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신학], 칼 슈미트, 김항, 그린비, 2010, (130217).

바람과 술 2013. 2. 17. 19:31

옮긴이 서문 5 


2판 저자 서문 8


그 결정을 누가 내리든 어떤 근거로 포장을 하든 상관없이, 무엇이 비정치적인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언제나 하나의 정치적 결정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1장_주권의 정의 15

 
주권과 예외상태 16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이다. 예외상태에 대한 결정은 그야말로 결정 그 자체이다. 현행 법질서에 규정되지 않은 사례인 예외사례는 기껏해야 극도로 긴급한 사례라거나 국가의 존립이 위험에 처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규정될 뿐, 실제 사태에 맞게 규정될 수는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런 사례야말로 누가 주권의 주체냐는 물음을 시급한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물음이 바로 주권 일반에 대한 물음인 것이다. 극한적 예외상황을 실제로 이 세계로부터 제거할 수 있냐 아니냐는 전혀 법학적인 물음이 아니다. 그런 상황을 사실상 제거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느냐 안 가지느냐는 철학적인, 특히 역사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확신에 달려 있다. 


보댕의 주권 개념 및 주권과 예외상태의 개념적 결합을 보여 주는 자연법적 국가론의 주권 개념 19


구체적 현실 속에서 공공의 질서와 안전은 언제 이 질서와 안전이 존립하며, 언제 위협을 당해 위기에 처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군사조직이냐, 상업적 정신에 지배된 자치조직이냐, 혹은 급진적 당파조직이냐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띠고 나타난다. 왜냐하면 모든 질서는 하나의 결정에 기초해 있기 대문이며, 전혀 숙고되지 않은 채 자명하게 통용되는 법질서 개념 또한 법학의 상이한 두 가지 요소(결정과 규범)의 대립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질서와 마찬가지로 법질서는 규범이 아니라 결정에 기초해 있는 것이다. 


예외사례를 무시하는 자유주의 법치국가의 원리 24


예외상태는 원칙적으로 제한 없는 권한, 즉 모든 현행 질서를 효력정지시키는 권한을 포함한다. 이 상태가 되면 법은 후퇴하는 반면 국가는 계속 존립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예외상태란 그럼에도 무정부상태나 혼란상태와 다른 무엇이기 때문에, 법질서가 없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법학적 의미에서 하나의 질서가 존속한다. 여기서는 법규범의 유효성보다 국가의 실존이 이론의 여지없이 우월하다. 결정은 모든 규범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원지고 고유한 의미에서 절대화된다. 예외사례에서 국가는 이른바 자기보존의 권리에 따라 법을 효력정지시키는 것이다. '법-질서'라는 개념의 두 요소는 서로 대립하게 되며, 각각의 개념적 독립성을 표명한다. 따라서 정상 사례에서 결정의 독립적 계기가 최대한 억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외사례에서는 규범이 무화된다. 그럼에도 규범과 결정이라는 두 요소가 법학의 틀 내에 머물러 있기에 예외사례는 여전히 법학적 인식의 테두리 안에 남아 있다. 즉 결단은 완전히 순수한 형태로 드러내 보인다. 혼란상태에 적용될 수 있는 규범 따위는 없다. 법질서가 유의미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질서가 구축되어야만 한다. 하나의 정상적 상황이 창출되어야만 하며, 주권자란 바로 이 정상적 상태가 현실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느냐 아니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자이다. 따라서 모든 법은 '상황에 따른 법'이다. 주권자는 상황을 하나의 전체로서 완전하게 만들어 내고 보장한다.. 그는 이 최종적 결저으이 독점자이다. 여기에 국가주권의 본질이 있는데, 그것은 강제나 지배의 독점이 아니라 결정의 독점으로 정확히 법학적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여기에서 결정이라는 말은 보다 널리 발전될 일반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예외사례는 국가적 원위의 본질을 최대한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예외상태를 가능한 한 세세하게 규제하려는 법치국가적 경향은 법이 스스로를 효력정지시키는 사례를 정확하게 법률에 기입하려는 시도를 의미할 뿐이다.  


다양한 학문적 관심이 던지는 규칙(규범)이냐 예외냐라는 질문의 일반적 의미 27


정상적인 것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지만 예외는 모든 것을 증명한다. 예외가 규칙을 보증할 뿐 아니라, 규칙은 애당초 오로지 예외에 의해서만 존속한다. 이 예외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일반적인 것 또한 설명할 수 없다.  

2장_주권 문제, 그것은 법형식과 결정의 문제 29 

국가론에 대한 새로운 저술들 : 켈젠, 크라베, 볼첸도르프 32


국가는 "명령자가 아니라 수호자"인데, 수호자란 "맹목적 하수인"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이다. 


결단에 근거한 법형식의 특성(기술적 혹은 감성적 형식과 대비하여) 43


고대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숙고'와 '행동'을 대립시켰지만, 양자는 두 가지 상이한 형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숙고는 법형식에 적합하고 행동은 기술적 형식에 적합하다. 법 형식을 지배하는 것은 법이념이고 법적 사고를 구체적 사례에 적용해야만 하는 필연성, 즉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법실현이다. 법이념은 스스로를 실현시킬 수 없기에 이를 위해서는 특별히 구체적 모습으로 형식화되어야 한다. 이는 일반적 법이념이 실정법으로 형식화되는 데에도, 일반적 법규범이 사법적이거나 행정적으로 적용되는 데에도 타당한 일이다. 법형식의 독자성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해야만 한다. 결정을 내린 권한기관이 있었다는 사실은 결정 내용이 옳았는지 아닌지 하는 문제로부터 결정 자체를 상대적으로, 때에 따라서는 절대적으로까지 독립시켜, 그 이후로는 이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의를 봉쇄해 버린다. 결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정이 내려진 논거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릇된 결정은 바로 그 그릇됨 덕분에 구성적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의 이념은 절대적으로 선언적인 결정은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규범적으로 봤을 때 결정이란 무로부터 태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결단의 법적 효력은 하나의 근거에서 비롯된 결론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즉 결정이라는 귀속점으로부터 무엇이 규범이며 무엇이 규범적 타당성인지가 규정되는 것이다. 


결정의 내용과 주체와 고유한 의미 49


만약 최종 심급이 없다면 규범의 내용적 타당성은 누구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최종 심급은 결코 결정규범으로부터 도출될 수 없다. 따라서 문제는 권한이다. 


‘결단주의적’ 사유의 예시로서의 홉스 50


하나의 '권력'이 다른 권력에 복종해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권력의 소유자가 다른 권력의 소유자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라고 말이다. 법적 삶이라는 현실에서 중요한 점은 누가 결정하느냐이다. 내용의 올바름 문제와는 별도로 결정 권한이 어디에 있느냐를 물을 필요가 있다. 결정의 주체와 내용의 대립이라는 점과 그 주체 고유의 명료성이라는 점이야말로 법학적 형식 문제의 거처이다.  

3장_정치신학 53 

국가론에서의 신학적 표상들 54


법학 개념의 사회학, 특히 주권 개념과 관련하여 61


한 시대의 사회구조와 그 형이상학적 세계상의 일치, 특히 군주제와 신학적 세계상과 관련하여 


18~19세기에 일어난 초월표상으로부터 내재성으로의 이행(민주주의, 유기체적 국가론, 법과 국가의 동일성)


이념사적으로 생각해 볼 때 19세기 국가론의 전개는 두 가지 특징적 요소를 보여 준다. 즉 한편에서는 모든 유신론적이고 초월적인 표상이 제거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정통성 개념이 형성되는 것이다.  


4장_반혁명 국가철학에 관하여-드 메스트르, 보날드, 도노소 코르테스 73 

반혁명 국가철학의 결단주의 74


‘태생적으로 악한’ 인간과 ‘태생적으로 선한’ 인간이라는 대립하는 테제의 근저에 깔려 있는 권위주의적 이론과 무정부주의적 이론 77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입장과 이에 대한 도노소 코르테스의 정의 81


독재의 정통성에 관한 이념사적 발전 86 


옮긴이 해제 92


유럽 공법이란 종교내전을 종식시킴으로써 탄생한 '주권국가' 중심의 국제법체제를 뜻한다. 영토 내에서 지배와 복종의 원칙으로 통치권을 독점한 주권국가가 탄생했고, 국제적으로는 전쟁 권한을 독점한 주권국가들 사이의 균형을 통해 평화가 지탱되었던 시대였다. 슈미트에게 유럽 공법이란 공포로부터 비롯되어 내전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작동한 구체적 결정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제법적으로 보자면 베르사유 조약은 주권국가를 초월한 국제연맹이라는 보편주의의 승리를 알렸고, 주권국가 고유의 권한이라 아무도 벌할 수 없었던 전쟁을 범죄화하여 독일을 처벌했다. 슈미트는 미국 주도의 기술-자본 지배가 결국에는 국가를 해체하고 도덕을 무화시켜 정치를 말살할 것이라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