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영화 기획 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 영화진흥위원회, 2010년.

바람과 술 2010. 10. 23. 13:32

Ⅰ.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모든 산업은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기능분화가 일어난다. 일단 기능분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참여 주체가 등장하고, 이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게 된다. 참여 주체의 수가 늘어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표준화되고 제도화된 의사소통 체계, 즉 시스템이 중요해진다. 전통적인 한국 영화 산업은 단관 극장주들과 소수의 제작자들이 투자-제작-배급-상영을 총괄하는 시스템이었다. 극장주들과 제작자들은 친분 관계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었고, 작가·감독·배우들이 다시 제작자들과 이어지면서, 그 네트워크 안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 산업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대기업 계열의 극장체인이 등장하고, 투자와 배급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나타났으며, 투자를 통한 수익실현만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 투자자들도 영화 산업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참여 주체의 확장은 점진적인 것이어서 새로 진입한 주체들은 전통적인 인적 네트워크 속에 편입되는 형태로 영화 산업 내부에 안착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지탱해 오던 한국영화의 의사소통 체계가 위기를 맞은 것은 한류열풍과 코스닥 우회상장 붐으로 시장이 과열되었던 2004~2005년 무렵이었다. 코스닥 상장으로 금융권과 개인투자자까지 영화 산업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자, 기존 네트워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해관계 주체가 순식간에 유입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시기 투자와 제작결정 과정에서 전통적인 네트워크가 경험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검증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았다. 2005년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은 내부 시스템을 재정립하는 과정에 있다. 산업이 구조 조정의 시기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통적인 네트워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산업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알음알음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개방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2. 보고서의 구성


Ⅱ. 한국영화 기획 개발 구조와 현황


1. 한국영화 기획 개발 환경


한국 영화 산업은 감독 중심 시스템이 발달한 경향이 있어 기획개발의 주도권을 감독이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 경향이 짙은 한국 영화 산업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2006년 이후 현재까지는 투자가 중심의 시기로 볼 수 있다. 결국 자본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진 셈이다. 한류열풍의 쇠퇴, 배우흥행공식의 파괴, 감독 중심 개발 관행의 비효율성 부각, 제작사의 몰락 등이 원인이다. 투자가 영화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기 때문에 기획 개발 투자도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기획 개발 방식의 주류를 이루었던 기존의 제작사 중심의 기획 개발 시스템, 감독 중심의 기획 개발 작업 체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보완되어야 함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한국영화 기획 개발에서 투자환경의 변화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영화 수익률이 악화되고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DVD/VHS 시장과 TV, 디지털, 해외 등의 저작권 매출액 등이 줄었고 극장이라는 플랫폼 중심의 수익창출 구조가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기획 개발 과정의 투자는 더욱 보수화하고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는 안정적이라 판단하는 영화만 선택하고 싶어 하지만, 그 선택이 흥행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유치가 어려울 경우, 기획 개발의 다양함을 꾀하기 위해서는 제작사가 자기 자본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제작사의 수익구조도 악화되면서 자체 자본조달이 어려워지자 투자사에게 기획개발비를 선지급 받고 판둰을 넘기는 계약이 등장하게 되었다. 기획단계에서의 저작권 판매는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메인 투자사에게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제작사의 영세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기획 개발 환경에서 중요한 또 다른 변화는, 매체 간 융합과 시장통합으로 각 미디어에 맞는 콘텐츠라는 개념이 회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2. 한국영화 기획 개발 구조


한국영화의 기획 개발 통로는 크게 제작사가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경로와 시나리오 마켓과 피칭행사 등에서 시나리오 작가, 독립 프로듀서들이 투자를 받는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대표적인 기획 개발 통로는 제작사가 아이템을 개발하면서 투자를 받는 형태였다. 제작기간은 통상적으로 기획 개발 2년, 패키징 1년, 촬영/후반작업 1년으로 총 4년 정도가 소요된다. 영화의 기획 개발기간이 2년이 넘어갈 경우 아이템으로서의 신선도를 상실할 확률이 높아진다. 트리트먼트 3개월, 시나리오 초고 6개월 정도를 이상적인 개발기간으로 본다. 영화는 2년 이후 상황을 예견하여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라 기획 개발 과정이 길어지면 시의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기획 개발 과정의 핵심은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 개발에 있다. 작업 방식은 크게 개인 집필(Free Agent)과 집단 작가 시스템(In-House System)으로 구별할 수 있다. 


한국의 영화 산업은 감독의 시나리오 집필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신인 감독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현재 한구경화 시장에서는 기획 개발비를 누가 마련하고 좔할 것인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초고 집필 단계는 개발된 아이템을 시나리오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러닝타임과 맞게 시나리오 초고를 집필하고, 캐릭터를 구축하며, 대사톤 손질과 에피소드 구성 등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상적 소요기간은 6개월 정도로 잡을 수 있다.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되면 각색 단계로 넘어간다. 각색 단계는 완성된 초고를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캐스팅고까지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각색 단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적절한 각색의 선을 어떻게 확보라느냐의 문제이다. 이상적인 소요 기간은 3회 정도 수정이 가능한 3개월로 본다. 


패키징 단계는 배우 캐스팅, 스태프 구성, 투자 등 완성된 캐스팅고를 바탕으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재원과 인력들을 꾸리는 시기이다. 이 단계의 주요 이슈는 합리적인 투자심사와 결정을 위한 시장분석, 트래킹 DB, 그리고 패키징 문제를 들 수 있다. 이 단계의 이상적 소요기간은 3개월이다. 투자결정 시스템은 항상 투자사와 제작사, 프로듀서들 간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남아 있다. 각자 자신의 기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딱 잘라서 좋은 시나리오/좋은 투자심사 기준이라고 말하기가 힘든 여러 가지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배우 및 스태프를 패키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캐스팅이다. 주연배우 캐스팅이 안 되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 예산 범위에 맞게 좋은 스태프를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 기획 중인 영화를 공개적으로 소개하고 설득하는 것은 투자를 결정짓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피칭, 제안서, 그리고 트레일러는 삼위일체처럼 서로 같으면서 다른 형식으로 투자자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시장이 커질수록 투자결정자들의 트레일어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3. 해외 주요 국가와의 기획 개발 현황 비교


한국과 영국, 그리고 부분적인 자료가 확보되는 미국 및 일본의 사례를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의 기획개발기간, 소요비용, 개발 성공률 등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프로듀서 조합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투자를 받아 초고를 완성한 이후에 영화화에 성공하는 비율은 24%로, 영국의 18%, 미국의 20~30%에 비해 낮지 않다. 한국에서는 한 해 2천 편 이상의 시나리오가 개발되고 있고 100편 내외의 영화가 제작되나. 즉 약 5%의 시나리오만이 개발과 제작에 성공한다. 기획 개발 투자를 받아 초고가 완성된 후의 제작 비율은 괜찮은 편이다. 개발 소요 기간은 콘텐츠마다 차이가 크지만, 한국, 미국, 영국, 일본 역시 패키징까지 일반적으로 1~3년이 필요하다. 기회 개발 주체를 살펴보면, 한국은 감독이 70%, 제작사 개발이 30%의 비율을 차지한다. 즉 한국에서는 작가가 완성된 시나리오를 판매하거나 이후 기획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실제 과정에서 감독이나 제작사가 중심이 되어 캐스팅고를 탈고한다. 반면, 제작사의 인 하우스 시스템 중심으로 기획 개발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Ⅲ. 기획 개발 구조 개선 방향


한국영화는 기획 개발 주체의 직무 구분과 처우를 제외하고, 개발기간/개바로요 비용/개발 성공률 등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각 단계에서 구조적 문제점은 노출되어 왔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부분은, 첫째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미숙한 피칭 능력과 폐쇄적 네트워크 중심의 시장구조이다. 둘째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기회과 제작관리가 분리되지 않아 기획 개발 과정이 지지부진하거나 과(소) 개발의 우려가 발생하는 점이다. 


1. 기획 개발 공공 마켓 활성화


공공 마켓은 제작사와 감독 중심의 기획 개발이 주류인 상황에서 폐쇄적인 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 기획 개발 공공 마켓의 유형은 크게, 첫째 시나리오 공모전과 시나리오 마켓, 그리고 KPIF(Korea Producers In Focus) 등과 같은 공개 피칭행사가 있다. 


프로젝트 마켓(Project Market)과 피칭 행사(Pitching)는 실제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은 공모전 및 시나리오 마켓 방식을 보완하여 좀 더 집중적인 거래의 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에서도 투자사들의 기획 개발 투자경향의 변화에 따라 창작자들 역시 기획 개발 비용을 투자받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획 개발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투자사의 입장과 제작사 중심의 기획 개발 시스템 하에서 창작에 대한 보상을 적절하게 받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창작자들의 문제제기가 맞어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가, 감독, 프리랜서 프로듀서가 투자사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자신의 아이템 또는 시나리오 등을 파는 방식은 또 다른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첫째, 한국영화 기획 개발의 협소화 또는 보수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창작자들이 직접 투자를 받는 방식은 오히려 제작사가 주도하는 개발보다 흥행이 될 것 같은 아이템 또는 시나리오 등에 투자가 될 확률이 크다. 그러나 아이템이 흥행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평균율에 입각한 영화들이 기획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공개 피칭으로 투자유치 하는 방식은 한두 개의 아이템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사장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공개경험은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 프로듀서들과 같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아이템에 대한 기획 개발 비용을 유치하는 데 있어 올가미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국영화의 대부분은 하이콘셉트 영화와 거리가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아이템 단계가 아닌, 초고 단계에서 투자를 판단하려고 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국영화의 성격을 볼 때 공개 피칭이 적당하지 않은 영화가 많을 수도 있다. 셋째, 창작자가 직접 패키징에 참여하는 것은 창작 역량으 오히려 훼손하는 역할을 초래할 뿐 아니라, 창작자 내부에서 스타급 창작자와 경력이 낮은 창작가 간의 불공정한 거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 단체의 활동과 집단 창작 시스템 도입


최근 스토리즘, KP & SHOW, 철필방 등 집단 작가 시스템을 지향하는 자가들에게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제기된다. 첫째, 작가의 역량이 분산될 위험이 있다. 집단 창작 시스템은 일종의 유사 에이전시 형태이다.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창작 집단 내부에서 다른 작가들에게 일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스타 작가의 우월한 협상력으로 좀 더 손쉽게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고 안정된 수익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스타 작가가 작품에 전념하는 대신 에이전트 역하를 수행함에 따라 역량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창작 집단 방식에서 프로젝트 계약은  창작 집단 내 작가 개개인과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메인 작가라 할 수 있는 스타 작가-제작사/투자사 간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3. 기획 개발 제도와 계약 관행의 개선


지금까지 기획 개발 단계에서의 계약은 대부분 통계약 형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파는 경우에도 시나리오를 일괄적으로 구매하였으며, 아이템에서부터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를 거쳐 캐스팅고까지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전체 과정에 대해 계약이 체결되고 작업이 이루어졌다. 즉 기간이나 단계 구부 없이 시나리오가 완성될 때까지 작업을 하는 형태로 계약이 체결되곤 하였다. 이러한 계약 방식은 다양한 아이템을 기획 개발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되어 왔다. 투자사 및 제작사 입장에서는 구매한 시나리오가 영화화되지 못하였을 경우 기획 개발 단계의 리스크 및 비용을 고스란히 가무해야 한다. 또한 아이템에서부터 캐스팅고까지 일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 창작자들 역시 시나리오가 완성될 때깢 무기한도로 묶여 작업을 진행하게 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기획 개발 계약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기획 개발 단계의 다양화함으로써 투자사와 제작사의 기획 개발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기획 개발 투자를 증진시킬 수 있다. 단, 옵션 계약, 단계별 계약을 도입하게 되면 기획 개발 리스크가 일정 정도 창작자들에게 분산되는 만큼 극장 상영 등으로 수익이 발생하였을 시에는 창작자들에 대한 보상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닥터링과 모니터링은 영화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완고를 내기 전에 자문 및 조언을 얻는 방법이다. 닥터링은 전문가에게 얻는 자문이고 모니터링은 비전문가 집단에게 시나리오 반응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닥터링에서 중요한 것은 자문 역할을 하는 사람의 전문성이다. 즉 진단과 처방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모니터링과 크게 다른 지점이다. 모니터링은 소규모의 영화 관객 집단에게 시나리오 의견이나 평가, 인상을 체크한다. 모니터링은 관객이 솔직하게 제시하는 의견이라는 점에서 관객의 반응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제작사 위상의 정립


제작사의 위상이 약화되오 온 원인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 먼저 제작사들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영세성 및 자기자본 부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야만 실질적인 영화 제작을 할 수 있고, 역으로 영화를 제작해야만 투자배급사들로부터 제작비와 수익지분을 받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작사의 형편은 지속적인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업 신고 기준으로 제작사의 수는 약 2,000여 개에 달하지만, 이중 2004~2008년까지 한 편 이상의 제작 실적이 있는 업체 수는 약 300여 개에 불과하다. 둘째, 제작사들의 위상 약화는 제작 노하우가 영화 산업 내에서 점차 확산되어 온 것에서도 비롯된다. 특히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영화 제작 자본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해온 대기업과 창업투자회사들은 영화 사업으로의 진출 초기에 제작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투자, 배급, 상영 업무를 맡아 오던 투자사들이 점차 영화 제작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게 되고 제작 시스템을 갖춘 영화사의 수가 많아지면서 제작사들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활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자본조달 구조 변화도 제작사의 위상에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초반에 삼성, 대우, SKC 등의 기업들이 영화 사업에 진출하여 투자, 배급, 상영업을 수행하였을 때에도 자본조달의 주체는 여전히 제작사였다. 그러나 1990년 후반부터 CJ, 오리온, 롯데 등과 같이 극장 체인을 소유한 대기업들이 배급업을 함께 수행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투자배급사들이 자금운용 및 정산 권한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제작사들은 영화 제작의 전 공정에서 제작을 전담하는 에이전시 형태를 띠게 되었다. 기획 개발 과정의 중심에 있는 제작사의 위상 약화는 기획 개발 경쟁력에도 직접적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제작사는 보수적인 투자경향과 기획 개발을 전담하는 에이전시가 없는 상황에서 콘텐츠 기획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체이기 때문이다. 규모 있는 제작사가 다수 출현하여 안정적으로 기획이 이루어지는 것은 산업 구조 변화와 관계없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5. 인 하우스 시스템 정착


6. 창작자 네트워크 기획 개발 시스템 육성


감독 중심 시스템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제작비와 촬영 스케줄 관리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감독 중심 시스템을 지탱하는 또 다른 요소가 감독에게 시나리오 집필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연출과 시나리오 집필 능력 모두를 감독에게 강용하는 시스템으로 감독에게 집중된 영화제작 환경을 만들 뿐 아니라, 감독에게 과도한 역할을 부여한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05~2007년 3년 동안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한 감독주도형 영화를 꼽아보았다. 3편 이상 감독이 6명(김기덕, 장진, 전수일, 홍상수, 박흥식, 박찬욱), 2편 이상 감독이 15명(곽경택, 박진표, 송일곤, 이윤기, 이인수, 임상수, 전윤철, 임필성, 김현석, 노동석, 류승완, 정지우, 조창호, 허진호, 이명세), 1편은 120여 명을 차지했다. 3년간 총 321편의 제작편수 중 약 170편으로 무려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감독에게 시나리오 집필을 요구하는 시스템은 전문 작가가 잘 키워지지 않는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독이 집필 능력과 영상표현 능려글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애기다. 연출이 주연할인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쓰게 만든느 구조 때문에 감독도 작품을 자주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감독 시스템의 수혜자인 듯 보이는 감독들도 이 시스템에게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다. 영화 제작은 '기획 개발-프로듀서, 시나리오 집필-작가, 영상연출-감독'의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


기획 개발 경상비 투자가 줄어들고 전반적인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증진시킬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Ⅳ. 에이전시의 효용성과 사례


1. 에이전시의 필요성과 특징


최근에는 기획 개발 경쟁력이 고갈되었다는 의견과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투자 결정이 새로운 아이템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는 견해가 공존한다. 


2. 에이전시의 기능


3. 에이전시의 사례 검토


미국은 에이전시가 규제 때문에 제작에 관여할 수 없어 기획 작업과 패키징만 제공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에서는 매니티먼트사가 작품을 제작해 자사 소속의 배우를 출연시키고 지분을 갖는 방식으로 직접 참여한다. 미국에서 에이전시의 작품 제작을 규제하는 이유는, 고객인 탤런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와 제작하는 작품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므로, 에이전시의 제작참여가 창작자에게 불이익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Ⅴ. 기획 개발 에이전시 도입 방안


1. 에이전시의 도입 타당성 검토


한국은 창작 집단(조합/길드)의 힘이 약하고 에이전시에 대한 규제가 별로 없다. 따라서 창작 집단이 직접 에이전시를 만들거나 에이전시-매니지먼트-제작 기능이 결합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로는 기획 개발 기능은 제작사와 감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투자사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전시는 기획 개발과 제작 과정을 분리하여 창작자의 권익과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창작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영화의 기획 개발 과정이 감독과 제작사 중심으로 발달한 현실에거 별도의 기획 창작 에이전시가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 에이전시 정착을 위한 제도 검토


국내 에이전시 시스템의 법제화 및 규제와 관련하여 가장 화두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제작 겸업 금지 및 소유 제한과 관련한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스타급 배우의 매니지먼트사 일부가 캐스팅을 조건으로 제작지분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요구가 형성되었다. 


3. 기획 개발 전문 에이전시 공공 출자사업(안)


공공 부문은 기획 개발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지원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기존의 이해관계를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지원사업이다. 둘째, 기획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네트워킹과 패키징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셋째, 공적 부문이 에이전시 사업에 시장 참여자로서 기능하는 방안이다. 


4. 기획 개발 전문 에이전시 출자사업(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