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금융위기의 근원은 '증권화'라고 하는 기법과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붕괴에 있다. 이어서 신용경색과 경기둔화의 악순환 프로세스가 금융위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더욱이 이 금융위기가 심각한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에너지 전환의 파도와 겹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1장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붕괴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실
금융 시스템의 어디가 무너지고 있는가?
거대 금융기관의 그늘에 숨겨져 있는 이들 펀드와 투자전문회사를 '그림자 금융 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이라고 부른다. 지금 막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그림자 금융 시스템'인 것이다.
'그림자 금융 시스템'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은행은 예금을 모아 대출하는 예대업무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기업의 결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감독하는 것이 기본적인 은행의 모습이다. 이에 비해 증권회사와 투자은행 등은 결제 기능이 없는 논 뱅크이며, 이를 감독하는 기관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이다. 이처럼 뚜렷한 구분이 있던 세계가 금융자유화가 진전되는 와중에 은행은 특별목적회사인 구조화투자 전문회사(SIV)를 설립해 채권 거래 등의 자산운용에 나서게 됐다. 그래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회사에서 직접 거래하는(장외에서 거래되는) OTC 딜리버티브(파생상품) 거래가 은행의 수익원으로서 그 비중을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 한편, 증권회사도 헤지펀드 등의 펀드를 만들거나 이용해서 본사 이외에도 대량의 증권 거래를 하면서 규모가 비대해지기 시작했다.1980년대 이후 미국은 금융자유화를 전 세계에 강제하는 글로벌리제이션(국제화)을 주도하고, 이와 같은 금융 섹터의 팽창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실현해 왔다. 이런 금융 섹터 주도의 경제성장을 지탱해 온 것은 글로벌한 규모의 팽창한 투자기금이었다. '그림자 금융 시스템', 그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펀드와 구조화투자 전문회사들은 연결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따라서 은행과 증권회사 본사의 결산에는 직접 나타나지 않는다. 둘째, 장외 파생상품 거래이므로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상대방과 거래가 이뤄진다. 다시 말해, 이 분야의 프로들만 참가하는 시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셋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증권거래위원회 등의 감독과 규제가 미치지 않는다. 동시에 이들 펀드와 구조화투자 전문회사들은 은행 본사와는 달리 자기자본비율(BIS)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레버리지를 이용해 신용거래를 팽창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신용 이론에 따르면, 은행은 신용을 창조할 수 있지만 증권은 되지 않는 것으로 애기돼 왔다. 이에 비해 증권은 한번 발행하는 자금을 조달하면 그 자금을 설비투자 등에 쓴 뒤 거기서 나오는 이익으로부터 배당에 해당하는 이자를 계속 지불해 나간다는 게 본래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림자 금융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유는, 본래는 신용창조 기능이 없는 증권을 이용해, 그것도 장단의 금리차를 이용해 빙글빙글 돌려가며 부풀리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손실을 확정할 수 없다
'그림자 은행 시스템'의 붕괴가 가져온 최대의 문제는 손실을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문제는 버블 붕괴처럼 평소에는 일어날 확률이 아주 낮았던 리스크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가격붕괴가 일제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그 파급력은 역회전하기 시작한다. 본래 인위적으로 조성한 금융상품인데다, 신용평가의 근거 자체가 아무리 봐도 이상하기 때문에 증권 그 자체가 팔리지 않게 된다. 그러면 도대체 전체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조차 확정할 수 없게 되고 만다. 일단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금융기관은 신용평가회사에 의한 신용등급 하락이 일어날 때마다 손실을 낼 수밖에 없게 된다. 또는 모노라인(증권보험 전문회사)의 변제 능력이 낮아지면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그때마다 관련 증권의 평가손이 나오게 된다. 상황이 그야말로 역설적이다. 금융기관은 증권화와 파생상품 기법을 써서 리스크를 없애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 셈이다.
월가 '최후의 대부자'
2008년 3월 27일부터 FRB는 단기국채대여(TSLF, 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라는 제도를 실시했다. 이것은 '우량업자'들이 가진 주택 론 담보증권과 상업용 부동산 론 담보증권 등을 28일간의 기한을 설정해 FRB가 가진 미 재무부증권(국채)과 교환해 대출해 준 조치다. 그 결과 경영상태가 악화된 증권회사와 투자은행은 결산을 앞두고 가치가 훼손된 주택 증권을 FRB에 가져가면 표면상의 대차대조표(밸런스시트)를 분식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FRB는 독(위험요소)이 들어 있는 주택 고나련 증권을 갖는 대신에 소유하고 있는 재무부증권은 줄어들어 밸런스시트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본래 자신의 감독 권환이 미치지 않는 논 뱅크 구제에 나섬에 따라 FRB는 이제 은행뿐 아니라 월가 전체의 '최후의 대부자'가 되고 말았다. 만약 대상이 된 논 뱅크가 파산해 버리면 FRB는 자신들이 교환한 독이 든 주택 관련 증권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통화의 파수꾼'인 중앙은행의 밸러스시트가 계속 악화되면 미국의 통화인 달러의 신용이 실추될 위험서이 크다.
제2장 두 번째 쓰나미가 온다
버블 순환의 시대
현대의 버블은 슬로 패닉이다. 금본위제를 지향했던 대공황 전후 시대와는 달리, 중앙은행에 의한 유동성 공급이 금 준비에 묶여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불황이 올 것이 예측되면 즉시 재정금융정책을 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어떻게든 정책을 내면 낙관론이 넘친다. 그리고 그 뒤 다시 한 번 실물경제가 악화돼 금융위기에 빠지면 당황해서 급하게 정책 수정에 들어가는 프로세스가 반복된다. 하이만 민스크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은 경제 주체들의 밸런스시트, 다시 말해 '채무변제를 위한 현금 지불'과 '캐시플로의 현금 수입'의 관계로 경제의 순환을 살폈다. 그 체계를 약간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통상의 경제에서는 단기금리는 낮고 장기금리는 높다. 금융 섹터에서는 이런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해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동기가 항상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계속해 가면, 앞서 봤던 '현금 수입'에 대한 '채무 지불'의 비율이 점차 높아져 간다. 그것을 헤지 금융→투기적 금융→폰지 금융의 순서로 밸런스시트가 악화되어 간다고 보았다. 헤지 금융이라는 것은 채무(원리금) 지불이 현금수입 범위 내에서 해결되는 상태를 말하며, 투기적 금융은 현금수입으로 금리(이자) 부분까지만 감당이 되고 원리금까지는 감당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폰지 금융(이탈리아계 미국인 Charles Ponzi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1920년대 국제우편쿠폰 사업으로 높은 수익을 내주겠다며 4만 명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한 것은 모은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돈을 돌려주는 피라미드식 사기 행위였다. 폰지는 이런 형태의 '사기 행위' 자체를 뜻하는 말이 됐다)이라는 것은 재무지불이 현금수입을 상회해서 빌린 돈으로 빌린 돈을 막는 상태를 가리킨다. 폰지 금융이 되면 금리와 자산가격의 극히 작은 변동만으로도 채무불이행에 빠지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해진다.
쓰나미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먼저 금융기관의 손실이 확대돼 신용경색이 일어나고, 기업 도산이 늘면 소비도 설비투자도 억제돼 경기가 나빠진다. 그렇게 되면 주택가격이 더욱 떨어져 디폴트가 늘고, 다시 금융기관의 손실이 확대돼서 신용경색이 심해지는 구조다. 일단 손실을 처리하고자 해도 주택가격 하락과 디폴트의 증가에 따라 다시 손실이 늘어나고 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는 아무리 감세 및 금융완화라고 하는 종래의 거시경제 정책을 취해도 효과가 약해진다. 분명 금융을 완화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면 당장 금융기관의 파산은 막을 수 있으나, 금융기관이 불량채권을 안고 있는 상태로는 신용경색 자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다시 한번 버블을 일으키는 것 밖에 출구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편 어느 정도의 감세정책을 실시한다고 해도 기업이나 가계 모두 빌린 돈(채무) 변제에 쫓기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의 감소를 막는 데에는 이르지 못한다. 기껏해야 종래의 거시경제 정책은 불량채권 문제를 처리하는 동안 경기후퇴를 완화하는 정도의 보조적 수단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버블 붕괴는 지금부터
주택가격 하락이 소비를 줄인다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져 소비자에 대한 대출기준이 엄격해질수록 전례 없을 정도로 높아진 소비수준도 따라서 떨어져 불황이 악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신용경색은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 신용경색을 보여주는 현상은 보다 안전한 재무부증권(국채)으로의 자금도피 현상이다.
기업도산의 파도가 몰려온다
신용경색은 기업도산을 더욱 늘릴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 도산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신용 딜리버티브(파생상품) 시장이 급속히 확대된다. 신용 파생상품이라는 것은 경영파산 등으로 채무가 변제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서로 다른 금융기관이 보증료를 내고 리스크를 주고 받는 거래를 뜻한다. 신용경색이 가져오는 기업도산의 흐름은 직접적으로 고용의 감소를 부른다. 문제는 경기후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 등 원재료와 곡물의 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가 엄습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것이 가계소비에 직격탄을 날려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제3장 연료 부족과 오버 히트
두 개의 장기파동
우리들은 지금 커다란 역사의 파동 한가운데 살고 있다. 첫째, 지금 세계는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했던 것처럼 에너지 전환이라는 장기파동의 한 가운데 있다. 이미 값싼 석유에너지에 기초해 선진 각국이 고도성장을 실현했던 것처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BRICs와 개발도상국들이 석유를 기간에너지로 삼아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구온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첫 번째 장기파동은 지구온난화를 가져온 화석연료로부터의 탈피라고 하는 파도다. 불행하게도 제1파와 겹쳐서 또 하나의 파도가 오고 있다. 그것은 미국 중심의 '금융자본주의'의 파산이라고 하는 장기파동이다. 이제 '금융자본주의'가 아무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디플레와 인플레
두 개의 장기파동이 겹침에 따라 대조적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그것은 자산가격의 급락(자산 디플레)과 자원가격의 급등(자원 인플레)이 동시에 진행된다고 하는 이상사태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경험한 적이 없는 버블 붕괴와 겹친 특수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경기악화를 이중으로 가속시키는 메커니즘이 내포돼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석유와 곡물의 인플레가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가계소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축소되는 FRB의 정책적 영향력
'연료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일본은 진정 환경 선진국인가?
두 개의 장기파동에 의해 미국의 버블 붕괴과 겹친 역사상 전례가 없는 특수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생겨났다. 그것이 글로벌 크라이시스를 낳는 경로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서브프라임과 주택 관련 증권이 전 세계에 흩어져 금융위기를 파급시키는 경로, 둘째는 미국 달러와의 약세와 소비침체가 전 세계에 경기후퇴를 전파시키는 경로, 그리고 셋째는 자원과 곡물의 인플레라고 하는 경로다. 이것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나선형으로 경기후퇴를 가속시켜 나갈 것이다.
제4장 세계는 파괴될 것인가
전쟁과 버블의 대통령
부동산버블 붕괴는 아직도 진행 중
문제는 '10년 불황'이냐 아니냐다
자동차버블도 붕괴했다
퍼져가는 글로벌 불황
선진국들과 각 지역의 경기순환이 어긋나 있으면 세계경제 전체로 봤을 때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동시불황은 서로의 수출을 줄이는 것에 의해 불황을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석유 인플레가 글로벌화를 차단한다
물가상승률이 증가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와 기업실적을 악화시켜 경제도 정치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헤게모니는 종언을 고할 것인가?
맺는 말 - 탈출구를 잃어버린 일본
슬며시 다가오는 글로벌 동시불황
시장원리주의자는 '리스크를 감수하라'던가 '스스로 책임져라'는 말을 강조하지만, 누구도 고립을 감수하고 말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버블이 붕괴할 때까지 낙관론을 계속 흘리면서 버블을 심화시킨다. 버블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붕괴의 피해는 확대된다. 그리고 버블이 붕괴한 후에는 '이제 괜찮을 것'이라고 반복할 뿐이다. 그것이 버블 붕괴 후의 대응을 결정적으로 늦추고 피해를 더 키웠다.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큰 죄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특별 기고문
번역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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