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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시민혁명은 이제 그만 - 하승수, 2017.

바람과 술 2017. 7. 27. 11:19

촛불혁명, 시민혁명 같은 단어를 쓰지만, 낡은 체제(시스템)의 교체가 이뤄졌을 때를 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직 시스템 교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진행 중인 시민혁명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촛불이 또다시 ‘미완의 시민혁명’으로 기록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지금의 잘못된 체제(시스템)를 뜯어고칠 때에만, 시민의 승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혁명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헌법 제1조대로 국가가 운영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라는 잘못 지어진 집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다. 헌법 제1조와는 달리 대한민국이 기득권공화국이고, 재벌공화국이고, 비선공화국이 된 이유는, 힘이나 돈이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음성적인 통로로 정책결정에 반영되는 반면, 평범한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의견은 전달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을 바꾸는 핵심은 시민들이 명실상부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네 가지가 실현되어야 한다. 첫째,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엉터리 선거제도를 갖고 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국회를 제대로 구성하는 방법은 이미 제안되어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된다. 이 제도는 모든 표가 공정하게 계산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국회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국회는 당장 개헌 내용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절차부터 논의해야 한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개헌절차법부터 만드는 것이다. 셋째, 재벌개혁을 해야 하고, 검찰, 사법, 행정 등에 만연한 특권․기득권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 넷째, 중앙집권구조를 깨는 획기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권력은 수평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하고, 수직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2017년 상반기까지 한 가지 흐름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것은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을 명분 삼아 정계 개편이 추진되고, 그것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 재집권(그 세력이 일부라도 참여하는 집권을 포함)하는 것이다. 사실 권력구조 개편만 담는 개헌은 시스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단순 전환하는 것은 권력독과점 구조를 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선거제도이다. 지금까지 300명 국회의원 중 253명을 지역구에서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 채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것은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의 선거제도하에서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들끼리 자리를 나눠먹는 ‘권력 나눠먹기’가 성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