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자영업의 현실은 한국 사회·경제의 축소판
1천조 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 부채의 대표적인 유형은 두 가지다. 주택 담보 부채와 생계형 부채다. 빚을 내서 집을 샀는데 주택 경기가 침체해 집은 팔리지 않고 빚만 떠안은 경우가 주택 담보 부채다. 심각하기는 해도 자산(집)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형편이 낫다. 더 심각한 것은 생계형 부채다. 생계형 부채의 대표적인 유형은 자영업 부채다. 은퇴하고 받은 퇴직금에 은행 빚을 보태서 창업을 했지만 장사가 여의치 않아 원금까지 까먹는 경우다.
1. 우리 사회의 자영업자들은 누구인가 _김태일
외환 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된 뒤에도 퇴직 중장년의 자영업 창업은 계속되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외환 위기 이후 화이트칼라 노동시장의 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그런대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유지됐으므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년까지 버티는 경우가 예외적인 상황이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정년은 짧고 수명은 길다는 점이다.
2. 너무 많은 자영업자, 어디로 갈 것인가 _김태일
서비스산업에서 수요는 대개 한정적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 종사자들이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 먹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완전경쟁과 구분해 '상대적 경쟁'이라고 한다. 요컨대 경쟁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통념과는 달리, 서비스업에서는 상대적 경쟁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낮아진다.
서비스 생산성은 그 나라의 1인당 GDP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의 서비스 생산성이 선진국보다 낮은 데는 1인당 GDP 격차(임금격차)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밖에도 몇 가지 요인들이 더 있다. 그중 하나가 치열한 경쟁 탓에 서비스 요금이 낮다는 점이다.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1인당 GDP, 즉 임금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 금융·마케팅·법률 등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앞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즉 공급이 늘어도 과잉되지 않는) 전문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셋째, 공급자의 규모를 줄여 공급자 1인당 수요를 늘이는 것이다. 서비스업과 자영업자 과잉 문제와 관련해 살펴볼 부분은 세 번째이다. 공급 과잉 업종의 공급자 규모를 줄이려면 해당 업종의 종사자들을 다른 업종으로 옮겨야 한다. 과잉 업종에서 퇴출된 인력은 어디로 가야 할까.
서비스 중심 경제에서, 퇴출된 영세 자영업자들이 농어업이나 제조업으로 옮겨 가기는 어렵다. 결국 서비스업 내에서 움직이게 된다. 게다가 사람들이 생필품을 구매하고 식음료를 사 먹는 양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해서 1·2차 산업의 고용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달리 말하자면,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낮은 편이다. 그런데 고용룔(근로 연령대 인구 중 취업자 비율)도 낮은 편이므로 서비스 분야의 고용을 더 늘려야 한다. 소매·음식업 분야의 고용은 줄이되 총고용을 늘리리면 다른 서비스 업종의 고용을 늘려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늘려야 할까. 한국 서비스업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은 서비스업 총고용 규모 자체가 커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도·소매'와 '음식·숙박' 분야의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25% 이상 압도적으로 높다.
사회 서비스 분야는 공공성이 높아서 국가가 직접 제공하거나 민간을 통해 제공하더라도 국가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분야의 고용 규모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작다. '정부'의 경우, 한국의 고용 규모는 일본과 유사하지만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2/3 수준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일본과 독일보다 크고 영국과 스웨덴보다 작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국의 교육 분야 종사자들 대다수가 사교육 종사자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는 15개 서비스 분야 가운데 다른 국가 대비 한국의 고용 규모가 가장 작다. 그렇다면 '도·소매'와 '숙박·음식' 분야의 과잉 인력의 사회 서비스 분야로 옮겨 갈 수 있을까. 정부와 공교육 분야는 전문성(혹은 자격 요건)은 차치하더라도, 정원 규제가 엄격하므로 이동이 쉽지 않다. 사교육 분야 또한 일정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며, 지금도 포화상태라 오히려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저숙련 인력이 옮겨 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보건·복지, 그중에서도 요양 보호사, 간병사와 같은 돌봄 서비스 스 분야이다. 비교 국가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일본만큼만 되려해도 한국에서는 140만 명 이상이 추가로 고용되어야 한다.
산술적으로 140만 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해도 실제로 그만큼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고용이 쉽게 늘기 어려운 이유는 돌봄 서비스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돌봄 서비슨의 경우 공급자 1인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규모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료가 비싸며, 필요성이 커도 온전히 자비로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돌봄 서비스는 가족이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시장화되지 못했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보건·복지' 분야의 고용이 우리에 비할 바 없이 높은 것은 가족 대신 정부가 돌봄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건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돌봄 서비스 고용이 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꾸준히 늘 것임은 분명하다.
질문을 바꿔 보자. '형편이 그렇게 어렵다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왜 계속 머물고 있는가.' 두 가지 답이 가능하다. 첫째,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그나마 가장 낫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퇴출 자영업자의 출구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둘째, 선택지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정부가 구직 컨설팅을 하고, 나아가 필요한 직업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도 제공해야 한다. 진부한 대책처럼 들리지만 중요하다.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퇴출이 어렵다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 줄 방법은 무엇일까? 무리하게 영세 자영업자의 수를 줄이려는 것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 그 결과 영세 자영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자영업 장려의 귀결: 증가하는 부채 _김도균
자영업 가구 수는 임금 근로자 가구 수보다 훨씬 적다. 그런데도 자영업 부채 규모는 2016년 9월 말 기준 464.5조 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1,227.8조 원의 40% 가까이에 달한다(한국은행 2016). 규모도 크지만 자영업의 특성상 소득 변동성이 커서 채무불이행의 위험도 더 크다(소득이 불안정한 탓에 대출금리도 임금 근로자 가구에 비해 더 높다).
불황기에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여 직접 수요를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연금이나 수당 등 민간에 이전하는 복지 지출을 늘려서 민간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다. 어느 방식이든 걷어 들인 세금보다 더 많이 지출해야 하고, 그러러면 빚을 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빚을 내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불황 극복을 위한 예외적인 대책이다. 예외적인 처방이었고, 호황일 때는 적자를 보전하라는 것이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려웠다. 정부 재정은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한번 늘어난 정부 지출은 줄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을 더 걷거나 빚을 더 내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가 빚을 내 수요를 창출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등장한 대안이 가계가 빚을 내서 구매하는 것이었다. 물론 정부가 국민들에게 빚을 내서 물건을 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신용 카드 사용과 은행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상황을 묵인(혹은 조장)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가계 부채를 경기 진작에 활용했다. 한국 또한 외환 위기 이후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그동안 자영업 부채가 증가한 원인을 정리해 보면 대략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외환 위기 이후 은행의 문턱이 낮아지고 가계 대출이 용이해진 덕택이다. 둘째, 정부가 자영업 창업을 일종의 실업 대책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셋째, 자영업 경쟁이 자영업 창업 비용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4. 자영업자와 조세 갈등 _김태일, 김도균
우리나라의 국세 규모는 2014년 206조 원이었다. 그중에서 소득세가 54조 원, 부가가치세가 57조 원으로, 세수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이며, 이를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국세청 2015년). 그러나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타 항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그래서 향후 증세 여지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1977년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되어쓸 때 격렬히 반대한 집단은 자영업자였다. 그리고 이후 부가가치세를 인상하지 못했던 것 역시 자영업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공급자는 왜 부가가치세 인상을 싫어하는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만큼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즉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면 세금을 내는 소비자가 가장 손해를 보지만, 공급자 역시 수요 감소로 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최종 상품의 가격이 설명한 것처럼 단계별로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정확히 포함해 책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제로는 부가가치세를 소비자가 내지마 자영업자는 자신이 낸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인상될 경우, 인상분 모두를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최종 가격은 상품 가격이 먼저 책정되고, 거기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더해서 정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도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나 마찬가지로 비용의 일부일 뿐이다. 장사하려면 임대료와 인건비를 내야 하듯이 부가가치세도 내야 하는 것일 뿐이다.
부가가치세 포함 가격을 제시하는 것과, 별도로 표기하는 것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즉 '비용+이윤'으로 상품 가격을 정한 다음 그것에 부가가치세를 덧붙이는 것과, '부가가치세+비용''을 먼저 계산하고 여기에 이윤을 더해 상품 가격을 정하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별도로 표시할 경우, 부가가치세가 인상되어 최종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분명히 알 수 있다. 반면 포함된 가격으로 표시하면 가격 인상이 증세 때문인지,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의 인상 때문인지 확인할 수 없다. 일본은 우리보다 10여 년 늦게 소비세를 도입했다. 그 뒤로 두 차례에 걸쳐 소비세를 인상했다. 한국에서 자영업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부가가치세가 인상되면 인상분만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비세 비중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① 전체 GDP 중 개인소득의 비중, ② 소득세율, ③ 소득공제 정도, ④ 소득 파악률이다. 한국의 소득세가 낮은 데는 네 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GDP 중 개인소득의 비중은 작고, 소득세율은 낮은데, 소득공제는 많으며, 소득 파악률은 낮다. 네 가지 요인 중에서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③ 소득공제의 정도와 ④ 소득 파악률이다. 임금 근로자는 '유리 지갑'이므로, 낮은 소득 파악률이란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다른 나라도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임금 근로자에 비해 낮다. 다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자의 비율이 유난히 높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비해 소득공제의 경우, 임금 근로자 공제가 자영업자 공제보다 훨씬 많다. 소득공제를 간단히 정의하면 원래 내야 할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특정 정책을 장려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소득세 부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다.
요컨대, 두 집단 간 소득세 부과의 형평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일단 하위 소득 계층은 임금 근로자나 자영업자나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으므로 세 부담의 형평성을 따질 것이 없다. 중간 소득 계층에서는 자영업자의 소득세 부담이 다소 많고, 상위 소득 계층에서는 임금 근로자의 부담이 더 많다. 이런 결과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조세 부담 수준이 낮다. 조세 부담이 불공평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보니 조세 당국도 세금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임금 근로자는, '자영업자는 소득세를 탈루하는데 우리는 곧이 곧대로 내야 하니 불공평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자영업자는 '소득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부담해야 하니 우리야말로 불공평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를 전제로 임금 근로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광범위하게 제공해 왔던 것이고, 부가가치세 또한 도입한 후로 40년 동안 한 번도 세율을 인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세금이라기보다 자영업자의 과잉, 높인 임대료이다. 일본은 세금을 걷지 않고 복지 혜택을 늘리다가 정부 부채가 늘었다는 것이고, 한국은 세금을 걷지 않고 복지도 하지 않아 가계 부채가 늘었다는 점이다. 일본 사례가 잘 보여주듯이, 상황이 악화된 다음에 세금을 올리면 효과는 반감된다. 그러므로 증세가 불가피하가면 늦기 전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5. 자영업자들은 보수적인가? _최영준
데버라 카(1966)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창업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한 반대로 노인이나 장애인을 비롯해 생산성이 낮은 개인들이 사회구조적인 제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영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경제적 조건을 보면, 호황일 때 자영업자가 증가한다는 주장과 불황일 때 증가한다는 입장이 대립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이들은 복지 확대를 지지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복지에 반대하게 되었을까? 상반된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연금이나 실업 금여와 같은 복지 급여에서 이미 제외되어 있으므로 복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는 자영업자들의 영세성과 취약성보다는, 고용주로서의 지위가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경제적으로 취약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복지를 지지할 가능성이다. 즉, 자영업자는 고용주임에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고 불안정하므로 지지하리라는 것이다.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수록 복지 정책을 지지한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2007년과 2013년 사이에 이 세 집단의 복지 인식은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반적인 복지 인식의 경향성은 지지 철회 쪽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속 상용직은 복지에 대한 지지를 확대했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용주로서의 경험, 노후·실업 등과 관련한 여러 복지 제도가 본인들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인지가 복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안정적인 연속 상용직의 경우 국민연금이나 고용 보험의 주요 수혜자이므로 복지에 대한 태도가 더 긍정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자영업을 운영하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으며, 스스로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자가 복지의 경향성은 복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을 높인다. 자영업자는 여전히 '사장님'이며 '경제'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고용주의 경험을 하며, 경기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그리고 객관적으로도 경제적 취약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책적 중요성을 갖는 집단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정부의 복지 정책이나 노동정책 속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존하는 방법은 시장에서 고용주로서 최대한 이익을 찾아 행동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쩌면 자영업자들의 보수화는 국가 정책이 만들어 낸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일지 모르겠다.
6. 기울어진 운동장 : 자영업과 임대료·권리금 _김도균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었다. 법 제정 당시 논란이 되었던 쟁점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다. ① 계약 기간을 보장하는 문제, ② 권리금의 제도화와 보호 문제, ③ 임대료 인상 수준을 억제하는 문제, ④ 건물주가 바뀌거나 재건축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기존 임대차 계약의 효력 인정 문제, ⑤ 권리보호의 대상 범위 문제(환산 보증금 문제).하지만 이 법은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소액 임차인에게만 적용되고 임대료가 비싼 경우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보증금과 임대차 갈등은 주로 상권이 발달해서 임대료가 높은 지역에서 발생하므로, 정작 필요한 경우는 제외하고 분쟁의 여지가 크지 않은 경우만 보호한 셈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제정했어도 갈등이 계속되자 2013년에 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된 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환산 보증금 액수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에 대해 계약 갱신 청구권 인정(5년간 계약 보장), ② 건물주가 바뀌어도 예약은 계속 유지, ③ 최초 계약 당시 재건축이나 철거 계획을 알리지 않는 경우 계약 갱신 거절을 어렵게 함. 하지만 역시 한계가 나타났다. ①처럼 환산 보증금이 기준 금액을 초과해도 5년간 임대를 유지할 수 있는 계약 갱신 청구권은 인정했지만 건물주가재계약 시 임대료를 대폭 올리면 결국 나갈 수밖에 없었다. ②에서 처럼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계약을 유지하는 규정 역시 환산 보증금이 기준 금액을 초과한 경우는 제외됐다. 그러므로 환산 보증금이 기준 금액을 초과하는 임차인은 법 개정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③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이나 철거 등의 사유를 남용해서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건물 노후화나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재건축·철거를 한다든지, 도심 재개발 때문에 철거가 진행되는 경우는 여전히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얼마든지 계약 갱신이 가능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보상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게댜가 2013년 법 개정에서도 권리금 문제는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 사례도 계속 나타났다.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자 2015년에 다시 법이 개정되었다. 2015년의 개정은 권리금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권리금 보호법'이라고도 불린다. 구체적으로 이 법에서는 권리금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를 금지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2015년의 '권리금 보호법'은 정확히 말하면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법'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권리금 거래가 임차인들 간에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권리금의 법적 실체를 인정하더라도 권리금에 대한 보장 의무를 건물주에게 부과하기 어렵다. 우선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계약 갱신 청구권의 경우, 환산 보증금 기준 금액 이하만 적용되었으나 2013년 이후 모든 상가 임대차에 확대 적용되었다. 둘째, 건물주가 바뀔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2015년 법 개정 이후는 모든 상가 임대차에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권리금의 경우 법적으로 전혀 보호 받지 못하다가 2015년 법 개정 이후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우선 환산 보증금이 기준 금액을 초과한 경우는 여전히 임대료 인상 제한에서 제외되었다. 둘째, 재건축이나 철거로 발생하는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되었다.
한국의 권리금 제도는 두 가지 점에서 독특하다. 우선 위치상의 이점에 해당하는 바닥 권리금이 권리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둘째, 이런 바닥 권리금의 거래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이 아니라 임차인과 임차인 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권리금을 시설 권리금, 영업 권리금, 바닥 권리금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물론 엄밀하게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 계약서상에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권리금이 지대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거래가 주로 임차인들 간에 이루어지다 보니 권리금 법제화 과정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임차인들 간에 이루어지는 권리금 수수 관행도 권리금 법제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임차인이 권리금 차익을 통해 지대 이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권리금 거품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실제 거래되는 권리금 수준이 적정 권리금 수준보다 높으며, 그 주된 요인은 바닥 권리금이다. 가게를 넘기려는 쪽과 인수받는 쪽 사이의 정보 불균형이 바닥 권리금에 반영되는 것이다. 권리금 거래가 이루어질 때 계약서를 쓰지 않고,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는 것도 문제다. 권리금 거품이 발생하고 권리금 수수 관행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권리금이 지대로서의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권리금 관행은 권리금 폭탄이 되어 신규 임차인에게 돌아오므로, 결국 신규 임차인만 피해를 입게 된다. 요점은 권리금을 보호하려면 권리금 규제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상가 임대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는 임차인 보호이고, 둘째는 권리금 규제이다. 앞으로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처럼, 영업 기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대신 권리금을 통한 이득을 소멸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7. 자영업과 갑-을-병 관계 _이주하
고용주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벌로 인한 손실보다 위반으로 얻을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8. 자영업자들도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 _안종순
'위험'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복지 정책에서 고려하는 위험은 생계 곤란을 초래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회적'이란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개인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즉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비록 위험을 겪는 주체는 개인이지만 그대로 두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첫째와 둘째 속성으로 말미암아) 위험에 대한 대비를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근로시간이다. 자영업자의 장시간 근로 덕분에 우리가 밤늦게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은 참으로 편리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근로 환경이다. 이런 장시간 근로는 모든 자영업자에게 건강 문제는 물론, 여가나 직업 능력 개발의 기회를 제한하는 등 많은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과 가정 병행의 어려움 돌봄 위기를 초래한다.
조기 퇴직한 남성이 자영업에서 고전하는 것에 더해, 여성 자영업자 역시 일자리를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좀 더 주목할 점은 상당수의 남성이 임금 근로로 전환되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 자영업자 대부분은 미취업자가 되어 곧 비경제활동인구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실업자였다가 결국에는 취업을 포기하게 된다. 임금 근로로 전환되더라도 불안정한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가 되기 쉽다. 여성 자영업자 수가 크게 감소한 것은 남성에 비해 경기변동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일자리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9. 새로운 형태의 자영업자,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 _이주하
특수 고용직이 증가하게 된 주요 원인은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다. 경쟁이 격화되고 이윤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를 비정규직, 파견, 하청, 특수 고용 등 유연한 형태로,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형태로, 쓰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특수 고용직의 법적 신분은 개인 사업자이나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다. 상당수가 과거에는 월급을 받던 근로자였다. 그런데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어느 순간 '근로계약서'가 '업무 위탁 계약서' 혹은 '도급계약서'로 바뀌었고, 월급 대신 실적제 수당이나 성과급을 받게 되었다. 하는 일은 과거와 마찬가지나 법적 신분이 바뀌었다.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데는 통상 사용 종속성(인적 종속성)과 경제 종속성의 두 가지 기준을 사용하거나, 조직 종속성을 더해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사용 종속성은 주로 ① 사용자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는지로 판단한다. 경제 종속성은 ③ 근로 제공 관계가 계속적이며 사용자에게 전속되어 있는지, ④ 제3자를 고용해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지, ⑤ 근로자가 재정적 위험을 부담하는지, ⑥ 보수가 유일한 수입의 원천인지 등으로 판단한다. 조직 종속성은 ⑦ 노동이 기업 조직 내로 통합되는지를 판단한다.
사실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 문제의 핵심은 명료하다. 하는 일의 성격으로는 근로자이지만 법적 신분은 자기 사업자라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 등의 보호와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10. 기술 진보, 변화하는 노동시장, 그리고 ‘신’자영업 시대 : 사회정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_최영준, 안종순
자영업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자영업과 고용직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둘째, 오히려 새로운 유형의 자영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셋째, 자동화와 인간의 일자리가 공존하는 시나리오이다. 자영업의 미래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에 가까울까? 미래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정부가 무엇을 진흥하고 규제하는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또한 세 가지 견해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일 수도 있다.
영세 자영업을 미래의 파도로부터 구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첫째, 자영업자들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둘째, 정보가 많아지는 것과 이를 해석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셋째, 이런 정보와 프로그램의 효용성에 대한 불신이다. 넷째, 이런 정책들과 그 세부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호와 지원이 없는 교육 훈련이라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미래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며,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 대상이 되리라는 것이다.
좌담┃우리 사회의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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