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

[우리 음식의 언어], 한성우, 어크로스, 2016, (200323).

바람과 술 2020. 3. 23. 05:46

머리말

프롤로그 | 먹고사는 이야기

1 쌀과 밥의 언어학

일편단심 밥! 


'밥'은 방언을 아무리 뒤져봐도 다른 변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어휘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같은 계통의 말 하나만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말일수록 변화를 겪기 쉬운데 이 말만은 전혀 변화를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햅쌀에 담긴 비밀 


'밥'과 마찬가지로 '쌀'은 사투리가 없다. 


반으로 줄어든 밥심 


가마솥에 누룽지 


누룽지든 눌은밥이든 모두 '눋다'란 말과 관련이 있다. '숭늉'의 어원은 한자어 '숙랭'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숙'은 '익히다'는 뜻이고 '랭'은 '차갑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익혔다가 차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죽이 한자어? 


'밥'은 고유어인데 '죽'과 '미음'은 왜 한자어일까? 밥은 언제 어디서나 여전히 '밥'이다. 죽과 미음은 드물게 먹어도 밥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억으니 다른 나라 말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삼시 세끼와 며느리밥풀꽃

2 ‘집밥’과 ‘혼밥’ 사이

밥의 등급


'밥'의 높임말은 '진지'다. '밥'을 더 높여 '수라'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때의 '밥' 또한 넓은 의미의 '밥'으로서 임금에게 올리는 음식 전제를 '수라'라고 한다. '수라'의 어원은 몽골어의 '슐라'에서 찾는다. 몽골어 '슐라'는 음싱을 뜻하는데 고려가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들어온 말이다. '수라'는 가장 높이는 말이기 때문에 '잡수다'나 '자시다'보다 더 높이는 말인 '젓수다'를 쓴다. 


집밥의 탄생


식당의 '백반'은 지극히 특이한 메뉴다. '백반'은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흰밥'이다. '가정식 백반'의 등장은 새로운 세태를 보여준다. '집밥'이란 말의 등장은 더 흥미로운 상황을 보여준다. 집밥은 가정식 백반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식구 없는 혼밥


짬밥의 출세기


남긴 밥이 대궁이다. 넉넉하게 밥을 지어 그릇에 푸고 남은 밥이 아니다. 밥상에 올랐지만 바닥까지 비우지 않고 남긴 밥이 대궁이다. 요즈음 같으면 버리거나 가축에게 주겠지만 그 시절의 대궁은 남은 식구들의 밥이다. 주인과 손님이 물린 상을 남은 식구들이 먹는다. 손님이 많이 남기면 남기수록 식구들이 몫이 커진다. '대궁'의 한자어 '잔반'은 더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잔'은 '남다', '남기다'라는 뜻이고 '반'은 '밥'을 뜻하기도 하고 '음식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대궁은 일부러 남긴 밥이지만 먹다 남은 밥은 찌꺼기다. 먹다 남은 음식이 많아지다 보니 '잔반'이란 말은 '음식 찌꺼기'를 대체해서 여전히 쓰이고 있다. '진반'이란 말은 군대로 흘러 들어가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짬밥'이 바로 그것이다. 군대에서 만들어진 말 '짬밥'은 군대 밖으로까지 확대된다. 


비빔밥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 


비비는 것은 먹는 방법이지 조리법이 아니다. 


덧밥의 도전 


이상하고도 씁쓸한 뻥튀기 


밥상의 주인

3 숙맥의 신분 상승

쌀이 아닌 것들의 설움 


보릿고개를 넘기며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가루가 진짜 가루? 


‘가루’라 불리는 음식 


'분식'의 '분'은 '가루'를 뜻한다. 어떤 곡물이든 가루를 낼 수 있지만 '분식'의 가루는 밀가루를 뜻한다. 한때 '진가루'라고 불리던 밀가루가 흔해진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미국의 원조에 의한 소위 '삼백 산업'이 발달한 것과 관련이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콩은 방언을 뒤져봐도 변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통일된 말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옥 같은 수수 


'옥수수'란 이름은 '수수'와 떼래야 뗄 수 없다. 말 그대로 '옥과 같은 수수'라는 의미이나 이름은 참 곱다. 


고급 먹거리?

4 빵의 기나긴 여정

빵의 언어학 


잰걸음의 음식과 더딘 걸음의 이름 


식빵, 건빵, 술빵 


찐빵과 호빵의 차이 


빵집의 돌림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밥상 위의 동도서기와 서세동점

5 가늘고 길게 사는 법

100년이 채 안 되는 '가까운 옛날'의 국수는 최고급 재료를 최첨단 공법으로 만든 '하이테크 푸드'였다. 국수의 가장 큰 특징은 가늘고 길다는 것이다. 


면과 국수의 다양한 용법 


뜯고 뽑고 자르고 


중면과 쫄면의 기묘한 탄생 


냉면은 사투리도 없어서 전국 어디에 가도 똑같이 냉면이라 불린다. 다만 두 종류의 냉면이 지역 혹은 만듦새에 따라 구별된다.  


차가운 국수와 막 만든 국수 


짜장면, 그 이름의 수난 


중국 음식 우동, 일본 음식 짬뽕 


어우러짐, 국수의 참맛 


라면, 라?, 라멘


6 국물이 끝내줘요

국, 찌개, 탕의 경계 


말할 건더기도 없다 


국과 밥의‘따로 또 같이’ 


'따로국밥'이란 이름은 대구에서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따로국밥'이라고 이름이 붙어져 있지 않더라도 요즘의 국밥은 대개 밥과 국이 따로 나온다. 


속풀이 해장국 


'해정'이 '해장'의 본래 말이라고 하면 웬지 얼크러진 정신을 푼다는 의미의 '행정'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해장국의 다른 이름은 '술국'이다. '술국'이라고 하면 술로 끊인 국일 듯하지만 술과 함께 먹기 좋게 만든 국을 뜻한다. 


‘진한 국’과‘진짜 국’의 차이 


‘썰렁한 탕’과‘흥분의 도가니탕’ 


부대찌개라는 잡탕

7 푸른 밥상

'반찬'과 '건건이'를 같이 쓰는 지역에서는 '반찬'이 고기나 생선을 뜻하고 나머지는 '건건이'라고 한다. 그래서 '건건이'는 사전에서도 '변변치 않은 반찬 또는 간략한 반찬으로 풀이된다. 고기반찬만이 진짜 반찬이고 그 외의 것은 반찬이 아닌 셈이다.  


푸성귀, 남새, 푸새, 그리고 나물 


'야채'와 '채소'는 본래 다른 말이다. '야채'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이나 들에서 누가 기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자라난 나물을 뜻한다. 이에 반해 '채소'는 밭에서 기른 농작물을 뜻한다. 이에 반해 '채소'는 밭에서 기른 농작물을 뜻한다. 우리말에서도 '야채'와 '채소' 같이 둘을 구별하는 말이 있는데, '푸새'와 '남새'가 바로 그것이다. '푸새'는 '야채'와 같은 말로서 자연에서 자란 것을 뜻하고 '남새'는 '채소'와 같은 말로서 기른 것을 뜻한다. 두 말에 모두 '새'가 포함되어 있는데 오늘날에는 쓰지 않지만 본래는 야생에서 자라나는 풀을 가리킨다.        


채소와 과일 사이 


시금치는 뽀빠이의 선물? 


침채, 채소를 담그라 


김장을 위한 짓거리 


섞어 먹거나 싸 먹거나

8 진짜 반찬

중생과 짐승, 그리고 가축 


'사냥'의 뿌리는 '산행'이고 '짐승'의 근원은 '중생'이니 놀랍기만 하다. 짐승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곳이 산이니 '산에 가야' '뭇 생명'을 만날 수 있다. '산행'이 '사냥'이 되기까지, '중생'이 '짐승'이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고기는 산에 가서 잡아온 생명체의 살인 것이다. 


알뜰한 당신 


닭도리탕의 설움과 치느님의 영광 


어린 것, 더 어린 것 


닭은 돼지나 소와 달리 '어린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미식가'의 첫 번째 뜻은 '음식에 대해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이고, 두 번째 뜻은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부속의 참맛 


고기를 먹는 방법

9 살아 있는, 그리고 싱싱한!

물고기의 돌림자 


진짜 이름이 뭐니? 


물텀벙의 신분 상승 


물고기의 스토리텔링 


살아 있는 것과 신선한 것의 차이 


‘썩다’와‘삭다’의 차이 


관목어와 자린고비

10 금단의 열매

관능과 정념의 열매 


능금과 사과 


님도 보고 뽕도 따는 법 


너도 나도 개나 돌 


귀화하는 과일들의 이름 전쟁 


키위의 여정 


바나나는 길어?

11 때때로, 사이에, 나중에 즐기는 맛

주전부리와 군것질 


밥을 닮은 그것, 떡 


빈자의 떡, 신사의 떡 


자와 점심 


달고나와 솜사탕의 추억 


엿 먹어라! 


딱딱하고도 부드러운 얼음과자 


불량한 배부름의 유혹

12 마시고 즐거워하라

액체 빵과 액체 밥 


말이여, 막걸리여? 


쐬주의 탄생 


정종과 사케 


폭탄주와 칵테일의 차이 


차 한잔의 가치 


사이다와 콜라의 특별한 용도 


마이 마입소!

13 갖은 양념의 말들

맛의 말, 말의 맛 


맛을 만드는 첫 번째 재료는 역시 소금이다. 단맛도 우리 몸에서 간절히 원하는 맛인데 단맛을 내는 재료는 여럿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만큼 쓴맛을 싫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야 할 맛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료 자체에 포함된 쓴맛이 오히려 고급스러운 맛을 내기도 하기 때문에 재료에서 나는 쓴맛을 억지로 지우지 않으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신맛은 재료 자체에서 나기도 하고 재료를 발효시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이 중에 매운맛에 집착한다. 매운맛은 통증의 하나이기 때문에 '맵다'는 말은 '심한 고생'이나 '사나운 기운' 등을 뜻한다.  


갖은 양념 


말 많은 집의 장맛 


작은 고추의 탐욕 


웅녀의 특별식 


열려라 참깨! 


‘미원’과‘다시다’의 싸움

14 붜키와 퀴진

부엌의 탄생 


음식의 탄생 


밥상의 하이테크 


금수저의 오류 


붜키의 추억

에필로그 | 오늘도 먹고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