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복잡성 사고 입문], 에드가 모랭, 신지은, 에코리브르, 2012, (170629).

바람과 술 2017. 6. 29. 21:41

서문 

복잡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처한 곤란함과 불명료함, 즉 간단히 정의하는 것과 분명하게 이름 붙이는 것, 우리의 생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흔히 과학적 인식이란 현상의 단순한 질서를 밝혀내기 위해 현상의 명백한 복잡성을 제거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하지만 지식을 단순화하는 방식이 그 지식이 고려하는 현실이나 현상을 제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손상시킨다면, 현실이나 현상을 해명하기보다는 오히려 맹목으로 몰아넣는다면,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단순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떻게 복잡성을 설명할 것인가?


복잡성은 문제를 제기하는 단어이지 문제를 해결하는 단어가 아니다. 복잡성 사고를 단념하게 하는 두 가지 환상을 제기해야 한다. 첫 번째 환상은 복잡성이 단순성을 제거한다고 믿는 것이다. 두 번째 환상은 복잡성과 완전성을 혼동하는 것이다. 


1 맹목적 지성 

우리는 분리, 환원, 추상화 원칙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이 원칙들은 내가 '단순화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성한다. 마음과 물질의 분리는 과학적 인식과 철학적 성찰의 소통을 저해하면서 마침내 과학의 자기 인식 및 성찰, 심지어 자기 이해 가능성마저 박탈해버렸다. 이러한 분리를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또 다른 단순화, 즉 복잡한 것을 단순한 것으로 환원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초전문화는 현실의 복잡한 망을 찢고 조각내야 했으며, 실재의 추상적인 분할을 실재 그 자체라고 믿게 해야 했다. 또 과학적 인식의 전통적 이상에 따르면 현상의 명백한 복잡성 이면에 있는 완벽한 절대 질서를 발견해야 했다. 


복잡성은 분리될 수 없도록 연결된 이질적인 요소로 구성된 망, 즉 함께 짜인 복합체이다. 또한 복잡성은 실제로 우리의 현상 세계를 구성하는 사건, 행동, 상호작용, 반작용, 결정, 돌발적인 것 등으로 구성된 하나의 망이다. 


2 복잡한 구상과 계획 

인문학은 여전히 19세기 물리학의 기반으로 설명되며, 그 함축적인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서구 기독교의 휴머니즘의 이데올로기, 즉 인간의 초자연성에 머물러 있다.


하나는 차이를 단순한 통일성으로 이끌면서 차이를 분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이만 보기 때문에 통일성을 은폐하는 것이다. 


열린 시스템이라는 생각에는 중심 결론 두 개가 도출된다. 첫 번째는 생명체 조직 법칙은 평형이 아닌(만회되었거나 벌충된) 비평형, 안정화된 활력과 연관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결론은 훨씬 더 중요한데, 시스템 내부도 명료해야겠지만, 시스템이 환경과 맺는 관계도 명료해야 하며, 이 관계는 단순한 종속이 아니라 시스템의 구성요소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실은 열린 시스템과 환경의 구별 속에 있는 만큼이나 그 관계 속에도 있다. 


복잡성은 어떤 의미에서 항상 우연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복잡성이 곧 불확실성인 것은 아니고, 복잡성이란 다채롭게 조직된 시스템 한가운데에 있는 불확실성이다. 


3 복잡성 패러다임 

합리성과 합리화를 구분해야 한다. 합리성이란 논리적인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를 세계에 적용하는 우리의 정신과, 실재 세계와 대화하는 우리의 정신 간의 끊임없는 유희이자 대화이다. 실재 세계와 우리의 논리 시스템에 잘 들어맞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의 논리 시스템이 불충분하며 오직 실재의 한 부분에만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합리성은 논리 시스템에서 결코 실재 전체를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없다. 하지만 합리성은 그 합리성에 잘 들어맞지 않는 대상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는 있다. 합리화는 현실을 정합성 있는 시스템 안에 가두려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 정합성 있는 시스템과 모순되는 것은 모두 배제되고, 잊혀지고, 밀려나고, 착각이나 가상으로 이해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합리성과 합리화는 근원이 동일하지만 각자 발전해가면서 서로 적이 되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착란이 있다. 하나는 아주 뚜렷한데, 완전한 비정합성, 의성어, 우연히 발음된 단어들의 착란이다. 다른 하나는 훨씬 덜 뚜렷한 것으로, 완전한 정합성의 착란이다. 이 두 번째 착란에 대항하는 수단은 자기비판적 합리성과 경험에 의지하는 것이다. 


복잡성을 사유하도록 도울 세 가지 원칙, 첫 번째는 내가 대화 관계적이라고 부르는 원칙이다. 두 번째는 조직적 재귀의 원칙이다. 재귀적 과정이란 생산물과 결과가 동시에 생산의 원인이자 생산자이기도 한 과정을 말한다. 세 번째는 홀로그램 원칙이다.   


4 복잡성과 행동 

사람들은 간혹 행동은 복잡한 일을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동은 전략이다. 전략이라는 단어는 어떤 순간에 결정적으로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이미 결정된 프로그램을 가리키지 않는다. 전략은 우연에 맞서 싸우고 정보를 찾는다. 행동의 영역은 아주 우연적이고 불확실하다. 


여기에서 행동의 환경이라는 개념이 개입한다. 행동은 복잡성, 즉 운과 우연, 자주적 행동, 결정, 일탈과 변화에 대한 의식을 가정한다. 따라서 우리의 중요한 것, 즉 우연 속의 전략에 집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행동의 여러 단편을 사용해야 한다. 


복잡성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분명히 불확실성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정보를 배열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은 유용하거나 필요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자동 조종이 가능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나 불확실한 것이 생겨나자마자. 즉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전략은 필요불가결한 것이 된다.   


5 복잡성과 기업 

복잡성의 첫 번째 단계 : 우리에게는 전체의 속성을 아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단순한 지식이 있다. 즉 전체는 부분들-이 부분들은 총합을 구성한다-의 총합 이상이다. 복잡성의 두 번재 단계 : 그 특징은 억제되거나 잠재되어 있다. 즉 전체는 부분들의 총합 이하이다. 복잡성의 세 번째 단계 : 이 단계는 우리의 이해력과 정신구조에 문제를 제기한다. 즉 전체는 부분들의 총합 이상인 동시에 이하다. 


사람들은 사물을 생산하고 동시에 자기생산한다. 생산자는 자기 자신의 생산물이다. 이 진술은 인과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첫 번째 관점 : 단선적 인과성. 두 번째 관점 : 피드백하는 순환적 인과성. 세 번째 관점 : 회귀적 인과성이다.  


6 복잡성 인식론 

과학은 합의는 물론 갈등에도 기반을 두고 있다. 과학은 또한 독립적이고 상호의존적인 네 개의 발, 즉 합리성, 경험주의, 상상력, 검증으로 움직인다.


개념은 여행을 한다. 개념은 자기들이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여행하는 편이 더 낫다. 


 

옮긴이의 글 

복잡성 패러다임은 외부 세계와 인간 정신이 함께 작동하며 구성하는 다차원적인 현실, 경제적·정치적·사회적·심리적·영적인 것들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태로 직조되어 구성된 현실을 해석해내려 한다. 즉 복잡한 현실을 복잡한 방식으로 보는 패러다임이다. 


모랭에 따르면 우리 각자의 정신에는 자기 자신을 속일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는 끝없이 착각과 오류를 불러일으킨다. 


<로컬리티 번역총서>를 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