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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점에서 본 한국어의 혐오, 차별 표현 - 김수아

바람과 술 2018. 8. 16. 12:25

1. 들어가며


한국 사회에서의 혐오, 차별 표현의 문제는 어떤 특정 집단의 문제적 행동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혐오와 차별 표현은 단지 표현만의 문제가 아니다. 표현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는 억압을 드러내는 외적인 표출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 차별 표현의 문제는 언어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 함께 다루어져야 하며, 이를 매개하거나 악화시키는 미디어의 문제를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 혐오, 차별 표현의 문제는 언어생활의 규제라는 차원보다는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인 것이다.


2. 혐오 표현, 차별 표현이란 무엇인가?


혐오, 차별 표현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혐오 표현과 관련된 논란을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혐오 표현이란 인종, 종교, 성적 지향성, 정치적 지향성, 국적, 민족, 피부색, 성별 등의 속성에 대해서 발화자가 가진 선입견에 근거하여 이를 공격하는 것이다. 대체로, 선동적이고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발언으로 개인 또는 집단을 공격하고 혐오를 조장한다. 즉, 단순한 개인적 의견 표명이라기보다는 차별당하는 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유형에서는 집단에 대한 차별, 적의, 혹은 폭력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유발하는 직접적 선동, 유도 행위를 의미한다는 '미국식 정의'와 혐오의 감정을 옹호, 조장, 정당화하는 모든 표현행위가 해당된다는 '유럽식 정의'로 나뉜다.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의 경우 '특정한 사회적, 인구학적 집단으로 구분되는 대상에 대해서 위해를 가하도록 하는 선동(특히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을 옹호하는 표현'으로 정의된다. 


혐오가 단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 의미있는 지적이다. 혐오 표현의 해악은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심리적 해악을 미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말은 '그냥 말'이 아니라, 권력을 갖고 특정한 효과를 갖는다. 혐오 표현의 핵심은 피해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혐오 표현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공포, 흥분, 호흡 곤란, 악몽 및 정신적 긴장과 감정적 고통을 불러일으키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거나 자책하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공격을 당하는 소수자의 물리적 이동이나 활동 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쓰다는 혐오 표현이 지속적으로 발화되는 것에 대해서 대응하는 것은 그 '피해자들이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만약 그에 대한 국가의 공적 대응과 법적 보상이 부인된다면 그 피해자에게는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규제를 지지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측은 혐오 표현의 규제가 장기적으로 다수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표현의 규제 자체에 반대하는 편이다. 


3. 온라인 공간의 혐오, 차별 표현 실태는 어떠한가?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들은 특히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기반을 둔다. 누스바움에 따르면, 대상화는 상대방을 단순히 목적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고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대상의 자율성을 부인하는 것, 대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 대상을 언제든지 무너뜨리거나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 사고팔 수 있는 것처럼 간주하는 것, 대상의 감정이나 주체성을 거부하는 것 등이 이러한 대상화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특이 이런 공론장 왜곡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국의 여성 혐오 표현에 대한 논의들이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괴롭힘과 혐오, 차별 발언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성 자체를 집단화하여 비난하고 멸시하는 것이 더 보편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혐오, 차별 표현이 유머로 소비되는 것이다. 


4. 차별, 혐오 표현에 대한 대처는 어떠해야 하는가?


혐오, 차별 표현이 없는 사회는 사실 차별이 없어야 하며 이는 구조적 문제, 인식의 문제가 개선되는 상황을 함의한다. 이에 대한 대처 방식이 단순히 표현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규제에 그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표현에 대한 규제가 전혀 필요 없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다만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의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많은 전문가들은 혐오, 차별 표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질적 평등을 시행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은 이 사회가 인권의 동등성을 인정한다는 신호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적, 문화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차별, 혐오 표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단지 고운 말을 쓰자는 것이 아니며, 언어 표현을 규제하고 특정 단어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 역시 아니다. 문제는 차별 그 자체이며 그것을 정당화하는 구조적 요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