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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의 한계 : 혐오발언 규제의 정당성과 방법 - 홍성수, 2013.

바람과 술 2018. 8. 18. 10:49

Ⅰ. '일베 사건'과 표현의 자유의 딜레마


1.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변화된 현실


그동안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구도는 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국가에 맞서 인권/시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른바 '일베사건'과 종복논란이 그 중심에 있다. 일베에서는 '혐오'가 공공연히 애기된다. 일베에서 논의되는 애기들이 단순한 '비판'을 넘어 특정한 개인과 집단에 대한 조직적이고 집요한 '혐오'적 발언으로 확대되어 이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번에는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쪽에 주로 섰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도 이제 '표현의 자유'가 진보를 상징하고, '표현의 자유 규제'가 보수를 상징하는 시대가 끝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표현의 자유 제한론의 자기모순


표현의 자유 자체는 전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표현'이 명백한 위험을 창출하거나(명백-현존 위험의 법칙), 표현 자체가 기존의 법익을 침해할 경우(해악의 법칙)에만 법이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나쁜 표현'에 대한 대응 방법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있다는 것은 그 표현이 정치적, 도덕적, 사회적으로 올바르다는 애기가 아니다. 다만 공적 기제들을 동원해서 규제해야 할 영역이 아니라는 뜻일 뿐이다. 한마디로 공적 개입이 아닌 자정막용에 맡겨할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애기다. 


다만 이러한 표현들이 공공재를 사용하는 공공영역에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한다. 


4. 표현의 자유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논점 전환


5. 그래도 남는 문제, 혐오발언


○ 표현의 자유는 모든 사람의 표현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적 절차에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혐오발언은 차별적 속성을 가진 소수자들을 적대시함으로써 공동체에서 배제시킴으로서 소수자가 민주적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다. ○ 혐오발언을 방치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허용될 수 있다. 즉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려면 혐오발언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강제적 개입이 필요하다.  

Ⅱ. 혐오발언이란 무엇인가?


1. 혐오발언의 정의


2. 혐오발언규제의 정당성


단순히 사상의 자유시장을 통한 '자정'에 맡기기에는 문제의 해악이 너무 크고 구조적이어서 공동체의 결단에 의해 일정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차별적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차별사유에 근거해야 하며, 그 대상이 그 차별속성을 가진 집단이나 개인이어야 하며, 적대, 편견에 근거하여 선동하고 조롱하고 위협을 가함으로써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Ⅲ. 혐오발언 규제에 대한 찬반양론


1. 혐오발언 규제 반대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논리가 바로 '사상의 자유시장론'이다. 자유시장에 맡겨 놓으면, 어차피 경쟁력 없는 논리는 퇴출당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상과 표현의 논쟁의 문제이고, 문화적, 역사적 토론의 문제일 뿐, 법적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중요한 논리 중 하나는 바로 명백/현존 위험의 법칙이다. 어떤 표현도 물리적 표현도 물리적 폭력이 직접 임박하지 않은 한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여기서 해악은 단순한 정서적 불쾌감과는 구분되는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해악을 말한다. 그런데 혐오발언이 과연 이러한 의미에서의 '해악'이 있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진정한 사회적 실제의 변화는 그것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용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 


2. 혐오발언 규제 찬성론


혐오발언은 단순히 차별적인 발언의 수준을 넘어서, 피해자에게 심각한 심리적 해악을 가져온다. 인터넷 게시, 대중연설 등의 경우도 그것이 단순한 위협적이고 괴롭히는 발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폭력이나 심지어 제노사이드와 같은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하나의 가치이지만, 이것은 다른 가치(인간존엄, 명예)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사상의 자유시상의 이론은 다양한 사상이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성립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장의 진입조차 힘겨운 상황이 존재하고 그 시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사회적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면 사상의 자유시장은 평등할 수 없으며 경쟁 또한 가능하지 않다. 


Ⅳ. 혐오발언 규제에 관한 세 가지 접근방법


1. 혐오발언에 대한 범죄화


차별적 의견의 제시를 포함한 모든 혐오표현을 범죄화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2. 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에 의한 규제


미국은 혐오발언의 처벌이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입법적으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3. 혐오발언 비규제론


혐오발언이 '말'에 그치는 한 어떠한 법규제도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법규제 이외의 방법이 더욱 효과적이고 정당하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Ⅴ. 잠정적 결론


혐오발언이 갖는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해 아무런 입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는 혐오발언에 대해 '불관용'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하고도 부합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근거규범을 만들고 적절한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핵심은 혐오발언이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논리로 볼 때 보호될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어야 한다. 


현단계에서는 혐오발언이 '차별'임을 분명히 하되, 그 해악의 치유는 법적 강제가 아닌 '비사법적 구제'를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