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궁리, 2017, (200801).

바람과 술 2020. 8. 1. 02:24

권두좌담 _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과학은 논쟁이다!

과학논쟁 1. 구제역 사태, 대규모 살처분이 유일한 방안일까?
살처분 정책을 둘러싼 논쟁 | 김동광 |

살처분이 공식적인 대응책으로 처음 채택된 것은 1892년이었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오늘날처럼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담당관의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살처분을 중심으로 한 영국의 대응 방식은 2001년 구제역 대유행까지 지속되었다. 영국과 달리 살처분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던 독일에서 세균학자 프리드리히 회플러가 20세기 초에 처음으로 구제역 혈청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고, 이후 1938년에 사용 가능한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영국은 백신 접종으로 영궁에서 구제역을 근절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국의 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된 살처분의 정책 틀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구제역이 위험한 가축 질병이라는 정의를 국가가 독점했고, 대응 방식도 국가가 주도하는 동원과 통제 방식을 기반으로 했다. 둘째, 청정국 지위 유지라는 경제적 관점이 국익이라는 초월적 가치로 우선시되었고 다른 관점들은 거의 배제되었다. 셋째, 통제와 동원이라는 목표를 위해 희생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수반된다. 따라서 농민들은 국가의 결정에 순응해야 하고, 살처분으로 인한 가축과 농민들의 피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국제수역회의(OIE)가 구제역을 A급 질병 중에서도 첫 번째로 중요한 가축전염병으로 꼽는 주된 이유는 산업적 측면이다. 즉 돼지와 소와 같은 가축이 직접 이 질병에 의해 죽는 비율은 높지 않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0~2011년 구제역에서 실제로 구제역에 걸려 희생된 동물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구제역에 걸려서 죽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400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들이 예방적 살처분으로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제역의 발생경오나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내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보다는 추정이나 추측으로 전파경로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국익을 위해 질병 퇴치가 지상 과제라는 전제를 토대로 일방적인 정책을 강행했으며 통제를 위해 순응과 희생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관점은 배제되었고 백신 정책은 살처분 방식에 대한 대안이라기보다는 통제를 위한 보완적 맥락에서 주로 다루어졌다. 마찬가지로 농민들의 관점 역시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고, 언론 보도 역시 동정적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과학논쟁 2. 인간이 만들어낸 파멸의 날?
변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논쟁 | 김명진 |

연구자들의 경우, 앞서 본 것처럼 변형 H5N1 바이러스 연구의 위험성과 윤리성에 대해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한 과학자들도 물론 있었지만, (푸셰와 가와오카를 비룻한)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이처럼 격렬한 대중의 반응을 불러왔다는 사실에 대체로 놀랐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푸셰와 가와오카 연구팀의 일원으로 실제 연구를 수행했던 젊은 연구자들(박사후 연구원과 박사과정 학생들)에 대한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변형 H5N1 바이러스 연구가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일급 학술지에 실려 자신들의 경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대박 연구'가 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연구를 진행했고, 애초 기대했던 결과(공기 전염력을 가진 H5N1 바이러스의 제작)를 얻어내자 기쁨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젿들었다. 그들은 연구 수행 과정에서 자신들의 연구가 그토록 열띤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논문을 어떻게 발표할 것인가를 놓고 해당 연구자, 학술지, 규제당국 사이에 줄다리기가 진행되던 기간 내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연구자들의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태도는 앞서 언급한 언론과 일반대중의 태도와 크게 대비를 이룬다. 

 

과학논쟁 3. GM 식품, 먹고 안 먹고의 일차원적 질문에서 벗어난다면?
유전자 변형 식품에 관한 논쟁 | 김병수 |

환경 소비자 단체들의 우려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인체에 위해할 수 있고 영양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별 이득이 없는데 GM 연어는 일반 연어에 비해 오메가3가 65.4% 적고 지방은 57.8%나 많다.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도 일반 연어보다 적다. 세 번째는 미국의 규제 시스템이 GM 어류를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GM 작물의 확산이 기아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통념은 굶주림에 대한 정치 사회적인 분석과 이해가 확산되면서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산 GM 작물의 인체 및 환경 위해서, 표시제가 GM 식품을 둘러싼 논쟁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GM 식품 나아가 GMO에 대한 태도는 단시간 내에 결론을 얻기 힘든 인체 위해서 여부뿐만 아니라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관련 의사결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표시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등 다양한 쟁점들을 폭넓게 고려한 후 판단해야 한다. 특히 GMO의 확산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과학논쟁 4.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학물질 규제 논쟁 | 김병윤 |

미국에서는 화학물질 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과학과 정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과학논쟁 5. 프로작이 과연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을까?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논쟁 | 김환석 |

현재 정신의학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DSM-IV(1994, 수정판 2000)에 실린 기준이다. 그것은 아래 증상들에서 ①번과 ②번 중 하나는 반드시 포함되고, 다섯 가지 이상이 동일한 2주 동안에 나타나면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본다. ① 거의 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 ② 모든 활동에서 흥미나 즐거움을 상실. ③ 심각한 체중의 감소(또는 증가)나 식욕의 감소(또는 증가). ④ 거의 매일 불면 또는 과수면. ⑤ 거의 매일 정신운동의 동요 또는 지체. ⑥ 거의 매일 피로감 또는 에너지 상실. ⑦ 거의 매일 자신에 대해 무가치감 또는 과도한 죄책감. ⑧ 거의 매일 사고 및 집중 능력의 감퇴 또는 우유부단함. ⑨ 반복적인 자살 생각 또는 자살 시도와 계획. 

 

현재 정신의학에서 우울증에 대한 가장 인기 있는 이론은 노의 화학적 불균형(특히 신경화학적 세로토닌의 부족)이 우울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화학적 불균형을 교정해준다고 가정되는 약물, 특히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우울 장애에 대한 적합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화학적 결함이론의 문제점. 첫째, 화학적 결함이론은 우선 이론상의 여러 난점들이 존재한다. 약물이 우울증 근저의 특수한 신경화학적 비정상을 교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많은 정서적 및 행동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일반적인 뇌기능들에 작용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세로토닌 또는 기타 뇌화학물질의 가설적 결함은 우울증의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세로토닌 또는 기타 아민에 있어서 정상적 수준 대 장애적 수준을 구분할 수 있는 아무 적절한 맥락적 근거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신경화학물질의 높은 또는 낮은 수준이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며, 오직 어떤 특정한 맥락과 관련지어서만, 그리고 그러한 맥락에 반응하도록 뇌가 설계된 방식에 관련지어서만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으로, 장애상태는 단지 신경화학물질의 극단적 수준들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 환경적 맥락에 대한 부적합한 반응이 극단적 수준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울증이 '화학적 결함' 또는 '신체적 질병'이라는 주장은 시기상조이다. 

 

정상적 슬픔의 약물치료에 대한 찬성인데, 이는 주로 공식적 치료지침, 증거기반의료 그리고 정부입장문건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첫째, 항우울제는 주요 우울 장애와 양극성 장애 전반에 걸쳐 효과적이며, 약물치료의 경제적 편익도 비용을 능가한다고 본다. 따라서 경도우울증도 약물치료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우려해야 할 것은 오히려 항우울제의 과소 사용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항우울제를 적극적으로 찾고 사용하도록 동기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정상적 슬픔의 약물치료를 반대하는 입장이 있는데, 이는 주로 정신의학 외부, 임상연구공동체, 정부기관 등에서 제기하고 있다. 반대 입장에서는 첫째, 정상적 슬픔의 약물치료는 인간 존재의 내재적이고 가치 있는 일부인 정상적 슬픔을 병리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본다. 둘째, 항우울제의 광범위한 사용은 슬픔을 초래하는 억압적인 상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도록 사람들을 유도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셋째, 정상적 슬픔의 감정은 사적 자아의 영역이지 의료전문가의 개입과 약물처방이 필요한 공적 우려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넷째, 위와 같은 항우울제의 정치적, 문화적 함의들 외에도, 항우울제가 그 효과와 안전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항우울제는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흔하고 크다. 

 

과학논쟁 6.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핵발전소의 안전과 경제성을 둘러싼 논쟁 | 박진희 |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로 내에 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수소 결합 장치를 모든 원자로마다 설치해야 하고 강도가 훨씬 높은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과학논쟁 7. 핵폐기물 관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준위 핵폐기물의 관리와 사회적 공론화 논쟁 | 이영희 |

과학논쟁 8. 불확실한 기후과학 위에 차려진 탄소시장의 정체는?
기후변화의 대처 방안에 관한 논쟁 | 한재각 |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