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민음사, 2018, (210928)

바람과 술 2021. 9. 28. 08:39

서문

1 장편공모전이라는 시스템

 

1.5'입사동기'가 영어로 뭐죠?

 

<채용 방식별 특성>

구분 공채방식 직무중심 채용
장점 -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인원 채용
- 조직(기업) 충성도가 높음
- 유연한 인력 운용 가능(직무 이동 가능)
-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 채용에 유리
- 직무 적응력 및 전문성 높음
- 채용 비용이 낮음
단점 - 직무 적응력 및 전문성 낮음
- 입사 경쟁률 높아 과도한 채용 비용 발생
- 우수한 인재의 상시 확보에 어려움
- 조직(기업) 충성도가 낮음
- 대규모 인원 채용이 어려움
- 유연한 인력 운용이 어려움

 

2 1996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2.5 신입사원 채용시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은 '경력'

 

3 출판인과 평론가들의 문예운동

 

3.5 신춘문예, 과거제도, 그리고 공채

 

한국에서 신춘문예는 시행하자마자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193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응모자 수는 5300명에 이르렀다. 이 제도가 그렇게 쉽고 빠르게, 확고하게 이 땅에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나는 그것이 과거제도의 전통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제도는 대규모 공개 시험을 거쳐 엘리트를 채용하는 공채 시스템의 원형이기도 하다. 이 시스템은 민주주의보다 900년 이상 먼저 이 땅에 왔다. 과거제도에 대해서는 심지어 조선시대에도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세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첫째, 사회적 낭비가 심했다. 조선 시대 문과 급제자의 나이는 평균 36.4세였다. 문화 시험(쩡시 초시)를 치는 사람이 정조 때에 이르면 10만 명이 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응시자가 20만 명을 넘었다. 최종 합격자는 한 해 서른 명 남짓이었다. 청년 수십 만 명이 한창 일할 나이에 수십 년 동안 공부에만 매달렸다. 둘째, 정작 필요한 인재는 뽑지 못했다. 최종 합격자들이 과연 관료로서 유능한 인재들이었을까? 좋은 성적을 받아 높은 자리에 임명되는 사람일수록 암기력과 논리력, 그리고 중국어 독해와 작무 실력이 뛰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기술이나 경제, 민생은커녕, 그 시대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행정에 대해서도, 군사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그들은 현실을 몰랐고, 현실을 제대로 살피는 능력도 키우지 못한 인간들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 과거제도에는 그 두가지보다 더 나쁜, 그리고 더 중요한, 세 번째 문제점이 되었다. 과거제도는 사회의 창조적 역동성을 막았다. 이 제도는 블랙홀처럼 온 나라의 젊음과 재능을 빨아들였다. 유능한 청년들이 자기 주변에 있는 중소 규모의 지적, 산업적 프로젝트에서 관심을 거두고 중앙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통과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합격자들은 그 질서의 가장 열렬한 수호자가 되었다. 사회 개혁에 대한 논의가 없지는 않았으나, 그 방향이 대부분 옛 성현의 가르침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었다. 

 

4 2000년 이후 생겨난 장편소설공모전들

 

4.5 이 중 성격이 다른 것을 고르시오

 

5 21회 한겨레문학상 및 5회 수림문학상 심사기

 

5.5 서체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6 “공무원 시험 같은 느낌입니다”

 

6.5 영화계는 어떻습니까?

 

7 등단연도를 언제로 할까요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첫째, 미등단 작가는 불이익을 당한다. 둘째, 그런 불이익은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 없이도 발생한다.   

 

겉으로 드러난 간판들을 없앤다고 해서 그 배후에 있는 세계관이 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학벌 구조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으니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은 안이하다. 서울대를 없애면 그 자리를 연세대나 고려대가 차지할 뿐이다. 모든 국·공립대를, 또는 사립대까지 포함한 모든 대학을 통합한다고 서열 구조의 세계관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표지를 찾아내어 끝내 그것을 새로운 간판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제일 윗줄의 간판을 없애거나 모든 간판의 문구를 똑같이 하자는 아이디어드링 다 좀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실행 비용은 엄청나게 들지만 효과는 것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7.5 문예지 편집위원의 옆자리

 

8 정보, 또는 당신이 간판에 맞서는 방법

 

한국 소설 시장과 노동시장에서 간판이 그토록 중요한 근본 원인은 그곳이 '깜깜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판은 그 상품이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려 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리고 그 간판으로 인해 신분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부조리한데, 그 부조리를 더 키우는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어지간해서는 그 간판을 떼거나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판의 영향력이 아주 오래간다. 이로 인해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입시를 치를 때에는 모드 처절한 경쟁을 벌인다. 그런데 시험을 치고 그걸로 끝이다. 이후에는 모두 게을러진다. 높은 신분을 얻은 사람들은 안주해도 괜찮다는 유혹을 받게 된다.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자격증들이 사정이 다 비슷하다. 취득할 때가 어렵지, 한번 따고 나면 업계에서 되출될 일은 거의 없다. 범죄자도 쫓아내지 않는 판군인데, 이들 업계에서 자격증 소지자가 실력이 없다고 쫓겨나는 일은 정말이지 없다.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이라 소비자 처지에서는 누가 유능하고 누가 무능한지 잘 알 수도 없다.   

 

8.5 지뢰밭 앞에 선 병사

 

9 암흑물질과 문예운동

 

나는 독자들이 문예운동이 신인을 발굴하는 큰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운동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대상이 되는 작가나 추천 도서가 아니라, 평범한 독자들이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는 행위와 문화인지도 모르겠다. 뒤집어 말하자면 같은 책을 추천하더라도 매스미디어나 전문 평론가를 통해서이냐, 다른 독자들의 선택을 통해서이냐, 하는 것은 독서 공동체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완전히 다른 일이 된다는 애기다. 

 

9.5 당선과 합격

애초에 선발 시험이 완벽하지 않았으므로 무능력한 사람도 더러 뽑히고, 당선되거나 합격할 때에는 유능했지만 이후에 노력을 하지 않아 평범해진 사람도 있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현재 기준으로는 유능하다고 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부 경쟁이 없기에 이런 이들이 도태되지 않고 성안에 계속 머문다. 심지어 자신보다 유능한 후배들을 이끌고 지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직 또는 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실력이 아니라 인맥을 둘러싸고 경쟁이 벌어지며 파벌이 생긴다. 그렇게 관료 집단이 된다. 이 집단의 질서는 실력이 아니라 기수 문화와 인맥, 파벌이다.

 

부록 : 미키 골드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