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쇼펜하우어, 김재혁, 고려대학교출판부, 2007, (210920)

바람과 술 2021. 9. 20. 12:12

책머리에

 

쇼펜하우어는 '논리학'과 '토론술'의 구별을 시도하면서, 전자는 이성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진리의 추구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지만, 후자 즉 토론술은 의지와 감정의 문제로서 각 개인이 자신의 견해가 보편적으로 타당한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허영심으로 가득 찬 존재이다. 그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진실 똑에 있든 아니면 거짓 쪽에 있든, 정당한 수단을 사용하든 아니면 잔꾀를 쓰든 상관없이 논쟁에서 일단 승리하는 데에다 쇼펜하우어는 '토론술'의 궁극적 목표를 둔다. 즉 인간의 태생적인 사악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성향, 부정직함, 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보려는 의지 같은 것이 인간의 속성이 되어 있는 한 인간들 사이의 모든 논쟁은 승리를 목표로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논쟁에서 상대방을 꺾기 위해서 사용하는 술책과 간계들은 쓰는 사람마다 그리고 논제의 경우마다 무척 다양하고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지만, 그 술책과 간계의 기본적인 틀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생각을 쇼펜하우어는 갖고 있다. 인간은 대개 자신이 주장하는 견해의 정당성에 대해 뚜렷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을 때에도 논쟁에서 절대 남에게 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의도가 상대방을 속여서 논쟁에서 승리하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리가 분명히 자기 쪽에 있는데 상대방이 술책을 써서 자신을 꺾으려 할 때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모든 토론술의 기초

 

상대방이 우리에게 뭔가 한 가지 논제를 제시했을 경우 (혹은 우리 자신이 상대방에게 한 가지 논제를 제시했다고 쳐도 상관없다) 이 논제를 반박하는 데에는 두 가지 화법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먼저 두 가지 화법으로는 a) 논쟁의 테마에 초점을 맞추는 화법과, b) 논쟁 상대방에 초점을 맞추는 화법, 혹은 상대방이 시인한 사실에 바탕을 두는 화법이 있다. 즉 그의 주장이 절대적, 객관적인 진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거나, 상대방이 내세우는 주장이 이미 앞에서 그 자신이 제시했던 다른 주장이나 시인했던 사실, 즉 상대적, 주관적인 진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상대적인 입증이기 때문에 객관적 진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2. 두 가지 방법으로는 a) 직접적인 반박과 b) 간접적인 반박이 있다. 직접적인 반박은 상대방이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를 공격하는 것이고, 간접적인 반박은 상대방의 주장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공격하는 것이다. 

 

1. 직접적인 반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상대가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들이 거짓됨을 보여 주거나 (상대방이 내세우는 대전제를 문제 삼거나 소전제를 반박하는 것이다), 혹은 상대가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들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을 하고 나서, 그러나 상대가 내세우는 근거들을 가지고는 그의 주장이 결과로서 도출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즉 논리적인 귀결, 다시 말해 상대방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2. 간접적인 반박을 하기 위해서는 간접논증이나 단순반증 방식을 사용한다. a) 간접 논증 : 우리는 상대방의 명제를 일단 참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런 다음 이미 참으로 인정된 상대방의 다른 명제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내세운 명제를 전제로 삼아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상대방에게 보여 준다. 이제 상대방의 명제가 사물의 이치나 상대방 자신이 내세운 다른 주장과 모순됨으로 인해 명백하게 거짓된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b) 단순 반증 : 상대방이 말한 진술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여러 개별적인 경우들을 직접적으로 입증해 보임으로써 상대방이 내세운 보편적인 명제를 반박한다. 즉 상대가 내세운 명제를 이 경우들이 예에서 보아 타당성이 없고 그 결과 그 자체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논쟁들을 글로 다루면서도 어떤 것이 옳은 주장이고 어떤 것이 옳지 않은 주장인지 구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논쟁자들 자신도 결코 미리부터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우리는 모든 논쟁에서 혹은 논쟁 일반에 있어서 일단은 서로 간에 동의하는 접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에 원칙적으로 기초하여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제시한 첫 명제를 부정하는 사람과는 논쟁을 할 수 없다.  

 

요령1 확대해석하라

 

상대방의 주장을 원래의 주장의 자연스런 경계를 넘어서는 쪽으로 끌고 가서 그 주장을 가능한 한 보편적으로 해석하고, 가능한 한 넓게 받아들여 그것을 과장해 버린다. 반면에 자신의 주장은 가능한 한 제한된 의미가 되도록 한다. 왜냐하면 주장이라는 것은 보편적이면 보편적일수록 그만큼 더 공격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요령2 동음동형이의어를 사용하라

 

상대방이 제시한 주장을, 표현의 동일성을 빼 놓고는 논의 중인 사항과 공통점이 거의 혹은 전혀 없는 쪽으로까지 확대하여, 바로 이 확대된 측면을 명백하게 반박함으로써 마치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한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다.  

 

요령3 상대방의 구체적인 주장을 절대화하고 보편화하라

 

상대방의 주장을, 특히 상대적인 관점에서 제시된 그의 주장을 보편적으로 제시된 주장인 것처럼, 즉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제시된 주장인 것처럼, 즉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제시된 주장인 것처럼 말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상대방의 주장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파악하여 바로 이 점에서 그의 주장을 반박한다. 

 

요령4 당신의 결론을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결론을 내리려고 할 경우 당신의결론을 상대방이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라. 혹 상대방이 당신이 내세운 전제들을 시인할 것 같지 않으면 그 전제들에 대한 또 다른 전제들을 제시하라. 그렇게 해서 상대방으로부터 그와 같은 여러 개의 전제들에 대해서 순서를 따지지 말고 되는 대로 시인을 받아 내라. 즉 상대방으로부터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시인을 얻어낼 때까지는 당신의 게임을 상대방에게 숨겨라. 

 

요령5 거짓된 전제들을 사용하라

 

우리는 우리가 내세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하여 거짓된 전제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거짓된 전제들로부터도 참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령6 은폐된 순환 논증을 사용하라

 

요령7 질문 공세를 통해 상대방의 항복을 얻어 내라

 

논쟁이 좀 엄격하고 딱딱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제대로 분명하게 이해시키려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그것을 상대에게 입증해야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향하여 질문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요령8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라

 

요령9 상대에게 중구난방식의 질문을 던져라

 

요령10 역발상으로 상대방의 의표를 찔러라

 

요령11 낱낱의 사실들에 대한 상대방의 시인을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시인으로 간주하라

 

요령12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재빨리 선택하라

 

아직 나름의 고유한 명칭이 업어 우리가 비근한 표현을 사용하여 비유적으로 지칭해야 하는 보편적인 개념을 놓고 논쟁이 붙었을 경우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펴는 데 유리한 비유를 신속하게 선택해야 한다. 

 

요령13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하여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라

 

상대방이 우리의 명제를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그것과 반대되는 명제를 함께 제시하고 상대방에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스스로 모순에 빠지지 않으려고 이것에 비해 훨씬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우리의 명제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요령14 뻔뻔스런 태도를 취하라

 

이 요령은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을 근거로 가정함으로써 행하는 기만에 속한다. 

 

요령15 안개 작전을 사용하라

 

요령16 상대의 견해를 역이용하라

 

요령17 미묘한 차이를 이용하여 방어하라

 

요령18 논쟁의 진행을 방해하고 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라

 

요령19 논쟁의 사안을 일반화하여 그 부분을 공격하라

 

요령20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 내라

 

요령21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요령22 상대가 억지를 쓴다고 큰소리로 외쳐라

 

요령23 말싸움을 걸어 상대로 하여금 무리한 말을 하게 하라

 

요령24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 억지 결론을 끌어내라

 

우리는 상대방이 사용한 개념들에 대한 거짓 추론과 왜곡을 통해서 상대방의 주장 속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고 또 상대방의 의견도 결코 아닌, 아니 오히려 부조리하고 위험스런 명제들을 억지로 끌어낼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상대방의 명제로부터 그 자신의 다른 주장이나 이미 인정한 진리들과 부합하지 않는 그와 같은 명제들이 도출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간접 반박에 해당된다. 

 

요령25 반증 사례를 찾아서 단칼에 끝내라

 

우리는 상대방이 단순 반증을 제시할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조심해야 한다. ① 제시된 사례가 현실적으로 참인지 여부. ② 제시된 사례가 현재 논의 중인 진리의 개념 속에 실제로도 포함되는지 여부. ③ 제시된 사례가 진리와 정말로 모순되는지의 여부. 

 

요령26 상대방의 논거를 뒤집어라

 

요령27 상대가 화를 내면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는 것이다

 

요령28 상대방이 아니라 청중을 설득하라

 

요령29 상대방에게 질 것 같으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라

 

요령30 이성이 아닌 권위에 호소하라

 

요령31 당신의 말은 형편없는 내 이해력을 넘어서는군요

 

요령32 상대방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 속에 넣어라

 

요령33 그것은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다

 

요령34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요령35 동기를 통해 상대방의 의지에 호소하라

 

요령36 의미 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라

 

요령37 상대가 스스로 불리한 증거를 대면 그쪽을 공격하라

 

마지막 요령 -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

맺음말

 

논쟁적 토론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한 가지 개념으로부터 ① 그것의 정의나, ② 그것의 속 또는, ③ 그것의 독특한 점, 본질적인 특징, 또는, ④ 그것의 그 어떤 속성 - 그것이 공유한 것이든 아니면 배척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 즉 간단히 말해서 빈사를 구한다. 모든 논쟁의 문제는 이 네 가지 관계들 중의 하나로 귀착된다.   

 

부록 : 쇼펜하우어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