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박현찬/정상혁, 서울연구원, 2017, (180111).

바람과 술 2018. 1. 11. 02:10

프롤로그 : 지금은 도시의 공공성을 회복할 때 .5


최근 서울시는 아파트 높이 관리 정책에 대한 논의로 뜨겁다. 서울시는 서울시민의 조망권을 보장하고, 스카이라인이 가진 공공성을 감안할 때 층수 관리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건물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층수 규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35층이라는 층수 규제는 과도하고 획일적이며, 개발 규모 확보를 위한 건폐율 증가로 오히려 단지 내 공간이 좁아져 경관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경관을 둘러싸고 사익과 공익이 맞서는 구조다. 서울뿐 아니라 많은 해외 도시에서도 공공은 다양한 수단으로 건축 규제에 개입한다. 경관을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자연과 역사 경관을 저해하는 고층 건물의 난립을 막고 도시 내 입지 위계에 따라 건축물 높이를 차등 관리한다. 도시 경관뿐 아니라 체계적인 도시 관리를 위해 경관 관리와 도시 관리의 핵심 요소인 높이와 입지를 규정한 것이다. 바람직한 높이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현재 높이 관리 기준은 경관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기준이다. 사실 한강변 건축물의 고층 문제나 획일화된 경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고 층수 기준뿐만 아니라 건축 제도, 사업성 위주의 건설 관습, 사회·문화적 인식 등이 함께 변화하여야 한다. 그동안 다양한 현실적 여건 등으로 정교한 경관 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논의가 지속되지 못하여 현재 '최고 높이 35층'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어 있을 뿐이다. 


한강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 시대와 도시를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경관을 공공재로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지금 우리는 성장과 개발이 중시되는 시대를 지났다. 저성장 시대로 돌입하면서 사람들은 경관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를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풍경과 경관을 모두의 자산(공공재)으로 여겼던 그 생각이 이 시대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 경관이 곧 공공재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경관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아름답게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21세기는 공감적 감수성이 사회 운영의 결정적 요소가 되는 공감 시대라고 했다. 공감 시대에 포용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시 전반에 공감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립하고, 공간 도시를 위한 정책운영 원리를 확립해야 한다. 이제는 도시 공동체 회복, 시민사회 및 지역사회 발전, 도시 공간의 역사성·장소성 회복 등을 기획하고 모색할 때인 것이다.


도시는 유기체다. 본래 주어진 자연 경관에 오랜 시간 거쳐 사람들의 기억과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유기체다. 도시의 삶은 타인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특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아파트에서는 내 집 천장이 윗집의 바닥이고 내 집 바닥이 아랫집의 천장이 된다. 빅토르 위고는 "모든 집에는 주인이 있지만 그 집들의 외벽은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을 충분히 가져서 얻어 낸 근대성, 공공성, 민주주의, 시민의식들의 총체가 지금의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1부 서울의 변화 : 서울의 얼굴은 어떻게 변했나?

1 서울의 얼굴 .19

2 ‘아파트’라는 낯선 집 .27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일제 강점기 때 지어졌다. 물론 이때 지어진 아파트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의 가족용 숙소나 외국인을 위한 장기 투숙 호텔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아파트라고 하기는 조금 부족하다. 


3 더 높게 더 크게 : 1970~1980년대 .32

4 반성과 새로운 시작 : 1990~2000년대 .44

5 ‘높이’에 대한 욕망과 공공성 사이 .52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는 총 1,637만 호로 전체 주택유형의 약 60%를 차지한다.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하게 성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보니 서울을 대표하는 경관도 산과 언덕과 강이 만드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선이 아니라 고층 아파트가 만들어 낸 스카이라인이 되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아파트가 서울의 대표 경관이 되었을까? 첫째, 근대화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가 주도로 단시간 내에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 목표였던 독재 정권 시절, 대량의 주택을 빠른 속도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아파트만 한 것이 없었다. 둘째, 온수와 난방, 방범 등 현대적인 시설과 시스템, 주차 공간을 확보한 아파트는 생활하기에 편리했고, 게다가 분양만 받으면 집값이 몇 배나 뛰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셋째, 서울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인기가 좋은데, 이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칠 때 안전하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아파트 단지를 대규모로 지어야 문제가 생겼을 때 집단행동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하거나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도시는 저마다 고유한 경관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경관은 스카이라인이다. 현대 도시에서는 높고 낮은 건물을이 어우러져 복잡하고 다양한 스카리라인을 만든다. 서울의 스카리라인은 어떠한가? 원래 서울은 도성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관악산, 남산 등 산 능선이 부드럽게 흐르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 무분별하게 지어진 고층 아파트가 점점 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선을 계속 지워 가고 있다. 실제오 몇 년 사이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눈에 띄게 변했다. 거의 10년마다 한 번씩 재개발이나 재건축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다 보니 서울 곳곳의 경관이 가로막히고, 지루하고, 답답한 모습으로 변해 버리는 건 당연히 결과였다. 사람들이 서울 경관의 심각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앞서 언급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출현이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상다한 부담을 주었다. 또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전망 좋은 집'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까지 부추겼다. 게다가 좋은 전망은 결국 돈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고층에 대한 욕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의 경관이 망가지는 데 있다. 고층에 대한 욕망이 채워질수록 함께 누려야 하는 공공 경관이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서울과 불도저를 앞세운 채 높이 올려진 아파트로 가득한 서울, 개개인의 이익과 욕망은 두 번째 서울을 부추기며 첫 번째 서울의 모습을 지우고 있다. 그렇게 서울 본연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2부 모두의 자산, 경관 : 도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1 아름다운 도시, 파리 .63

프랑스 경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보존'과 '조화'다. 자연환경과 기존의 건축물, 도시 분위기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개발을 하더라도 기존의 환경과 조화를 잘 고려하는 것이 그들의 기본 철칙이다. 


2 품격의 도시, 런던 .74

"뭔가 달라졌다면 그건 영국식이 아니다. 달라지지 않아야 영국식이다"라는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런던의 경관 관리는 역사적 건축물 보존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그 중심에는 세인트폴 대성당이 있다. 


3 화려한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85

4 조화로운 도시, 싱가포르 .93

5 오늘, 서울의 경관은? .99

저녁 무렵 고층 건물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는 서울의 야경은 환상적이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맨 얼굴이 드러나면 서울의 경관이 많이 훼손되었음을 이내 알게 된다. 서울은 역사와 자연이 어루러진 도시로 경관자원 자체가 도시의 경쟁력이다. 그럼에도 날리 갈수록 자연 경관이 망가지고 있다. 더불어 조망권의 사유화가 초래되었다.


우리에게도  산토리니 못지않은 풍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서울은 구릉지와 언덕이 행정구역 면적의 1/3을 차지할 만큼 다채로운 지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주택재개발 사업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면서 구릉지마다 아파트가 들어섰다. 하지만 구릉지의 지형과 녹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미흡한 상황이다 보니 구릉지는 날이 갈수록 훼손되었다.  


6 경관의 가치를 아는 것 .111


좋은 경관을 자랑하는 도시일수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 모두가 도시의 고유성과 전통을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경관법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관법은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겨난 법이다. 도시 경관은 도시의 경쟁력이나 위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도시들이 경관법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차별화된 경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일본은 경관법이 하위 계획과 세부 제도의 지침이 되어 각 적용 대상의 책임과 의무를 확실하게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규제 범위를 사적 재산 범위까지 적용하고 있다. 사적 권리보다 공공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다. 영국도 경관을 고려해 개발계획을 수립하며, 경관 훼손의 우려가 있는 개발계획은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심의 기준이 대체로 강화되는 편이다. 독일에서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지도록 개발과 보전에 관한 조례를 설정해서 집행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도시계획법과 경관법에 의해 각각의 계획이 별도로 세워지지만 두 계획의 위상과 효력은 같다. 미국와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고속도로, 댐, 고압송전선 등이 만들어지면서 경관이 훼손될 것을 대비해 국토경관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관 관리는 30년 이상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경관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처럼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공기가 오염되고 난 뒤에야 그 중요성을 인식하듯이, 경관도 훼손된 뒤에야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파시오를 걸으며 서울을 떠올리다 : 권기봉 .114

3부 아름다운 규제 : 누구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경관을 위해

1 서울 경관, 어떻게 지킬까? .125

도시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기본적인 규제가 용도지역제, 즉 조닝(zoning)이다. 조닝은 도시의 공간을 용도와 기능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도시계획을 의미한다. 조닝에 의해 도시는 크게 주거 지역, 상업 지역, 공업 지역, 녹지 등의 존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각 존 마다 허용 용도와 밀도를 정하고, 건물의 높이를 제한한다. 조닝이 중요한 이유는 이 작업을 통해 정해진 토지 안에서 개발 가능한 건물의 용도와 규모가 기본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용적률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토지에는 용적률과 건폐율이 적용된다. 


여기서 수익성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 개발의 주체다. 사실 얼마 전까지 서울의 경관은 민간 개발, 즉 재개발과 개건축이 주도했다. 민간 개발은 철저하게 수익성을 추구한다. 도시 경관의 훼손을 막기 위해 경관은 공공재라는 시민의 인식 전환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다만 공공성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체계적이고 일관서 있는 기준에 의한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관법'이 만들어졌다. 경관 관리의 초점은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고, 특히 서울 어디서나 산과 한강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2 모두를 위한 규제 .131

서울은 역사와 자연이 잘 어우러진 도시로, 경관 자원 자체가 도시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이다.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하는 공공 자산인 것이다. 그런데 구릉지와 한강변을 가리지 않고 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도시 경관의 정체성과 경쟁력은 크게 훼손되고 공공성은 무너졌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를 구경하려고 서 있는데, 갑자기 키 큰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상황과 같다. 서울의 정체성과 경쟁력, 그리고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행착오와 오랜 논의 끝에 나온 해법이 바로 '높이 제한'이다. 높이 제한은 새로 건축하는 건물이 중요 조망을 막아서지 못하게 높이를 제한하고, 주택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건축물 높이 제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유명 도시에서 각 도시의 사정에 맞게 실행되어 왔다. 왜 많은 도시들이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방법을 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의 아름다움을 모두의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수의 사적인 이익보다 도시에 사는 '공익'을 위해서다. 서울시가 높이 관리를 하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공의 자산인 서울의 경관을 함께 즐기기 위해서이다. 둘째, 도시의 각 지역마다 역할에 맞는 윤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개발의 규모와 형태가 예측되고, 그에 맞는 기반 시설을 공급하여 도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서울처럼 개발 압력이 높은 도시에서 높이와 밀도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너도나도 더 크게, 더 높이 지으려 할 것이다. 셋째, 전통적으로 높이 제한이 필요한 이유는 기본적인 생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도시의 개방감을 보호하고 주거 지역에 최소한의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 높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넷째, 도시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높이 제한이 필요하다. 


경관을 이야기할 때 논의의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시 경관을 지키고 관리하기 위한 '규제'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 경관을 꾸미고 치장하는 '사업'이다. 사실 그동안 많은 지자체들이 경관 자산을 지키기 위해 규제보다 손쉬운 경관 사업에만 몰두한 탓에 도시 경관은 싱장 논리에 따른 개발로 많은 부분 훼손되었다. 경관 관리의 핵심은 결국 규제이고 경관 규제의 알맹이는 '높이'다.  


3 서울이 찾은 해법, 서울플랜 .138

4 집중과 조화 .142

5 높이 관리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56

랜드마크는 도시와 연관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나 건축물이지, 반드시 초고층 건축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6 왜 35층인가? .163


이제는 서울의 개발 방향과 현황이 이대로 괜찮은지 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선 우리의 환경이 변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서울의 인구는 이미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지금껏 아파트가 재산을 늘려 주는 재테크 수단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 고층 아파트를 선호할 수는 있다. 하지만 35층으로 지어도 충분히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수익이 아닐 뿐이다. 더 높게 지을수록 건설 비용이 늘고, 그러면 아파트 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국 그 돈은 개인의 빚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러므로 적정한 높이 관리르 통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르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에필로그 : 경관이 자산이 되는 시대를 사는 우리의 자세 .178


높이 관리는 도시계획이다 : 조명래 .189


35층 최고 높이 제한은 엄밀하게 말해 '규제'가 아니라 '도시계획'이다. 도시의 땅을 용도별로 나누고 여기에 적정 개발밀도를 부여하면, 높이는 이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도시계획의 핵심 수단이 된다. 높이 기준은 대개 도시 가치에 대한 해석과 합의를 통해 도출된다. 그렇다고 높이 기준이 주먹구구로만 도출된 것은 아니다. 35층만해도, 그간 들어선 고층 건축물이 초래한 경관 파괴의 문제, 한강변 주요 조망지점을 중심으로 배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직정 구간의 높이, 용적률과 건폐율을 적용했을 때 구현할 수 있는 층수 등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통해 도출된 값이다. 또한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오랜 기간 숙의와 합의를 통해 얻어진 값이기도 하다. 


높이의 예외적 완화는 높이의 도미노를 불러온다. 개별 단지로만 보면 완화의 필요성이 있지만, 허용하면 시차를 두고 인접 지역에서도 같은 요구가 봇물을 이루어, 결국 높이의 총체적 상향을 불러올 것이다. 내 건물이니까 내 마음대로 높게 짓는 게 아니라, 주변과 조화되고 대화하는 높이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왜냐하면 건축물의 높이는 우리 모두가 향유하는 가치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