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참된 시작'을 위해
제1장 진보 정당 운동의 역사적 단절기 :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박정희 정권의 붕괴까지
1. 냉전 분단 반공 체제의 고착화와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의 역사적 결빙
먼저 냉전 분단 반공 체제의 고착화와 함께 진행된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보 정당 운동을 오랫동안 지체시켜 온 주요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이기 때문이다. 해방 공간은, 특히 1948년까지만 해도 정치·이데올로기 지형은 역동적이었고 그 폭은 상대적으로 넓었다. 미군정이 법과 제도를 동원해 통제하려 했지만 정당 활동을 전면적으로 위축시키지는 못했다. 바로 이런 정치 지형에서 탈식민 국가 형성의 초기 국면은 민중적 이해와 요구의 대폭발을 바탕으로, 이들의 지지를 받았던 좌파 주도의 '진보적 대안 국가'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군정은 미국의 대한 정책을 관철시켜 나가면서 이 흐름을 폭력적으로 파괴하고 좌파를 축출함으로서 마침내 '냉전 분단 반공 국가'로 대체시키는 데 성공했다. 통일된 근대 민족국가 수립의 실패는 결국 '내전'으로 발전했다.
이런 과정은 단순한 대결과 대체의 과정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과정은 격렬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수반했으며, 해방 초기 좌파 중심의 헤게모니가 반공 극우 세력의 헤게모니로 뒤바뀌는 이른바 '대역전'의 과정이었다. 또한 해방 공간에서 형성된 '좌익 저항 세력 연합'과, 남한만의 단독 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분단 반대 저항 세력 연합' 역시 해체되었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체험을 직접적인 계기로 이제 반공은 공포를 통한 수동적 동의라는 차원에서 일정한 헤게모니적 효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는 고갈되지 않는 정당성의 자원으로 반공이나 국가 안보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냉전 분단 반공 체제의 고착화와 반공 규율 사회의 형성이라는 역사적·구조적 조건은 국가 폭력과 독재 통치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핵심 기제로, 오랫동안 한국의 운동 정치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진전에 질곡으로 작용했다. 결국 1970년대까지 정치적 대립 구도는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에서 독재 대 민주의 선을 따라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지는 나라에서의 정당정치는 이중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대중의 삶의 요구와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고 대표하는 역할이 그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국가권력 및 정당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는 점에서 권력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역할이다. 이와는 달리 절차적 민주주의가 쉽게 부정되는 나라에서의 정당정치는 폭력적 억압 통치를 은폐하기 위한 정치적 외피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치과정에서 정국 운영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되지 못한다.
2. 진보 정당 운동의 좌절과 침묵
분단과 전쟁과 반공 규율 사회의 형성, 내전 이후의 정치적 정지 작업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일종의 '저항 의식 없는 우익 사회'로 재편되어 갔다.
진보당은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로부터 독립한 제3의 노선을 추구하여 선거를 통해 대중적 검증을 받은, 즉 합법공간에서 진보 정당 운동의 현실적 가능성을 확인한 정당이었다. 피해 대중의 권익 실현, 책임정치 구현, 평화적 통일 등 진보당이 표방한 정치 노선과 정치적 실천은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의 기존 보수 정치 세력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자 대중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보당 사건 이후 그 구성원들은 심한 탄압과 감시 속에서 정치적 퇴장을 강요당했다. 한편 1961년 5·16 군사 쿠테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대다수 혁신 세력을 용공이라는 이름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쿠데타를 정당화하려 했다. 그것은 박정희 통치 18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로써 자생적 사회민주주의 내지 민주사회주의적 진보 세력은 궤멸적인 타켝을 입고 말았다.
미완으로 끝난 하나의 긴 민주 변혁의 과정인 4월 혁명을 계기로 진보당 사건 이후 침잠했던 혁신계는 혁신정당 창당과 7·29 총선 참여, 국회 의석 확보를 목표로 활발한 정치 활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사회체제를 '좌우가 배제된 조화로운' 사회체제로 보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첫째, 계급독재 체제와 독점자본주의를 배격하여 정치적 민주주의를 수립해야 하며, 둘째 의회정치가 실현되어야 하고, 셋째 경제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당의 사상적 기초 내지 이론적 지도 원리를 '민주주의의 최고 형태인 민주적 사회주의'로 채택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볼 때 4월 혁명 공간에서 활동한 혁신정당들은 진보당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4·19 직후의 혁신정당은 단일 정치 세력화에 대한 구상은, ① 순수한 혁신정당의 결성, ② 연명체의 구성, ③ 비민주당·비자유당계를 망라한 진보적 보수정당의 결성, ④ 기성층을 배제한 혁신정당, 청년정당의 결성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1961년 들어서면서 혁신정당의 분열 양상은 지속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통합 모색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대체적인 정비를 보게 되었다. 혁신당은 리더십의 제고와 각 정파 간 노선 차이의 불식 등을 통합 추진 원칙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것은 5·16 군사 쿠테타에 의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으며, 박정희 군정의 탄압과 반공 이데올로기에 눌려 소멸하고 말았다.
4·19 직후의 혁신정당 운동은 5·16 군부 쿠테타에 의해 좌절하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에서는 먼저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즉 이 시기는 보수정당이든 혁신정당이든 그 어느 쪽도 국가권력이나 민중 부문을 확고히 장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의 정치 개입은 그 물리력 때문만이 아니라 대항력이 부재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4월 혁명 공간에서 활동한 혁신정당들과 관련해 특히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해 봄직하다. 하나는 당시 모든 진보 정당들이 당의 이념으로서 '민주사회주의' 내지 '민주적 사회주의'-믈론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이념에 대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일정한 차이가 있었다-를 들고 나왔다고 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4월 혁명 공간에서 진보 정치 세력은 모두-1980~90년대의 진보 세력과는 달리-보수 야당과의 정책 연합이나 비판적 지지라는 입장이 아니라, 독자적 진보 정당 건설이라는 독자노선을 추구했다는 사실이다.
3. 1961년 5·16 군사 쿠데타와 역사의 단절 : 진보 정당 운동의 '지하화'와 '의사' 진보 정당의 출현
제2장 진보 정당 운동의 정치적 모색기 : 1960년 5월 광주에서 1987년 정치적 개방까지
1. '야누스의 두 얼굴' 자유주의 보수 야당 :민주화 투쟁의 정치적 상징이자 권력 기회주의적 정치집단
2. 독자 세력화에 대한 정치적 모색
제3장 합법 진보 정당의 정치적 실험기 : 1988년 민중의당에서 1966년 총선까지
1. 87년 민주화 이행과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의 궤적
2. 합법 진보 정당 건설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정치 실험
제4장 진보 정당 운동의 독자적 정립기 : 1997년 '국민승리21'에서 2004년 17대 총선까지
1. 1997년 15대 대선과 '국민승리21' 운동
2. "노동자가 앞장서는 민중 중심의 정당", 민주노동당
3. 선거를 통한 자립화
4. 2004년 17대 총선과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제5장 갈라섬을 통한 새로운 모색의 시작 : 2004년 총선 이후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까지
1. 2004년 총선 이후 당의 역량 강화를 위한 쟁점과 현안들
2.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 : 정파
·제도·리더십
제6장 진보 정당, 새로운 희망의 언어가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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