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마주치다

호주 11일 - 골드 코스트 부근 한국인 상점과 중국 시장

바람과 술 2009. 9. 9. 05:21

호주 10일째, 시드니 국내선 공항에서 오후 8시 10분 비행기로 타고 골드 코스트 공항에 오후 9시 35분에 도착하니, 아는 분들 혼자 시드니에 보내 놓고 내심 걱정이 많으셨는지, 골드 코스트 공항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그리고, 오랫만에 회포를 풀기 위해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늦은 시간까지 함께 수다를 떨어주었다.

 

다음날, 아침 시드니의 하늘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빌딩 속 숲에서 보는 하늘과 온 사방이 뻥뚫린 골드 코스트에서 하늘은 보자 ... 확실하게 골드 코스트의 하늘은 정말 매력적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늘의 화두는 어제 내가 맥주를 먹으면서 했던 불평에서 시작되었는데, "난 사실 바다로 둘러쌓인 호주에 오면, 정말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정말 해산물도 비싸고 혼자 돌아다니면서 회는 먹기도 정말 어렵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는 분들이 불쌍한 인생 하나 구제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골드 코스트에서 그래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연어회에다 소주 한잔을 하는 것을 오늘의 일정으로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일 당장 1박2일로 프레저 섬에 들어가면, 한국에 가져갈 선물도 살 시간이 없으니, 한국에 가져갈 선물도 장만하자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래 ... 오늘은 정말 회에다 소주를 한잔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참고로 골드 코스트에서는 시드니와 달리 소주값이 비싸다.

시드니 중심가를 배회하다가, 한국 소주를 파는 식당들을 볼 수 있었는데, 대략 한국돈 7,000원이면 소주 한병을 먹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골드 코스트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시드니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소주의 가격의 한국돈 만원 이상 한다고 한다.

시드니에서도 느낀 것으로 올해 정말 막걸리의 인기가 정말 뜨겁다는 것이다.

소주와 함께 막걸리 판다는 내용과 특정 세트를 먹으면 막걸리로 보너스로 준다는 간판들을 술집들을 지나가면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인 것처럼 ... 호주에 왔으면 호주술을 마시는 것이 경제적이고 경험에도 좋겠죠.

이 날 마시는 소주는 내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팩소주로 아는 분들 선물로 드린 소주였다.

 

암튼, 골드 코스트 부근에 있는 한국인 상점에서 호주에 놀러 온 일반적인 관광객들이 하는 쇼핑 놀이를 한번 해 보려고, 이것저것 살 것처럼 물어보니 ... 평일 사람도 없고, 보아하니 싼 것 하나쯤은 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어서 커서 사람 되라는 의미인지 성장 호르몬이 듬뿍 들어있다고 하며, 초유캔디를 사장님이 권하셔서 초유캔디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사장님과 수다를 좀 떨어주었다.

일명, 진상 놀이.

 

한국 상점에서 진상 놀이를 끝내고, 오늘 가장 중요한 먹거리인 연어회를 사기 위해 중국 시장으로 가게 되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전 세계적으로 향후 미국 패권과 겨룰 수 있는 중국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한 쇼핑가가 전부 중국 상품과 먹거리를 파는 시장이었다.

 

영화 <발지의 대전투>(?)라는 옛날 영화가 있었고, 내 기억이 맞다면 "영화의 마지막 거의 전투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특수부대 독일군 장교가 독일군 장군에게 이 전쟁에서 미국이 이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독일은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에서 그 독일군 장교가 장군에게 보여준 것이 바로 방금 미군에게서 뺏은 것이라면서 방금 만든 케익을 보여주며, 미군들은 최전선에 방금 만든 케익을 먹으면서 싸우고 있지만 지금 독일군은 따뜻한 빵 하나 먹기 힘든 상황에서 싸우고 있다는 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난 이 장면을 상당히 인상 깊게 보았다.

 

골드 코스트 주변에 쇼핑가 전체가 중국 물건과 중국 먹거리를 파는 시장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없는가?

 

개인적으로 영어 몰입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대한민국 내부의 미국 패권에 동조하고, 미국 패권이 유지되기 바라는 기득권 층의 진상짓꺼리라고 난 생각한다.

언제가 금방 미국 패권과 중국 패권은 조용하지만, 빠르게 충돌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미국 패권과 중국 패권의 충돌의 가능성은 대한민국에게는 선택의 강요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로 경제가 굴러가는 비정상적인 경제구조와 내수시장 확대와 대중들의 가처분소득의 향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숨통을 지고 있는 큰 수출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필연적으로 줄서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945년 해방이후,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누적되어 온, 대한민국 내에 미국 패권에 동조하고 미국의 패권의 유지가 자신들의 기득권이 유지와 직결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영어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미국 패권에 대한 동의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측면과 함께 미국 유학 석박사들의 사회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한 방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영어 몰입교육은 대학입시를 제외하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사교육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어 교육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이해 당사자들과 미국 패권에 동조하는 세력들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면,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영어 강의 등은 미국 유학 석박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혜택을 주겠다는 불공정하고 편협한 게임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중국어, 스페인어 등이 영어에 비해 이렇게 무시당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대한민국 대학교에서는 대한민국 출신 석박사들과 유럽국가, 중국, 일본 등에서 교육 받은 훌륭한 석박사들이 왜 무시를 당해야 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내에 미국 패권에 동조하는 것이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위기의식의 근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미국 패권과 상대적으로 약진하는 중국, 미국 패권과 중국 패권의 충돌에서 일종의 캐스팅보드 역할로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과 러시아의 요동치는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할 때,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미국 패권에 동조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람들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와 공포의식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법이다.

그게 영어몰입교육과 지금 한국 대학에서 진행되는 말도 안 되는 영어 강의들의 실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대한민국 내에서는 친중파와 친미파와의 경쟁과 헤게모니 싸움들이 경합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충돌은 어떤 때는 좌파와 우파의 싸움으로 보여질 때도 있을 것이고, 진보와 보수의 싸움으로 보여질 때도 있을 것이고, 종북문제로 보여질 때도 있을 것이고 ... 다양한 대한민국 내의 갈등 구조를 반영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친미파든 친중파든 대한민국을 위해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한민국의 이익과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익과 등치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친미파든 친중파든 대한민국과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익이라는 큰 틀에서 게임의 규칙을 지켜가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인하고 새로운 기득권을 인정받아야 한다.

 

호주에서 연어회에 소주를 먹으면서 ... 즐거운 마음보다 나라를 걱정하는 이야기와 근심 뿐이니 ... 호주 11일째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