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회사가면 죽는다], 현실문화연구, 1995, (220519)

바람과 술 2022. 5. 19. 00:34

기획의 변

 

서문 : 회사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 보면 회사는 사회의 존립 및 사회성원의 재생산과 욕구충족을 위해 극히 다양한 물자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조직이다. 즉 회사는 사회 자체의 재생산과 관련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체이다. 이런 점에서 회사가 공익을 구현하는 조직체라는 자본가들의 주장에는 일말의 타당성도 있다. 그러나 현상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원리는 공익의 구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여기서의 문제는 회사의 자본주의적 본성이다. 이 점에서 회사의 목표는 공익의 구현이 아니라 단지 더 많은 이윤의 축적일 뿐이다. 이윤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회사의 활동을 촉발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 

 

회사는 사회조직으로서 공익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당위와 이윤축적을 위한 자본의 운동체로서 현실 사이에서 요동하는 조직으로 이해될 수 있다. 회사사회에서 회사는 자본의 축적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직이지 그 성원의 인간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리엔지니어링은 정보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기업의 업무처리과정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려는 것으로서, 회사로서의 비용을 줄이고 고객에게는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여준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널리 선전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처지에서 보면 어떠한가? 업무처리과정이 그냥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처리과정은 줄어들지라도 처리해야 할 업무는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리엔지니어링은 있던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만 처리과정을 줄이는 것일 뿐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바로 노동자의 다기능공화이다. 즉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 하던 일을 한 사람이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업무의 처리과정을 발본적으로 압축시키는 것이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의 핵심이다. 따라서 리엔지니어링의 과정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대폭적으로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대폭적으로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게 마련이다. 바로 이 때문에 노동자의 의식개혁이 또한 리엔지니어링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스스로 '생각을 고쳐먹고' 노동강도의 강화에 적응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경쟁력을 상실한 탈락자가 되어 회사에서 방출될 수밖에 없다.

 

벤치마킹은 마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병법의 상식을 경영에 적용한 것과 유사한 경영혁신책이다. 즉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를 찾아내 자사와의 성과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사의 경영방식을 배움으로써 자사의 혁신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삼성과 현대가 추진하는 경영방식의 변화는 벤치마킹의 좋은 보기가 될 수 있다. 두 재벌은 군사파시즘하에서 받은 각종 혜택을 토대로 한국의 대표적인 독점자본이 되었다는 공통점 외에는 경영 방식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대비를 이룬다. 삼성이 관리와 홍보에 능한 치밀한 모사형이라면, 현대는 총수는 명령에 따라 모든 사업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는 저돌형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진이 바뀌고 경제환경을 비롯한 모든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양 재벌은 지금까지의 경영방식을 일신하기 위해 상대의 장점을 배우려 애쓰고 있다. 삼성은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전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경영방식을 전환하는 반면에, 현대는 권한의 하부이양과 기업이미지 홍보에 새롭게 나서는 등으로 변화는 꾀하고 있는 것이다.  

 

001. 회사는 회사다

 

① 회사는 회사일 뿐이다

 

② 누군가 뒤통수를 보고 있다

 

과거의 노동습관은 노동과 여가가 엄격하게 분리되지 않는 것이어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지배이데올로기는 문제의 근원-경제적 불평등이나 불만, 권위주의적인 조직운영 등-을 치유하지 못하는 한, 항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는 불완전한 것이며, 규율적 권력의 작동메카니즘도 항상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빈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항은 바로 자신의 삶의 질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문제삼는 태도 그 자체인 것이다. 

 

③ 경영학 누구를 위한 것인가

 

④ 그러나 공룡은 개미를 죽이지 못한다

 

002. 나는 어디에 있는가

 

① 회사, 자아실현하는 공간인가

 

자아는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인간의 자아형성에서 외부적 인간환경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② 옛날엔 내게도 꿈이 있었다

 

③ 꿈꾸는 날들의 시간-나의 절망

 

003. 오를 수 있는 나무와 오르지 못할 나무

 

① 유리로 된 천정

 

② 줄과 선택의 사이

 

③ 나의 직장 초년병시절

 

④ 화이트칼라의 위기

 

⑤ 해고인가 자진사퇴인가

 

⑥ 아버지 힘 내세요

 

⑦ 작은 무덤, 어느 일요일

 

⑧ 회사인가 가정인가

 

자본주의는 시간과 공간을 노동시간과 여가, 생산공간과 생활세계로 각각 양분한다.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여가와 생활세계에 대한 노동시간과 생산공간의 지배력은 강화된다. 결국양자는 자본축적의 계기로서 동일하게 된다. 

 

서구의 많은 학자들은 기술이 발전하고 업무자동화가 이루어지면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어 노동자들이나 회사원들의 근무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엿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장자동화나 사무자동화로 인한 시간의 절약이 근무시간의 축소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나 회사원들의 감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컴퓨터 및 자동기기의 발명은 업무처리능력을 급격히 증대시켜, 사원감축을 통해 임금지출을 줄이면서도 일인당 업무처리량을 늘려 노동강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회사에 제공했다. 

 

소비사회에서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소비없는 여가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원들에게서 시간은 삼중적인 의미에서 돈이다. 첫째는 돈을 벌기 위해 일정한 시간동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며, 둘째는 시간(자유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고, 세째는 자유시간을 쓰기 위해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004. 여성, 그 영원한 이방인

 

① 회사의 꽃, 조화와 부조화

 

여성을 여성 각자의 개성이나 능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이라는 생물학적인 기준에 따라 집단적으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② 남자보다 아름다운 프로가 좋다

 

역사적으로 성별 역할분담에 따른 가족유형이 정착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부양자'로서 아버지와 '살림꾼'으로서 어머니라는 가족 유형은 19세기 서구 중간계급의 전형적인 가족 유형으로 처음 역사의무대에 등장했다. 계속해서 서구의 예를 보면 모성은 1940년대에야 비로소 배타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당시에 고립된 핵가족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집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라는 여성상은 이 무렵부터 비로소 확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③ 백조의 노래

 

④ 일터의 성폭력

 

성희롱은 어느 정도는 주관적이고, 해석적이며, 상황적인 개념이므로 개인의 속한 조직,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복잡하게 얽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성희롱은 반드시 희생자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직장내 성희롱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함께 이러한 고정관념을 직장안으로 끌고 들어와 업무에 앞서 남자로서 혹은 여자로서 성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둘째, 권위주의와 이중노동시자으이 구조를 들 수 있다. 셋째, 남자직원의 성역할 업무전쟁을 들 수 있다. 넷째, 기업의 접대문화를 들 수 있다. 다섯째, 직장내에서 여자직원에 대한 호칭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여섯째, 성희롱은 개인적 문제이며, 무료한 사무실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윤활유로써 존재하고, 남성들의 친근감 표시이며, 심한 성희홍의 원인은 피해여성의 섹시한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식하는 잘못된 통념이 성희롱을 만들어 내는 또다른 근거가 되고 있다.

 

⑤ 샐러리맨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