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센코노믹스], 아마티아 센, 원용찬 역, 갈라파고스, 2008, (131114),

바람과 술 2013. 11. 14. 03:54

옮긴이 해제 : 아마티아 센을 말하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개방적 공공논의를 통해 그 가치를 형성하고 정치적 유인을 이끌어 내며, 그 결과 인권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강조한다. 


센코노믹스라고도 불리는 센의 경제학과 철학은 현대경제학의 기본적 사상구조를 이루고 있는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공리주의는 쾌락과 고통을 사회 전체적으로 합산해서 그것을 윤리와 도덕, 법 그리고 정책 등 개인의 행위(또는 효용)나 사회 조직의 원리로 삼는다. 센은 공리주의를 비판하면서 아울러 쾌락과 고통의 결과만 놓고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결과주의(consequentialism)도 문제 삼는다. 결과에 대한 중시는 행위의 동기와 의도, 문화와 역사를 고려하지 않는 획일주의와 보편주의를 낳는다. 물론 쾌락과 고통은 개인적 차원에 규정되기 때문에 이는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상정하고 있는 주류경제학과도 상통한다. 쾌락과 고통은 개인의 주관적 만족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회 전체의 후생도 개인 효용의 합계라는 점 역시 센의 비판대상이 된다. 공리주의와 효융이론은 모든 인간관계보다는 재화와 개인 사이의 효융적 관계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다. 개인의 효용이 합사되어 전체적으로 쾌락의 정도가 많으면 될 분이다. 효용의 총합이 개인에게 분배되지 않는 불평등의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결과, 개인, 주관을 강조하는 현대경제학의 신고전학파는 실증 경제학이라는 이름 아래 '도구로서의 합리성'을 앞세워 가치판단과 윤리를 사회과학에서 추방했다. 당연히 인간모델도 경제학의 합리성을 따르는, 즉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캐락(만족, 효용)을 추구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전제되고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합리성은 자기 이해관계 이외의 모든 선택은 비합리적이라 규정하며 인간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수행에도 관심을 쏟지 않고 모든 선택을 효용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다. 센이 제안한 것은, 타자의 존재에 도덕적 관심을 갖고, 타자와의 상호관계를 자기 가치관에 반영시켜서 행동하는, 즉 사회적 커미트먼트(commitment, 현실참여, 약속, 의무, 책임 수행의 의미 등을 포함한다)를 갖는 개인이다. 사회적 책무성을 갖는 개인은 경제학에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어 사회와 정치 문제에 경제윤리의 관점을 부여한다. 이렇게 센은 합리성만을 자기 이익의 극대화로 보는 시각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실제로 그것이 인간생활에서 요구되는 수많은 협동정신과 희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개탄한다. 파레토 최적 상태란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의 효용을 감소시키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사람의 효용도 증가시킬 수 없는 사회 상태를 말한다. 즉 이 파레토 최적의 개념은,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사람의 효용을 더 좋게 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파레토 최적 상태의 일반적 한계는 결국 분배의 불평등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오히려 기존 사회현상 질서를 두둔하고 옹호하는 것이다. 센은 『합리성과 자유』에서 "인간은 자기 복지(행복)를 인식하며 자신만의 목적을 가질 수 있는 실체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치와 목표를 평가할 수 있으며, 그러한 가치와 목표에 따라 행동하는 실체"라고 규정하고 잇다. 개인의 행복을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개인적 선호)에만 한정시키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야에서 사회적 행동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호의 이행성, 일관성, 완비성이 있고 개인 선호가 파레토 원리를 따라 전체 선호에 반영될지라도 다수결의 모순에서 보았던 다수에 의한 소수의 억압, 즉 민주성의 공리는 위배된다.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는 공공의 의사결정 과저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지만, 다수결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맹목적 믿음을 버려야 한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센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자유주의를 요청하고 있다. 즉 센은 자유주의를 파레토 원리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리버럴 패러독스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자유로운 개인을 인정한다는 것은, 타인의 권리영역에 속하는 의사결정에서, 타자의 선호가 자신의 선호에 반하는 것일망정 일관되게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의 행동이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상정하는 이기적 동기에만 지배받지 않으며, 윤리적인 사고와 도덕적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타이틀먼트(entitlememt)는 "한 사회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어떤 재와의 묶음을 손에 넣거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라고 정의되며, 달리 표현하면 "사회나 타인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재산소유권이나 사회보장수급권 등)와 기회를 이용해서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재화(상품)의 다양한 묶음"이다. 센의 접든방식으로 볼 때 기근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결여 등 정치적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 인타이틀먼트의 붕괴에서 발생하며 인타이틀먼트의 붕괴는 바로 권리박탈을 의미한다. 특히 정치적 참가나 시민의 적극적 참여로 형성된 민주주의 제도와 안전보장이야말로 기근의 방지와 근절에 기여한다는 사고방식은 인간 안전보장의 핵심을 이룬다. 


센은 개인적 효용(사회후생함수)과 기초재화 공간(롤스의 정의)을 비판하고 인간의 잠재능력에서 평등개념을 찾는다. 여기서 빈곤의 개념도 물질적 재화의 결핍이 아니라 기본적 잠재능력이 결여된 상태로 정의된다. 센이 정의하는 잠재능력은 "사람이 좋은 생활이나 양질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상태에 있고 싶어하는가, 어떠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가를 결부시킴으로써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선택 가능한 기능들의 집합"이다. 센은 생활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소득과 효용이 아니라 사람의 기능에 주목했다. 복지(인간의 행복)에 대한 센의 접근 사슬방식을 요약하면, '재화→재화의 특성→기능→잠재능력 '로 나타낼 수 있다. 센의 잠재능력은 바로 이러한 기능들의 집합이며, 생활의 내용을 선택하는 개인의 자유를 나타낸다. 센의 빈곤 개념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소득수준과 이에 비례하는 재화소득의 가득성 부재를 빈곤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잠재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태를 빈곤으로 규정한다. 센의 핵심 개념은 좋은 상태와 행위주체로서의 인간이다. 


제1장 빈곤을 넘어 아시아를 위한 발전전략을 모색하다


시장의 문제는 시장 존재 자체에 있지 않고 대체로 시장 밖에서 분출됩니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을 억압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보다 원활하고 공평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전반적으로 시장의 목적 달성은 정치·사회체계와 깊이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시장 메커니즘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서 제공된 기회를 모두가 합리적으로 나눠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장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제 개혁'이 아무리 다급할 때라고 필요불가결한 사회적 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시장을 육성한다는 단순한 목적을 넘어 사회적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확실하고도 신중한 공공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공정책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과 자유의 고양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간개발은 생활의 질적 향상에 직접 기여하는 차원을 넘어서 생산능력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폭넓은 기반 위에서 경제성장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기근이나 다른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는 데 따른 매우 중요한 특징은 바로 불평등의 존재입니다. 물론 민주주의의 부재 자체가 불평등입니다. 이 경우 불평등은 정치적 권리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한다고 봐야지요, 그러나 우리는 특히 비민주적 거버넌스에 의한 정치적 불평등과, 기근과 갑자스레 증폭하는 경제적 격차로 인해 심각하게 발생하는 권리박탈의 불평등, 이 두 가지 관계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기근은 사회분열 현상을 잘 드러내지요.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 상이한 사회집단이라도 모두가 공통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서로 다른 집단의 이해관계는 실질적으로 일치합니다. 그러나 만약에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어떤 집단에 속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상당한 곤경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제2장 이른바 ‘아시아적’인 가치는 존재하는가?


제3장 보편적 가치로서의 민주주의를 말하다

민주주의가 보편적으로 가치 있다는 주장은, 민주주의가 특수한 장점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가지에서 가치 있는 덕목임을 뜻합니다. 여기에는 다음 세 가지가 포함됩니다. ① 인간다운 삶에 있어 자유와 정치적 참여를 통한 내재적 중요성. ② 정부에게 국가적 의무와 책무를 인식시켜 정치적 유인을 높여주는 도구적 중요성. ③ 가치관의 형성, 욕구, 권리 그리고 의무 등 기본적 개념을 이해하게 해주는 구성적 역할. 


제4장 왜 인간의 안전보장인가?

제5장 기초교육은 인간의 안전보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① 개인의 인간다운 삶에 초점을 확실히 맞출 것(이것은 예를 들어 안전보장을 군사적인 의미로 해석하고자 하는 전문 관료적 개념으로서의 '국가 안전보장'과는 대조적임). ② 인간의 삶을 보다 건설적인 방식으로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와 사회체제의 역할을 중시할 것(모두가 아니지만 일부에서 종교적 의미로 강조하는 인간 개개인의 곤경과 구제를 사회와 동떨어진 생각이라 보지 않음). ③ 전반적으로 자유를 효과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개인의 삶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리스크에 합리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인간개발'을 촉진하는 광의적 목표와 대조적임). ④ 보다 기본적인 인간적 권리를 강조하고 (인간적 권리 전반보다 개인의 삶에 작용하는) 불이익이에 다시, 특별히 초점을 맞출 것. 

옮긴이의 말 : 센코노믹스, 너무나 인간적인 통섭의 경제학