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민의 탄생], 김종영, 휴머니스트, 2017, (220421)

바람과 술 2022. 4. 21. 09:39

머리말 : 지식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프롤로그 : 지식정치란 무엇인가?

 

지식정치란 사회적 투쟁의 과정에서 지식 자체를 둘러싼 갈등·경합·타협의 과정을 말한다. 한국에서의 지식정치는 아래로부터 형성된 시민지식동맹이 정치엘리트와 지식엘리트로 이루어진 지배지식동맹과 대결하는 특징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지식과 정치는 분리된 것 또는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과학관은 지식이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되며, 그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지식정치에서 지식은 살아 움직이고 저항하고 정치화되며, 정치는 지식을 통해 냉정함과 신중함을 가지려고 한다. 모든 지식이 정치화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분쟁이 지식정치를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지식'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전문가 집단에서만 공유되는 지식에서부터 불안정하고 비교적 쉽게 정치화되는 지식까지 지식과 정치가 맺는 관계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현대사회는 지식사회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기술체계와 전문가체계에 의존한다. 정치학자인 사츠슈나이더는 민주주의는 전문가와 무지한 시민들의 협력 형태라고 말한다. 시민들은 자신이 무지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을 믿고 따르며, 그들에게 특정한 일을 '위임'한다. 시민과 전문가의 관계는 곧 위임의 관계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주인은 시민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리할 정치인들을 선출한다. 정치인은 시민들의 주권을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는데, 이것이 대의민주주의 또는 간접민주주의이다. 정치인들은자신이직접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기술적 의사결정을 전문가들에게 위임한다. 즉 정치인들은 이때 주인이 되며 전문가들은 대리인이 된다. 따라서 지식정치에서 시민은 정치적 결정을 정치인에게 위힘하고, 기술적 결정은 전문가에게 위임한다. 즉 '이중의 위임'이 발생한다. 주인-대리인 이론은 이른바 이상적 계약 이론에 바탕을 둔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러한 이상적인 주인-대리인 관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요쟁점인 지식정치는 대리인들인 정부-전문가 동맹이 거꾸로 주인인 시민들의 권리와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펼 때  시민지식동맹이 이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지배지식동맹이 주로 제도권을 통해서 형성된다면, 시민지식동맹은 제도권의 외부 또는 주변화된 영역에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지배지식동맹의 주요 축인 국가·국가지식기구·대학·기업 등은 확고한 제도적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자원과 인력이 풍부하다. 시민지식 동맹은 자원이 빈약한 시민들과 대항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열세에 높이게 된다. 따라서 시민지식동맹이 지배지식동맹에 주로 저항하는 방식은 사회운동이다.   

 

1부 삼성백혈병과 반올림운동

1장 반올림운동과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아픈 몸들의 연대 : 체화된 노동보건운동 73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 78

 

반올림운동의 전개 82

 

산업재해보상보험 보상체계와 질병 판정 정치 90

 

조정위원회와 사태 처리를 둘러싼 갈등 99

2장 현장 중심의 과학

 

지역적 지식, 전문성의 정치, 과학의 이해연계 108

 

질병의 지식구성 112

 

정부의 집단역학조사와 삼성의 고용과학 126

 

대항전문가들의 조직화와 활동 132

 

관리 중심의 과학 대 현장 중심의 과학 : 과학과 전문가 비판 139

 

노동보건운동의 변혁성과 과학의 재구성 146

2부 광우병 촛불운동과 탈경계정치

3장 지민과 탈경계운동

 

네트워크 시민지성의 멤버로서의 지민 162

 

탈중심적 운동방식과 탈경계적 운동공간 170

 

운동의제의 혼성화 : 일상/과학/정치의 경계를 넘어선 이슈들 181

 

다차원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성과 : 정치·제도·운동조직·주체형성적 측면들 184

 

지민과 탈경계운동 189

4장 광우병 촛불운동을 둘러싼 지식정치

 

대항전문가들의 혼성적 연대 196

 

광우병의 정의와 특정위험물질 논쟁 204

 

가축감시프로그램과 국제수역사무국의 국제기준 논쟁 212

 

한국인 유전자와 치사율 논쟁 215

 

통상·경제·법률적 논쟁 219

 

시민지식동맹의 대항논리 강화 과정과 전문가 집단의 시민지향성 225

3부 황우석 사태와 과학정치

5장 지식동맹의 격돌과 시민지성의 대반격

 

황우석 지배지식동맹 241

 

반황우석 시민지식동맹 254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지식동맹들의 격돌 264

 

황우석 사태의 지식투쟁 267

 

황우석 동맹의 공격과 네트워크 시민지성의 대반격 276

6장 지배지식동맹의 붕괴와 ‘황빠’운동

 

스톡홀름증후군·인지부조화론·유사파시즘 290

 

황우석 지지의 이유 297

 

황우석 지지자들의 형성과 활동 303

 

음모의 문화 310

 

책임 전가의 정치 317

4부 4대강 사업과 지식 전사들

7장 4대강 사업의 시민지식동맹

 

대통령의 프로젝트 333

 

4대강 사업의 지배지식동맹 339

 

4대강 사업 반대 시민지식동맹 347

 

대한하천학회 355

 

생명의 강 연구단과 4대강조사위원회 359

8장 4대강 사업의 지식투쟁

 

‘물 부족 국가’ 프레임 논쟁 367

 

홍수 예방 실효성 논쟁 372

 

보를 둘러싼 논쟁 375

 

수질을 둘러싼 논쟁 380

 

경제적 효과 논쟁 385

 

생태계 논쟁 389

에필로그 : 지식민주주의를 향하여

인민의 지적 능력을 의심한 정치 사상가들은 의외로 많다. 플라톤·밀·베버·슘페터 같은 사상가들이 살았던 시대가 현대사회와는 확연히 다르지만, 그들은 정치에 있어 시민이 공동체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일은 좋지 못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신 정치권력은 정치가에게, 지식권력은 전문가에게 위임함으로써 통치가 올바르게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적 능력을 요구하는데, 특히 시민의 '지적' 능력은 중요하다. '지민'은 해당 사안을 숙의하고 토론하며 탐구할 줄 아는 지적 능력을 지녔다. 지민은 공부하는 시민이자 참여하는 시민이다. 이중의 위임을 주장하는 사상가들은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경험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식인들을 전문성·공평무사·회의주의·공동체주의·실력주의·객관성·숙의와 같은 자질을 갖춘 규범적인 존재로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의 지식은 국가정책과 시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덕성과 전문가 윤리를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 황우석 사태로 인한 지식인 집단의 '윤리적 대몰락'은 오로지 성공과 출세만을 좇는 지식인 집단의 거짓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웅변해준다. 정치권력과 지식권력이 결합된 철인왕(또는 수호자) 통치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위험하다. 지배 지식동맹은 한편으로 전문적인 국가지식기구를 가지며, 다른 한편으로 막대한 권력과 자원을 독점한다. 

 

지식 민주주의는 단순히 시민을 위해서지식 엘리트들에게 시민이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공동체의 문제를 시민·지식인·정부가 함께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짜내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 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며, 각자의 지적 재능을 조화롭고 민주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다. 곧 협동적 지성은 독단적 지성보다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더 효율적이다.

 

시민 지식동맹은 지식 독점을 문제 삼고 지식 생산과 해석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며 시민들에 의한 지식 생산과의 평등한 대우를 주장한다. 곧 지적 평등은 지적 자유의 선제조건이다. 따라서 지적 평등 없이 지적 자유는 없다. 지민은 권력-지식의 부당한 동맹에 맞서 새로운 지식, 새로운 정치, 새로운 공동체를 창조하는 지적·정치적 주체이다.

 

참고문헌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