다음과 같은 6가지 유형의 조직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이 조직들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에만 HLM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1. HLM 공공사무소(OPHLM) 2. 정비.건설 공공사무소(OPAC) 3. HLM 재단 4. HLM 회사(SAHLM) 5. HLM 건설조합회사 6. 부동산융자회사 (SACI). 이중 OPHLM과 OPAC는 공공기관이며, 나머지는 민간기관이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만큼 비영리성을 유지해야 하며, 설립을 위해서는 국가의 허가가 필요하다. 또한 이사회에 반드시 입주자 대표가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대정부 로비, 유럽 내 다른 나라의 사회주택정책 관련 기관들과의 교류협력 등의 업무는 이러한 기관들을 대표하는 중앙연합회가 담당하고 있다. '건축주거법' 상의 사회주택 공급.관리기관은 아니지만, 특별히 복합경제회사(SEM)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이는 주택사업에 특화된 조직은 아니지만 대주주인 공공기관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한다. 이처럼 프랑스 사회주택은 공급.관리주체는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우리와 반대로 공급주체는 다양하나 그 산출물인 임대주택은 HLM이라는 이름으로 단일화되어 있다.

 

공공부문에 속하는 공급.관리주체 - OPHLM과 OP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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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부문에 속하는 공급.관리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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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의 관계

: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과 중앙정부의 관계는 비교적 명확하다. 중앙정부는 법인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을 감면해주고, 보조금과 융자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이들 기관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명시하고,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과 지방정부의 관계는 이론과 실제가 다른 측면이 있어 다소 애매하다. 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은 기본적으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들 기관은 지방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분위기상으로도 지방정부, 지방의회 등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배분, 관리하기 어렵다.

 

03 공공임대주택사업의 재원조달방안

 

기본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은 정책융자금, 국가의 재정지원 등을 바탕으로 건설.공급된다. 정책융자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 중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공탁국(CDC)이다. 1977년에 주택의 공급을 지원하는 대신 거주자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큰 흐름이 바뀌면서 주택금융제도도 재편되었는데, 이때부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서 가장 중요한 재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임대주택특별융자(PLA)이다. 이 특별융자에 의해 건설된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기본적으로 지역별로 규정된 한도를 초과할 수 없다. 임대주택의 건설 외에 개량을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보조금도 있다. 임대주택개량지원금으로 불리는 이 보조금은 1988년 이전에는 정해진 한도에서 공사비용을 20%까지 지원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10~15% 축소되었다. 대신 공사비용에 대한 부가세가 20.6%에서 5.5%로 감면되었다. 한편 기업주거위원회(CIL)도 민간기업에서 자금을 위탁받아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재정적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또는 CAF 등의 자발적인 기여금도 사업비용으로 충당된다. 지방자치단체는 토지를 무상 또는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04 입주자의 선정

 

입주자격

: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1. 프랑스 국적을 소유하거나 외국인일지라도 프랑스에서 상당기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2. 소득이 주택.복지.재정 관련 부서가 최저임금(SMIC)의 변화를 고려하여 매년 공동으로 설정하는 상한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소득기준이 관대하게 설정된 것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입주자 선정을 위한 소득기준이 강화되지 않을 경우 입주자격을 갖춘 자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여 최저소득계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계층 간 사회적 혼합을 위해 소득기준은 현상유지 또는 더욱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주기준이 비교적 관대하게 설정되었다고 해도 최저소득계층이 어느 정도 보호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다. 한편 현행 법령은 거주요건과 소득요건을 충족하는 자 가운데서도 철거될 주택에 거주하는 자, 비위생 주택에 거주하는 자, 과밀상태로 생활하는 자,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강제로 퇴거될 상황에 놓인 자, 장애인, 편부모 가정, 생애 최초로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젊은 층, 직장을 변경하면서 주거가 필요한 자 등에서 우선적으로 임대주택을 배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다. 다라서 현실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은 정부의 지원을 긴급히 필요로 하는 가구 또는 최저소득계층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지 않고 있다. 공급기관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경영의 건전성도 중시되기 때문이다. 결국 임대료 지불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최저소득계층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입주예약권

: 공공임대주택사업에 참여하는 기관들에는 주택건설이 완료될 경우 입주가 선정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이를 '예약권'이라고 부른다. 먼저 기초자치단체는 주택사업에 재정보증을 제공하는 대가로 공급물량의 20%를 할당받는다. 기초자치단체가 보증 이외에 별도의 재정지원, 토지 등을 제공할 경우 할당비율은 계약에 의해 조정할 수 있다. 또한 기업주거위원회(CIL)도 재정적 기여에 대한 대가로 일정량의 주택을 할당받는다. 이대 CIL에 자금을 예치한 기업들은 주택의 일부를 자신들의 근로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초자치단체와 CIL에 보장된 예약권은 이들 기관들의 재정적 기여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보장되는 계약상의 권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 공급기관은 이들이 추천한 자들의 입주를 거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편 도지사는 공급물량의 30% 범위에서 공무원과 시장소외계층을 위해 예약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기초자치단체 등의 예약권은 입주자 선정권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도지사의 예약권은 입주자 추천권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입주자 선정절차

: 어떤 기관에서 접수를 받든지 임대주택 공급기관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는데, 신청자의 입주를 허용할 경우 기한을 정해 신청자에게 입주의사를 타진하지만, 신청자의 입주를 허용할 수 없을 경우 반드시 사유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신청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05 임대료와 거주안전성

 

임대료 설정

: 임대료는 입주시점에서 적용되는 임대료와 입주 이후에 조정되는 입대료로 나누어볼 수 있다. 최초임대료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적용된 재원조달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단, 국가가 정한 지역별 기준임대료 범위에서 주택단지의 규모와 도 시설국(DDE)이 갖는 재량권에 따라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진다. 입주 후의 임대료는 원칙적으로 건축비지수와 변동 범위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이는 임대료의 인상수준을 객관적 지표에 연동시킴으로써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임대차와 관련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거주권

: 거주권의 문제는 임대주택 배분의 형평성 및 주거생활의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제도적으로 프랑스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은 가구의 소득이 입주를 위한 소득한도의 10% 이상을 초과할 경우 추가 임대료의 부과가 가능하며, 소득한도의 40%를 넘는 가구에 대해서는 반드시 추가 임대료를 부과해야 한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은 소득한도의 40%를 넘는 가구 수에 비례하여 국가에 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기여금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지원기금'이라는 특별계정으로 유입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에 납부하는 기여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추가 임대료를 성실히 징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추가 임대료를 부과해도 거주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입주자와의 계약을 강제로 종료시킬 방법은 없다. 한편 소득기준 초과 가구에 대한 추가 임대료가 언제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소득층이 밀집되어 있는 낙후지역의 경우 SLS는 면제된다. 

 

06 문제점과 검토과제

 

최저소득계층은 보호받고 있는가?

: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들의 상당수는 저소득층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빈곤한 계층은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최하위 소득계층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은 경영상의 건전성 유지에 대한 염려 때문에 입주자를 선정할 때 소득수준뿐 아니라 지불능력도 파악하여 문제가 될 만한 취야계층을 처음부터 배제한다. 2. 공공임대주택의 입주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 소득한도가 너무 관대하게 설정되어 있다. 3.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최저소득계층을 입주시키기에는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 4.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재정적으로 기여하면서 예약권을 행사하는 기관들도 자신이 추천한 가구들이 공공임대주택 공급기관으로부터 입주를 거절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소득이 낮은 가구는 추천하지 않고 있다. 5. 영세민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입주신청서를 매년 갱신해야 하는 사실 등을 모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6. 입주 후 입주자격을 벗어난 가구들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없기 때문에 입주자의 적절한 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도 있다. 

 

공공임대주택단지 거주민의 사회적 배제

:  오늘날 프랑스의 공공임대주택단지는 사회적 배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역할과 시장논리 간의 갈등

: 공공임대주택은 부의 재분배와 관련이 있는 비영리 분야이므로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영리라는 이유만으로 운영기관 또는 재정지원주체의 손실을 무한정 강용할 수 있을까? 프랑스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지만, 일정부분 경영의 건전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정도의 문제라 할 수도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관리기관의 사회적 역할과 재무적 건전성 유지라는 조직목표 간에 갈등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사회적 합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이기주의

: HLM의 배분에 있어 지역주민을 우대하는 규정이 법령상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당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타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유입이 제한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수익성이 낮고,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저소득층의 유입이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라고 불리는 지역이기주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4. 우리의 주거복지정책을 생각하며

 

프랑스가 주거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나타났고, 그에 따라 비위생 문제 등이 대두되었으며,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국토가 파괴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상실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친 다양한 논쟁과 위기극복 과정을 통해 주거가 매우 중요하다는 믿음이 형성된 것이다. 오늘날 프랑스 주거정책의 핵심과제는 주건권의 보장과 다양한 사회계층 간의 사회적 혼합으로 요약된다.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확충

: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확충되면 우선 그곳에 입주함으로써 주거안정을 경험하는 가구가 늘어난다. 주택시장의 급격한 변동으로부터 충격을 덜 받는 완충지대가 넓어진다.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공공자산이 증가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주거정책과 복지정책의 효과적인 연계

: 우리나라의 주거정책은 오랫동안 개발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주택보급율이 2002년에 100%를 넘었고 경제도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큼 성장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정책목표를 명확히 할 시점이 되었다. 그렇다면 주거복지정책의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야말로 주거와 복지를 결합하되 취약계층에게 주거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최종목표가 아니라 주거지원을 통해 취약계층의 자립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일반인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윤과 공공성의 분리

: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훈 사람이 많고,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불충분하며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면 결국 민간임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때는 신중해야 한다. 민간부문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공성 확보와 민간임대의 활성화가 동시에 가능한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정책목표가 당장 주택을 구입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구매력이 있는 무주택자에게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부여하면서 주택소유권 취득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자금이 풍부한 기관을 사업에 참여하게 하여 부도의 위험을 제거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연기금, 금융기관 등 재무적 투자자가 중심이 되어 건설업체 등과 함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방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이 제도적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부동산 시장이 안전되어야 한다. 한편 사업이 시장소외계층의 주거지원을 위한 것이라면, 공익적 측면이 강한 만큼 공공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거나 민간비영리 주택사업이 활성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자세히 보면 공공부문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공부문의 주택공급방식은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주거복지수요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비영리단체들이 스스로 비영리 주택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임대료 보조제도의 확대 도입을 위한 준비

: 임대료 보조제도는 많은 선진국에 이미 정착되어 있는 제도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함께 주거복지정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임대료 보조제도는 주거선택의 범위를 넓혀준다. 물론 이 제도는 임대료 보조로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강화되면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가구들이 시장으로 편입되어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과 임대료 보조제도가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두 제도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도입시기이다. 유럽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우선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확충된 이후 임대료 보조제도가 활성화되었다. 주로 재정지출의 축소와 정부지원의 형평성 제고가 표면적으로 내세워지는 이유였다. 따라서 우선은 중장기 계획에 의거하여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를 꾸준히 확충하되,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주거급여의 지원대상 및 지원규모를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안이보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임대료 보조제도의 효괒거인 도입을 위해서는 투명한 소득 또는 세원 파악장치의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임대주택 입주자격의 운영 및 조정 시 고려사항

: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책목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정기준만 합리적으로 설정하면 그 다음은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취약계층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서 바로 주거와 시설의 역할분담문제가 등장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혼합과의 조화이다.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사회적 합의

: 우리나라는 대책보다는 정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주거복지 전문인력 양성과 법령정비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