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경제학의 배신], 라즈 파텔, 제현주, 북돋움, 2011, (130123).

바람과 술 2013. 1. 23. 03:12

한국어판 해제 : 경제적으로, 행복하십니까? 


제1부 가치가 사라진 세계 

1장 치명적 결함

 
‘거품과 폭락’ 이후 

시장이 내재적으로 자기 안정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시장기 가장 잘 안다는 신념은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 이것을 정부의 통념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작업이 필요했다. 시장이 똑똑하다는 생각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신성시하는 이념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1960년대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던 유진 파머에 의해 처음 공식화되었다. 그 가설에 따르면, 어떤 금융자산의 가격에는 그 자산의 현재와 미래의 전망에 대해 '시장이 아는' 모든 것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가격이 자산의 미래 실적을 실제로 반영한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가격은 그 실적이 좋을지 나쁠지의 확률에 관한 현재의 인식을 반영한다. 따라서 가격에는 도박적 요소가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의 문제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제학자 샌퍼드 그로스먼과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1980년대, 효율적 시장 가설이 작동하지 않음을 입증했다. 효율적 시장 가설과는 달리 시장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많은 경제학적 증거가 있는데도, 세계 각국의 정부가 이 이념을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자유시장은 불만을 낳았다. 하지만 이 불만이 사회전체 차원에서 결집하고, 충분히 많은 수의 대중이 불만의 원인을 자유시장 정치에 있다고 보고 변화를 요구한 적은 드물다. 미국의 뉴딜과 전후 유럽의 복지국가는 부분적으로 시장에 새로운 제한을 가하려는 사회 세력이 힘을 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통찰해낸 인식의 결과물이었다. 현재의 위기가 이전과 다른 점은 그 영향이 세계적으로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시기적으로 전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를 막아야 할 마지막 순간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상품’의 탄생


모든 것에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는 생각은 정치인과 엘리트 사업가가 매우 좋아할 만한 발상이자 동시에 대중에게 비극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은 시장과 시장을 둘러싼 사회가 서로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그린스펀의 철학과 달리, 폴라니는 자본주으를 돌아가게 하려면 특수한 기능을 가진 사회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특정 물건이 경제체제 안에서 매매 가능한 상품으로 전환되도록 사회가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라니는 어째서 경제와 사회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인지, 그런데도 우리가 시장과 사회가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윤 지향적 시장 문화, 즉 폴라니가 말하는 '자기조정적' 시장의 신화는 겉보기와 달리 사회를 통한 기능의 보완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조정적 시장이 보다 확산되려면 경제와 사회가 두 개의 구별된 영역이라는 신화가 더 널리 전파될 필요가 있다. 위기의 시기에는 그 신화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은행의 실패는 그것을 지탱한 공공 부문이 없었다면 총체적인 경제 붕괴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자기 능력으로 지탱할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스스로를 구제할 수는 없다. 시장은 언제나 사회에 의존해왔다. 나아가 시장사회는 자연 세계에 내재되어 있는 체제인데, 자기조정적 시장 신화는 같은 이유로 이것마저 부정하려 한다. 경제는 많은 것을 당연한 '공짜'로 여기고 그 가치를 무시함으로써, 이제는 그 값을 지불한 능력을 본질적으로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안톤의 실명


시장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상품을 거래하는 장소로서 모든 인류 문명에서 존재해온 개념이다. 그러나 오늘날 시장은 욕구 충족을 위한 거래가 아니라 이윤 추구를 위한 거래로 특징지어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역사를 돌아볼 때 그 치유책은 정부에 있는 게 아니라 시장사회 내부의 변화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2장 호모에코노미쿠스의 탄생 

밀이 창조한 괴물 

밀턴 프리드먼의 제자이자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의 터줏대감인 베커는 1976년에 출간한 『인간 행동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에서 "경제학적 접근이 인간이 모든 행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라고 주장했다. 베커의 경제학적 방법론은 세 가지 개념을 전제한다. 첫째, 모든 존재는 극대화를 지향한다. 사람, 정부, 기업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최선으로 활용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라고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호모에코노미쿠스적 행위는 시장 메커니즘 아래에서 일어난다. 셋째, 호모에코노미쿠스는 어떤 사회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같은 것을 선호한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이기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협력하고 교류하며, 공동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며, 서로 사랑하고 나누어야 살아갈 수 있게끔 진화되었다. 호모에코노미쿠스는 이런 미덕의 '효용'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점차 밝혀지고 있듯이, 관대함과 베풂, 비이기심의 본질적 가치를 인식할 줄 아는 것이 우리의 삶의 질, 바로 복지를 극대화하는 핵심이다. 


돈과 행복


베커는 인간이 각각의 구체적인 방식으로 호모에코노미쿠스가 된다고 주장한다. 즉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이란 물건을 획득하고 그 물건을 사용하며 시간을 보낼 때 일어나는 것이다. 1976년 시작된 종단 연구에 미국 21개 대학의 신입생 1만2,000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에는 각자의 금전적 목표와 여러 영역에서 생활 만족도를 묻는 항목이 포함되었다. 똑같은 설문 조사를 20년이 흐른 1995년에 다시 시행했다. 그 결과 1976년 설문에서 돈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했던 응답자들은 1995년 설문에서 더 낮아진 생활 만족도를 보였다. 돈에 중요성을 더 많이 부여한 응답자일수록 그들이 판단한 삶의 질은 더 낮게 나타났다. 여러 요인을 통제변수로 사용해 실시한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① 관대함이 행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② 행복하다고 관대해지는 것은 아니다. ③ 부유해진다고 관대해지거나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④ 하지만 심리적 복지는 관대함과 행복감 모두가 원천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역설이 존재한다. 바로 행복해지려면 행복해지려 애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3장 기업의 인격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


미국정신의학회는 사이코패스(psychopaths)와 소시오패스(sociopaths)를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구분하면서, 환자가 다음 일곱 가지 중에서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그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① 법적으로 체포의 근거가 될 만한 행위를 반복하는 등 행위의 적법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한다. ② 반복적인 거짓말, 가명의 사용, 개인적 이득이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등의 사기 행위를 벌인다. ③ 충동적인 성향이 있거나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④ 반복적인 신체적 싸움이나 폭행을 저지르는 등 과민성 및 공격서을 보인다. ⑤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개의치 않고 무모하게 행동한다. ⑥ 일관된 업무 태도를 보이지 못하거나 금전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등 지속적으로 무책임하게 행동한다. ⑦ 타인의 물건을 훔치거나 타인을 해치고 학대한 후에도 이를 합리화하고, 혹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상품 생산에 필요한 자연세계의 가치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그 값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산업화된 농업으로 재배된 식품이 슈퍼마켓 계산대에서는 더 저렴하게 보이는 것이다. 숨겨진 비용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이들 식품이 값싼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눈속임 식품이다. 식품에 숨어 있는 이 같은 진실은 다른 모든 소비재에도 해당된다. 더 값싸게 팔리는 상품은 단기적으로 저렴한 방식을 사용하지만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할 장기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시스템에 내재한 가치평가의 왜곡은 이윤 지향적 시장의 직접적인 결과다. 

 
‘공짜 점심’의 이면 

새로운 종류의 공짜


미국에서는 정크 푸드 광고를 금지하면 3~11세 사이의 과체중 어린이 수가 20% 줄고, 과체중 청소년의 수도 14%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4장 다이아몬드와 물 


애덤 스미스의 굴욕 

금융자본의 비밀스러운 삶 

5장 반(反)호모에코노미쿠스 

작동하지 않는 시장 

공공재의 몰락 

경제 권력과 정부 

‘소비자’인가, ‘시민’인가


가격에 주변 세계를 정확히 반영하도록 해주는 아르키메데스적 준거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를 격발시킬 출발점이 될 자연스러운 전사회적인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점점 더 널리 확산되고 있는 생각은 스스로를 더 이상 '소비자'로 생각하지 말고, '시민'이 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위적 인간’ 문제 

6장 우리는 모두 공유자다 

공유지 비극의 이면 

오늘날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것은 전 세계 식량 공급량고 인구의 불일치와는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늘날 지구 상에는 현재 세계 인구의 1.5배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굶주리는 이유는 시장에서 식량을 사유재산으로 분배하는 방식 때문이다. 공유를 위해서는 우리의 이기적인 충동을 제어해줄 사회적 관계망 그리고 세계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마녀사냥과 인클로저 

제2부 새로운 공유지의 탄생 

7장 대항운동과 ‘권리를 가질 권리’
 

자유의 불평등 

정치적 의지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아메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8장 도시의 민주주의 

빼앗긴 자들 

열린 생활 정치 

기회비용의 평가 

참여적 예산 운영 

9장 다시 식량주권으로 

공기를 소유하기 

식량 혁명 

호모에코노미쿠스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10장 안톤의 실명 

불교적 가치론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안톤의 실명 극복하기 

옮긴이의 말 : 시장을 구하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