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조선시대에 외국에서 사신들이 오면 구경하고자 했던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신기에 가까운 궁술을 관람하는 관사(觀射)요, 둘째는 화약을 이용하여 형형색색 불꽃을 쏘아 올리는 관화(觀火)이고, 셋째는 금수강산의 대명사인 금강산 관광이었다. 이 셋은 조선이 보유한 천하제일의 명기이자 자랑이었다.
화약개발을 둘러싼 모험 - 최무선에서 세종대 기술 혁신까지
1104년(숙종 9년) 고려는 북쪽의 여진에 대해 대규모 정벌을 단행했는데, 이때 발화대라는 특수부대가 편성.운용되었다. 발화대가 일반적인 화공부대인지, 아니면 화기를 장비한 부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고려가 몽고와 일찍부터 교류를 텄던 점으로 미루어 적어도 화약병기에 대한 인식은 있었던 듯하다.
최무선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들
: 최무선 이전에 이미 화기와 화약이 도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화약병기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화약과 화약병기의 자체 생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화약의 주요 성분인 유황.목탄.염초 이 세가지 가운데, 유황과 목탄은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염초만은 화학적 기술이 뒷받침돼야 했다. 사실 화약을 만드는 것은 염초 제조기술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무선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실용성 있는 염초 제조법을 습득해 자체 생산을 이뤄낼 수 있었다.
다시 씌여질 고려 화약병기의 역사
: 최무선이 화약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때는 1377년(우왕 3년)이다. 그는 조정에 건의해 화통도감이라는 화기 제조기관을 설치함으로써 화약과 화약병기의 제조 업무를 주관했다. 고려는 이들 화기를 군사적으로 적극 활용했는데, 이를 뒷받침하고자 화기 운용부대인 화통방사군화통방사군까지 설치했다. 나아가 해전에서 화포를 활용하기 위해 누선이라는 전함도 새롭게 건조했다.
여말선초 화약병기의 과학성
: 전통시대에는 화약병기를 크기별로 분류해 대형.소형으로 나누기도 하고, 총통의 내부 구조에 따라 무격목형과 격목형.토격형 등으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점화 방식에 따라 지화식과 화승식, 수석식, 뇌관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선초기 소형 화기의 구조는 총신 부위인 부리부, 격목부, 약통부와 손잡이 형태의 자루가 끼워지는 병부 등으로 나뉜다. 가장 주목해서 볼 부분이 격목부이다. 이 부위는 약통 속에 넣은 화약이 폭발할 때 가시의 유출을 방지해 폭발력을 키움으로써 총통이나 포의 성능을 좋게 하려는 것으로서, 약통 앞부분에 끼우는 나무인 격목을 장치하는 부분이다. 바로 이 격목부가 우리나라 화약병기를 시대별로 구분해주는 단서가 되는데, 총신의 내부 구조가 무격목형과, 격목형, 토격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종대, 대량 격발 무기를 완성하다
: 우리나라의 총통은 중국이나 외국의 총통보다 부리부에 있는 마디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총통에 마디가 많으면 그 겉면적이 넓어져 자연히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늘어난다. 이것은 냉각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냉각핀 역할을 비롯해 폭발할 때에 높은 압력에서도 총통이 견딜 수 있도록 강도를 보강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중국제에 비해 휠씬 더 과학적이다. 조선 초기의 총통은 사전총통, 팔전총통 등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로 화살을 발사했다. 하지만 한 번에 여러 개를 넣어 쏘면 화살이 제각각 날아가기 쉬우므로 상당히 정교한 사격기술을 요구했다.
세계 해전사의 흐름을 바꾼 최무선 - 대형 화포와 해전술
주유가 갈대숲에 불 놓은 것이야 우스개거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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